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183
EP.183
#2-17 도깨비 마법소녀 탈출계획(1)
“케이~ 다 끝났어~?”
【레지스탕스】의 대장이라는 여자가 기절한 쿠알을 구속하고, 그리고 남은 대원들을 깨우고 다니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림자가 스르륵 솟아올랐다.
단비를 품에 안고 대피한 단애였다.
“응… 그런 것 같아.”
거대 골렘 은 산산조각났고, 우릴 가두고 능욕하던 쿠알도 쓰러졌다.
의 배터리가 다 되어버려 변신이 풀리고 원래의 로 돌아왔지만, 더 이상 싸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안심이다. 이 레지스탕스라는 사람들도 우호적인 것처럼 보이고.
아니, 솔직히 이 사람들이 어떻든 아무래도 좋다.
“야, 보물고는? 좀 봤어?”
“응. 비싸보이는 건 일단 단비의 인벤토리에 싹 넣어놓고 왔어.”
“…….”
“에이, 그런 눈으로 보지마. 어딜 가든 돈은 필요하잖아. 케이 네 컬렉션을 위해서라도 돈은 필요하지? 그치?”
“그건 그렇지.”
인생. 살아가는데 필요한 건 인맥과 건강, 그리고 돈이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 이라는 요소가 하나 더 있고.
이제는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어… 책임져요 위치걸!
“아니, 됐고. 일단 나는 내가 모은 굿즈가 있는 지구에 돌아가고 싶다고! 은 어떻게 된 거야!”
“좋은 소식이 있고 나쁜 소식이 있어. 어느 쪽부터 들어볼래?”
“……나쁜 소식.”
“역시 케이는 마조네. 일부러 나쁜 것부터 들으려하다니….”
먼저 맞는 매가 낫다잖아. 내가 마조인 게 아니야. 마조는 지구에 있는 판다뭐시기 하는 인간이겠지. 설마 아직도 ‘나는 순수합니다, 마조 같은 게 결단코 아닙니다’ 같은 소릴 하고 있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징벌감이다.
“그래서, 말해 봐, 빨리.”
“우리가 바라는 은 없었어. 다른 보물은 많았는데.”
“그러냐….”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렇다면 쿠알의 저택에 굳이 오래 붙잡혀 있을 이유가 없었잖아. 같은 것도 새겨지고… 애초에 도망칠 수도 없었나… 무사히 포인트를 벌어서 을 재구매했으니 다행이라고 봐야 될까.
“그래서 좋은 소식은?”
단애가 순간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냥 해본 말인데….”
“…….”
좋은 소식은 없는 모양이다.
짜증나.
『이거, 이거 놔…! 암컷들, 암컷들 주제에…!』
『크윽! 분하다…!』
『우릴 어디로 끌고 가려는 거냐 네년들!』
내가 아무 말 없이 차가운 바람이 휘오오오 몰아치는 눈빛으로 단애를 쳐다보고 있자니, 그 사이 일찍 정신을 차린 대원들은 쿠알의 저택에서 남은 부하들을 끌고 나오고 있었다.
엘리트 괴인들도 강해보였지만 머릿수에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 여자들도 한 명 한 명 나름 세보이고.
“빨리빨리 걸어!”
“크윽…!”
반항하던 괴인 한 명이 묵직한 몽둥이에 얻어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두목격으로 보이던 네 팔의 괴인이다.
좋아. 더 때려주세요. 아주 그냥 엉망진창으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데, 상황이 대강 정리된 걸 확인했는지 양갈래 머리의 아데가, 그리고 그 옆에 안경을 쓴 날카로운 인상의 여성이 가까이 다가왔다.
“……다시 한 번 인사하지. 고맙다. ……【귀족】간의 싸움은 쉽지 않아서, 되려 당할 뻔 했어.”
“안녕하세요, 부관역을 맡고 있는 메디아라고 합니다. 저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마법소녀인 우리가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레지스탕스】가 부랴부랴 습격하러 왔다는 모양이다.
쿠알도 얘기했었지만, 지구산 마법소녀들의 막대한 마력은 괴인들을 몇 단계나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으니까.
“원래는 조금 더 준비가 된 다음에 오려고 했습니다. 아무리 아데 님이 서열이 높은 귀족이라고 해도, 다른 지역에서의 싸움은 그만큼 어렵거든요.”
어, 그러면 우리가 괜히 민폐를 끼친 게.
“그렇지 않습니다. 거기다 이렇게 쿠알을 물리칠 수도 있었고요. 당신들 마법소녀들이 없었다면, 오히려 저희가 저 짐승 같은 수컷들에게 당해 노리개로 전락해버렸을지도 모르니까요.”
“애초에 우리가 안 왔으면 더 여유있게 싸울 수 있었던게….”
“……그렇지 않아.”
아데는 양갈래 머리를 흔들며 부정했다.
“……지금 이 별은 심각하게 위험한 상황이거든. 특히나 우리 여자들한테는 말이야. ……마법소녀, 너희들을 구한 건 쿠알이 강해지는 걸 막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야.”
――그리고 너희에게 있어서 나쁜 제안도 아니지.
아데는 그렇게 말하며, 창백하 얼굴, 다크서클 진 두 눈으로 우리를 한 명 한 명 똑바로 쳐다봤다.
“……너희의 도움이 필요해. 도와줄래? 우리 여자들을 지배하려는, 머리에 똥만 찬 짐승 같은 수컷들을 물리치기 위해.”
나와 단애는 서로를 마주봤다.
우리는 정말 어쩌다가 여기 날아왔을 뿐인데.
솔직히 우리 별 일도 제대로 뭘 어찌 못하고 있는데, 침략자인 남의 별 일에 참견하다니…. 솔직히 참견하고 싶진 않다.
우리들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아데는 쓴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앞에 챙이 달린 커맨더 캡을 머리에 썼다.
“……도와주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야기를 들어서 나쁠 일은 없을 거야. ……자세한 내용은, 이 【레지스탕스】의 본거지에서 할까. 어차피 당장 갈데도 없지?”
“갈래! 갈래! 마쉬멜로처럼 폭신한 침대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뭐하다면 우리 도시의 명물 물슬라임침대도 제공해드리겠습니다.”
들뜬 목소리로 대답한 건 단애였고, 그런 단애에게 옆에 있던 부관이 대답해주었다.
이렇게 우리는 일단 【레지스탕스】들의 본거지, 【물의 도시】라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 * *
벌떡!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들어오는 어느 격리된 방 안에서, 검은 실루엣이 깜짝 놀라듯 몸을 일으켰다.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이 흘러떨어진다.
……여긴?
실루엣은 여성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얇은 환자복 같은 것을 입고 있었고, 아담한 신체 사이즈에 비해 흉부가 도드라지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이마 양쪽에는 날카롭고 튼튼해보이는 뿔이 돋아나있었다.
마법소녀 유라.
통칭 【박사】라고 불리는 【메크라크】의 과학자에 의해 감금, 그의 연구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기구한 신세이기도 했다.
“크읏….”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왜 내가 이런 곳에.’
깨질 것 같은 머리를 휘휘 저으면서, 숨을 골랐다. 심호흡을 몇 번 하자 머릿속은 금방 말끔해졌다. 명료한 기억 속에, 자신이 벌인 추태를, 박사라는 괴인에게 당했던 온갖 능욕과 실험들이 떠올랐다.
“…….”
방안은 딱 적정 온도였지만, 유라는 오싹한 한기에 저도 모르게 팔을 문질렀다. 예쁜 피부에는 가볍게 닭살이 돋아나있었다.
쓰레기들. 썩을 놈들.
이 내가, 괴인 따위한테….
전부 다 산산조각을 내서 쳐부숴주겠다고, 이를 갈면서 생각한다.
박사며 지구를 침략하려는 괴인들을 그로테스크하게 죽일 방법을 약 58개 정도 생각했을 즈음, 유라는 생각을 바꾸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오랫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던 기분이 들어.’
박사의 나노머신 때문에 하루하루 정신이 마모되어 가는 느낌이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꿈을 꾸고 있었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자신이 떠올린 기억 중 얼마만큼의 기억이 실제로 일어난 건지도 감이 잘 안 잡힌다. 어쩌면 전부다 단순히 나노머신에 의해 주입된 거짓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지금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는 것에 감사하자.
“훗.”
제 자리에서 탕탕 가볍게 뛰어도 보고, 허리를 돌려보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나쁘지 않네.
‘일단 몸 컨디션은 괜찮아.’
오히려 전보다 좋아진 것 같은 건 기분탓일까? 피부도 영양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듯 매끈매끈하고, 엉덩이도 허리도 꽉 조이듯 예쁜 라인을 그리고 있다. 다만 만져보니 살집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도 여성스럽게 말랑한 기분이, 언제까지나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부분은 개조의 영향인 걸까.
가슴이 살짝 커진 듯한 기분도 들고, 어째 묵직한 듯한 기분도 들지만 뭐….
“속옷이 없어요….”
이제 알았네.
입고 있는 건 얇은 환자복 뿐. 속옷이 없어서 휑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환자복일 텐데도, 하의로 입고 있는 얇은 바지도 허벅지가 다 드러날 정도로 짧은 게 거시기 하다.
무엇보다 움직일 때마다 환자복 안감에 유두가 그대로 닿는 게 느껴졌다. 거북한 기분에 유라는 가슴을 가리듯 두 팔로 감았다.
어차피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어쨌든.
몸 상태는 확인했고, 이상은 없다.
정신적인 면도… 문제는 없겠지. 없을 터다. 나노머신에 의해 정신을 지배당하거나 상식이 바뀌었다면 뭐가 문제인지 스스로 깨달을 수는 없을 테니 의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현재 이성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볼 때, 정신적인 면에서도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굳이 지배 상태를 풀 이유가 있을까.’
유라 자신의 눈으로 본 박사라는 괴인은 피지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상당히 약해 보였다. 나이도 있어보였고.
거시기는… 뭐, 현역만큼 팔팔해보였지만. 잠깐 그 때의 감촉을 떠올리며 유라는 얼굴을 붉혔다.
심호흡, 심호흡.
어쨌든 유라는 나름 강한 마법소녀고, 그런 자신의 지배를 푸는 건 위험으로 직결될 일이라는 것을 알고서도 지배를 풀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이건 아마도 이레귤러(irregular).
마법소녀로서의 강도(强度)가, 박사라는 녀석의 계산과 조작을 뛰어넘어 자신의 정신을 되돌린 것이다.
“신체는 이상 없음. 정신도 이상 없음. 지금은 제정신. 여기가 어디인지는 몰라요. 그 외에, 마법과 무기는.”
하도 오랜만인 기분이라 안 쪽에 숨어있는 기억과 감각을 더듬더듬 되짚어보며, 유라는 마력을 움직였다.
“【타올라라, 도깨비 불】.”
그녀를 둘러싸듯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타오르는 푸른 불꽃의 무리.
이어서 그녀가 한 손을 들어보이자, 그 손 위에 묵직한 묵빛의 도깨비방망이가 들렸다.
“……마법도, 무기도 문제 없네요.”
그 외에도 포인트샵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녀의 담당 요정과는 연락이 되질 않았다.
‘근데 포인트가 엄청 쌓였네.’
괴인들에게 능욕당하고 범해질 때도 포인트는 쌓인다고 들었는데, 이제 보니 터무니없는 포인트가 모여 있었다. 단애에게 강탈당해 0pt까지 떨어졌었는데….
아직 을 구매하기에는 무리지만, 이 정도면 당장 필요한 도구들을 꺼내 쓰는 정도는 괜찮겠지.
확인작업은 대강 끝났다.
“그럼… 도망쳐볼까요.”
유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갇혀있는 격리된 독방의 출입문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