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13
EP.213
#2-21 마법소녀는 카지노에 갔습니다(2)
어쨌든. 저 재수 없는 슬라임인지 골렘인지 판다빌런인지는 둘째치고, 아데는 드디어 진지한 얼굴로 본론을 전달했다.
다만 본래 말수가 적은 탓인지 설명이 상당히 조잡했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전해지는 내용을 머릿속으로 짜깁기 할 수 밖에 없었다. 저번에 사과했을 때보다도 더 성의 없게 느껴지는데, 이쪽이 본 모습인 걸까?
“그래서, 【향락의 도시】라는 데가 수상하다는 거지?”
“……그래.”
아데가 고개를 끄덕였다.
“……【향락의 도시】는 중립도시. 그런데 사람이, 여자가 사라진다고 하면 뭔가 일이 있다고 밖에는.”
“구체적으로는?”
라고 되물었더니, 파편처럼 조각 난 정보들을 흩어놓는다.
대충 들어보자니, 그 도시는 본래 안전한 것으로 유명한 곳이라는 모양이다.
별이 실시간으로 죽어가는 이 【메크라크】에서는 절반 이상의 도시가 매일매일 살아가는 데 급급한 경우가 많다. 지나친 과학의 발달로 오히려 개개인의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회 속에서, 풍요로운 물자와 안전한 생활이 보장되는 도시는 많지 않다.
“……거기는 수도와 가까워… 그래서 안전.”
“음… 가장자리에 있는 도시들은 사막에 가까우니까, 치안도 덩달아 안 좋아진다는 거구나?”
아데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를 통치하는 귀족의 성격에 따르는 점도 있지만.”
그렇게 말하자면 쿠알은 시민들을 신경써줄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도시 대부분이 무법지대처럼 변해버리는 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여담으로 이 【물의 도시】도 수도와 멀지 않아서, 물자가 풍부하다는 모양이다.
이렇게 안전한 도시가 있다면 사람들이 너도 나도 몰려들려 하겠지만, 당연하게도 그만큼 통행하는 데 엄격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안전하고 중립을 지키는 그 도시만큼은 레지스탕스들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는 모양이다. 어디까지나 그들의 적은 여자들을 탄압하려는 수도의 움직임에 있으니까.
그러나 어느순간부터 그 도시로부터 여자가 사라진다는 소문이 돌고.
이어서 여자를 상품으로 내다판다는 『경매』가 열린다고 한다.
그 때문에 레지스탕스들도 주목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여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면, 간과할 수 없어.”
“그야 그렇겠지만,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
“……스파이를, 보내놨는데.”
【레지스탕스】에서도 소문을 듣자마자 대원 몇 명을 스파이로 보냈다는 모양이지만, 아직 돌아온 대원은 없다는 모양이다.
“――한 명. ……이번에 연락이 닿았어.”
그러나 그 중 한 명.
도시에 잠입해 있던 인물로부터, 가까스로 헬프콜이 와닿았다.
여기에서 드디어 결론이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찾아가서 그 애를 구출해 와라?”
“……더불어 조사까지 끝마치고… 가능한 원흉을 처단하면… 완벽해.”
엄지를 척, 들어보이는 모습이 귀여웠다.
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돌아가는 짓을 해야할까. 우리는 이 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지구에 돌아가기 위한 일시 협력 관계일 뿐이다.
부하도 아닌 우리가 그녀의 명령을 들을 이유는 없다.
“……만약 경매 얘기가 사실이고, 그 도시가 안전하지 않다고 안다면… 그 도시에 사는 여자들을 【레지스탕스】로 끌어들일 수 있어… 그러면 수도를 공격하는 데 큰 힘이 돼….”
“끄응.”
“거기다 여자는… 남자들의… 힘을 키워주기도 하니까.”
그러고 보면 괴인들은 여체를 범하면서 그 몸에서 마력을 뽑아낸다고 들었다.
아데의 설명을 들어보자면, 여자들은 별에게서 직접 마력이라 불리는 에너지를 전달 받고, 괴인들은 그걸 뽑아내서 자신들의 힘으로 삼을 수 있으며, 만약 그런 식으로 여자들이 혹사되면 이 별은 순식간에 전부 사막으로 변해버리고 죽어버린다는 것 같다.
이 별의 문제야 뭔 상관이냐고 말하고 싶지만, 그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에 쓰려는 거겠지….”
여자들을 납치해 마력을 뽑는다면, 단순히 남자들의 식사나 강화용도만이 아니라, 지구를 침략하기 위한 의 배터리로 사용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아니, 급하게 사람을 납치해 충당할 정도라면, 십중팔구 그 이유 때문 밖에 없다.
본격적인 지구 침공 준비.
【향락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은 어쩌면 그 일환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여기까지 말한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 딱히 무리한 요구처럼도 보이지 않고.
단비와 시선을 마주쳤더니,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단애는… 꽁꽁 묶인 채 비부에 꽂아놓은 바이브레이터에 황홀해하고 있으니 물어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럼, 일단 결정인가. 그 향락의 도시인가로 가버리는 거구나.
“그런데 그 도적단 얘기는 뭐야? 그것도 우리가 가야 돼?”
“……화근을 없애기 위해서.”
이 도시의 근처에 나타났다면, 나중에 아데가 도시를 비웠을 때 힘이 약해진 도시를 치러 올 수도 있다. 그 외에 여자들을 납치해 팔아넘기는 그 녀석들을 그냥 두고 볼 【레지스탕스】도 아니고.
하지만 그 이유만은 아닌 듯 했다.
“……그 쪽이 죽여 없앤 노동력, 보충해야 하고.”
그렇게 말하며, 아데가 단비를 쳐다봤다.
과연, 사라진 노동력은 또 다른 악인으로 대체한다는 거구나.
담담한 아데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단비는, 언짢다는 듯이 눈썹을 모았지만 딱히 반박하지는 않았다. 단비가 죽여 없앴던 괴인들, 그 노동력은 수도를 치기 위한 무기 준비에 사용되던 모양이니까. 결국 단비는 제 손으로 지구에 가는 길을 방해한 꼴이 된 셈이다.
결국 좀 더 얘기를 나눈 결과, 문제의 도시에 가는 건 나와 단애, 그리고 노동력 확보 겸 도적 소탕 쪽으로 가는 건 단비가 되었다. 자기 X는 자기가 처리해야 한다며. 어휴 소녀의 입으로 할 말이 아닌데.
그보다 이제, 여기서부터 문제인데.
“그 【향락의 도시】라는 데, 통행하는 데도 빡세다며. 어떻게 해?”
“……그게.”
아데가 난처한 듯 입을 벌리고, 우물쭈물해하며 말을 못하는 사이 그녀의 어깨에 매달려 있던 판돌이가 대신 답했다.
[그러니꽈! 늬들은 이제부터 카지노에 가줘야 하는 검돠! 통행증이든 시민권이든 따내기 위하여! 알았슴꽈, 이 가슴만 커다란 멍청이들!]정말이지, 저 판다 새끼는 끝까지 좋아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 *
“흐응~ 흥~♪ 나는야 멋진 괴도~♬ 전세계 소녀들의 하트를 내 것으로 만들지~★”
케이와 단비, 그리고 단애에게 각자의 임무가 전해질 그 무렵.
수도, 그 정중앙에 위치한 동양풍의 거대한 궁궐에, 가면을 쓴 괴인 루판은 기분 좋게 드나들고 있었다.
손에는 저잣거리에서 사온 꼬치구이며, 수도에서만 구할 수 있는 각종 마력 향신료가 들어간 먹거리가 묵직할 정도로 잔뜩 들려있다. 【여왕】의 지갑과 계좌를 제 것처럼 사용하고 있으므로, 루판에게 있어서 돈을 아낄 이유는 없었다.
아아… 앙… 흐읏….
으… 이, 이런 데서… 흐이익…!
루판이 태연하게 걷는 궁궐의 뜰 안에서는, 간간히 고급스런 의복을 입은 여식들이 흉측한 괴인들에게 범해지고 있었다.
자주색 기둥에 몸을 기댄 채 뒤에서 범해지는 여자. 뜰 안에서 흙바닥에 개처럼 엎드린 채 범해지는 여자, 혹은 그늘 아래서 입으로 봉사할 것을 강요당해 고운 얼굴을 찡그리며 서툴게 봉사하는 소녀.
【여왕】을 가둔 후,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광경에 루판은 꼬치구이를 냠냠 집어 먹으며 미소지었다.
여왕을 보좌하기 위해 잔뜩 있던 이 궁궐의 궁녀들은 원래 하던 대로 일을 하는 한편, 루판이 데려온 괴인들의 노리개로써 그들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켜주고 있었다. 여왕을 인질로 잡혔으니, 충성심 깊은 그들은 저항하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았다. 그 점은 루판도 조금 놀라고 있다.
루판은 이 행성 전체에 『자유롭게 꼴리는 대로 하라』는 법령을 선포했다.
아니, 단순히 자유롭게 하는 것을 떠나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깔아뭉개고 범하도록 시켰다.
여자들이 보기에는 단순히 남자들로 하여금 여성들을 범하게 만드는 파렴치한 법률로 보였겠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레지스탕스】들을 그가 그냥 두고 볼 이유가 없다.
남자가 여자를 범하든, 여자가 남자를 깔보든 지금은 상관없다. 더욱더 서로 싸우고, 서로 다투고, 상처입히고, 어쨌든 뭔가를 해줘야한다.
서로를 배려한다거나, 그저 미적지근하게 현재에 안주해 있다간 그 앞으로 발을 내딛을 수가 없으니까.
‘뭐… 그 【레지스탕스】에도 첩자를 심어서 휘젓고 있으니까.’
남자들은 같은 남자된 입장으로서 다루기 쉽고, 여자들은 몇 안 되는 첩자를 이용해 고삐를 쥐고 있다.
괜찮다, 완벽하다.
루판의 완벽한 계획 속에, 【메크라크】는 착실히 앞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뭐, 그런 느낌인데요. 어떤가요?”
“아… 아아… 하아… 하아아…!”
오는 길에 고기를 전부 뜯어먹고 남은 꼬치막대를 대충 길바닥에 던지고, 그러면서도 남은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그런식으로 휘적휘적 궁 내를 활보하다 이윽고 당도한 곳은, 그 가장 안 쪽에 있는 특별한 방.
오로지 여왕을 위한 그 화려한 방의 한 가운데에, 천개(天蓋)가 달린 침대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침대에는 여왕이 사지를 쇠사슬로 구속된 채 누워있었으며, 지금 막 루판의 손에 의해 그 머리에 씌여져 있던 헤드기어가 벗겨졌다.
세뇌용 나노머신 투여, 그리고 노예화에 필요한 각종 영상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박사의 헤드기어다.
줄곧 그에 저항하다 간신히 해방된 여왕은, 지친 듯이 이마며 투명한 피부에는 송골송골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대로 탈진해 쓰러질 것처럼 애처로운 모습이었지만, 아랑곳 않고 몸에 힘을 주며 자세를 추스르고 쪼그려 앉았다. 적의가 가득한 눈으로 루판을 노려보면서.
“하아… 하아… 네놈… 네노오옴…!”
빠드득, 고운 이를 갈면서 노려보는 여왕.
그녀가 분노한 건 이런 꼴로 방치한 일 때문일까? 충성심 깊은 부하들을 욕망에 찬 수컷들의 노리개로 던져준 것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사랑하는 동포들을 다툼과 전쟁 속에 던져 넣은 일 때문일까? 어쩌면 일말의 희망인 【레지스탕스】마저 뒤에서 고삐를 쥐고 낄낄거리는 그 재수 없는 모습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 전부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살기가 담긴 무시무시한 눈으로 쳐다봐지고 있건만, 루판은 그 모습이 유쾌해서 견딜 수가 없다는 듯 웃었다.
“저런~ 뭘 그렇게 화내십니까~★ 전부 이 행성과, 당신이 사랑하는 그 동포들 때문인 건데요.”
루판이 화를 돋우듯이 낄낄대며 도발했다.
아무리 분노한다 해도, 그녀가 루판에게 반항할 수단은 없었다.
사지를 무겁게 구속한 쇠사슬은 그래도 길이가 넉넉해서, 침대 위에서라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정도는 된다. 지금 당장 루판을 향해 주먹을 뻗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특별하게 과학적, 주술적 처리가 되어있는 쇠사슬은 그녀의 마력을 억누르고 신비를 일으키지 못하게 억제하고 있다. 맨주먹으로 때려봐야, 저 남자는 즐거워하기만 할 뿐이다.
무엇보다――
“큭큭, 귀여워요, 그 모습.”
“절대로, 절대로 네 놈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루판의 시야에 비친 건, 예전의 풍만하고 성숙한 여왕이 아니었다.
동양풍의 비단 같은 천에 감싸인, 나긋나긋할 정도로 가는 팔다리. 자그마한 몸집. 무엇보다 가까스로 여성임을 어필할 정도로만 살짝 부풀어 오른 가슴.
성숙한 살집으로 남자를 유혹하고 꾀어내던 요녀(妖女)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가까스로 2차 성징이 드러날까 말까한 자그마한 소녀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새하얗던 머리카락도 드문드문 흰머리가 보일뿐 먹물을 뒤집어쓴것처럼 거의 다 새카매져 버렸다.
별과 동기화되어 그 마력으로 육체를 유지하던 그녀는, 지나치게 많은 마력을 루판에게 빼앗기는 바람에 그 몸의 윤곽이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이렇게 간신히 소녀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고작. 시간이 지나고 넉넉한 여유를 가진다면 다시 모습을 키울 수 있겠지만,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 때마다 다시 그녀를 범해 마력을 따먹고 간다.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여유가 없다.
그나마 이 정도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이 이상 어려졌다간 【메크라크】의 성인 기준에 걸리기 때문에 조절하고 있다나 보다. 애초에 복잡한 사정이 있으므로 2차 성징 이전의 몸으로 내려갈 일은 없지만….
“다른 법은 어떻게 없애더라도, 나이도 차지 않고 육체도 준비되지 않은 어린애들은 손 못 대도록 그 법률만은 남겨놨거든요. 애초에 제게 그런 취향은 없는지라. 아청법도 걱정되고.”
“이미 충분히 최저지만, 그 이하로 떨어지진 않아서 안심이구나.”
“그리고 어린애들은 그냥 괴롭히는 편이 즐겁잖아요. 게임을 하면 용서 없이 퍼펙트로 이겨주고, 길을 잃어버린 아이가 있다면 손을 붙잡고 끌고 가서 답도 없는 미궁에 던져놓고, 먹고 있는 게 있으면 뺏어서 집어먹고, 가지고 싶어하는 게 있으면 눈 앞에서 흔들어주면서 안 줄거라면서 놀리고… 하아… 맞아요, 어린애들은 그렇게 괴롭혀야죠. 폭력 같은 수단은 언어도단. 그런 건 미학도 없고 재미도 없어요.”
“정정하마. 넌 최저최악 이하의 개쓰레기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 당장 혀 깨물고 뒈져버려라, 변태자식!”
“뭐, 그리고 상대가 당신이라고 한다면, 지금 이하로 떨어진다고 해도 충분히 즐기겠습니다만.”
가면에 얼굴이 반쯤 가려진 채, 루판이 실실 웃었다. 그 시선에 오싹 소름이 돋아, 여왕은 저도 모르게 두 팔을 감쌌다.
이를 으드득 갈며 루판을 노려보는 여왕. 그러나 그 자그마한 손을 아무리 부르쥐고, 그 소녀다운 눈으로 아무리 노려봐야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다. 귀엽고 사랑스러워,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말 것 같다.
‘어이쿠,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 하는 건….’
아무리 루판이라도 불쌍해서 그렇게까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몇백년동안 최고봉에 서계시던 여왕님인데, 머리 쓰담쓰담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