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120
EP.120
#31 결전, 단애의 성!(2)
“케이 언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잇!!!”
그 연회장.
에 상품을 보내기 위해 준비된 연회장의 천장을 부수고 나타난 것은, 언젠가 봤었던 거대한 북슬북슬한 고양이 괴인과, 그 위에 매달린 라피스라줄기를 연상케 하는 푸른 마법소녀였다.
본 적 있는 마법소녀의 모습에, 나는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
저건… 저 푸른 드레스는!
“블루 사피이어?! 왜 네가 여기있어?!”
“왜긴요! 구하러 왔죠! 이만한 마법소녀를 구하면 포인트가… 으흐흐흐흐…!”
아, 저 욕망에 충실한 모습.
너무 믿음직스럽다.
“자, 잡아! 저 여자를 잡아!”
“아, 안 돼… 저건…! 저 분은…!”
“어림없다오오오오오옹!”
“크아아아악!”
문신남의 재빠른 지시에 괴인들이 움직이려 했지만, 블루와 함께 떨어져 내린 몬스터캣의 발톱에 크게 할퀴어지고 쓰러졌다.
『캐, 캣님이다…! 저 분은 못 이겨…!』
『저번에는 야행성이라 잠에서 막 깼을 때 포획한데다가… 정예 괴인도 없잖아 지금은…!』
“한 번 준 신뢰를 저버리다니! 수치스런 동포들이다옹! 죽더라도 할 말이 없겠지 않겠냐옹!”
몬스터캣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뛰자, 괴인들이 종잇장처럼 날아가버린다.
“에에잇! 다 비켜! 내가 상대한다!”
“냐옹?”
파죽지세라는 말이 어울리게, 괴인들이 우후죽순 쓰러져나가는 그 앞에, 몬스터캣에 버금갈만한 크기의 거인이 앞에 나섰다.
글러브를 낀 주먹을 우둑우둑 울리는 괴인은, 무시무시한 기세의 몬스터캣 앞에서도 심상찮은 위압감을 흩뿌리고 있었다.
“이래서 한심한 하급 괴인들은… 엘리트인 이 몸이 이 녀석을 막겠다! 너희들은 마법소녀들이나 도망가지 못하도록――”
“비켜라옹! 잔챙이가!!!!”
몬스터캣이 쑥 내민 손이, 엘리트라 스스로를 칭한 거인의 머리를 꽉 붙들고――그대로 바닥에 세게 내동댕이쳐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꺼억….끄윽….”
함몰되어 무너지는 바닥.
쓰러진 괴인은 머리가 바닥에 처박힌 채, 엉덩이를 꿈찔거리며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옆에서 보면 바닥에서 솟아난 기묘한 장식물처럼 보인다.
『하, 한 방…!』
『엘리트급의 괴인이 한 방이라니… 저런 걸 어떻게 해!』
클라라가 절대 상대하면 안 된다고 하더니… 정말 센 녀석이었구나….
“일문님!”
전이문을 전개시켰던 괴인이, 다급하게 일문의 이름을 불렀다.
“이, 이대로면 전멸합니다! 어서 마법소녀들을 전이문으로…크아아아악?!”
“어……?”
그러나 뭔가 나서서 진언하려던 괴인은, 별안간 가슴 한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린 채 날아가 버렸다.
일문은 날아가 버린 괴인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깜짝 놀란 듯 손을 들어보였다.
피이이이이이이잉-! 하는 공기를 찢는 소리. 이어서 일문의 손에 무언가가 잡혔다. 거센 충격에 당장에라도 팔이 뜯겨나갈 것 같았지만, 놓치지는 않았다.
손에 잡힌 건, 커다란 총알이었다.
“……저격?!”
문신남이 경악한 듯 외쳤다.
* * *
철컹―!
묵직한 장전손잡이가 당겨지며, 차가운 쇳소리가 났다.
“아니… 이 거리에서 쏘는 총알을 손으로 막나 보통?”
“빗나갔냥?”
“빗나가진 않았는데….”
어느 건물의 옥상.
알파는 옥상가에 엎드린 채 자신의 키만큼 커다란 저격총을, 저 멀리 보이는 을 향해 겨누고 있다.
입고 있는 코스튬은 숫자 의 .
특수부대를 연상케 하는 진남색의 점퍼와, 눈부신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짧은 반바지, 그리고 눈 아래를 가리는 착 달라붙는 나일론 마스크가 인상적이다.
“【폭발탄】쪽은? 충전 됐어? 그거 아니면 씨알도 안 먹힐 거 같아 저 문신놈은.”
이름 그대로 착탄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의 탄환이다. 연회실을 뒤흔든 폭발도 이 탄환으로 일으킨 것이다.
안쪽에 기묘한 불꽃이 일렁이는 【폭발탄】을 손에 든 쿠키가 울상을 지어보였다.
“아으으으… 이거 마력이 너무 많이 빨려들어간다냥….”
“쓸데도 없는 마력 여따가 다 써버려!”
“쓰, 쓸데도 없다니… 일단 기다리라냥.”
“빨리 해!”
“노동청에 신고할 거야냥… 난 아직 한 달 정도는 달콤한 디저트에 둘러싸여서 요양해야하는데냥….”
바로 옆에 둥둥 떠있는 건 고양이 인형 생김새의 요정, 쿠키였다.
단애와 피넛의 음모로 구속되어 있던 쿠키였지만, 알파가 성공적으로 구출해낸 것이다.
그나마 피넛이 남아있었다면 이 구출극도 상당히 어려워졋겠지만.
‘피넛은 중간에 사라져버렸지냥… 로 끌려간 건지… 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다냥.’
단애와는 특별한 사이인 것 같으니, 단애가 붙잡힌 지금 아무 것도 안할 녀석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생각나는 건 역시 에 뭔가 덜미가 붙잡혀서 끌려갔다고 밖에는.
“일단 【폭발탄】은 보류. 일반 탄환으로 다른 녀석들부터 쏘라냥.”
“그럴까….”
알파는 다시금 장전된 탄알에 마력을 부어 넣었다. 거리만으로 수 킬로는 떨어져있는 거리다. 군대에서 배웠던 사격술은 이 상황에 도움이 안 된다.
“【호루스의 눈】.”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금빛으로 빛나던 알파의 눈동자에 기묘한 표식이 생겨났다.
동시에 알파의 눈에 저 멀리 블루 사파이어를 중심으로 한 시야가 전개(全開)되어 비쳤다.
수 킬로나 떨어져 있으며, 건물의 벽이며 여러 장애물로 가려져 있을 시야가 마치 여러 대의 카메라 영상을 통해 보듯 전부 알파의 눈과 머리에 들어온다.
코스튬의 메인 마법 【호루스의 눈】, 그 능력은 천리안.
포인트로 지정한 인물을 중심으로, 차폐물 같은 것에 상관없이 모든 것이 알파의 시야에 비치게 된다.
‘연회장에 숫자 다수… 위험해 보이는 녀석들만 보자면… 다섯, 여섯… 일곱인가.’
가볍게 호흡을 고르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묵직한 반동이 개머리판을 지탱하는 얇은 어깨에 전해져왔지만, 마법소녀의 강화된 근력으로 흔들림 없이 견뎌냈다.
“맞았냥?”
“이제 곧.”
스킬 【백발백중】.
마력이 담긴 탄환은 지정한 목표물에 닿을 때까지 멈추지도 않고, 빗나가지도 않는다.
탄환에 담긴 마력이 스스로 각도를 조절하고 경로를 바꾸고, 탄환의 위력을 강화시켜 가로막는 모든 것을 꿰뚫으며――목표한 대상에게 착탄했다.
“맞았어.”
철컹―!
괴인의 머리가 산산이 부서져 붉은 꽃을 피우는 것을 【호루스의 눈】 너머로 지켜보며, 알파는 무미건조하게 새로운 탄환을 장전했다.
타앙―! 철컹―! 타앙―! 철컹―!
사격, 이어서 장전. 다시금 쏘고, 또 장전.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어.’
개조된 지구인인 레벨오버들은 ‘마법소녀 사냥’에 특화되어 있다.
어중간한 괴인들보다 강한 건 둘째치고, 그 외에도 마법소녀가 상대하기엔 상성상 좋지 못하다.
‘못 이길거 뻔히 다 알고 있는데 정면에서 상대할 리가 없잖아.’
알파는 시야 너머로 총구를 들이대며, 키득 웃었다.
에서 좋아하는 캐릭터를 보면 그 성격이 잘 드러난다.
케이가 좋아하는 루비는 정면당당하게 정면에서 깨부수는 편이다. 수수께끼의 마음 파워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한줄기 빛이 되어 적을 쓰러뜨린다.
루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단순호쾌한 모습에 매료된다면, 싫어하는 사람들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비웃는다.
“마법소녀라는 말도 안 되는 픽션물에 현실적이고 아니고를 따진다니, 이래서 씹덕은 무섭다냥.”
옆에서 중얼거리는 쿠키의 말은 무시한다.
반면에 알파가 신봉하는 블루문은 차갑고 현실적인 마법소녀다.
안 된다면 안 되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가지고 있는 도구들과 지혜를 가지고 적의 약점을 칠 방법을 찾는다.
가능한 치사하게, 상대방을 농락하는 것.
그게 바로 블루문의 묘미이자, 매력이다.
물론 그 단순무식한 루비를 빠는 멍청한 것들은 블루문을 ‘마법소녀답지 않다’면서 까지만, 그건 뇌가 녹아버린 멍청한 것들이니까 신경 쓰지 않는다.
타앙―! 철컹!
‘하지만 저격으로는 역시 결정타가 부족해.’
대충 위험해 보이는 괴인들은 전부 처리했다. 아직 쏘지 못했던 녀석들도, 블루 사파이어와 함께 돌입한 뚱뚱한 고양이 괴인이 처리해주었다.
그래도 아직 저 문신남이나 레게머리 같은 레벨오버들이 남아있다.
허접한 괴인들도 너무 많다. 전부 저격으로 처리하기에는 【호루스의 눈】도 【백발백중】은 마력이 너무 많이 소모되니… 다 쏘기 전에 마력이 먼저 떨어져버릴 것이다.
나머지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해줘야한다.
‘뭐, 어린애들도 아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떠먹여주는 것도 좀 그렇지.’
“준비되었다냥, 【폭발탄】.”
“내놔.”
철컹―!
쿠키에게서 받은, 안쪽에 기묘한 불꽃이 일렁이는 탄환을 장전한다.
나머지는 이제 현장의 마법소녀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사람 존나게 따먹었던 답례다, 썩을놈들.”
타아아앙-!
우렁찬 소리와 함께, 알파의 마지막 남은 마력까지 전부 쏟아부은 【폭발탄】이 을 향해 쏘아졌다.
* * *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순재?!”
갑작스런 저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패닉에 빠진 괴인들.
그 사이에서 어떻게든 지휘해보려던 레게머리가 이어진 저격의 표적이 되었다.
두어번의 저격은 단순히 위력이 강할 뿐인 총알이라 레벨오버로서의 강화된 힘으로 어떻게든 막아냈지만, 이번에 날아온 탄환은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키는 바람에 막는 것도, 피해내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근처에 있던 괴인들도 휘말려 산산조각이 났다.
폭염과 연기가 걷히자, 반쯤 함몰된 바닥에 주저앉은, 피투성이의 레게머리가 나타났다.
“어…… 커……!”
죽지는 않은 듯 하지만, 피를 토하는 그 모습을 보면 재기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수, 수수수순재님까지…?』
『도, 도망쳐야… 도망쳐야 돼…! 믿을만한 엘리트 괴인들이 전부 헤드샷으로 죽어버렸다고오오오!!!!』
이 패닉 상태에 그나마 지휘를 맡고 있던 레게머리가 쓰러지고 나자, 현장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 쓰레기놈들아! 죽어도 안 죽는 괴인이 뭘 두려워 해애애애!!!”
문신남은 목이 찢어져라 외치며 괴인들의 주목을 한 몸에 모았다.
“늬들이 죽으면 어떻게 해서든 살려주겠다! 잃어버리는 마력 그 이상으로 잔뜩 불려서 살려줄게! 그러니까 목숨 걸고 덤벼!”
“하, 하지만 일문님…!”
“하지만이거 저지만이고, 여기서 도망치면 내 손으로 죽여주마! 다시는 부활도 못 하게 하나하나 다 기억해서 데이터를 완전히 망가뜨려버리겠어! 저 둘만 어떻게 하면 된다! 고양이 괴인을 붙잡아! 저 파란 마법소녀를 붙잡아! 도망치려는 마법소녀들을 붙잡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서슬퍼런 명령에, 괴인들이 마지못해 달려들었다.
몬스터캣이라는 괴인도 강하지만, 역시 적지 않은 괴인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 같았다.
“제길… 저 놈들이 발을 묶는 사이에…!”
“윽…! 이거 놔…!”
“빨리 안 움직이냐 암캐야?!”
괴인들이 시선을끄는 사이, 문신남이 꾸역꾸역 나를 전송문 너머로 밀어넣으려 했다.
그 외에도 싸움에 참가하지 않는 자잘한 괴인들이 마법소녀들을 억지로 끌고 오는 게 보였다.
지금 이 전송문을 넘어버리면 분명 돌아오지 못한다.
그런 확신에 가까운 직감이 번뜩였다.
“으그그그그그…! 안 돼…! 못 가아아아…!”
나는 꼴사납게 몸을 굴리고 엎드리면서 어떻게해서든지 전송문에서 멀어지려 했다. 당연하게도 나를 끌고가려는 문신남과 힘겨루기를 하는 형태가 되었다.
목줄을 잡아당겨져 숨이 턱턱 막혔지만, 어쩔 수 없다… 참아야한다…!
“이 망할 암캐가!”
찰싸악!
“아흐읏!”
엉덩이를 세게 두드려지자, 몸에 감전이 흐르는 듯 찌리릿 해지더니 한순간에 힘이 빠졌다. 암캐로서 조교된 습관이 나를 지배한 것이다.
“으읏… 안 돼애….”
입으로는 중얼거렸지만, 저항할 의지를 잃은 몸은 문신남이 이끄는 대로 끌려갔다.
이미 전송문은 다시 코앞에.
이대로면 끌려간다…!
“아이참… 비켜엇! 케이 언니! 지금 가요오!”
정신 없이 다투는 괴인들 사이를 누비고, 블루 사파이어가 바닥을 구르면서 정신없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앞 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괴인들 때문에 여의치 않아보였다.
그녀가 나를 안타까운 듯이 쳐다보지만, 나와 블루와의 거리가 너무 멀다.
이대로는 전송문을 넘어가버려…!
‘넘어가버리면 어떻게 될지 몰라… 그리고 지금 나는 전송문 바로 앞에 있고….’
나는 눈을 딱 감고, 결단을 내렸다.
이대로 순순히 넘어갈 바에야….
“블루야아아아아! 나를 얼려어어어어어!!!”
“뭐, 뭐…?”
나를 붙잡은 문신남이 당황하는 게 보였다. 당황하는 기세가 나를 끌고 있는 목줄을 통해 느껴졌다.
“괜찮으니까! 통째로 얼려버려! 최대 화력!”
“아니, 이게… 닥치지 못해…?!”
다급하게 내 입을 막으려는 듯, 문신남의 발이 내 얼굴을 세게 걷어찼다. 얼굴이 확 뜨거워졌다. 코피가 난 것 같았다.
“……네, 케이 언니…!”
“하아… 부탁한다 블루야….”
나는 손 안에 을 만들어 내 커다란 송곳 모양으로 바꾸어 그대로 땅에 박았다. 비죽 튀어나온 송곳의 끝을 붙잡고,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도록 버틴다.
그리고 저 멀리서.
호응하는 블루의 목소리와 함께, 청량한 영창소리가 들려왔다.
“…【새하얀 평원, 그림자 나라의 여왕이여, 이곳에 얼음 왕국의 심판을】!!”
문신남도 블루 사파이어가 무언가 하려는 것을 눈치챘는지, 초조한 눈으로 쳐다봤다.
“……! 저, 저게…!”
이대로 나를 끌고 가는 게 나을지, 아니면 블루 사파이어를 막는게 나을지. 그 사이에서 고민하던 문신남의 대처가 한발 늦어졌다.
그 사이 블루는 영창을 마쳤는지, 나를 향해 망설임 없이 손을 내뻗고 있었다.
“죄송해요, 언니… 【모두 다 얼어붙어라, 윈트룸 템페스타스】!!”
그리고 블루에게서 쏟아진 새하얀 얼음의 폭풍이, 나와 문신남을, 바로 뒤에 있던 까지도 통째로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