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123
EP.123
#31 결전, 단애의 성!(5)
마도구 .
주먹의 반만한 크기의 구슬로, 특정 키워드를 외치는 것으로 기동시킬 수 있다.
이 마도구의 효과는 그 이름대로 디버프. 각종 상태이상이나 봉인 및 저주와도 같은 것들을 전부 해제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레어 아이템이다.
에서 구할 수 있지만 요구 포인트가 무려 390000pt. 결코 싸지는 않았다.
파격적인 효과만큼 사용하는데 제약도 많은데, 한 번 발동한 후 다음 발동까지의 인터벌이 꽤 길다. 대략 3일 정도.
그렇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신중해야 하는데, 에서의 설명을 보자면 효과가 미치는 범위는 구슬을 중심으로 반경 약 5미터 정도. 거기다 엄폐물이 있어서 빛이 닿지 않을 경우에도 효과가 발휘되지 않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에 붙잡힌 마법소녀들은 단애에게 포인트를 전부 【강탈】당했으므로 이 아이템을 살 수가 없었지만, 지하감옥에서 단애의 조언을 들은 블루 사파이어는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탈탈 털어서 아이템을 구입했다.
마법소녀들을 구출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포인트는 상당하다. 그 숫자가 열명이 넘어간다면 더욱 그렇다. 거기에 을 점거한 괴인들까지 철저하게 소탕한다면, 소비한 것 이상으로 포인트를 벌 수 있단 생각에 큰맘 먹고 구입한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변명하긴 했지만, 애초부터 포인트를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그녀는 망설임 없이 구매했을 것이다.
손익을 따지기 보다는 정(情)을 따라 행동하는 게 블루 사파이어란 마법소녀니까.
어쨌든.
지금 이 순간, 의 연회홀.
사전에 계획해 둔 대로, 블루 사파이어가 미끼가 되어 마법소녀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로 몸을 감춘 클라라가 를 발동시켰다.
단애가 마법소녀들에게 걸어둔 이, 지금 이 시간 전부 해제된다…!
* * *
와드득―!
찌직―!
화르르릇…!
『으아아아악!』
『마, 마법소녀들이…! 마법이 돌아왔다…!』
당장에라도 에 쳐넣기 위해 끌려왔던 마법소녀들이, 하나 둘 구속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처에 있던 괴인들을 처리해버린 건 덤이다.
근처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서 불이 타오르고, 전기가 파지직 불을 뿜기도 하고, 물방울이 공중에 떠오르기도 했다.
“이… 년들이.”
그 서슬 퍼런 모습에, 부풀어오르는 위압감에 대(對)마법소녀 사양 특수 개조지구인 레벨오버 일문이 주춤, 뒷걸음질쳤다.
“치잇!”
그리고는 몸을 확 돌려, 를 든 클라라를 덮치기 위해 놓아두었던 블루 사파이어를 도로 붙잡으려 했다. 적어도 인질로라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일문의 손이 닿기 전에.
“더러운 손으로 그 애를 만지지 마라, 오물 덩어리.”
후웅-!
빠악!
“어……?”
한순간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얼굴이 화끈해졌다. 동시에 눈 앞에 있던 블루 사파이어도 사라져버렸다. 남은 것은 케이가 갇힌 얼음기둥뿐이다.
사라진 블루 사파이어는, 멀찍이 떨어진 위치에 어느 마법소녀의 품에 안겨져 있었다.
【가속】 마법으로 한순간에 가속한 그녀가, 블루 사파이어를 구출해내면서 겸사겸사 일문의 얼굴에 펀치를 날린 것이다.
“이 썩을 년이…!”
“……이렇게나 다치다니… 수고했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고마워…..”
블루 사파이어를 품에 안은 마법소녀가, 여기저기 상처가 나고 이마에 피가 흐르는 블루 사파이어의 얼굴을 안쓰럽다는 듯 쓰다듬었다.
적어도 클라라는 이 에서 함께 일하면서 얼굴을 익혔지만, 이 마법소녀는 처음 본다. 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자신들을 구출하기 위해 이렇게나 헌신해준 것이다.
이 자리에 있는 마법소녀들 전원의 마음에 뭔가가 뭉클 올라왔다.
뿐만 아니라, 그녀들의 마음에 새로운 장작을 던져넣기도 했다.
케이의 반항으로 타오르기 시작하던 불꽃이, 지금, 이 순간 블루 사파이어의 헌신이라는 장작으로 더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터벅―
“곱게는 안 죽여, 이 인간쓰레기야.”
그렇게 말하며 한 발 나선 것은, 거대한 도끼를 손에 든 단비였다.
화르르륵…!
“껍질을 벗겨서 산채로 태워주마.”
마녀 같은 모자를 쓴 마법소녀가, 불꽃을 휘감으며 일문을 노려보았다.
휘릭― 차악! 착!
“비 오는 날 먼지 날 정도로 개패 줄 테니까 그리 알아라, 이 개념없는 새끼.”
그렇게 말한 것은 쌍절곤을 화려하게 휘두른 치파오 차림의 마법소녀였다.
“말하는 거 보니까 X나 웃기던데.”
“여자를 사람으로 안 보더라고.”
“남자가 다 저런 건 아니겠지.”
“저런 놈은 거시기를 떼버려야 된댔어.”
“저 문신 설마 패션이라고 한 거야? 촌스러워서 완전 눈갱~.”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지도 여자 배에서 나왔단 걸 모르는 거 같은데?” “엄마 뱃속에 돌아가고 싶어질 때까지 패주자.” “좋아.” “죽일 거야? 죽이는 거지?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잘라버리자. 키히히히.” “케이 언니처럼 거길 뿌셔버릴까…?” “다, 다들 히, 힘내요…! 여, 열심히 처죽이는 거예요…!” “내가 왔다 이 말이야아아아!” “꺄후우!” “야후우!” “뭐, 목소리가 큰 사람의 특징은 알고 보면 속이 비어있으며 행동 하나하나가 열등감의 반동으로 인한 것이라는 게 명백하다고 할까요. 인간적으로 뒤떨어지는 거죠, 네.” “여자 사귀어본 적도 없을 거야.” “돈주고 사귀었을지도 몰라요.” “원조교제?” “어머어머어머어머… 세상에 저런 인종도 있었군요… 불쌍해라….” “친구야, 틀렸어. 저건 인종이아니라… 뭐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인간은 아니야. 분명해.” “괴물이라고 하면 되지?” “몬스터~ 몬스터~.”
조잘조잘조잘조잘
수군수군수군수군
전에 없이 모여 위압감을 흩뿌리는 마법소녀들의 모습에 괴인들은 얼어붙었으며, 마법소녀들에게 둘러싸여 그녀들의 지탄의 대상이 된 일문은 눈가 아래에 피곤한 듯 다크서클을 새긴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 * *
주변은 온통 적의로 가득차 있다.
아니, 원래부터 그랬다.
마법소녀란 것들은 이상하다.
아무리 짓밟아도 의지가 사라지질 않는다.
마법을 쓸 수 있든 없든.
지금이나 조금 전이나 마찬가지인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
무너지질 않고, 쓰러지질 않고, 절망하지도 않고, 약해지지도 않고.
‘…X발….’
일문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X발… 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X발’
“――눈 깔아.”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날 그런 눈으로 보지마.
쓰레기라는 식으로 보지마.
왜 날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눈 깔라고, 이 년들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앙!
일문이 거세게 발을 구르자, 연회홀의 발 아래가 깊이 파이고, 바닥에 거미줄 같은 금이 쩍쩍 일어났다.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마법소녀들의 눈은 변함 없었다.
침묵 속에서, 여전히 그를 경계하며 노려보고 있다.
왜?
어째서?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왜 눈이 죽질 않는 거야?
적당히 굴욕을 주면 꽃이 고개를 떨구는 것처럼 포기해야하는 거 아닐까?
이 정도면 절망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 정도면 포기하고 벌레처럼 바닥을 설설 기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그랬는데!
――내가 그랬는데!!!!!!!!
도대체 왜 이 여자들은, 힘이 있든 없든 저런 눈을 할 수 있는 거지?
도대체 왜?
“……포기하세요, 당신. 이만한 마법소녀를 상대로 이길 수 있으리라곤 생각 안 하겠죠.”
짐승처럼 매섭게 노려보는 일문에게, 어른스런 분위기의 마법소녀가 조용하게 설득했다.
“당신이 한 짓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구인인 당신은 괴인들처럼 죽어도 되살아나거나 하지는 못할 거예요. …그러니, 항복을 권유합니다. 구속은 하겠지만, 목숨은 보장해드릴게요. 여기 있는 누구도 살인은 원치 않을 테니.”
다른 마법소녀들은 불평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딱히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적의를 거두지도 않았지만.
‘아… 그런가.’
그 따끔따끔 미지근한 시야 속에서, 일문은 심드렁한 눈으로 그녀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한 명 한 명, 조금 전까진 알몸이었지만 지금은 각자의 성격을 드러내듯 각양각색의 코스튬을 입고 있는, 반짝이는 눈의 마법소녀들.
그제야 좀 알 것 같았다.
일문은 스스로 납득했다.
저것들은.
저 여자들은… 머리가 이상해져 버린 게 분명하다.
마법소녀란 건 병인 게 분명하다.
뭔가 바이러스 같은 거다.
마법소녀라고 망상하게 만들고, 뭐든 되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어떤 상황에도 희망은 있다던가 자신들은 옳다던가 생각하게 만드는 미친 마약 같은 바이러스인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상할 게 없다.
그래서 저 여자들이 저런 눈을 하는 거다.
그래. 생각해보면 저 퍼런 마법소녀도 그렇다.
자기 몸을 희생해서까지 다른 이들을 구출한다던가. 저렇게 엉망이 될정도로 미끼가 되어서 기회를 만든다던가.
절대로 상식이 있는 정상적인 인간이 할만한 생각도 행동도 아니다.
저것들은 비정상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나만은.
내가――――정상인 거야.
“………하.”
피어오르는 흙먼지 속에서, 일문이 실소를 흘렸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광소(狂笑). 흉소(凶笑). 가가대소(呵呵大笑). 냉소(冷笑). 폭소(爆笑). 조소(嘲笑). 대소(大笑). 절소(絶笑). 학소(謔笑). 파안대소(破顔大笑).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드높은 웃음소리가, 홀 안에 울려퍼졌다.
그 서슬퍼런 기색에 마법소녀들이 고운 눈썹들을 모으고, 언제든 요격하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던 일문의 웃음소리는, 마치 전원이 나간 듯 한순간에 뚝, 끊겼다.
“……됐어.”
일문이 팔을 축 늘어뜨리고, 정면의 마법소녀를 쳐다봤다.
조금 전 항복을 권고한 그 차분한 분위기의 마법소녀였다.
“됐다고.”
“항복하겠다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누군가 포박할 수 있는 마법을――”
“경매고 상품이고, 됐다고 이 돌은 년들아.”
차분한 분위기의 마법소녀가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일문은 멈추지 않았다.
“이 또라이년들아. 됐다고. 됐어. 마음에 안 들어. 진짜, 전부 울려버리지 않으면 성이 안 차겠어. 울고불고 애원할 때까지 보지에 처박아주지 않으면 안 되겠어. 이제 됐어. 고 뭐고, 다 됐어. 각오해 이 년들아.”
일문에 피부에, 희미하게 빛이 떠올랐다.
몸 내부에 심겨진 로서의 회로가, 지금 열이 나 타오를 기세로 윙윙 돌아가고 있었다.
컨디션은 최상이다. 지금의 그는 최고로 강하다. 마법소녀 따위에게 지지 않는다.
“조교 시간이다. 다 덤벼.”
* * *
휘잉-! 화르르르릇!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불이 날아들고, 바람이 휘몰아치고, 질량을 가진 물방울이 일문을 에워싸고.
마법소녀들은 온 힘을 다해 일문에게 덤벼들었다.
각자가 가진 특기가 모두 달라, 한 명의 공격을 막았다 생각하면 둘, 셋은 되는 공격이 일문의 허를 찌르고 날아들었다.
마치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그녀들의 일방적인 파상공세에 견딜 수 있는 괴인은 없으리라. 근처에 둘러싸고 있던 괴인들도 후폭풍에 말려들어 믹서기에 갈아 넣듯 전부 갈려나갔다.
그러나.
“하아… 하아… 이것들이…!”
그럼에도 일문은 옷은 좀 너덜너덜해졌어도 여전히 건재했다.
“이게 다냐?! 응?!”
퍼억!
“……아욱…!”
일문의 주먹에 한 마법소녀가 명치를 세게 얻어맞고, 위액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일문은 몸을 숙인 마법소녀의 턱을 가차 없이 걷어차 기절시켰다.
이미 서있는 마법소녀는 셋도 남지 않았다. 그중에 단비와 에르도 있었으며, 클라라는 오래전에 일문의 손에 너덜너덜해져 다른 마법소녀들과 함께 주변에 쓰러져 있었다.
마법소녀 대항병기로서, 웬만한 마법소녀들로는 일문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설계된 몸이다.
마법소녀로서는, 그를 이길 수 없다.
“하앗… 하앗… 하…!”
“너네들은 머리가 이상해진 거야. 마법소녀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거다. 알겠냐?”
일문은 아까부터 저 소리를 반복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싸우면서도, 가차 없이 마법소녀들을 날리고 기절할 때까지 패면서도.
그 내용과 귀기어린 표정에, 대치하는 마법소녀는 오싹한 한기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