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125
EP.125
#31 결전, 단애의 성!(7)
* * *
쿠웅! 텅! 터엉!
일문의 몸이 공중을 다섯바퀴는 돌고 날아가 처박혔다.
“끄, 아아아아아아……?!”
지금껏 느껴왔던 화끈거림도, 얼얼함도 아니라, 완전히 얼굴의 어딘가가 함몰된 건 아닐까 싶은 묵직한 고통에 일문이 비명을 질렀다.
“아파… 아파아파…!”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얼음조각 사이에서 붉은 코스튬의 마법소녀가 걸어나온다 싶더니, 어느샌가 자신의 몸이 날아가 있었다.
시야 저편에, 자신이 있던 자리에 케이가 서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에 다가와, 주먹으로 때렸다. 그런 거려나…?
‘가 작동이 안 됐나…?’
그렇지 않고는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다. 이 아픔을 이해할 수가 없다. 배리어만 있는데 이런 고통을 느낄리가 없다!
속도야 조금 전에도 능력을 사용하는 마법소녀가 있었으니까, 어떤 마법을 써서 빠르게 움직였다고 하면 납득이 갔다. 그것도 아니면 같은 종류일지도 모르겠다.
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피부에 자주색 빛의 선이 내달렸다.
좋아, 이제 는 확실히 작동한다. 이제 더 이상 저 여자의 공격에 데미지를 입지는 않을 것이다.
‘하, 한 번 봤으니까… 다음에는 안 놓쳐….’
얼굴을 감싼 손 아래에서, 일문의 한쪽 눈이 그로테스크하게 데굴데굴 움직였다. 대(對)마법소녀 사양으로 개조된 이 의안은 마법소녀의 마법을 보고 기억한다.
한 번 본 마법을 눈에 새기고 그 즉시 분석해낸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는 대단하지만, 그래봤자 마법소녀의 마법이라면 얼마든지 조질 수 있다.
‘한 번 분석한 마법에 또 당하지는 않아… 이 눈에 다 표시돼.’
어디로 날아올 건지, 어떻게 날아올 건지, 규모는 어떻게 되는지, 얼마나 빠른지――전부, 훤히 드러날 것이다.
“일어나, 마.”
“헤?”
그렇게 생각하며 기고만장해 있었는데, 별안간 멱살을 붙들려 억지로 일으켜세워졌다.
‘어? 어? 언제 또 여기로 왔지? 마법? 어라? 근데 왜 눈이 반응을….’
“이 악물어. 멍 때리다 한 방에 골로 갈라.”
“아…?”
쉭― 퍽!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갔다.
짜악!
이번엔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퍽! 콰직!
이번엔 명치, 그리고 복부.
퍽, 뻑, 빠각! 우드득! 퍽,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
그리고 이어서, 전신.
“…….!?!”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주먹과 무릎, 나긋나긋한 팔과 다리를 아낌없이 사용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폭풍우 같은 연격에 일문의 시야가 상하좌우로 정신없이 돌아갔다.
마법소녀들의 마력을 잔뜩 머금은 데다, 케이의 주먹이 닿을 때마다 그녀의 마력을 흡수해 실시간으로 방어력을 보강하는데도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꾸…… 가……?!”
‘이, 이거….’
이번엔 턱을 얻어맞아 고개가 위로 푹 꺾였다. 뇌가 흔들리고, 눈앞이 핑글 돌고 그대로 기절해버릴 뻔했다.
‘배리어는, 작동하고, 있는, 데….’
손가락 하나를 까딱하려고 하면, 그 전에 두세 번가량의 펀치가 날아왔다. 꼼짝도 할 수가 없고, 완전히 샌드백 처지가 되어버렸다.
‘미, 친…! 배리어로도, 상쇄가, 안 돼……!’
모든 마법을 분석하는 눈알이 데굴데굴 굴렀지만, 아무 것도 분석해내지 못했다.
마법이 아니다. 단순히 동작이 지나치게 빠르다. 주먹도 단순히 마력이 잔뜩 담겨 있는 것뿐이다. 배리어가 감당해내지 못할 가공할 마력이 담긴 주먹이 몸에 무자비하게 파고든다.
‘아, 안 돼…!’
시야가 어그러진다.
‘정신이, 혼미해, 져서――’
“마, 마법소녀어어어어어어어어어!!!!!”
일문의 눈에서 불똥이 튀고, 거칠게 몸을 들이밀어, 케이를 밀쳐냈다.
“앗.”
콰앙!
케이가 살짝 놀라 눈을 크게 뜨는 가운데, 일문은 바닥을 세게 짓밟아 바닥을 불안정하게 뒤흔들더니, 그대로 케이에게서 거리를 두고 이탈했다.
“흐, 흐으으으으… 아, 아파… 아파아파아파…!”
“지 아픈 건 아나 보네.”
일문은 얼굴과 몸을 감싸고 흉흉한 기세로 케이를 노려보았다. 코에서는 쌍코피가 줄줄 흐르고, 뼈가 몇 군데 부러진 건지 숨을 들이내쉬는 것만으로 격통이 내달렸다. 얼굴은 달덩이마냥 반쯤 부어올랐다.
그러나 애초에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무시무시한 마력이 담긴 케이의 주먹이었지만, 와 레벨오버로서의 튼튼한 몸으로 견뎌낸 것이다. 금이 간 뼈도 안쪽에 모아둔 마력을 소진하며 급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일문은 눈을 이리저리 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뻐끔뻐끔거리더니, 품 안에서 나이프를 꺼내고,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까, 깔아…!”
“응?”
“누, 눈 깔라고… 이 년아.”
제정신인가.
케이가 눈을 깜박깜박 감았다 뜨다가, 내밀어진 칼끝을 싸늘한 눈으로 내려보았다.
공포와 아픔으로 젖은 일문의 눈은, 그럼에도 극히 진지하게 케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게 가르쳐 줬잖아… 교육했잖아! 그냥 남자한테 굴복하는 암캐가 되었잖아! 왜! 왜 멋대로 움직이는데…! 왜 반항하는 건데에에…!”
케이가 혀를 찼다.
그 모습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은지 일문이 으르렁 거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들 정상이 아니야….”
“…….”
“귓구멍 파고 잘 들어 마법소녀! 마법소녀란 건 병이야! 바이러스라고!
제 주제도 모르고,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뇌가 마비된 게 분명한 거야, 응?!
제대로 땅에 발붙이고 사는 상식적인 인간들이면 이렇게 행동은 안 하지. 안 그러냐고!”
“…….”
“너네 마법소녀들은 괴인들을 때려 패고 정의다~하고 기뻐하지? 괴인들도 사정이 있다는 건 생각도 안 하고!
꼴 같잖은 것들이 자기들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고! 그러니까 그런 눈들을 하는 거야!
지들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니까, 힘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아아!”
“…….”
“빡대가리년들! 약쟁이들! 환자들! 머리가 돌아버린 거야! 그러니까 고쳐줘야지! 제정신 차리게 만들어줘야지!
너도야, 케이! 이 상황에 깨어나니까 뭔가 된 것 같아? 마법 좀 쓸 수 있게 됐다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천만에! X신아! 똑같애! 희망도 없고 꿈도 없고 아무것도 없――”
“이거, 네 담배야?”
신들린 듯이 장광설을 늘어놓던 일문의 말을 끊고, 케이가 바닥에서 가만히 무언가를 주워들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반쯤 빈 담배갑이었다. 조금 전 일문이 케이에게 얻어맞으면서 주머니에서 떨어뜨린 것이다.
케이는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입에 물고, 마법으로 자그마한 불꽃을 만들어 불을 붙였다. 에서 구매한 적 있는 생활마법인데, 참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
폐부 깊숙이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고, 푸하~ 하고 내뱉었다.
“……야.”
“?”
“내가 그런 거 물어봤냐, 새꺄.”
케이가 담배를 입에 꼬나물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X나 이해 안 가는데 잠깐 잠들었다 일어났더니 사람을 미친놈 취급하고 있네.”
“아니….”
“야, 난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여자한테 폭력은 휘두르면 안 된다…라는 말도 일단 안 해. 안해안해.
얘네들 다 웬만한 남자보다 쎈 한 따까리 하는 여자들이고, 똑같이 폭력 쓰는 애들이잖아.”
폭력으로 자기 몸을 못 지킬 거라면, 애초부터 폭력을 휘두르면 안 된다.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똑같은 폭력에 당할 걸 각오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케이는 장렬하게 싸우고 쓰러진 마법소녀들을, 무엇보다 얼굴 여기저기가 상처투성이가 된 블루 사파이어를 분한듯이 내려보았다.
“근데 여자 얼굴에 상처 내는 건 좀 아니지.”
“…….”
“싸우는데 남자는 거시기, 여자는 얼굴, 절대 손대기 금지. 알잖아? 너도 거시기 처맞아서 나한테 열폭했잖아.”
“…….”
“난 네 거시기 때렸으니까 네가 내 얼굴을 불로 지지든 뭘 하든 상관없거든. 애초에 네가 먼저 내 얼굴 밟기도 했었고. 근데 얘네들이 네 거시기 때렸냐?”
“…….”
“상식이 없는 새끼한테 상식 소리 들으니까 X나 착잡하네.”
케이가 한 번 더 깊게 연기를 내뱉고, 담배꽁초를 대충 비벼 껐다.
“그리고 그거 빼도, 그냥 너 마음에 안 들어 새꺄. 그래서 패는 거야.”
또각, 하는 발소리가 울렸다.
“히익! 오, 오지마…….!!”
“그러니까――”
케이는 내밀어진 칼끝에 아랑곳 않고 일문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펄럭이는 붉은 드레스 자락이 펄럭이는 것이, 그 나긋나긋한 발걸음이 마치 어느 고귀한 귀족의 영애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뭇내 우아해, 일문은 넋을 잃은 채 응시했다
잠깐 멍하니 있었을 뿐인데, 케이는 이미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대로 일문이 든 나이프의 날을 손으로 꽉 쥐고, 손가락으로 뚜욱 부러뜨려버렸다.
땡그랑!
손잡이가 사라진 날을 대충 바닥에 버려버린 케이가, 생긋 웃었다.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어보인다.
“분위기 파악 좀 하고 살자★?”
퍼억!
“……?!”
복부에 강렬한 앞차기.
위치걸 루비에게 어울리는 붉은 구두굽이 일문의 복부에 깊이 파고들었다.
배리어의 허용상한, 그리고 레벨오버의 내구성을 아득히 뛰어넘는 통렬한 일격에, 구두굽이 파고든 복부부터 시작해 일문의 온 몸에 안쪽에서 잡아 찢는 듯한 통증이 퍼져나갔다.
“끄…허……!”
으직으직으직으직으직으직으직으직!
무언가가 뒤틀리고 어그러지는 듯한 끔찍한 소리가 일문의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케이는 눈을 반짝이며, 추가로 마력을 끌어올려 구두에 모았다.
【래디컬 포이어】에 이은, 폭렬계 마법소녀 위치걸 루비의 필살기 중 하나.
“【마법소녀의 앞길을 막는 것은 다 터져버려라】!”
낭랑한 영창과 함께 케이의 구두가 붉게 달아오르고,
“【봄버레아 포이어】!!!!!!”
콰앙!
이어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불똥을 튀기며 일어난 섬광에 떠밀리듯, 일문의 몸이 포탄처럼 날아갔다.
문신투성이의 몸뚱아리가 매섭게 날아가 벽을 몇 개나 파괴하고 무너뜨리며 잔해 사이에 처박혔다. 흙먼지가 가득 피어오른다.
“쯥… 별 것도 아닌게.”
케이는 먼지를 떨궈내듯 구두굽을 바닥에 탁탁 두드렸다.
* * *
대충 이것으로 일단락 난 건가?
날아가버린 문신남은 흙먼지에 완전히 가려져버렸다. 역시 좀 더 패줄걸 그랬나, 하고 뒤늦게 후회했다.
원래는 저번에 못 터뜨린 불알을 마저 깨뜨려줄까 했는데, 발차기를 날리기 직전 남자였던 과거의 자신이 끝내 만류한 것이다.
‘끄응. 물렀어, 물렀어. 터진 귤보다 물렁했어. 별까지 팔아먹는 저딴 인간쓰레기는 마음 독하게 먹고 확실하게 처리했어야 하는데.’
아직 살아있다면 괴롭힐 기회는 있을 것이다. 거기에 희망을 걸어보자.
“대단해….”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별안간 벌꿀 같은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여전히 구속되어 두 손이 부자유한 단애가 파편에 기대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맞아. 복수해야 할 놈이 하나 더 있었지.
나는 성큼성큼 단애를 향해 걸어가 그 앞에 우뚝 섰다.
나름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어보였는데, 단애는 그런 거 상관 없다는 듯이 생글생글 웃으며 마주 볼 뿐이다.
“야, 할 말 없냐?”
“케이는 멋있구나~.”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케이 날 가져~.”
“장난하지말고!!!”
“……장난하는 건 너겠지, 케이야.”
단애가 차가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앉아』.”
단애가 나직히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순간 내 무릎이 무너져내리며, 단애의 앞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엥?”
“아직 이거 내 손에 있거든?”
그렇게 말하며 단애가 손을 들어 보이자, 그녀의 몸에서 솟아나듯 새카만 빛의 마석이 솟아났다. 내 몸을 지배하던 그거다!
“어, 어, 어, 어째서 아직 가지고 있는 거야?!”
“그런 건 알 필요 없고. 이게 있으면 어차피 케이는 아무 것도 못하잖아?”
“끄으으으…!”
“어때? 이대로 알몸 자위 시키면서 거리를 돌아다니게 해줄까?
아, 아니면 방송하자 방송! 케이의 음란한 모습을 전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야.
좋지? 케이라면 후원도 엄청 받을 거고! 그러면 순식간에 일확천금 부자가 되는 거야!”
나는 이를 갈며 단애를 노려봤다.
“진짜… 끝까지 나쁜 년…!”
“맞아, 나쁜 년이야. 이제 알았어?”
단애는 호호 웃으면서 말하더니, 천천히 눈을 가늘게 뜨고 손에 든 마석을 내려봤다.
그리곤 마석을 쥔 손에 힘을 주더니, 그대로 쨍그랑! 깨버렸다.
……어?
어어어어어?
놀란 내 시야 속에서, 마석은 자그마한 파편으로 변해 떨어져 내렸다. 몸을 짓누르던 압박감도 단숨에 사라졌다.
“이제 됐어… 지지고 볶든 마음대로 해.”
단애는 체념하는 표정으로 담담하게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