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04
EP.204
#2-20 레지스탕스들의 도시(2)
“돼지 씨. 일어났으면 한 번 꿀~하고 울어볼래요? 아, 입이 막혀서 울 수도 없나? 키키킥.”
또각거리는 구둣소리를 울리며 나타난 건, 어느 건방진 표정의 여자였다.
키는 아데와 비슷할 정도로 작은데, 흉부가 절망적일 정도로 살집이 부족한 아데에 비해 훨씬 도드라진 여자였다.
구불구불한 컬이 들어간 단발머리 위에는 흰 베레모를 쓰고 있다.
그 얼굴은 알고 있다.
【레지스탕스】의 주요 대원이며, 【메크라크】 남자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울려주고 싶은 여자 랭킹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여자.
뷔에 데몬벨.
악마라는 별명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행성 공인의 망할 년…!
‘돼, 돼지…? 이, 이 몸에게?! 귀족도 아닌, 단순한 암컷이…!’
감히, 【메크라크】의 귀족이자 서열 13위인 【땅의 쿠알】님을 돼지라고 불렀냐?!
“우우우움…!”
쿠알이 분노의 고함을 지르려했지만, 입에 물린 재갈 때문에 제대로 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이 유쾌하다는 듯,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 앞에 서있는 여자만이 아니라, 주변에서 잔뜩 들려오고 있다.
그제서야 쿠알은 자신이 다수의 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을,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 어두운 조명이 오로지 자신의 투실투실한 몸을 비추고 있다.
수직으로 세워진 X자 형태의 형틀로 고정된 팔과 다리는 꼼짝도 하지 않고, 팬티조차 입고 있지 않아 자랑스러운 퉁퉁한 배나 덜렁거리는 남근이나 전부 고스란히 드러나 있으며.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가까이 다가온 뷔에만이 아닌 무수한 눈들이 품평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근데… 이것 참, 볼품 없는 몸이네요. 임산부의 배보다도 훨씬 크게 부풀어오른게.”
퍽!
“웁?!”
뷔에가 신은 구두의 두꺼운 굽이, 쿠알의 배를 용서없이 깠다.
고통스럽게 신음을 흘리는 쿠알.
그 모습에 뷔에가 짓궂게 웃었다.
“어머나, 재밌어라.”
퍽! 퍽!
“우우우웁…!”
“이얏~★”
쿠알의 배를 이리저리 발로 차며 출렁이게 만들던 뷔에가, 이어서 훤히 드러나 덜렁거리는 쿠알의 남근을 용서 없이 발로 차버렸다.
“~~~~~~~~~~?!”
“아하하하하, 아파? 아프니? 꺄하하핫! 이 쓸모없는 씨주머니도 아프긴 아픈가 보네요? 꺄하하!”
재갈이 물려진 입에서 비명 같은 소리가 새어나왔다.
정말이지 일말의 주저도 없이 걷어차인 남자의 상징에서 전해져오는 고통에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안 그래도 쿠알은 고통에 면역이 없는 편인데.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냐고?!
덜컹덜컹!
쿠알이 난폭하게 구속된 사지를 움직여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소한 마법을. 정령을 불러모아 형틀 자체를 부숴버리든지, 눈 앞의 여자들을 흙더미에 파묻어버리든지… 그렇게라도 한다면!
‘……어? 왜, 마법이….’
“어머나, 그 표정 보니까 이제 알았나 보네요? 마법을 쓸 수 없죠?”
“웁……?”
“이 공간도, 그 형틀도 특수한 구속구거든요. 너희 귀족들을 붙잡기 위해 【레지스탕스】의 개발부에서 열심히 만든 거니까요. 별의 힘을 완전히 차단하는 장치라니, 대단하지 않아요?”
“으읍!”
“그런데 시끄러워 죽겠네.”
빠악!
“~~~~~~~!”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내질러진 발이, 쿠알의 남근을 용서 없이 차올렸다.
자신의 자랑스런 남근이 이런 취급을 받게 되다니. 고통도 고통이지만, 그 굴욕 때문에 쿠알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뷔에는 그런 쿠알을 보며 가학심을 자극 받은 듯, 기쁜 표정으로 혀를 핥았다. 곁에 있던 다른 대원에게서 받아든 채찍으로 손바닥을 찰싹찰싹 두드려본다.
“내가 네 전담 조교사로 지정됐거든요. 한동안 잘 부탁할게요? …뭐, 지금은 그냥 역겨운 숫퇘지지만, 조만간 귀엽게 느껴질 정도로 순종적인 숫퇘지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즐겁군요! 진짜 잘 부탁드려요!”
니힐히 웃으며 말하는 뷔에.
그 말에, 그 얼굴에, 쿠알은 공포에 젖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렇다, 쿠알도 알고 있다. 이 【레지스탕스】라는 조직은 여자들로 이루어졌을 뿐인 단순한 조직이 아니다. 결코 정상적인 조직이 아니다. 사람의 남근을 주저 없이 발로 차대는 정신 나간 여자들이 모여있는 집단이, 정상적일 리가 없지.
“읍, 읍읍읍!”
“시끄러워, 돼지!”
짜악! 짝!
고개를 저으며 신음하는 쿠알에게, 뷔에가 귀찮다는 듯 채찍을 휘둘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조교가 시작되면, 쿠알은 영혼까지 탈탈 털려 전혀 다른 어떤 것이 되어버릴 것이다.
“아하하하하하! 자! 떨어라, 떨어. 울어라, 울라고! 주제를 알아라, 이 쓰레기 같은 씨주머니야!”
이것이 【레지스탕스】들에게 붙잡힌 남자들의 말로.
이것이 바로――【레지스탕스】.
* * *
야스메디아, 줄여서 메디아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의 첫 인상은, 한 마디로 『유능한 여자』였다.
매끄러운 긴 흑발에다 날카로운 정장 차림은 지구에서도 흔히 보이는 능력있는 직장인 여성 같은 느낌이고, 행동은 하나하나가 시원했으며 외모도 연예인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조각 같은 아름다움을 엿보였다.
말도 조리 있게 하면서 이쪽을 배려해 지루해지지 않게 새로운 화제를 계속 내비치거나, 대화하는 사이사이 여유와 텀을 주며 이쪽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기도 했다.
한 마디로, 모난 곳 하나 없는 완벽한 여자.
그게 이 메디아라는 여자의 첫 인상이었다.
“잠깐 거리를 안내해드릴까요? 쿠알 같은 남자한테 붙잡히다니, 심신이 여러모로 지치셨을 테니까요.”
메디아의 친절한 안내로 우리는 머물고 있던 숙소 밖으로 나왔다.
【레지스탕스】의 아지트라고 했지만, 이곳은 실제로는 아데가 다스리는 【물의 도시】라고 한다.
【메크라크】의 각 귀족들은 각자의 도시를 다스리고 있으며, 우리가 어제까지 잡혀있던 그 도시와 인근의 사막 일부까지가 쿠알의 관할, 그리고 이 도시와 도시를 둘러싼 호수까지가 전부 아데의 관할이라고 한다.
“우와….”
밖으로 나온 나는 감탄하며 탄성을 질렀다. 단애도 놀라긴 매 한가지인지,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창밖으로도 보긴 했지만, 이 도시는 거리 중간 이곳저곳이 물에 잠겨있다.
평범하게 도로와 다리를 통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거리를 가로지르는 물 위에 보트나 고무배를 띄우고 통통통 나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책이나 인터넷으로만 봤던 이탈리아의 베니스가 이런 느낌일까?
투명한 물빛이 반짝이고, 거리에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늘어서있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드론 같은 기계들이며 지구에선 볼 수 없는 기묘한 장치 같은 것들도 눈을 반짝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감탄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메디아가 말을 걸어왔다.
“어제 이곳에 오시면서 거대한 호수에 둘러싸인 도시, 라는 식으로 말씀을 하시는 걸 들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틀린 견해지만요.”
“틀려?”
“네. 단순히 호수에 둘러싸인 게 아니라, 호수 위에 떠있는 거예요.”
메디아는 생긋 웃으며 보충해주었다.
“호수 위에 떠있는 섬, 이 행성 【메크라크】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에 잘 오셨습니다.”
거대한 호수와, 그 호수에 둘러싼 아름다운 물의 도시.
그게 바로 아데가 다스리는 이곳이었다.
* * *
쿠알을 물리치고 난 뒤, 우리들은 【레지스탕스】 여자들에게 이 도시로 함께 올 것을 제안받았다.
어차피 갈 곳도 없었으며, 아는 것도 없다. 그래서 호의를 받아들이고 그녀들을 따라왔다.
“현재 【메크라크】는 상황이 많이 안 좋습니다. 【여왕】이 모습을 감춘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죠.”
“여왕…?”
“【메크라크】의 지도자라고 하면 될까요? 원 탑이죠. 가장 강하고, 가장 늠름하고, 가장 아름다우신 분이셨습니다.”
별은 메말라가고, 인구는 줄어들었으며 치안은 엉망으로 변해간다.
모두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길을 잃고 헤매던 상황. 그런 모두에게 힘과 인격으로 모두를 통합하고 지도자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이, 그 【여왕】이라는 모양이다.
“【메크라크】의 역사는 【여왕】의 치세 전과 후로 나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메디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솔직히 나로서는 실감이 잘 갖지 않아서, 그렇구나~ 하는 식으로 듣고 있지만.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다른 별을 침략하자고 제안해주신 분도 여왕이었습니다. 마법소녀 님들의 별인 지구도요.”
“엣.”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 별은 죽어가고 있고, 남의 것을 착취하며 연명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까요. 그 제안이 없었다면, 이 별의 사람들은 수가 부족한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지금도 추접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겠지요.”
“근데 그걸 잘도 당사자 앞에서 말하네에~.”
쫄래쫄래 옆에 걷던 단애가 비꼬듯 말했지만, 메디아는 별 다른 표정 변화 없이 죄송하다며 고개를 꾸벅 숙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여왕님의 지도였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저희의 기술력이면 지구라는 별에서 인간이라는 종만을 골라서 멸종시킬 방법도 있기 때문이죠.”
“……협박하는 거야?”
“협박이 아니라 사실을 말씀드린 겁니다. 그 외에도 마력을 효율적이게 뽑아내는 방법이라던가 이런저런 문제가 있지만… 그건 넘어가도록 할까요.”
지나가면서 보이던 투명한 액체로 감싼 고기꼬치가 맛있어 보여서 바라봤더니, 메디아가 대신 돈을 지불해 사주었다.
“저희 도시의 명물입니다. 꼭 드셔주셨으면 하네요.”
그렇게 말하면 거절할 수도 없다. 기뻐하며 받아들였다. 뇌물을 받고 나자 악감정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게 느껴졌다.
어쨌든.
‘룰, 이라.’
불살(不殺). 그리고 나이 어린 자는 손대지 않을 것.
여왕은 그 두가지 룰만은 반드시 지킬 것을 약속시켰고, 그리고 다른 별로 전사들을 파견 보냈다.
그렇게 벌어들인 마력으로 【메크라크】는 간신히 연명했고, 소모될 뿐이던 별도 차츰차츰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런데 얼마 전부터 여왕님이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더니, 수도가 봉쇄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설명을 이어가던 메디아가 분한 듯 주먹을 부르쥐었다.
수도의 봉쇄. 새로운 룰의 선포. 그리고… 시작된 『여자 사냥』.
“여자 사냥?”
“예. 수도에서 내려진 명령으로,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기 시작한 겁니다. 본래 이 별의 여자들만큼은 손을 대선 안 됩니다. 결코 깨선 안 되는 불문율과도 같은 건데….”
이 별의 여자들은, 크든 작든 별들로부터 마력을 공급받고 있다.
괴인들이 그런 여자들을 범하면서 마력을 빨아들였다간, 별의 황폐화가 가속되어버린다.
그렇기에 절대로 【메크라크】의 여자들에게 손을 대선 안 된다. 더불어 여자는 남자들과는 달리 살아있는 몸이니 다치게 해서도 안 된다.
번식은 선별된 소수의 인원들, 그리고 귀족들의 정자를 받아들이는 것으로만 허락한다.
‘……생각 이상으로 막장이네.’
메디아의 얘기를 들으면서 든 생각이다.
어쨌든 망해가는 별에 살고 있으니까. 지구와 똑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거겠지.
남의 별 사정 따위 알고 싶지도 않고, 그다지 흥미도 없었지만,
“――이 별의 수컷들은, 지구를 완전히 정복하기 위해 총 공격을 감행할 생각입니다.”
“뭐?” “엥?”
그 말에 나도 단애도 얼빠진 목소리로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
메디아의 눈은 극히 진지했다.
“여왕의 방식으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거겠죠. 수컷들은 여왕을 감금하고, 이 별의 여자들을 이용해 부족한 마력을 별에서 억지로 끌어모으고――막강한 마법소녀들마저 무력화시킬 정예 군대를 지구로 보내려 하고 있어요. …그러니 부디, 당신들의 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저흴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