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1025
EP.1024 #3-48 마법소녀에게 희망은 없다 (케이 – 절망의 나락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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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떡!
어둠 속에서, 케이가 몸을 일으킨다.
그 몸을 덮고 있던 이불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또…!!”
전신이 땀투성이가 된 채 숨을 고르던 케이는, 이내 자기 몸을 껴안으며 분한 듯이 중얼거렸다.
또다 또다 또다 또다…!!
또 다시, 자신의 안에 그 기묘하고 끔찍한 허탈감이 찾아오고 있다.
기억에는 또 다시 묘한 공백이 생겼다.
마지막 남은 기억에서 그녀는 분명 헨돈을 찾아갔었는데, 그러나 헨돈을 만난 이후의 기억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다.
지금 자신이 어떤 경위로 이 어둠 속… 아마도 주어진 방으로 추정된 이 장소에 오게 되었는지도, 알 수가 없다.
두렵다.
무섭다.
떨려온다.
자신이 무슨 짓을 당한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두려움을 참을 수가 없다.
자지를 불끈거리며 세운 수컷들 사이에 던져져 몇 달 몇 년을 계속 따먹히기만 할거라는 소리를 들어도, 지금과 같이 공포를 느끼지는 않으리라.
살벌한 톱날 같은 팔과 거대한 몸을 지닌 괴물을 앞에 두더라도, 그녀가 겁을 먹는 일은 없으리라.
하지만 지금만은.
스스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그 미지(未知)에 의한 공포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
‘꿈… 꿈을, 꿨던 것 같아.’
‘그건 꿈이었을까? 아니면 현실?’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꿈은 무척이나 감미롭고 행복했던 것 같다.
그러나 동시에, 무자비하게도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빼앗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마치 인간의 손에 붙잡혀, 다리를 하나하나 뜯겨져 나가는 벌레가 된 듯한 기분.
자신이 무엇을 빼앗겼는지조차 알 수가 없고.
자신이 이제부터 어떻게 될 것인지도 알 수가 없으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또한 알 수가 없다….
* * *
“…좋아.”
그리고, 잠시 후.
스스로를 껴안은 채 부들부들 떨면서 공포에 젖어있던 케이는, 그러나 오래 걸리지 않아 금방 심신의 안정을 되찾았다.
마법소녀의 정신은 특수한 마법이 걸려있어, 정신적인 부하(負荷)가 일정치 이상으로 초과하여 더해지는 일이 없도록 지켜지고 있다.
이렇게 금방 안정을 되찾은 것도 그 덕분이겠지.
반대로 말하자면, 이 마법과 케이 본인의 태평한 성격으로 인해 지금까지 공포라고 할 것을 느끼지 못했던 그녀가…
그런 케이가 두려워 떨었다는 건, 그만큼 그녀가 느꼈던 그 허탈감이며 감정이 어마어마한 것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케이의 클라이언트인 헨돈과 그 요정 비스킷이 자신에게 무엇을 했는가.
그런 것은, 지금 아무리 생각해 봐야 알 수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도망, 치는 게 좋겠어.”
안정을 되찾은 케이였지만, 그러나 아직 완전히 냉정을 찾은 것은 아니다.
헨돈을 향한 케이의 경계심은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최대치에 달해 있다.
헨돈은 지금까지 케이가 만났던 이들과는 전혀 달랐다.
뭐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 기억이 제대로 남지 않은 케이로서는 확실하게 알지 못하지만…
그러나, 단순히 1차원적이며 성적인 욕구를 풀겠다는 그러한 의도만이 보이는 일반적인 괴인들이라던가.
또는 루판과 같이 자신을 ‘도구’나 ‘소유물’ 정도로 인식하고 그들이 다루기 쉽도록 케이를 개조하는… 그러한 교활한 괴인들.
지금까지 만났던 그러한 두 종류의 괴인들과, 그리고 이곳의 헨돈을 함께 비교했을 때… 분명 헨돈은 그 두 종류의 괴인들 이상으로 악질인 것으로 보였다.
개미지옥과 같이.
점점 더 모래 속에 파묻혀 떨어져만 가고, 그러다가 지면 아래에까지 도달해 돌이킬 수 없는 깜깜한 어둠 속에 갇히고.
그러한 연약한 먹잇감을 단숨에 꿀꺽 집어삼켜버리는 무시무시한 포식자, 개미지옥.
헨돈에 대한 것을 떠올리자면, 구체적으로 그러한 끔찍한 벌레가 떠오른다.
만약 자신을 단순히 따먹으려 한다거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입맛에 맞게 조교하고 세뇌한다거나… 그런 것이라면 어느 정도 용납할 수 있었다.
아니, 용납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백보 양보해서, 케이의 와 특성은 그런 식으로 그들에게 굴복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헨돈은 다르다.
헨돈의 손아귀 아래에 있는 지금, 케이는 자아(自我)라고 불리는 자기자신을 빼앗기고 약탈당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인격을 빼앗긴다.
자아를 탈취당한다.
‘케이’라고 하는 존재 그 자체를 이 육체에서 쏘옥 빼간다.
…맞다, 지금 말하는 이러한 표현이 옳으리라.
이대로 간다면 이 육체에 자신은 더 이상 남지 않고, 텅 빈 인형과 같은 것만 남을 듯한 기분.
그리고 인형이 되어버린 육체에는 만들어진 자아만이 남아, 헨돈이 원하는 대로 그의 소유물이자 인형으로써 평생을 그의 곁에 있게 되겠지….
‘그건 싫어.’
‘평생 노예 취급하는 것은 좋아. 펫 취급해도 좋아.’
‘존엄성 따위 잃어버릴 수 있어. 매일매일 쉬지 않고 따먹히거나 공중 변소처럼 쓰일 수도 있어.’
‘전부 수용할 수 있지만.’
‘그런데… 그건, 왜인지 모르게 싫어.’
‘내가 지워지는 건… 싫어.’
‘무섭고, 떨려….’
그것은 케이의 본능이 알리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다른 것은 몰라도, 헨돈이 하는 그대로 계속될 시… 이번 만큼은, 더 이상 자신이 되돌아 올 방법 따위는 없어질 거라는.
지금까지는 몇 번이나 리트(retry)가 가능했던 게임에서, 그러나 더 이상 리트 따위 불가능한 BAD END 이벤트가 될 것만 같은.
그러한 끝장을 앞에 두고… 케이의 직감과 본능이 경고하는 것일지도.
‘잘은 모르겠지만.’
‘그보다, 어쨌든 위험한 건 알겠어.’
계획했던 대로는 아니지만, 그러나 어쩔 수 없다.
탈출해야 한다.
이곳에서 도망쳐야 한다.
이 이상 자아를 빼앗기기 전에.
이 이상 헨돈에게, 무엇 하나 더 빼앗기거나 지배당하기 전에.
그렇지 않으면, 지구에 돌아가기는 고사하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털려 배드 엔드 직행이 되어버린다…!!
* * *
시계가 있어, 확인한다.
다행이 날짜도 함께 적혀 있는 디지털 시계라, 이전의 기억과 대조해 보면 이곳에 온지 며칠이 지났는지 계산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날짜를 계산하고, 케이는 깜짝 놀랐다.
“13일…!? 13일이나 지났다고?!”
본래 케이가 클라이언트 헨돈에게 대여된 기간은 『7일』 뿐이다.
그러나 그 대여 기간인 7일은 오래 전에 지나, 거의 그보다 두 배 가까운 시간을 이곳에서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기억… 조금 전까진 꿈인지 현실인지 혼동되었지만….’
‘아주 조금이지만, 조각처럼 단편적으로… 일부 기억이 남아있어.’
간신히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을, 최대한 긁어 모아 떠올려 보였다.
그렇게 긁어 모은 기억 중, 헨돈의 의도에 대한 것도 있었다.
그는 자랑스럽게 선언하며, 케이를 루판에게도 돌려주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루판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헨돈의 이 땅 밑에 위치한 은신처를 찾아낼 방도가 없다고도 했었다.
“중간에 『대여 기간 연장』을 요청했던 것이 아니라면… 그냥 계약 따위 쌩까버린 거겠네.”
약속을, 계약을 어긴 헨돈을 루판이 그냥 둘 리 없다.
하지만 계약 기간을 훌쩍 넘긴 지금 케이가 여전히 이곳에 있는 것을 보면, 루판은 헨돈의 은신처를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더욱 최악의 경우는, 헨돈이 요정 비스킷의 힘과 그가 갖춘 사병의 힘을 빌려 루판 측을 도리어 궤멸시키거나 하는 경우인데…
아니, 역시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시 떠올린 기억 속에, 헨돈은 어쨌든 루판의 지구 침공 계획을 칭찬하고 지지해주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굳이 루판에게 손을 대지는 않을 것이다.
루판이 그렇게 해서 안전하다면.
그렇다면 케이는 이곳에서 빠져나가서, 그에게 도움을 구하기만 하면 된다.
그의 보호 아래에 있으면, 헨돈이라도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할 테지.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생각만 해봐야 소용없어.”
“…어떻게 해서든, 나가자. 일단 나가서 생각하자.”
케이는 스스로를 타이르듯 그렇게 말하며, 에서 꺼낸 을 손목에 채웠다.
어쩐 일인지 그다지 충전되지 못한 듯하여, 배터리가 7할 정도 밖에 없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분명 풀로 충전해 왔을 텐데…
세뇌에 저항하기 위해서 가끔 ‘풀파워’로 변신했다 풀곤 했지만, 매번 아주 짧은 순간 변신했을 뿐이고… 그 정도로 이만큼이나 닳을 일은 없을 텐데… 그런데 어째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러나 충분하다.
70% 정도면, 출구로 가는 길만 찾는다면 여유롭고 넉넉하게 쓸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케이는 서둘러 방 밖으로 나왔다.
알몸으로 돌아다니자니 거북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케이가 누워있던 침대 근처에 그녀가 벗은 마법소녀 코스튬이 있어… 곧바로 그것을 껴입고 나온 채다.
코스튬을 입은 자신이, 어쩐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헨돈과 비스킷에 의해 빼앗긴 기억, 그 기억의 시간 속에서 어쩌면 자신은 매 순간 알몸으로만 있었던 것일지도.
‘늘상 있는 일이니 상관없지만.’
그런 것보다, 길이다.
출구로 향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복도로 나오기는 했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케이는 문 바로 앞에 서서 고민에 빠졌다.
지도 따위는 없다.
기억을 빼앗긴 것도 있고, 애초에 기억을 빼앗기지 않았더라도 헨돈이 케이를 이 은신처 내부 구석구석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뒀을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한다면, 찌꺼기처럼 남아있는 기억을 짜집기해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간신히 기억나는 건, 헨돈의 침실 방향인가.”
—그렇다면 그 반대 방향으로 가자.
케이는 시간을 지체하는 일 없이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그 결정대로 방향을 잡고 발을 돌렸다.
개미굴처럼 동굴 같은 느낌의 통로를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나아가고.
그리고 잠시 후, 그대로 우뚝 멈춰 서고 만다.
밤이라는 것을 알리는지 최소화한 조명만이 빛을 비춰오는 어두운 복도 안.
그 복도의 너머에.
“이봐, 마법소녀? 이 야심한 밤에 어딜 그렇게 가는 걸까?”
지금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
클라이언트 헨돈과 그의 요정 비스킷이, 케이가 나아가던 복도를 가로막듯이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