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126
EP.126
#31 결전, 단애의 성!(8)
“이제 됐어. 재미도 없고. 그 재수없는 놈이 남겨준 거 쓰기도 싫고. 이렇게 비참하게 당해놓고 구질구질하게 구는 것도 쪽팔려… 구워먹든 삶아먹든 맘대로 해.”
단애는 후련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니, 아닌가.
후련하다고 하기보다는, 어딘지 체념한 얼굴이었다.
“진짜 한다?”
그건 그렇고.
나는 손에 을 불러냈다.
형태 변화! 딜도(특대 사이즈)!
“……그걸 어쩌려고?”
“쑤실건데?”
“……진짜?”
단애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가 한 짓 생각하면 한 달 내내 쑤셔줘도 부족하지 않거든?”
뺨을 때리거나 투닥투닥 짓밟는 것도 생각은 해봤는데, 어쨌든 단애는 딱히 부당한 폭력은 휘두르지 않았으니까.
내가 복수에 미친 살인귀도 아니고, 똑같이 복수해주면 끝이다. 단애가 말한 것처럼, 그 이상 뭔가 하려들면 구질구질하다.
“아, 그보다 포인트 돌려내!”
“미안~ 그건 못해~.”
“왜 못해!”
“아하하하하! 아니, 주고 싶어도 못 줘~”
“이익~~~~!”
멱살을 붙들고 짤짤짤짤 흔들어봤지만, 단애는 의미심장하게 웃기만 할 뿐 딱히 설명은 해주지 않았다.
이 년이!
후회할 줄 알아!
나는 격노하며 단애의 다리를 거칠게 쫙 벌렸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몸이다보니 손쉽게 벌어진다.
동시에 허벅지 사이의 소중한 음부 균열도 쩌억 벌어졌다. 단애에게 수치를 주기 위해서인지 옷조차 주어지지 않아 알몸이다보니, 가려질 것도 없었다.
“아, 아무리 나라도 이건 좀 부끄러운 걸….”
“시끄러. 닥쳐. 이제부터 잔뜩 울려줄테니까.”
“이대로 그냥 넣으면 아플 텐데….”
부끄러워하는 단애의 목소리에 떠밀리듯, 나는 흥미진진하게 벌어진 야트마한 둔덕을 유심히 쳐다봤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든지 유혹할 것 같은, 알 수 없는 진한 페로몬이 풍겨오는 것 같았다.
더이상 가 아닐텐데도, 요사스러운 음기(淫氣)가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지금껏 단애에게 당하기만 했지, 내 쪽에서 그녀를 덮치는 일은 없었다.
단애는 어쨌든 단정한 외모의 미인이다. 빛을 빨아들이는 새카만 흑발도, 새카난 눈동자도, 그 외의 살집이 생각보다 부족해 보이는 나긋나긋한 체형도 『동양의 미인』이라는 인상.
그런 그녀가 살짝 입을 벌리고, 약간 상기된 얼굴인데다, 꼼짝도 못 하고 나한테 당하게 생겼다.
그 사실이 뭔가 오싹오싹한 기분을 불어넣어 주었다. 알 수 없는 흥분으로 머리가 뜨거워지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과연.
이 녀석도 이런 기분으로 날 범했던 거로군.
혹시나 싶어 에 마력을 부어 넣어봤더니, 상상했던 대로 문어의 다리마냥 꾸물꾸물 움직여주었다.
“히, 히이익. 우, 움직인다아….”
“남의 보지에 이상한 생물을 넣었던 녀석이.”
“케, 케이야. 살살 해줘어….”
하아, 하아, 숨을 내쉬면서. 혀로 입술을 핥으며 딜도로 변한 스틱을 그녀의 보지에 꾸욱 가져다댔다.
단애가 눈을 꼬옥 감고, 보지균열이 천천히 열리고――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어?”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기이한 소리에, 나와 단애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소리의 발생지는 저 너머, 얼어 붙어있던 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꽁꽁 얼어붙었다고 생각했는데, 둘러싼 얼음도 깨지고 바스라지고 있었다. 그 너머에선 저 너머로 이어지는 새카만 통로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X됐다… 장난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네.”
“케이야, 일단 이거 나중에 하고 도망부터 칠까…?”
딱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광경에 우리는 시선을 마주쳤다.
일단 도망치자!
『――――어어어어……』
“응?”
그러나.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절대로 우릴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저 너머에서 요란한 포효소리가 울려퍼졌다.
* * *
“허억―! 허억―……?!”
석재 파편을 털어낸 일문은 온몸을 발열시켰다.
케이의 필살의 일격에 얼마나 날아온 건지 모르겠지만, 온몸이 으스러진 것처럼 격통이 내달려 정수리까지 올라왔다.
‘싫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서 이렇게 비참한 꼴을 당하고 있단 말인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인생이었다. 일은 항상 뜻대로 안 되고, 앞날은 늘 막막했다.
날 때부터 선택받은 재능 있고 돈 있는 사람들에게 굽실거리며 비굴하게 살 수밖에 없던 인생이다.
설상가상으로 여자를 잘못 만나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재산도 전부 털려버렸다.
자살까지 생각하던 그였지만, 우연히 적성이 있다면서 스카웃 당하고, 에게 몸이 개조되었다.
그러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뭐든 해내고 싶었다.
기회를 주지 않는 인생에 빅엿을 먹여주고 싶었다.
자신이 맛봤던 불합리와 쓰레기 같은 세상을, 저 고민 하나 없어 보이는 반짝이는 계집들에게도 선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성공할 거야…!’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다. 자신의 인생을 망쳐놨던 여자를 깔아뭉개주고 싶다.
‘나는 한심한 인간이… 아니야…!’
뭐라도 하고 싶다.
뭐라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목소리만 컸던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버린다.
“우… 어어…!”
분노를 불씨로, 마력을 연료로.
일문은 개조받은 모든 기능을 활성화 시키며, 근육을 부풀렸다.
부풀리고, 부풀리고, 부풀리고, 부풀리고.
우드득! 와득!
비대해지는 근육에 뼈가 부러지고,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무시하고 더더욱 부풀린다.
한계치까지 부풀린다. 부러진 뼈는 더더욱 단단하고 커져가며 보강되었다.
팔에 근육이 덕지덕지 붙어 기묘한 형상이 되어간다. 피부색이 차츰 변해가는 게 느껴졌다.
얼굴이 커져가는 게 느껴졌다. 턱이 짐승의 그것처럼 단단하고 굵어져갔다.
이가 뽑혀져 나가고 더더욱 흉악한 괴물의 이빨이 돋아나는 게 느껴졌다.
“우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인간에서 흉측한 괴물로 변모한 그가, 포효를 내질렀다.
* * *
별안간 들려온, 성 전체를 울리는 쩌렁쩌렁한 포효소리.
이어서 쿠웅! 쿠웅! 하는 발소리. 그리고 벽을 부수며 다가오는 거대한 몸뚱아리.
피어오르는 흙먼지와 무너져내리는 잔해 속에서,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뭔가가 왔어!
“……저거, 그 남자네.”
“하다하다 변신까지 하냐.”
“3단 변신은 보스몹의 특권이양~.”
여유로운 목소리였지만, 눈을 가늘게 뜬 단애의 얼굴은 잔뜩 굳어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느끼는 것처럼.
“녀….”
“마법소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5미터는 될법한 거구가 몸을 낮추더니, 땅을 기는 짐승처럼 질주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덮치기 위해. 우리를 밀어내기 위해.
가속한 것은 한순간, 그 거구와는 어울리지 않는 터무니없는 속도로 달려드는 괴물은, 시속 200km를 넘는 속도로 달려오는 대형 덤프차량 같았다.
괴물은 일직선으로 달려들었다. 위치상으로 보자면, 우리는 딱 저 괴물과 의 사이에 있었다. 저 단순한 돌진에서 대강의 의도를 파악했다.
저 녀석, 우릴 으로 밀어내려고?!
“케이! 에르가!”
“알아!”
피한다, 라는 선택지는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피해내는 정도는 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내 뒤에는 단애가 있었고, 그 뒤에는 쓰러진 마법소녀가, 무엇보다 전송문 바로 앞에 에르가 있었다. 그냥 단순히 피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요격.
아니, 요격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마법을 쓸 여유도, 다른 공작을 할 기회도 없었으니까. 이 상황에 믿을 수 있는 건 마력으로 강화된 근력 밖에는 없었다.
나는 두 팔을 내밀고, 단단하게 땅을 밟고――날아드는 괴물의 몸을 가로막았다.
“끄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꺄앗?!”
치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괴물은 비대해진 두 팔을 내밀어, 솥뚜껑만한 손으로 나와 단애를 밀어냈다. 무게와 돌진의 기세까지 실려 있으니 내 다리는 바닥과 마찰열을 일으키며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두 팔이 자유롭지 않은 단애야 말할 것도 없다.
‘마력이… 잔뜩 빨려들어가…!’
티는 내지 않았지만, 조금 전 문신남을 난타할 때도 마력이 쭉쭉 빨려나갔었다. 그 이상 계속했으면 위험할 정도로.
그러나 지금 빠져나가는 양은 더욱 심상치않았다. 이 모습이 된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조금 전의 다섯 배 정도로는 더 잔뜩 빨려나가는 기분이다.
이런 상황에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갈 리 없었다.
‘안 돼. 이대로는 저 터널에…!’
이미 은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블루 사파이어의 얼음 때문에 어디가 고장난 건지, 어둑어둑한 터널의 빛이 여전히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저 터널을 지난 순간 정말 바라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지, 그것부터 확신할 수가 없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상대방도 어쨌든 이성을 내팽개치고 시도한 혼신의 일격이다.
나도 마력을 더더욱 끌어올렸다. 지나친 파워에 이마며 팔에 혈관이 불거져 나오고 피가 터져 나왔지만 아랑곳 않았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안 돼.
이대로는.
‘적어도 에르만이라도!’
필사적으로 곁눈질을 하며 뒤쪽에 있는 에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앞에 쓰러진 에르는, 넘실거리는 거뮈튀튀한 통로 바로 아래에 있었다. 일렁거리는 빛은 그대로 에르를 집어삼킬 것 같았지만, 그보다도 전에 가까이 와 닿은 손이 있었다.
“망할…! 좀 쉬게 해주지…!”
“단비야! 빨리 에르 좀!”
“알아!”
나타난 것은 단비.
문신남의 파상공세에 마력을 전부 빨리고 얼굴도 피투성이가 되어 엉망이 된 그녀였지만, 누구보다 빨리 정신을 차리고 사태를 파악한 것이다.
다만 크게 다쳤는지 절룩거리는 발로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괴물의 돌진에 견디지 못하고 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말 그대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거기서 단비는 결심한 듯 눈을 빛내더니, 에르의 몸을 꽉 붙들고 멀리 던져버렸다.
“아…….”
“후배를 아껴야지.”
다행스럽게도 에르가 돌진의 범위에서 벗어난 순간, 일문이었던 괴물의 몸이 프레스기처럼 우리 셋을 무자비하게 밀어냈다.
“우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X발 진짜아아아아아아아!!!!”
그 묵직한 무게에 떠밀린 우리들은, 그대로 을 통과했다.
* * *
처음에 찾아온 것은 어처구니 없는 부유감.
마치 믹서기에 갈려나가듯, 혹은 깔대기를 타고 흐르듯 어느 한 점을 향해 온 몸이 수렴하는 기분이 들어서 토할 것 같았다.
거기다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는 것도 그런 기분에 한몫했다. 숨을 쉬려하면 반대로 폐부를 쥐어짜내는 격통이 덮쳐왔다.
의 원리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저 감으로,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단애와 단비를 꽉 붙들어 안았다. 반대로 일문이었던 괴물은 마력을 쥐어짜내어 멀리 걷어차버렸다.
최고로 험난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어지러운 시간을 견디고 나자, 의외로 우리의 몸은 금방 해방되었다.
털썩!
“아윽…!”
거대한 입에서 토해내지듯이, 겨우 정상적인 지면으로 빠져나온 몸이 데굴데굴 굴렀다.
두 팔로 바닥을 짚고 어떻게든 일어서려 했지만, 반고리관이 이상해졌는지 위액이 역류하고 몇 번이나 헛구역질이 났다. 나는 그 자리에 엎드린 채 간신히 숨을 골랐다.
이런 건 나만이 아니었는지, 근처에 함께 떨어진 단애며 단비도 비슷한 꼴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현실로 돌아온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야 깨달았지만, 우리는 지금 부드러운 모래밭 위에 있었다. 모래먼지가 거세게 불어와, 호흡할 때마다 목을 아프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어둡고, 어두웠다.
기이한 붉은 빛이 하늘에 떠있긴 하지만, 달빛은 아닌 것 같았다.
그나마 지금 당장 우리를 죽이려는 괴물은 없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
――여긴 어디지?
――을 넘어와버린 건가?
――그렇다면.
한기가 온 몸을 엄습했다.
목을 쓰다듬는 얼어붙은 바람이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됐냐』며 비웃는 것 같았다.
심장 소리가 시끄러웠다. 이대로 귀를 뚫고 튀어나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하….”
지나친 사태에 이성이 마비되고, 입에서 메마른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려 했다.
머리가 멋대로 해답을 도출해내고 만다.
이곳은.
우리가 도착한 곳은.
“… 와버렸네.”
혹독하고 척박한 땅을 바라보며, 나는 아연실색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