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
EP.2 #1 의외로 꿈과 희망이란 것은 뜯어보면 이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1)
악의 조직 .
약 10년 전, 라는 이름의 다른 행성에서 찾아온 달갑지 않은 불청객.
을 필두로 온갖 곳을 침략하고, 온갖 것을 파괴하며, 남성들은 괴인으로 만들어 수족으로 사용, 여성들에게선 필요한 에너지인 을 멋대로 뽑아내는 쓰레기 같은 놈들.
잔인하고 잔학하며 교활한 악당들.
정말이지, 남의 별까지 와서 무슨 짓들이냐. 민폐가 따로 없다.
나라에서 최첨단 무기로 반격하려 해도, 우리의 ‘최첨단’을 월등히 뛰어넘는 미지의 기술을 사용하는 그들에겐 이겨낼 수가 없었다.
그 미지의 기술이란 걸 좀 유익한 데 사용해주면 좋을텐데.
“하지만 걱정말라냥. 잔학무도한 그 녀석들을 두고보지 못하고, 이 지구에 우리 의 요정들이 나타났으니까냥!
연약하고 미련한 지구의 인간들에게 힘을 주는 거다냥! 감사하라냥! 그러니 받아들이라냥!”
“X발, 그런데 왜 나냐고 미친놈아!”
나는 소리쳤다. 씨알도 먹히지 않겠지만.
이 폭신폭신해보이는 인형 녀석은, 룰루랄라 편의점에 갔다 오던 나를 붙잡고는 멋대로 마법소녀인지 뭔지로 선택했다.
간택 당하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일단 설명하겠다냥. 지구의 여자들에게는 마력이라는 게 있다냥. 악의 조직 는 이 마력을 노리고 있고냥.”
“난 남잔데. 남자라고. 소녀 같은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내가 온 거다냥. 에서 온 성스러운 요정인 이 쿠키님께서, 너를 여자로 변신시켜주겠다냥.
물론 그 마력을 사용하는 힘도 주겠다냥. 완벽한 마법전사가 되는 거다냥. 는 우리에게도 적! 함께 물리치자냥!”
“싫다고 미친놈아!”
“넌 거부할 수 없다냥. 내 맘이라냥.”
“젠장!”
횡포다! 고소할 거야! 고소해주겠어!
‘쿠키’라는 이름의 폭신폭신한 인형 요정이 자그마한 손을 흔들자, 별안간 내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이, 이건 설마…!
“자, 변신해라냥!”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렇게 해서.
오늘 나는, 마법소녀…가 되었다.
* * *
일단 내 상태를 설명하고자 한다.
아직 동조차 트기 전인 새벽, 자그마한 단칸 셋방에서, 나는 ‘마법소녀’란 것으로 변한 내 모습을 확인했다.
완벽한 여자로 변했다. 남자일 때보다 확실히 키가 작아졌다.
목에 위화감을 느껴 “아, 아.”하고 말해보니 목소리가 분명하게 평소보다 높고 가늘었다.
가녀린 어깨라던가 허리라인이라던가 골반이라던가, 분명 여성 체형이었다.
얼굴도 웬만한 연예인 뺨친다고 해야 할까,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의 티 한 점 없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네 안의 이상적인 여성상(像)으로 변한거다냥.”
“……확실히, 그런 것 같아.”
이상형이라고는 해도 어렴풋한 이미지였지만, 이렇게 보니 이 이상 바랄 것 없는 몸이다. 얼굴도, 키도, 체형도.
그런데 소녀라고 부르기엔 어폐가 있는 것이, 잘 익은 과실처럼 부푼 가슴도 쭉 뻗은 다리도, 소녀라기보단 성인 여성의 모습이다. 본래의 나와 같거나 비슷한, 성인 여성의 모습. 뭔데 이게.
아니, 확실히 스물 다섯이나 먹고 열 여섯, 일곱이나… 혹은 그 아래의 모습으로 변신한다면 그것도 그렇지만.
어떻게 봐도 마법소녀가 아니라고 이거.
“원래는 ‘마법소녀’로 변신시키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냥. 불가능한 건 아니다냥. 애초에 나도 이런 것보단 풋풋한 소녀로 변신시키는 게 좋다냥.”
“그럼 왜 이렇게?”
“메크라크의 괴인들은 여성을 상대로는 마력을 빨아들이기 위해 온갖 능욕을 한다냥.”
그렇다. 남자는 괴인으로, 여자는 능욕하며 마력을 뽑아낸다.
어, 그렇다면 여자의 몸인 지금 내가 메크라크에게 습격당하면….
상상만으로 얼굴이 창백해졌다. 남자로서 여자 경험도 없는 내가, 여자로서 능욕 당한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아!
“그, 그런데 그거랑 이 모습이 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소녀의 모습으로는 ‘아청법’이라는 것에 걸리는 모양이다냥. 깐깐한 지구인 새끼들.”
정말 꿈도 희망도 없네. 그런데 넌 요정이라는 놈이 말투가 그게 뭐니.
이 놈, 어투는 귀엽지만 속은 분명 시커먼 먹물 같은 것이 가득 차 있을게 분명하다. 문어 같은 놈.
어쨌든 라는 울림에 당황했었지만, 이 모습이면 나 정도에 가깝겠지. 조금 안도해버렸다. 어차피 여체화가 된 건 똑같은데. 다시 생각해도 우울해진다.
나는 거울 속 내 모습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이번에는 복장이다.
그런데 복장이… 이게 뭐야?
알몸에 새카만 속옷, 거기에 가터벨트와 스타킹을 착용한, 선정적인 모습이다. 까놓고 말해 야하다.
물론 게임 같은 데에선 여성 캐릭터의 강함은 노출도에 비례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최강의 장비는 비키니 아머인 것처럼), 이것도 그런 법칙이 적용하는지 의문이 든다.
“변신 코스튬은 랜덤이다냥. 지금은 첫 변신이라 디폴트 상태고냥. 다음 변신부턴 제대로 된 코스튬이랑 무기가 나타날 거다냥. 그리고 이라고 외쳐보라냥.”
“…? 상태창.”
중얼거리자, 눈 앞에 반투명한 홀로그램 화면이 떠올랐다.
이름:
코스튬:
마법:
특성:
상태:
마치 게임 같은 화면이다. 신기하네.
“멍청한 지구의 인간들을 위해 보기 편하게 해뒀다냥. 상황에 따라 안내 음성도 나오니까 도움이 될 거라냥.”
“너, 슬쩍슬쩍 본성이 나오는 거 알아?”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본성이 어때서냥? 그보다 이름부터 정해라냥. 설마 그 상태로 본명을 쓸 건 아니겠지냥. 그러면 끔찍한데냥.”
“안 정해. 어차피 안 할 거고.”
“냥?”
나는 새침하게 쿠키를 노려봤다.
애초에 이런 강매 같은 것에 어울려줄 생각 없다.
“왜 난데? 제대로 여자한테 부탁하라고. 아니, 애초에 이런 부탁 들어줄 놈이 있겠냐마는.”
“생각이 없냥? 만약 마법소녀가 괴인에게 지면 무슨 꼴을 당할 거라고 생각하냥?”
그야… 약속된 전개처럼, 능욕 당하겠지.
“여자들한테 시키려고 했더니 온갖 욕설과 매도와 함께 거절당했다냥. 생각해보면 윤리적으로도 그렇다냥. 메크라크 놈들도 능욕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다냥. 하드한 플레이는 시도조차 못하겠다고 한다냥. 그 녀석들의 말도 일리는 있으니, 나는 고민하게 되었다냥.”
어디부터 태클을 걸어야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적대하는 사이 아니었어…? 왜 서로 고민을 들어주거나 하는 건데…?
“그러다가 문득 생각했다냥. ‘남자가 여자가 되어 능욕 당하는 거라면 괜찮지 않겠냥…?’ 하고. 나 혹시 천재인가냥?”
“그런 정신 나간 건 생각만으로 끝내라고 미친놈아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눈 앞에 나타난 게 어쩐지 밀어붙이면 될 것 같은 호구 같은 남자였다냥.”
“누군데.”
“너다냥.”
“그런 말 듣고 누가 따라줄 것 같아?!”
“싫냥?”
“싫어.”
“상관없다냥. 내가 호출하면 3분 뒤에 그 모습으로 변할 테니까. 괴인을 쓰러뜨리기 전엔 변신 안 풀릴 거다냥.”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개새끼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고양이다냥. 개가 아니다냥. 그리고 그 상태에선 마력이 증폭되니까냥. 괴인들의 1등 표적이 되겠지냥.”
악몽이다. 악몽이야!
싫어, 싫다고! 이런 모습이 되는 것도 싫고, 괴인들한테 노려지는 것도 싫고, 남자인데 능욕당하는 것도 상상만 해도 치가 떨려!
나는 울고 싶은 마음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쩐지 앉는 방식도
“그리고 공짜도 아니다냥. 너, 취준생이지 않냥?”
“……맞는데.”
쿠키가 허공에서 손을 휘릭 돌리자, 아무 것도 없던 허공에서 계산기가 튀어나왔다.
“마법소녀 일을 하면 월급도 준다냥. 요즘 세상에 아무 대가도 없이 이런 걸 시키진 않는다냥.”
아니, 이 부분에선 ‘소원을 들어준다’ 같은 게 정석 아니야…? 왜 이렇게 속물이 됐어, 마법소녀.
미심쩍은 생각은 들었지만, 쿠키가 내민 계산기의 화면을 보고 나니 모든 생각이 화악 날아갔다.
“일단 기본금은 이만큼이다냥.”
“어…… 저기, 연봉?”
“월급이다냥. 월 지급.”
머리가 새하얗게 되었다. 지금쯤 내 눈은 진도 9.0의 동공지진을 일으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쿠키는 계산기를 추가로 두드린 후 보여주었다.
“거기에 위험수당이랑, 성과상여금 같은 이런저런 걸 추가하면…. 대충 한 달에 이 정도 나올 거라고 예상한다냥.”
꿀꺽, 침을 삼켰다.
여, 여자로 변신하는 것 뿐인데… 그것만 참으면, 이만한 돈을…?
거기다 수치를 당하더라도 내 몸이 당하는 것도 아니다. 원래 몸은 그대로 있다. ‘돌아갈 수 있다’고 했으니 분명 그렇다.
그렇다면 뻔한 VR 체험 같은 것으로 여길 수는 없을까…? 눈만 딱 감으면 이만한 거금이 안정적으로 내 손에…?
아, 안 돼! 혹하겠어!
“시, 싫어! 그래도 싫다고!”
“어차피 너한텐 거부권이 없다냥. 하지만 제대로 싸워주지 않으면 곤란한데냥… 좋다냥, 그럼 이렇게 하자냥. 일단 너를 남자로 돌려보내주겠다냥.”
쿠키는 별 수 없다는 듯 제안했다. 생각보다 순순히 들어주네…? 뭔가 더 밀어붙일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남자인 너를 그 쪽 취향인 변태 괴인들 사이에 떨궈주겠다냥. 우락부락한 마초 괴인들이 남자인 너를 범하고, 엉망진창이 된 너를 최종적으론 괴인으로 만들어주겠지냥. 그래도 괜찮다면 상관없다냥.”
“할게요! 마법소녀 할게요! 하면 되잖아 이 개같은 놈아!”
“잘했다냥. 생각한 대로의 호구였다냥. 그리고 고양이다냥.”
나는 눈물을 삼키며 쿠키가 내민 손을 맞잡을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마법소녀냐. 정말이지 꿈도 희망도 아무것도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