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121
EP.121 #31 결전, 단애의 성!(3)
“아… 하아…?!”
빠득, 빠득, 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몸 이곳저곳이 문신으로 가득한 레벨오버. 문신남으로도 불리는 일문은 자신을 뒤덮은 얼음덩어리들을 거칠게 부수고 밀어내며 가까스로 밖으로 나왔다.
에 의해 개조된 대(對)마법소녀용 개조병사 레벨오버.
그 성능의 진가는 외부에서의 마법공격을 무효화시키고, 반대로 마력을 흡수해버리는 에 있다.
피부조직에 섞이듯 심겨진 이 는, 마법소녀의 마법으로 인한 모든 종류의 공격을 무효화시킨다.
단, 치트인 성능만큼 섬세한 장비이기도 해서, 입력해둔 지구의 마법소녀의 마력 패턴에서 조금만 어긋나도 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레게머리가 쿠키의 마력을 담은 탄환의 폭발을 견디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길… 까지 얼어붙었나…!”
블루 사파이어가 불러낸 냉기와 얼음의 대폭풍은 문신남과 케이를 비롯해, 바로 지척에 있던 전송문까지도 전부 얼려버렸다.
덕분에 문신남은 얼어붙지 않고 이렇게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전송문이 이 꼴이 나서야 아무 것도 못한다.
옆에 있던 케이도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죽은 건 아니겠지.
케이는 의뢰받은 최중요 상품이다. 이 여자를 제대로 납품하지 못하면, 이 남자의 모가지부터가 일단 위험해진다.
‘전송문은 얼음이 녹으면 다시 작동하려나… 그러려면 일단 저 마법소녀부터 어떻게 해야….’
일문이 얼어붙은 길 너머에 있는 블루 사파이어를 노려봤다.
블루는 그 시선을 느꼈는지 잠깐 몸을 떨었지만, 이내 입 앞에 손나팔을 만들어 크게 외쳤다.
“마법소녀들 전원 집하아아아압!!”
“응?”
“케이 언니 앞으로 모두 모여요! 반경 5미터 이내로! 빨리이이이이이!!!”
필사적으로 외치는 목소리. 그러나 그 외침소리가 어그로를 끌어서, 블루 사파이어의 대규모 마법에 깜짝 놀라 주춤거리던 괴인들이 꼬여들게 했다.
일문은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순재를 마지막으로 저격은 더 이상 없었어.’
저쪽도 탄환이 부족한 모양이다. 그도 아니면 무슨 일이 생겼거나.
일문이 저격을 경계했던 것은, 동료인 레게머리의 남자, 순재처럼 저격에 의해 당해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순재를 쓰러뜨린 공격은 척 보기에도 그렇게 쉽게 펑펑 터뜨릴 수 있을만한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다음 저격까지 인터벌이 클 거야. 다음 저격이 오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일테고.’
억지로나마 그렇게 믿도록, 스스로를 설득한다. 있을지 없을지 모를 공포 때문에 머리가 굳어져서는 안 된다.
심호흡과 함께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제야 조금 이성적인 사고가 돌아왔다.
‘조금 전엔 당황해서 한 명이라도 많은 마법소녀를 저쪽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전송문이 얼어버린 이상 당장 할 일은 하나 뿐이야.’
뚜벅, 일문이 구두로 바닥을 자근자근 밟으며 앞으로 나섰다.
향하는 곳은 괴인들에게 둘러싸인 블루 사파이어와, 그 뒤에 있는 거대한 고양이 괴인.
우드득, 우득, 목뼈를 풀었다.
‘일단 눈 앞에 있는 침입자들을 처리하고, 마법소녀들은 얼음이 녹으면 차근차근 던져넣자.’
“이봐, 아가씨. 마법소녀들을 집합시켜서 어쩌려고?”
“…당신이 알파 언니가 말했던 그 레벨오버구나… 양아치 같이 생겨서는.”
블루 사파이어는 다른 마법소녀들을 곁눈질 하며 일문을 경계했다.
『아가씨~~! 괜찮냐옹~~~?!』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몬스터캣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규격 외의 괴인이더라도, 중과부적이라는 말대로 다수의 괴인들에게 포위되니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당장 도움은 바랄 수 없겠지.
일문이 괴인들 너머로 몬스터캣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 감옥에서 탈출시킨 건가… 저래서야 도우러 오긴 글렀군.”
“돕다니, 누굴 말인가요?”
“그야 너지, 암캐야.”
“누구보고 암캐라는 거야…! 내가 당신 따위한테 질 것 같아?”
“그럼 이길 거 같아?”
일문은 주머니에서 담배감을 꺼내, 새로운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자신을 앞에 두고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태연자약한 모습에, 블루 사파이어는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하아~ 일문이 담배연기를 크게 내뱉었다.
“클라라라는 여자는 어딨지? 저 돼냥이랑 같이 꺼내갔을 텐데.”
“흥. 누가 말해준대? 메~롱이다.”
“…아가씨 귀엽네. 조교하는 맛이 있겠어.”
“지랄!”
“뭐… 그 여자, 우리 애들한테 독을 탄 음식을 먹이고, 조정실에 멋대로 숨어들어서 조작하다가 걸린 거니까… 그렇군, 그렇군.”
케이가 일문에게 붙잡혀 조교당하던 사이, 클라라는 다시 한번 탈출하고자 시도했었다.
그러다가 꼼짝도 못하고 붙잡히는 바람에, 몬스터캣과 단애와 같이 감시가 엄중한 지하감옥에 갇혀버린 것이다.
애초에 이상하다고 했다. 의 방위 시스템은 견고하고, 외부를 감싸는 배리어도 있을 텐데 이렇게 쉽게 저격을 해대다니.
지금쯤 클라라는 조정실에서 실력을 십분 발휘해 의 시스템을 조작하고 있을 것이다.
일문은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검지와 중지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 건들건들하게 말했다.
“아… 일단 물어보는 보겠는데… 엉덩이 구멍이랑 보지 구멍, 어느 쪽을 더 좋아해? 조교방식 정도는 고르게 해줄게.”
“――사람 우습게 보지마!!!”
참지 못하고 먼저 움직인 것은 블루였다.
선수필승.
먼저 치는 것으로 승률을 끌어올릴 심산이었다.
‘알파의 언니의 말로는, 만만치 않은 상대랬으니까.’
처음부터 풀스로틀로 밟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는 얼음! 그대는 어둠! 그대는 영원!】”
사파이어와 라피스라줄리를 조각해 만든 듯한 기다랗고 아름다운 지팡이가 블루의 손에 나타났다.
타앙!
블루는 손에든 지팡이를 빙글빙글 돌리더니, 그대로 발치에 푹 꽂았다.
지팡이에 블루의 푸른 마력이 스며들고, 그 빛이 몇 배는 불어나며 지팡이가 꽂힌 바닥에 스며들었다.
이어서 나타나는 기묘한 문장이, 지팡이의 끝에서 일문을 향해 넓게 퍼져나갔다.
“음…?!”
“【얼려라, 솟아라, 빙하의 산――윈텀 퀴로스!!】”
다음 순간.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적!
블루 사파이어의 청량한 외침과 함께, 일문의 발치에서 터져나가듯 막대한 질량의 얼음이 솟아났다.
“흐읍!”
와드득! 와득! 우직우직우직우직!
그대로 압사해버릴 듯 덮쳐드는 날카롭고 묵직한 얼음을, 일문은 단순히 몸에 힘을 주는 것으로 막아냈다. 단단한 일문의 몸에 닿은 얼음은 반대로 부서지거나 밀려나면서, 상처 하나 주지 못했다.
“좋아좋아. 기운찬 여자 좋아해! 그런 여자가 울면서 복종할때까지 배빵 때리는 게 진짜 묘미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순순히 잡히자, 아가야~.”
“여자를 진짜 뭘로 생각하는 거야…! 싸이코 새끼…!”
어마무시한 질량의 빙하의 산을 아무렇지 맨몸으로 아무렇지 않게 깨부수고 빠져나오는 일문의 모습에, 블루 사파이어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한번 영창과 함께 지팡이를 휘두르자, 공중에 투명한 얼음으로 만들어진 얼음송곳이 생겨났다. 가히 작은 집의 기둥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두껍고, 거대한 송곳이었다.
하나, 둘, 셋, 넷……… 열 둘!
블루 사파이어는 눈을 번쩍 뜨고, 지팡이의 끝을 일문에게 향했다. 지팡이의 끝을 따라가듯, 공중에 떠있는 얼음송곳도 같은 방향으로 날카로운 끝을 돌렸다.
“【Shoot】!!”
슈아아아아아아악!
블루 사파이어의 호령과 함께 열 개가 넘는 얼음송곳이, 일문을 꿰뚫어버리기 위해 무시무시한 기세로 쇄도한다.
“이야… 찔리면 아프겠는데?”
일문은 천연덕스럽게 웃더니, 마치 권투라도 하듯 두 팔을 얼굴 앞으로 들어올려보였다.
맹렬한 기세로 날아드는 얼음송곳. 그러나 그 기세에도 눈 깜짝하지 않고, 반대로 호흡을 맞추며 주먹을 휘둘렀다.
챙강―!
번개처럼 휘둘러지는 주먹이, 정확히 얼음송곳의 측면을 때리고, 산산조각 박살냈다.
이어서 쏟아지는 얼음송곳도, 차례차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부 박살내버린다.
“아니…!”
여기까지 오면, 블루 사파이어도 초조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케이며 까지 얼려버리느라 막대한 마력을 소비했으며, 만만치 않다는 저 문신남을 상대하기 위해 사용하는 마법 하나하나의 마력소비도 장난이 아니다.
즉, 이제 그녀가 가진 마력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해봐야 한 번이나… 두 번.’
“아가씨, 끝이야? 이래서야 약간 서늘한 정돈데.”
그렇게나 마법을 쏟아부었는데, 여전히 일문에겐 제대로 된 상처 하나 없었다.
마법소녀 사냥에 특화된 개조 인간.
레벨오버.
이미 듣긴 했다지만… 역시 만만치 않아…! 비장의 마법이 하나도 통하질 않으니 답답해…!
답답함은 초조함으로 이어졌다.
“【그대는 얼음! 그대는 어둠! 그대는 재액!】”
블루 사파이어가 일문과의 거리를 재면서, 마력을 쏟아붓는다. 어차피 이 이상 통하지 않을 거라면, 마력을 배분해서 자잘하게 공격하는 것보단 커다란 한 방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삼켜라, 씹어 부숴라, 재액의 짐승――뷘트 마레 윈텀 드라헤】!!”
폭주시킬 기세로 쏟아내는 마력이, 멸망의 날을 연상케하는 무시무시한 얼음폭풍으로 바뀌고, 얼음폭풍은 입을 벌린 거대한 용의 형태로 변모했다.
“호, 호오…”
『으아아아아악!!』
『휘, 휩쓸린다! 저 미친 마법소녀한테서 멀어져어어어!!!』
블루 사피이어를 둘러싸고 경계하고 있던 괴인들이, 불러낸 얼음폭풍의 용에 집어삼켜져 휘날리고 얼어붙고, 난폭한 폭풍에 으깨어지듯 산산조각 나버렸다.
휘우우우우우우웅!
와드드드득! 와득! 우지직!
마치 모든 것을 씹어 삼키는, 얼음으로 된 용.
흐릿한 형체에 재앙과도 같은 폭풍을 일으키며 날아드는 용의 턱이, 그대로 일문을 집어삼키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이게 다야?”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거대한 턱을, 일문은 위아래로 붙잡고 아무렇지 않다는 양 단번에 찢어버렸다.
어이없게 저지당한 폭풍의 용은, 그 자리에서 터져버리듯 무시무시한 냉기와 반짝이는 얼음결정을 흩뿌리며 흩어져나갔다.
그리고.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얼음 결정, 냉기, 그로 인해 생겨난 새하얀 안개 너머에서.
블루 사파이어가 될대로 되라는 듯이 일문을 향해 덮쳐들었다.
드높게 상단으로 올린 손에는, 지팡이 대신 얼음으로 된 거대한 검이 들려있었다.
막대한 질량의 검은 천장까지 닿을 정도였고, 날은 보기만해도 베여나갈 것처럼 날카로웠다.
남은 모든 마력을 긁어모아 극한까지 제련한 【얼음의 검】.
그 검날이, 마치 단두대의 칼날처럼 별을 팔아버린 남자를 향해 떨어져내렸다.
콰드드득!
“……아…!”
그러나 역시.
가능한 최대의 마법을 이용해 시야를 가리고, 허를 찔러 내지른 회심의 공격도, 이 남자에겐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막혀버렸다.
“이제 진짜 끝인 것 같네?”
일문은 떨어져 내리던 칼날을 한 손으로 붙잡았다. 손에 힘을 주고 꽉 쥐자, 손에 붙잡힌 곳부터 시작해 날 전체에 거미줄처럼 쩍쩍 금이 가더니――단숨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크, 으으으….”
날이 사라지자, 블루 사파이어의 손에 남은 건 손잡이로 사용하던, 예의 그 지팡이 밖에 없었다.
그 지팡이마저, 더 이상 유지할 마력이 없어서인지 블루 사파이어의 손에서 녹아내려버렸다.
이제 더 이상 수는 없다.
저 멀리 있는 몬스터캣도 결국 수에는 이기지 못했는지, 잔뜩 상처입고 피로가 역력해보였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자살특공이라도 하듯 덤벼들던 괴인들 때문이다.
“그러면 아가야, 이 아저씨랑 잠깐 재밌는 시간이나 가져볼까?”
이제는 티끌만큼의 마력도 남지 못해 무력해진 블루 사파이어의 앞에, 일문이 가까이 다가왔다.
* * *
퍽! 퍽!
“흐윽… 카흑…!”
“……약하게 쳤어. 왜 이래, 벌써부터.”
무력화 된 블루 사파이어는, 벌써 수 차례 주먹으로 복부를 가격 당하고 있었다.
일반인보다 튼튼한 마법소녀의 몸이라지만 적어도 지나치지 않도록 힘 조절은 하고 있다. 하지만 딱 숨이 끊어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지, 아프지 않을 만큼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일을 이꼴로 만들어놓고, 몸 성히 돌아갈라했어? 응?”
“아아… 학… 그, 그만….”
“아직 말 할 기운이 남았네?”
퍽!
“……!”
꺽꺽거리며, 블루 사파이어가 헛구역질을 했다.
일문은 그런 그녀의 표정을 잘 보려는 듯, 블루 사파이어의 앞머리를 붙잡고 강제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눈물이 살짝 흘러내린 블루 사파이어의 표정을 보니, 그토록 답답하고 짜증 났던 기분이 조금 수그러드는 기분이 들었다.
“표정 좋네, 암캐년. 각오해라 넌. 진짜 주제도 모르고 덤비는 암캐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단애라는 년도 그렇고, 케이라는 년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