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186
EP.186
#2-18 발정 난 도깨비 탈출기록 (1)
“뭐하구 있냥?”
“ 굿즈 손질.”
일반적인 기준으로 봐도 상당할 정도로 호화스러운 어느 방. 마법소녀이자 알파라고 불리는 여성이 방 안에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늘어놓은 굿즈 사이를 누비며 하나하나 반짝반짝해질 정도로 손질 하고 있다.
옛날엔 쿠키도 굿즈라고 하면 단순한 인형이나 피규어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알파와 케이 두 사람을 옆에서 보다 보니 얼마나 다양한 굿즈가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됐다.
그 쓸모 없는 지식이 자신의 기억 용량을 차지하는 게 굉장할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은 둘째치고.
오타쿠라고 해야할까, 매니아라고 해야할까.
쿠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족속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디저트에 관해서 상당히 까다로운 이 요정놈도 별 다를바 없다는 것을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왜 왔어. 바빠. 먼지 떨어져. 꺼져.”
“너 나를 대하는 게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냥?”
“따뜻하게 대해줬음 싶으면 차에 치여서 100번 죽었다가 피규어로 다시 태어나고 와.”
“…….”
알파가 굿즈 손질에 여념이 없는 사이, 등 뒤로 몰래 돌아간 쿠키가 설정에 몇 가지 장난을 쳤지만 본인은 깨닫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
“그런데 언제 와도 참 큰 집이다냥. 혼자서 살기엔 넓지 않냥?”
“돈은 썩어 넘치게 있으니까.”
마법소녀의 수입도 수입이지만, 알파는 마법소녀가 되기 전부터 돈만큼은 많았다. 지금 한 말도 빈말이 아니다.
“한두 번 와본 것도 아니고 뭘 새삼스레. …그보다 집중하고 있으니까, 꺼져.”
“네가 부탁한 거 알아왔는데냥.”
“바쁘니까 나중에 말해. 꺼져.”
“알겠다냥. 유라가 잡혀있는 곳에 대해 알아온 건데냥….”
“잠깐만.”
떠나가려는 쿠키의 목덜미를 덥석 붙잡고, 바닥에 패대기 쳤다.
“그건 빨리 말해.”
“냐앙…!”
은 중요하고 소중하고 알파의 인생을 바꿨으며 삶의 의미라 단언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알파에게 있어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목숨을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
왜냐고?
사람이 죽으면 위치걸들이 슬퍼하거든.
괴로워하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두는 건 위치걸의 바람이 아니거든.
위치걸이란! 사람을 살리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자라나는 새싹들의 꿈과 희망을 지키는 마법소녀들이다.
더불어 이미 꿈과 희망을 잃고 욕망만이 남아버린 어른들의 재산과 윤택한 통장을 지키고 그들의 성적인 욕구와 거무칙칙한 욕망을 만족시켜주는 것으로 어린아이와 같은 새로운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달콤함과 자애와 사랑으로 넘치는 여신들이기도 하다.
아아, 사랑해요, 위치걸.
평생 따를게요, 위치걸.
이 땅에서도 위치걸이 정의임을 증명해보이겠어요, 위치걸.
“미친놈이다냥.”
“닥쳐. 내 삶의 이념에 참견하지 마. 그보다 너도 같이 을 찬양해.”
“시, 싫다냥… 소름돋아냥….”
“이번에 햄 슬라이서를 새로 샀는데…… 어디….”
“냐, 냥! 그보다 빨리! 유라가 있는 곳이다냥! 빨리 구해야 하지 않겠냥!”
가만히 있다간 진짜로 햄마냥 얇게 잘라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에, 쿠키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지금 지구에 나와 있는 인형 같은 몸으로는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파도 어렴풋이 깨닫고 있기 때문에,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햄 슬라이서로 갈려나갈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메크라크】의 【박사】라는 괴짜한테 붙잡힌 것 같은데 말이다냥――”
* * *
“그러면 이제 어디로 가볼까요….”
두 명의 괴인들을 가볍게 물리친 유라는, 실험실 안에 있던 기기들의 버튼을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눌러보며 오작동시키고 슬슬 떠나갈 준비를 했다.
굉장히 비싸보이는 기기들이고, 연구하는 건 하나 둘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두 괴인들을 조질 때까지 다른 인원들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니 아마도 밤… 혹은 다들 쉬고 있을 시간이라고 보면 될까요.’
인간보다 튼튼하고 체력이 넘치는 괴인들이라도 쉴 때는 쉴테고.
인원이 적어서 안 온다기 보다는, 애초에 이 실험실에 올 시간이 아니라서 아무도 안 온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그보다 몇 개나 되는 실험실이 있는 걸까요.’
조금 전 봤던 지도에서도, 각 방들 뿐만 아니라 이곳이 몇 층인지도 암호 같은 코드로 적혀있어서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었다.
침입자를 경계하기 위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들만의 편의성을 위해?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녀에게 있어서 불편하기 짝이 없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유라는 일단 실험실 밖으로 나섰다.
진득하게 한곳에 붙어있어봐야 언젠가 찾아올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미래 밖에는 없다.
‘모습을 숨기는 게 좋겠지만….’
마법으로 실행한 은신이 생각보다 마력소모가 컸다.
조금 전엔 저 괴인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어쩔 수 없이 쓰긴 했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므로 가능한 마력은 아끼기로 했다.
마법으로 몸을 숨기는 대신, 민감한 오감으로 주변의 기척에 주의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눈을 이리저리 돌려 드문드문 보이는 감시카메라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것도 잊지 않았다(사실 더미 감시카메라일 뿐이고, 실제로 그녀를 촬영하고 있는 극소형 감시카메라의 존재는 깨닫지 못했다).
‘…누군가 있어?’
애초에 기척을 숨길 생각도 없는 건지, 쿵, 쿵, 하는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상당히 멀리서 들려왔지만, 유라가 기억하는 지도 내용으로 보건대 요 앞은 상당히 긴 외길이다. 숨을 곳이 없다.
하지만 계단으로 가려면 이 길을 지나지 않을 수 없다. 아니면 상당히 돌아가야만한다.
마법으로 몸을 숨기고 지나가는 방법도 있지만, 기척에 민감한 타입이라면 성가셔진다. 무엇보다 마력은 가능한 온존하고 싶다.
잠시 고민하던 유라는, 숨을 죽이고 복도 끝의 모퉁이에서 몰래 지켜보기로 했다.
‘나타났다.’
저 멀리, 어두운 외길의 복도 끝에서 커다란 실루엣이 나타났다.
마력으로 시력을 강화해서 살펴본다. 괴인인가 싶었지만, 뭐라고 해야할까… 일반적인 괴인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푸른 피부의 거인 같은 거구. 눈은 충혈되었다는 개념을 넘어서서 온통 붉었고, 몸 여기저기에서는 기묘한 촉수 같은 것이 꿈틀거리는 게 눈에 보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쿵쿵거리며 나아가는 그 모습은… 이성 없는 괴물을 연상케 했다. 그러고 보면 이전에 붙잡혀 있던 박사의 연구소에서도, 비슷한 것들을 본 적이 있었다.
키메라, 라고 불렸던 것 같다.
단순히 인격을 개조된 소체에 넣은 것과는 다른, 이성 없이 본능만이 남은 괴물들.
유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깨닫고 보니, 그 몸에서 나는 역한 짐승 냄새가 여기까지 닿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쫌… 옷이라도 제대로 된 걸 입히지.’
국부를 간신히 가릴 정도의 천쪼가리가 있었으나, 여기저기 해진 천쪼가리 아래로 덜렁거리는 성기 끝이 보이고 있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닐텐데.
…이성 없는 괴물이니까, 지멋대로 뜯어낸 걸까.
――꿀꺽….
‘어, 어라… 나, 왜 갑자기.’
어쩐지 작게 목울대를 울리며 침을 삼키고만 자신의 모습에 유라가 당황하는 사이, 사태가 변화했다.
『크어……?』
푸른 피부의 거인은 복도 중간쯤에 도착하더니, 별안간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코를 킁킁 울리기 시작했다.
뭘 찾고 있는 걸까, 싶었더니 갑자기 그 솥뚜껑만한 손으로 유일하게 걸친 의복인 천쪼가리를 확 뜯어버렸다.
거인의 몸에 어울리는 덜렁거리는 성기가, 두꺼운 남근이 드러나고――갑자기 임전태세에 들어가듯 단단하게 발기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유라의 심장이 두근, 뛰었다.
‘뭐, 뭐야?!’
쿵! 쿵! 쿵! 쿵!
거인이 발을 울리며 다가오고 있다. 킁킁거리는 코, 침을 뚝뚝 흘리는 커다란 입이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을 발견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냥감은 자신이 분명했다.
본능적으로 알 것 같았다.
암컷을 찾은 짐승의 얼굴이다, 저건.
자신을 노리고, 놓치지 않도록 일직선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에라도 도망쳐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몸을 숨겨야 한다.
잡혔다간 끝장나고 말 거야!
그런데.
‘모, 몸이 이상해…! 왜 이러지…?’
쿵! 쿵! 하고 울리는 소리가 귓가를 가득 메우는데.
그게 저 괴물의 발소리인지, 자신의 심장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심장이 뛰고 있다. 그대로 귓구멍을 통해 심장이 튀어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저 괴물의 성기를 봤을 때부터, 아니, 저 괴물을 봤을 때부터 이미.
그녀의 몸은 멋대로 반응을 시작했다.
――발정하고 있다.
‘아, 아아…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버려… 뭔가가 자꾸만 떠오를 것 같아… 안 돼, 안 돼….’
하아, 하아, 벌어진 입에서 짐승 같은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이렇게 초조해진 자신의 몸이, 달아오른 피부가 믿기지 않는다.
거기가, 젖어들고 있다.
당장에라도 보지균열에서 음탕한 꿀 같은 액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속옷이 없어서, 허벅지를 타고 그녀의 매끈한 피부 위를 또르륵 흘러내리고 있다.
다시금 꿀꺽, 침을 삼켰다.
아아, 저 커다란 손에 붙잡히면 어떻게 되는 걸까. 저 힘과 열량으로 넘쳐보이는 품에 안겨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꼼짝도 못하고 저항도 못하고 뿌리치지도 못하고 그저 그렇게 유린당해버리고 마는 걸까. 그건 어떤 기분일까. 필시 황홀한 기분이겠지. 아아, 어떡해 상상만으로 몸이 떨려와.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심장이 뛴다. 숨이 가빠와. 아아, 침이 흐르고 말았다. 얼른 삼킨다. 그보다 저런 커다란 자지가 내 보지에 들어오긴 할까? 보지가 망가져버리고 말거야.
아아, 아아, 아아, 아아… 아니야… 아니야… 나는… 이렇지 않아….
기대 같은 거… 하고 있지 않아아아…!
『크하아아아―――!』
쿵! 쿵!
괴물은 이미 코 앞에 와있다. 보고 있지 않지만, 민감한 오감에 닿는 기척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 짐승 같은 체취가 가까이 오니, 몸이 한층 더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유라는 모퉁이벽 뒤 쪽에서, 사타구니를 억누르고 안짱다리를 한 채, 후들후들한 다리로 가까스로 서있었다.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고, 하아, 하아, 숨을 내쉬고 있다.
이제 곧 괴물은 모퉁이를 돌고, 무방비한 유라를 발견할 것이다.
발견되고 만 마법소녀는 어떻게 될까.
오로지 욕망을 따라 마음껏 범하고, 보지가 망가지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그녀의 질과 자궁에 욕망을 토해내고, 그녀의 부드러운 살코기를 장난감마냥 조물조물 주무르며 유린할 것이다!
아아….
아아!
그 어찌나, 감미로운 울림인지…!
턱, 하고. 거인의 손이 모퉁이에 닿고.
욕망에 번들거리는 표정으로, 사냥감을 찾아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그리고――
* * *
『쿠워……?』
그리고.
예상과 달리 아무도 없는 빈 모퉁이에, 괴물은 의아해하며 멍청하게 고개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