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176
EP.176
#2-15 레지스탕스 등장!(4)
“흐…우우……”
“단비야. 얘. 괜찮아?”
단애가 뺨을 찰싹찰싹 두드리며 단비를 깨웠다.
단비는 여전히 희미하게 몸을 떨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눈동자가 미미하게 움직이며 단애의 얼굴을 바라봤다.
“썩을… 년….”
“아이참, 이런 상황에도 그 소리야? 내가 기껏 고쳐줬는데 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구!”
고치는 데 사용한 포션은 내 포인트로 산 거지만.
어딜 쏙 빼먹고 그러냐 이 나쁜년아.
어이없다는 눈으로 쳐다봤더니, 단애가 슬쩍 혀를 내밀어보였다.
“단비, 괜찮아? 일어났어?”
“케…이… 응… 괜찮…은데….”
안 괜찮아 보인다. 목소리에도 힘이 없고.
아랫배의 이 우웅우웅 빛나는 것으로 봐서는, 아직도 실시간으로 단비의 육체를 개조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시금 기억이 떠오른다.
자궁이 두근두근 뛰고, 온몸이 성감대가 되어 어딜 만지든 가버릴 것 같은, 그 느낌….
지금도 솔직히 바람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느껴버릴 정도로 민감해져있지만, 에 의해 한창 개조당할 때는 몇 배는 심했다.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일단 함께 부축해서 가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돼지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내 의견에 단애가 고개를 끄덕이고, 단비가 미안하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
* * *
루돌프의 명령으로 쿠알의 저택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청소했을 때, 저택의 구조는 대강 머릿속에 넣어놨다.
워낙 넓기 때문에 대략적인 정도로 밖에는 기억할 수 없지만, 적어도 한 번 들은 것을 쉬이 잊어버리지는 않는지라, 우리는 별 어려움 없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갑자기 무슨 일일까?”
“뭔가 습격했다는 것 같은데.”
“【메크라크】는 전쟁이 일상이구나~.”
“……저택 밖을 보면, 확실히 그럴지도.”
도적단에게 붙잡혀 끌려왔을 때 보기로, 정비된 가도 쪽은 멀쩡하고 세련되 보였으나 조금만 정비된 길을 벗어나면 지구의 전쟁국들과 비슷한 수준의 질서 없는 더러운 골목들이 나왔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인상의 거리였다.
귀족이라고 하면 비싼 것도 많을 테고, 그렇게나 사치를 부리니 질투를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습격했다는 녀석들, 그 도적단들 아닐까? 왜, 애초에 우릴 여기 팔아버린 것도 그런 목적이었다면서.”
가능성은 있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그 놈들, 잡혔대.”
“아, 그래…?”
애초에 정말 습격한 게 도적들이라면, 우리에게도 어떤 식으로 연락이 왔을 것이다.
그놈들은 우리들의 에 뭔 조작을 해놓은 데다, 습격할 때 을 해방시켜주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전혀 반응이 없는 것으로 봐선, 습격한 놈들은 그 도적들이 아닌 모양이다.
“흐읍.”
“어?”
우지직…!
나는 팔목에 달린 거추장스러운 을, 힘으로 부수며 뜯어냈다. 구속구와 달리 강도가 약해서, 적은 힘으로 손쉽게 빼낼 수 있었다.
“어차피 도움도 안 될 거면, 거추장스럽지.”
“그것도 그렇네.”
단애도 자신의 팔에 달린 을 부숴버리고, 마찬가지로 단비의 팔도 해방했다. 구속구는 쿠알의 침실에서 나오기 전에 풀어버렸다. 단애 녀석, 못하는 게 뭐지?
혹시나 들킬까봐 돌아다니는 로봇들의 시선을 피하며 나아가자, 가까스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했다, .”
눈앞에 나타난 것은, 언젠가 봤던 화려한 문.
이 너머에 쿠알이 모아놓은 온갖 재보들이 모여있다는 모양이다.
어쩌면 도 안에 있을지 모른다.
“카드키는 가져왔는데….”
문제는 루돌프의 승인이다.
루돌프는 카드키를 훔쳐낼 수 있다면, 언제든 보물고를 열 수 있도록 승인을 내려주겠다 했었는데.
그게 거짓인지 진실인지는 둘째치고, 현재진행형으로 외적의 침입을 막고있을 루돌프가 과연 이 문을 열어줄 수는 있을까?
‘끄으으응….’
고민해봐야 소용이 없다.
나는 손에 들고 있는 화려한 색감의 카드키를, 문 옆의 스캐너 같은 곳에 가져다 댔다.
삐삑―하는 기계음과 함께 스캐너에서 초록등이 들어왔다.
동시에 육중한 문이 구우웅, 열렸다.
어라, 그냥 열리네?
루돌프가 없으니까 안 될 줄 알았는데….
뒤로 돌아 단애와 잠깐 시선을 교환하고, 우리는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 * *
『생포하라! 죽이지만 않으면 돼! 곧바로 살려주신다고 쿠알님이 말씀하셨다!』
『도망치지 마! 목숨 버리고 뛰어들어!』
‘상황이 안 좋아.’
아데는 눈살을 찌푸리며,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아득아득 깨물어부쉈다.
처음에는 어쩔 줄 모르고 도망다니던 괴인들이, 어느샌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게릴라 전술을 펼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대열에서 이탈한 사람은 천장에서, 혹은 바닥에서 슬그머니 튀어나와 그대로 구속한 채 납치하거나.
혹은 수면약이나 마취약 등이 발라진 대침을 꽂아 기절시키거나.
갑작스레 내려온 거미줄에 칭칭 감겨 어딘가로 끌려간 대원도 있었고.
무엇보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뛰어들어 오는 자들도 있었다.
정예병, 혹은 엘리트라는 명칭이 아깝지 않게도 괴인들은 노련하게 【레지스탕스】 부대의 허점을 노렸다.
이쪽도 나름 실전 경험이 있는 부대건만, 이곳의 구조도, 각종 트랩 같은 기믹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의 게릴라식 습격은 여러모로 상대하기 버거웠다.
‘하지만 아직 숫자는 이쪽이 우세해.’
입 안에 있는 달콤한 사탕을 까득까득 씹어삼키며, 아데가 눈을 날카롭게 치떴다.
“……부관!”
“예!”
“……괴인놈들은 신경 끄겠어. 곧바로 머리를 치자.”
“쿠알을 노리시겠다는 뜻입니까?”
아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관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 뜻을 헤아리며 곧바로 부대를 향해 지시를 내렸다.
“괴인들을 쫓지 마라! 곧바로 쿠알을 치겠다! 선두 부대는 앞서 나가며 길을 터라! 제4 소부대는 후위로 돌아가 틈을 찌르려는 괴인들을 경계하라!”
“““예!”””
지시가 떨어지자, 위축돼있던 【레지스탕스】 일원들의 사기가 단숨에 끌어 올랐다.
재력을 위시하기 위한 듯 쓸데없이 넓은 복도를, 【레지스탕스】들이 망설임 없이 달려 나아간다.
* * *
“크윽! 이거 놔! 이 더러운 수컷들 같으니!”
“하아, 하아… 또 한 명 잡아왔어!”
“여기에 묶어놔! 마력을 쓰지 못하게 마석 달린 딜도 꽂아놓고!”
정예 괴인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새로 잡아온 【레지스탕스】 대원을 묶고 하의를 끌어내려 노출시킨 음부에 마석이 달린 딜도를 꽂았다.
“하으으윽…!”
전희는 없었지만 딜도에는 여성을 발정시키는 로션이 발라져 있어서, 어렵지 않게 질벽을 비집어 열고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붙잡힌 대원은 꾸물꾸물 움직이는 딜도에 허덕이며, 금방 꼼짝도 못하게 무력화되었다. 딜도의 손잡이에 달린 마석이 마력을 빨아들이며 희미하게 빛난다.
마취제나 수면약으로 잠재울 수도 있지만, 마력이 많은 녀석이라면 웬만한 약은 듣질 않는다.
그리고 【메크라크】의 여성들은 별에서 마력이라 불리는 에너지를 끌어다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여자들도, 지금처럼 마석이 달린 딜도를 꽂는 것만으로 웬만한 녀석들은 빨려 나가는 마력의 흐름 때문에 제대로 된 능력을 쓰지 못한다. 이 경우 아주 유효한 구속법인 것이다.
“리더! 수가 너무 많아! 여자들 뿐이라서 행복하긴 한데! 솔직히 지금도 죽을뻔 했거든?”
“초고난이도 탄막게임 하는 기분이야! 유후! 스릴만점! X발 진짜 심장 쫄려서 뒈지겠어 리더!”
바쁘게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하는 부하들의 정신없는 외침에, 리더라 불린 네 팔의 괴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루돌프 씨. 진짜 이걸로 괜찮아?”
허공에는 홀로그램.
홀로그램으로 떠올라 줄곧 지시를 내리던 루돌프가, 깊게 머리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잘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저희의 홈그라운드, 조금씩 적의 전력을 줄여가고, 미리 준비된 트랩으로 유도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근데 봤다고. 봐버렸다고. 【레지스탕스】 사이로 그 【귀족】이 있었단 말이야!”
[괜찮습니다. 이곳은 쿠알님의 홈그라운드니까요.]“그래서 그 쿠알님은 어디있는데?”
[제가 조언해드리며 타이밍을 잡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대로 좀만 더 버텨주시지요.]“……알겠어, 루돌프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차피 자신은 귀족을 거스를 수 없으며, 【레지스탕스】에 붙잡힌 다면 수컷인 자신들은 끔찍한 짓을 당한다. 상대가 귀족이라면 도망칠 수도 없겠지.
지금은 이 초고성능 AI 집사, 루돌프의 말을 따르는 것 외의 선택지가 없다.
새로이 붙잡아 온 두 명의 【레지스탕스】 대원들을 꼼꼼히 구속하는 데, 루돌프가 뜬금없이 말했다.
[――그건 그렇고.]“응?”
[보물고에 침입자가 들어왔군요.]AI는 단순한 데이터 쪼가리. 감정 같은 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홀로그램으로 떠오른 루돌프의 얼굴은, 어쩐지 음습하게 웃는 것처럼 보였다.
* * *
쿠웅! 쿠웅!
“대장! 길이 막혔어!”
“……왼쪽이다! 3소대, 벽이 완전히 내려오기 전에 뛰어들어!”
농성중인 적을 무너뜨리고 그 성을 함락하기 위해서는, 적의 세 배는 되는 인원이 필요하다.
이건 초고도 문명의 【메크라크】에서도 유효한 말이다.
이곳 쿠알의 성에 대한 정보는 고성능 AI인 루돌프에 의해 데이터 상으로는 완전히 은폐되어 있었다. 겉으로 보고 알 수 있는 경계시스템이라면 모를까, 저택 안에 어떤 기믹들이 있는지, 트랩들이 있는지 안에 침입해 들어온 지금도 거의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특필할만한 기믹이 없었다. 해봐야 적이 침입했음을 알리는 경보와 구색이나마 맞춰놓은 듯 한 두 대의 경비로봇이 달려들고 끝이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자.
차츰 안쪽에 가까워지자, 저택이 본색을 드러내듯, 온갖 기믹과 트랩들을 깜짝상자마냥 선물하며, 【레지스탕스】들을 몰아가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 묵직하게 내려온 벽도 그렇다.
“튼튼해…! 단순한 화재 대비용 경계벽은 아닌 모양입니다…!”
지나가려는 길을 몇 번이나 가로막으며 내려오는 묵직한 벽.
어쩔 수 없이 벽이 내려오지 않은 길로 진로를 변경했다. 사전에 계획했던 진로에서 크게 우회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들이 바란 건 단기결전.
상대가 혼란에 빠져있을 때 적진 깊숙한 곳에 들어가 쿠알을 무력화시킬 생각이었으나, 이래서야 소용이 없다.
길을 크게 우회하게 되었으므로 상대에게 냉정하게 생각할 시간을 줘버리는 건 물론이요――
‘어딘가로 유도하고 있어.’
사방에 벽을 내려 가두는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어느 한 길만을 남겨서 계속 나아가게 만든다.
의도대로, 이 쪽으로 가라는 듯이.
그녀들이 지나왔던 복도에도 벽이 내려왔다. 앞으로 나아가려던 길도 벽에 가로막히고, 대신 옆에 있는 상대적으로 좁은 복도만이 이리 오라는 듯 뻥 뚫려있다.
아데는 눈살을 찌푸리고, 텅 빈 복도를, 그리고 조금 전 나아가려던 진로를 가로막은 벽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