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180
EP.180
#2-16 분투하는 레지스탕스, 그리고 마법소녀(4)
쿵! 콰르르르르륵…!
“아…!”
한때 의 여왕이었으며, 마법소녀인 단애가 신음하듯 소리를 냈다.
거대한 골렘 의 주먹을 피하지 못한 케이의 몸이 공중을 날고, 구석에 있던 금화 더미에 파묻혔다.
흩어져 쏟아지는 금화들이 짤그랑, 짤그랑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배제한다! 숙청한다! 죽을 때까지! 죽일 때까지!]“땀내 나는 목소리네….”
여러모로 마음에 안 들지만, 그렇다고 저걸 어찌할 수 있을까.
아무리 튼튼한 마법소녀의 몸이라곤 해도, 저 묵직한 주먹에 정통으로 맞은 케이가 무사할지 의문이다.
적어도 【메크라크】의 괴인들을 상대할 때면, 아무리 위험해도 죽을 일은 없으므로 조금 지나치게 여유로웠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저 거대 골렘은 목숨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인증을 거부한 침입자들을 섬멸할 뿐인 기계장치.
단애는 새삼스레 피부에 저릿저릿 와닿는 죽음의 공포에 저도 모르게 하하, 쓴웃음을 흘렸다.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지금이라도 엎드려 빌면 성고문 정도로 봐주려나? 여자는 마력을 뽑아내는데 쓴다며. 근데 왜 이렇게 살기등등하게 이러는 거야? 분위기 파악 좀 하자?
“어…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좀 봐주려나? 케이는 모르는 사람이에요, 쟤 혼자만 나쁜 년이었어요, 하면….”
“…넌, 진짜….”
“아니 그럼 어떡해~~! 무섭다고! 으힉! 저 놈 저거 여기 쳐다봤다!”
“…일단 놔봐. 이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정말? 정말이지? 막 그러면서 놓자마자 쓰러지는 건 아니지?”
단비는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단애의 부축을 뿌리쳤다. 이렇게 뭉쳐 있어서야 짐덩이가 될 뿐이다.
[■■■■■―――――――!!]은 조금 전 단애와 단비를 찍어누르기 위해 날렸던 주먹을 회수하고, 쿵, 쿵 거리며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두 사람도 어떻게든 골렘에게서 거리를 벌리고자 재빠르게 뒤로 뛰었다. 단비의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래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어오던 이, 이내 쿵, 쿵, 소리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빨라!’
“반대로 뛰어!”
어느샌가 막다른 벽에 도착한 두 사람은, 그대로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달려오던 골렘은 한순간 둘 중 누구를 먼저 쫓을지 결정하지 못해 우뚝 멈춰서서 우왕좌왕 했다.
그러다 먼저 타깃으로 삼은 건 단비였다.
“X발 왜 이쪽으로…!”
“단비야!”
아마도 단비 쪽이 움직임이 더뎌서 그랬겠지. 육중한 몸체에 어울리지 않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거대 골렘 이 단숨에 단비를 향해 덮쳐들었다.
새카만 금속으로 된 주먹이 머리 위로 높이 들린다. 그대로 내리치면 자그마한 단비의 몸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 것이다.
단애가 당황하며 골렘의 등 뒤로 달려들고, 단비가 이를 악물고 마지막 힘겨루기라도 해보자는 듯 자세를 잡은 순간.
따아아아아아아앙!
무거운 타격음과 함께 골렘의 머리가 꺾이고.
그 거대한 본체가 휘릭 돌아갔다.
* * *
아이고, 아파라….
나는 몸을 덮는 금화더미를 치워내며 몸을 일으켰다. 금화샤워라니, 몸은 아픈데 기분은 나쁘지 않다.
“아니, 변신할 때 공격 안 하는 건 국룰이잖아….”
옷 사이로 들어온 금화를 짤랑거리며 떨어내며, 바닥에 내려섰다.
지끈거리를 이마를 매만져보니, 어디가 찢어졌는지 선명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 어쩌지, 머리가 핑글 도는 느낌이야.
그래도 저 육중한 주먹에 얻어맞은 것 치고는 멀쩡했다. 부러진 곳도 없고, 힘은 넘친다.
조금 전까지 입고 있던 는 사라지고, 지금 나는 흰색의 치파오를 입고 있다.
소매가 없어서 매끄러운 팔이 훤히 드러나고, 머리에는 동그란 만두머리가 만져졌다. 발에는 매화자수가 들어간 흑색의 신발이 신겨져있다.
.
오랜만에 제대로 변신했어….
“오, 오오…? 케이? 변신했네!”
“옛다, 너도 받아라.”
지금 막 인벤토리에서 꺼낸 을 단애를 향해 던졌다. 예쁜 포물선을 그리며 정확하게 날아든 을, 단애가 손안에서 몇 번 튕기더니 겨우겨우 받아 들어 손목에 찼다.
잠시 후 빛이 번쩍이더니, 예의 새카만 한복차림으로 변했다. 허리 뒤에는 두 자루의 검이 가로로 뉘인 채 걸려있다.
“이거야, 이거… 하, 진짜 오랜만… 뭐야, 케이? 이건 어디다 숨겨놨어?”
“인벤토리.”
“내가 가르쳐 준 거 잘 써먹네. 나 나중에 교육비 같은 거 받아야 하는 거 아녀?”
“그걸로 퉁 쳐 임마. 새로 사느라고 포인트 얼마나 깨진 줄 알어?!”
덕분에 쿠알과 그 부하들한테 따먹히면서 벌어들인 포인트를 거의 다 써버렸다. 단비 것까진 구하지도 못했고.
내 말에 단애가 뭔가 알아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숴버린 이 어디서 났나 했더니, 새로 산 거였어?”
“그거 아니면 어디서 났겠냐?”
“배터리는?”
“내 건 풀충. 네 건 산지 얼마 안 돼서 한 절반 정도…?”
“그럼 나도 너랑 비슷하게 가겠네. 케이는 너무 쎄서 배터리가 금방금방 나가잖아.”
“……끄응.”
[경고, 경고. 위험 수준의 공격 행위를 확인. 배제한다. 배제한다.]태평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바닥에 꼴사납게 엎어졌던 거대 골렘 이 삐걱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붉게 빛나는 눈이 깜박깜박 점멸하고, 본체 표면에 빛나는 선이 밝게 떠오르는 것이 척 보기에도 위험한 수준으로 보였다.
[섬멸. 배제. 섬별. 배제. 배제. 배제. 배제한다. 섬멸. 숙청. 침입자. 격멸….] [■■■■■■■―――――――――――――――!!!!!!!!]고장난 기계처럼 계속해서 이상한 소릴 토해내더니, 이어서 언어조차 되지 못하는 포효를 지르고.
공기가 진동하며 피부에 찌릿찌릿하게 와닿았다.
그래도 조금 전처럼 무섭지는 않다.
“【돌아와】.”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내 목소리에 호응하듯, 저편에서 붉은색의 장대가 빙글빙글 돌며 빨려 들어가듯 내 손에 착, 들어왔다.
조금 전에 저 거대 골렘을 날려버린 장대다. 혹은 장봉(張奉)이라고 해도 좋으려나.
튼튼해 보이는 의 머리는 살짝 금이 가 있는 게 보였지만, 손안에 들어온 봉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그대로 양손으로 붙잡고, 손과 팔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돌렸다. 훙훙, 하는 바람 가르는 소리. 코스튬에 맞춘 특성과 스킬 덕분에,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쿵! 쿵!
이 발을 내딛을 때마다, 바닥이 울리며 무시무시한 소리가 났다. 가까워질 때마다 그 덩치 때문에 단단한 위압감이 흘렀지만, 상관은 없다. 무섭지 않다.
오히려 오랜만에 차고 흐르는 전능감에, 덤벼보라는 기분으로 마주봐주었다.
[■■■■■■■―――――――――――――――!!!!!!!!]포효소리와 함께, 이 우릴 깔아뭉개고자 단숨에 달려들었다.
* * *
처음에 타이탄이 노린 것은 단비였다.
아직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단비를 향해 단숨에 뛰어든 타이탄은, 이번에야말로 놓치지 않고 짓뭉개겠다는 듯 단비를 짓밟고자 발을 높이 들었다.
“아니 X발 사람 만만하게 보네 진짜!”
안 그래도 이 실시간으로 신체를 개조하고, 쾌락 물질을 마구마구 부어넣어지고 있는 지금 다리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질 않는데.
그런 단비를 비웃듯이 달려드는 타이탄의 행동에 단비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러나 타이탄의 발이 단비를 깔아뭉개기 직전, 단비의 그림자가 불쑥 솟아올랐다.
“단비, 숨 참아!”
그림자에서 솟아오른 것은 단애.
고운 흑발도 흑색의 한복도 마치 먹물처럼 그림자에 녹아들 듯 동화된 단애는, 단비를 끌어안고 기이하게 펼쳐진 그림자 안으로 퐁당! 빠져들어갔다.
타이탄의 발은 두 사람이 사라진 맨땅을 허무하게 짓밟았다.
[―――――――――!!]목표로 한 먹잇감을 놓치고 분하다는 듯 으르렁거리는 타이탄.
그리고 그런 타이탄을 향해, 케이가 손에 든 봉을 화려하게 돌리며 가벼운 풋워크로 달려들었다.
“엠병! 꽥꽥꽥꽥 시끄러워!”
거대 골렘에 비해서 지나치게 가녀린 팔, 가벼워 보이는 봉.
그러나 골렘에게 달려든 케이는 망설임 없이 그 다리 관절을 봉의 측면으로 세게 때렸다.
콰앙! 하는, 그림에 어울리지 않는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타이탄의 몸체가 크게 휘청였다.
[―――――――――!]경악한 듯한 타이탄의 포효.
자세를 도로 잡고 케이를 붙잡고자 손을 펴고 휘적였지만, 어림도 없다는 듯 케이가 물 흐르듯 움직이며 타이탄의 다리 사이를, 손가락 틈새를 빠져나가고 그 몸체 위를 내달렸다.
‘크기는 크지만 형태는 인간이랑 비슷해.’
상대를 가늠하듯 가늘게 뜬 눈에서, 케이의 붉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처먹어라!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뒤로는, 압도적인 유린.
케이의 주먹이, 다리가, 손에 들린 봉이 자유자재로 날아들며 타이탄의 몸을 쳐냈다. 마력으로 강화된 일격, 일격이 특별한 광석으로 이뤄진 골렘의 몸체에 확실한 압박과 충격을 새겨넣었다.
한 번 맞을 때마다 목이 꺾이고, 팔이 날아가고, 다리가 휘청이고, 자세가 무너져간다.
탐재된 기능과 안착된 시스템으로 어떻게든 자세를 바로잡으려고 하면, 그 전에 새로이 날아드는 묵직한 일격에 더 이상한 각도로 몸이 기울어버린다.
맙소사.
지금까지 적수가 없었을 거대 골렘에게서, 있을리 없는 경악의 감정이 전해져오는 것 같았다.
쿠알이 고르고 고른 골렘에 채용할 수 있는 최고 경도의 광석으로 된 몸체에, 시간이 지날수록 쩌적, 쩌적,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이 일어나고 파편이 떨어져나갔다. 붙잡고 싶어도 바람처럼 재빠르게 움직이는 케이에게는 손끝조차 닿지 않는다.
“……훌륭하다! 튼튼하구만!”
완전히 위에서 내려보는 듯한 말투로, 격려하는 듯한 목소리로.
불나방처럼 날아드는 골렘의 팔을 향해, 케이가 양손으로 든 봉을 힘차게 휘둘렀다.
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뚜둑―!
[……!]견고하던 골렘의 팔이, 축적해가던 균열과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단숨에 산산조각났다.
쿠궁! 쿠궁! 묵직한 소리와 함께 부서진 팔의 파편이, 정교한 기계장치가 안에 든 묵직한 주먹이 떨어져내린다.
‘이제, 끝이다…!’
“읏?!”
기세를 타고 골렘을 완전히 처치해버리려 했지만, 그 순간 골렘의 몸체를 이룬 광석 사이사이에서 연기가 치이익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왔다.
단순히 시야를 가리기 위한 연막인가, 하고 숨을 들이쉬었는데, 콜록콜록 기침이 나왔다.
머리가 한순간 어질어질해진다.
타이탄이 안 되겠다는 듯이 독연기를 뿜어낸 모양이다.
“읍?!”
콰앙!
잠깐 주춤한 사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매서운 기세로 날아든 타이탄의 한쪽 팔을, 손에 든 봉으로 가까스로 쳐내며 뒤로 힘껏 도약했다. 독연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거의 다 끝났어.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응?”
힘껏 도약한 후 착지의 충격을 줄이며 바닥에 착지한 직후, 짙은 연기 속에서 타이탄의 머리가 불쑥 밖으로 빠져나왔다.
사람으로 치자면 입이 있을 부분이 벌어지며, 안 쪽에 거대한 포신(砲身)이 드러났다.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 벽으로 가로막힌 의 입구 부근에 있음을.
지금까지 거대 골렘 은 아래에서 위로 내려찍는 정도의 공격 밖에는 하지 않았다. 옆으로 케이를 날려버렸을 때도, 부서질 걱정이 없는 금화더미로 날렸었다.
이곳 보물고는 쿠알의 온갖 귀중한 보물들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
타이탄도 전력을 발할 수 없었고, 유탄이 발생할 수 있는 대포나 화기류는 일부러라는 듯 사용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콜록!”
마력으로 충만한 신체는 독에 대한 내성도 강하지만, 타이탄이 내뱉은 독도 상당히 강한 것인 듯 손끝, 발끝이 저려왔다.
피해야 한다, 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타이탄의 입에서 내밀어진 포구에서 위험해 보이는 빛이 모이고 있었다.
이건 피할 수 없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