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19
EP.219
#2-22 마법소녀는 갬블 중입니다!(2)
“이 쥐새끼가…!”
“찍찌… 그렇게 험악한 표정을 지으시면 저희도 오해하지 않겠습니까?”
아르몽은 교활한 듯 온화하게 웃으며 뒤에 있던 급사에게 뭔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급사는 다급하게 방을 나섰다.
“분명 말씀드렸을 터입니다. 제가 바라는 건 게임입니다. 갬블이죠. 당신들이 바라는 게 있다면 제게서 따내시면 됩니다.”
“대신 칩은 우리다?”
단애가 톡 쏘듯이 대답했다.
“찍찌, 이야기가 빠르군요. 그렇습니다. 다만 저도 당신들이 바라는 것을 칩으로 내놓도록 하죠.”
잠시 후, 조심스레 문이 열리고 조금 전 방을 나갔던 급사가 돌아왔다. 그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허가증』입니다. 두 분이시니 특별히 두 장을 준비했습니다.”
폭신한 바닥이 깔린 쟁반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은, 두 장의 카드였다.
이게 바로 허가증….
나는 주변을 흘끔 쳐다봤다.
다들 조금 건장한 성인 남성과 비슷한 정도의 체형이다. 척 보기에는 여러모로 개조된 몸을 가진 일반 괴인들보다도 약할 것 같다.
하지만 겉보기에 속으면 안 된다. 쿠알의 저택에 있던 엘리트 괴인들도, 그 중 태반은 이 정도의 체형이었다. 무엇보다 각자가 가진 특수능력 쪽이 위험하다.
인 현재 상태로는 상대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을 조심스레 매만지면서, 단애와 시선을 맞췄다.
단애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의 표시를 해주었다.
‘제대로 변신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다행히 의 배터리는 풀충 상태다. 30분은 변신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의 사태에 도망치는 정도는 가능하겠지.
“좋습니다.”
나도 고개를 크게 끄덕여, 아르몽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 * *
아르몽은 카지노의 지배인이지만, 딱히 갬블에 타고 난 재능이 있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그는 장사치다.
어떻게 카지노를 운영하면 좋을지, 어떤 요소가 있어야 카지노를 번성시킬 수 있을지, 어떤 요소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어떤 결정이 자신들에게 더욱 큰 이익을 가져올지――그는 기본적으로 그러한 것들만을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하루 24시간 잠을 자고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통 그런 생각만 하는 것을 보면 누군가는 목적과 수단이 바뀌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인생을 윤택하게 살기 위해 카지노를 번영시키는 것이 아니라, 카지노를 번영시키기 위해 사는 인생이라고.
하지만 각각의 사람들이 인생을 어떻게 즐길지는 다 다른 법이다.
아르몽은 그게 카지노일 뿐이다.
그에게 있어서 즐거움은 카지노고.
그에게 있어서 인생의 의미도 카지노다.
――그리고 그런 카지노에 이익을 가져오는 것이라면, 아르몽은 그게 생물이 되었든 무생물이 되었든 어떤 것이 되었든 미친 듯이 사랑해버리고 만다.
‘아아, 아름다워. 아아, 흥미로워!’
아르몽은 가능한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추한 빛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눈 앞의 케이와 단애를, 두 마법소녀를 세심히 살펴봤다.
신이 직접 조각해 만든 듯한 아름다운 황금비의 신체, 종류는 다르지만 남녀노소 불문하고 시선을 끄는 외모, 그리고 무엇보다 외모에 뒤지 않는 흥미로운 요소가 있었다.
단애는 교활한 지혜와 속임수.
케이는 순수한 영혼에 걸맞는 미친듯한 운.
‘아아, 이런 흥미로운 소재가 얼마만인지.’
갖고 싶다.
갖고 싶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갖고 싶다. 미친 듯이 갖고 싶다.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손 위에 굴리면서 이래저래 괴롭혀보고 싶고, 노예로 만들어 끌고 다니고 싶고, 오래오래 곁에 두면서 즐겁게 즐기고 싶다.
저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살은 무슨 맛이 날까. 울고 있을 때는 어떤 표정을 지으려나. 분한 표정도 보고 싶다. 그러면서도 순종적이게 자신의 앞에 엎드려 열심히 아양을 떠는 모습도 보고 싶다. 우하, 최고잖아. 이 별만이 아니라 온 은하에서 이 두 여자를 보러 찾아오는 것까지도 상상이 갈 정도다.
‘아아… 빨리 갖고 싶다… 둘 다…!’
……아르몽의 뜨거운 시선에, 케이는 영문 모를 오한이 들어 어깨를 흠칫 떨었다.
* * *
“그러면 게임은 여러분들에게 맞춰, 지구의 카드로 해드리죠.”
“…우린 【물의 도시】에서 왔는데.”
“이런, 실례했습니다 케이 님. 두 분 다 예의 마법소녀 복장을 하고 계시니 제가 착각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정말 아니신가요, 마법소녀?”
그 능청스런 말투에 옆에 앉은 단애가 칫, 하고 혀를 찼다.
“흥. 다 알면서 모르는 척 말하긴. 웃기는 놈이야, 그치 케이?”
아르몽은 속을 알 수 없는 눈으로 후훗 웃었다.
손에는 내 눈에도 익숙한 트럼프 카드가 들려있다. 다만 52장짜리 한 세트라기엔 지나치게 굵다. 어림짐작으로 100장 정도.
“게임의 재미를 위해 두 세트를 합쳤습니다. 취향에 안 맞으시면 한 세트만 사용해드리죠.”
우리가 그대로 해도 좋다고 말하자, 아르몽의 지시대로 옆에 있던 급사가 셔플을 시작했다. 허가증을 가져온 예의 그 급사다.
착, 착, 하는 소리와 함께 카드가 뒤섞이고, 중간중간 파라라라라락 카드로 묘기를 보이며 눈을 즐겁게 해준다.
“찍. 룰은 지구의 세븐포커와 비슷하게, 그러나 조금 변형하겠습니다. 각각 일곱 장의 카드를 넘겨드리고, 그중 세 장의 카드는 가린 채로 받습니다.”
포커와 다른 점은, 이 가려진 카드는 플레이어 본인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단, 세 장 중에 한 장을 골라서 카드를 가진 플레이어 본인만 뒤집어 볼 수 있습니다.”
남은 두 장은 여전히 모르는 채로.
그대로 배팅을 할지 말지를 정한다.
“찍찌찍. 배팅은 무조건 올인 아니면 기브업. 한 분이라도 기브업을 선언한다면 카드를 셔플한 후 다시 분배하도록 합니다, 찍찌. 아, 그리고 한 분이라도 이기신다면 이 두 장의 허가증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두 번 이길 필요는 없으니 안심하시길.”
“전원 올인하면?”
“카드를 뒤집고, 자기 앞에 있는 일곱 장의 카드 중 다섯을 골라 조합을 만들면 됩니다. 더 강한 조합을 만들어내면 승리. 찍찌찌찍. 어렵지 않지요?”
“저~기. 막상 까놓고 보니 룰이 다르다고 시치미 떼면 어떻게 해?”
“그건 여기 있는.”
아르몽이 손짓하자, 급사가 백지를 한 장 내밀었다.
그 위에 손을 올리자, 치직, 치직, 글자가 한 자 한 자 프린트 되듯 적혀나갔다.
조금 지나자, 프린트 된 듯한 깔끔한 기준표가 생겨났다.
“이 룰북을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찍. 이러면 말이 바뀔 일도 없겠지요.”
“……좋아. 계약서 같은 건 만들지 않아도 괜찮을까?”
“찍… 저희는 신용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입니다. 져놓고 구질구질하게 구는 일은 없을 테니 믿어주세요.”
그럼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라며 물어온다.
룰이 조금, 아니, 많이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포커 베이스인 게임.
나도 지구에서 친구들과 포커 정도는 해봤다. 익숙한 것과 이기는 건 전혀 다른 문제지만….
나는 눈을 내리깔며 마지막으로 물었다.
“만약 우리들이 진다 해도, 순순히 너를 따르진 않을 텐데.”
“그때는 힘으로 억지로 따르게 만들 뿐이니, 걱정마시기를.”
마법소녀가 상대여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걸까.
“룰에 문제가 없다면 슬슬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단애가 나란히 동의하자, 아르몽의 만족스런 미소와 함께 우리의 앞에 카드가 놓여졌다.
한 장, 두 장, 세 장, 네 장….
테이블 위에 카드패가 늘어서기 시작한다.
혹시 모를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누구부터 카드를 받을지는 나와 단애가 번갈아가며 지목하기로 했다.
잠시 후, 각각의 앞에 도합 일곱장의 패가 내려졌을 무렵.
아르몽이 쥐수염을 매만지며 먼저 손을 뻗었다.
“그러면 제가 먼저 카드의 확인을――”
“기브업.”
카드를 향해 뻗던 손이 멈췄다.
기브업을 선언한 것은 단애.
단애는 수상쩍다는 눈으로 아르몽을 쳐다봤다.
“기브업이야. 빨리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지.”
“……찍. 알겠습니다.”
카드를 치우기 전에 일단 모두 뒤집어 봤다.
아르몽이 투페어, 단애가 원페어, 그리고 나는 짝이 맞는 게 없었다.
게임은 계속되었다.
몇 번이나 카드패가 돌아가고, 그때마다 단애, 혹은 아르몽이 기브업을 선언했다.
딱히 기브업을 했다고 항상 불리한 패였던 건 아니고, 기브업을 해놓고서도 까놓고 보니 이길 수 있는 패가 나오기도 했다. 그래도 단애는 조금도 아쉬워보이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눈엔 뭔가 보이는 걸까? 애초에 단애는 카드패보다도 아르몽의 얼굴을 더 오래 노려보는 것 같았다.
‘엄청 긴장되네.’
“찍찌찍. 기브업입니다.”
이번엔 아르몽의 선언. 또 다시 패가 바뀌었다.
옆에 선 딜러는 열 번을 넘게 패를 바꾸고 있는 데도 표정 변화 하나 없다. 자세히 보니 조금 전 룰렛을 돌리던 그 딜러다.
이게 몇 번째 패일까, 슬슬 긴장되다 못해 지겨워 질 즈음.
“올인입니다.”
“나도 올인.”
드디어 두 사람이 올인을 선언하고 나를 쳐다봤다.
어라, 뭐야, 이제 끝났어?
멍하니 두 사람의 공방전을 쳐다보고 있던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의 카드를 살펴봤다.
일단 가려진 카드는 빼고 펼쳐진 패만 보자면, 단애는 7의 원페어. 아르몽은 6의 트리플.
일단 드러난 카드만 보건대 아르몽이 더 큰데, 단애가 승부를 걸었다면 뭔가 승산이 있다는 뜻이겠지?
‘내 카드는….’
이제야 알았는데, 새카만 색 일색이다. 거기다 전부 스페이드. 혹시 몰라 허락된 대로 한 장을 뒤집어봤지만, 이쪽은 클로버였다.
‘남은 두 장 중 하나만 스페이드여도, 플러시.’
숫자가 좋아서, 잘하면 스트레이트 플러시도 노려볼만 했다.
승부를 걸어도 좋을까? 아니면 확실하게 될 때까지 좀 더 버텨볼까?
단애의 날카로운, 그리고 아르몽의 여유로운 시선을 받으며 나는 뒤집혀진 카드를 매만졌다.
……어쩐지 뒷덜미가 시큰거리는 느낌이다.
조금 전 룰렛을 할 때도 느꼈던, 기이한 감각.
‘자,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올 인이냐, 기브 업이냐.
신중한 눈으로, 두 사람을, 그리고 카드를 번갈아 쳐다보고,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