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26
EP.226
#2-(막간) 케이, 단애 IF – 카지노 BAD END(7)
VIP 룸에서의 첫 소개.
갑자기 정장 차림의 괴인들 사이를 누비면서 자지를 빨며 봉사하고, 스테이지 위에서 음료수 자판기 노릇을 하고.
그렇게 간신히 일을 끝마친 우리들은, 또 다시 예의 실험실에 끌려와 를 뒤집어 쓰는 처지가 되었다.
……
……………
……………………………………
『세뇌 2차 공정 마쳤습니다.』
『다음 공정까지는 14시간 정도 텀을 둬야 겠습니다.』
푸슉― 기이이잉―
기계음과 함께, 답답하게 눈 앞을 가리고 있던 헬멧이 벗겨졌다.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질 않는다. 눈앞에는 열두 시간 동안 끊임없이 눈 앞에 재생되던 그 외설스러운 영상이 흐릿흐릿 어른거린다. 그 외에도 중간중간 번쩍이던 수상한 빛도 망막에 새겨져 버렸다.
꼼질꼼질.
사타구니가 허전한 느낌이 들어, 저도 모르게 허벅지를 비비고 말았다.
애매하게 몸이 달아오른 채 멍하니 앉아있는데, 뚜벅, 하는 발소리와 함께 아르몽이 가까이 다가왔다.
“수고하셨습니다. 당신들의 활약으로 VIP 고객님들도 무척이나 기뻐하시더군요.”
“썩을놈.”
“영광입니다.”
능청스레 받아넘기는 아르몽의 태도에, 이를 바드득 갈았다.
“이제 끝이야?”
“찌지직. 네, 한동안은 휴식시간입니다. 스태프들도 쉬어야 되니까요. 한동안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해주세요. 여기는 즐길말한 시설도 많으니까요. 당신들에게 지급한 ID카드로 웬만한 시설들은 전부 들락거릴 수 있습니다.”
아르몽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세뇌를 위한 구속의자에 앉혀진 내게 손을 뻗었다.
그 손이 내 목덜미 부근을 상냥하게 어루만진다.
읏….
단순히 손이 닿았을 뿐인데, 무언가를 요구하듯 보지가 움찔 떨리며 반응해버리고 말았다.
“좋은 모양이 나왔네요. 설명서대로.”
모양…?
무슨 의미인가 의아해하며 바라보는데, 아르몽이 손거울을 비춰주었다.
아르몽의 손이 닿은 곳에는 장미처럼 생긴 문양이 희미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단순한 멍이라고 하기에는 모양이 너무 정교하다.
“이 문양의 색이 짙어질수록 세뇌가 깊게 진행된다더군요.”
에 이어 또 이상한 문신이 생겨버렸어….
“…세뇌 같은 거, 안 당할 거니까.”
“부디 마음껏 발버둥 쳐 주시지요.”
정중히 인사하는 아르몽을 제쳐두고, 나는 간신히 구속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근처에 놓여진 간소한 의복을 걸쳐입고, 비칠비칠 실험실 밖으로 나왔다.
내가 머무는 숙소로 가는 길은 잘 알고 있으며, 특정 구역으로 갈 수 있는 ID 카드도 받았다. 혼자서 돌아갈 수 있다.
단애는 먼저 돌아갔을까….
『그래서 그 물골렘은 어떻게 됐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스리슬슬 걸어가는데, 복도 저편에서 수군대는 목소리가 들려와서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다.
『그 판돌인지 판다빌런인지하던 건방진 골렘?』
『응, 그거. 처분한다니 뭐니 했었잖아.』
판돌이?!
그게 있으면 아데에게 상황을 전달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 마구 형태를 변화할 수 있는 몸은 어딘가에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찾아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하도 재수 없어서, 아르몽님 명령으로 모두의 앞에서 터뜨려버렸지.』
『아?! 난 못 봤는데!』
『너 그 때 비번이었을걸. 아는 사람들만 모여가지고, 그 놈의 후장에다 폭죽을 콱 박아 터뜨려버렸어.』
『그래서 죽었어? 목을 잘려도 안 죽는다며.』
『되돌아오지는 않던데? 그럼 죽었겠지.』
낄낄 웃으며 떠나가는 백의의 괴인들.
몰래 몸을 숨기고 듣고 있던 나는 망연자실한 기분이 들었다.
으엑, 폭사라니.
조금 충격이다.
비록 재수 없는 놈이었지만 아는 녀석이, 그것도 그렇게 처참하게 죽었다는 얘길 들으니 침울해져버리고 만다.
나는 아무도 없는 복도를 다시금 조심스레 나아갔다.
* * *
생각하고 생각하고.
정말 재수 없고 정이 뚝 떨어지는 놈이었다지만, 복도에서 쭉 생각하다 보니 어쩐지 서러워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방에 먼저 들어와 있던 단애를 보고 나자, 마음의 틈새에서 뭔가 왈칵 쏟아져나왔다.
“단애야아아아아~~~!!!”
“어머나, 케이도 끝났구나. 옳지, 옳지. 꼬~옥 안아줄게.”
웬일로 모성 가득한 목소리로 꼭 안아주는 단애.
조금 굴욕적인 기분도 들었지만, 단애의 조신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부비부비 비비며 상처입은 마음을 달랬다.
“――그렇게 돼서, 판돌이는 죽었대.”
잠시 후 마음을 조금 추스르고.
나는 들은 대로의 내용을 단애에게 전달했다.
“그렇구나… 그래도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데한테 전하긴 했겠지?”
판돌이의 최후를 전해 듣고서도 단애는 담담해 보였다.
단애의 뺨에는 장미 문양이 떠올라 있었다.
세뇌공정의 결과. 나는 목덜미에 떠올랐는데 단애는 뺨. 사람마다 떠오르는 위치가 다른 모양이다.
“글쎄, 그건 알 방법이 없지.”
“……하긴. 외부의 도움을 바라는 건 할 게 못 되지. 사람은 자기 힘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법이니까.”
단애가 진중한 표정으로 말하더니, 침대 시트 아래에서 숨겨두었던 회색 카드를 꺼냈다. 그때 방에 들어왔던 급사 놈에게서 훔친 카드.
“이게 마스터키인 건 맞는 것 같아. 케이가 오기 조금 전에 몰래 가서 확인해봤거든. 우리가 가진 ID카드로는 열리지 않는 문이 열렸어.”
“아예 막막하진 않아서 다행이네.”
“응. 하지만 도와줄 사람도 없고, 여기저기 감시의 눈길도 많아. …솔직히 쿠알네에서 도망치는 것보다 힘들 거라고는 생각해.”
“어떻게든 해봐야지.”
아직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 같은 형태의 을 매만졌다. 여전히 전혀 작동하질 않는다.
새로운 을 구매하고 싶어도, 포인트가 부족하다. 인내심을 가지고 을 살 수 있을 만큼 포인트를 버는 수도 있겠지만….
“언제 세뇌가 끝날지 모르니까….”
도대체 세뇌가 끝나면 어떻게 되어버리는 걸까? 인격을 잃어버리고 감정도 생각도 못하는 인형이 되려나?
그렇게 생각하니 오싹한 한기가 들었다.
“그래도 아직은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케이, 뭔가 위화감 같은 거 드는 게 있어?”
“아니… 일단은.”
“단순히 못 알아차린 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탈출하겠다는 의지가 남아있는 건 다행이야.”
“탈출하겠다는 생각이 사라지면 게임오버구나.”
“그렇겠지.”
단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테이블 위에 비치되어 있던 메모지를 손에 들었다.
“일단 일기라도 쓰는 게 좋을까?”
“좋은 생각이네. 혹시 까먹지 않게 중요한 것들을 적어놓자.”
그래도 혼자였으면 불안했을 텐데, 함께 대화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었다.
“일단 탈출하려면 이 시설의 구조를 알아야 돼. 몇 층까지 있는지,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어떤 문을 열어야 하는지, 어디에 감시가 있는지.”
“포인트도 모아야 해. 새로운 도 사야 하고… 그리고 시간이네. 충전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치만 너무 늦으면 완전히 세뇌되고 말아.”
“…일단 천천히 지켜 보자. 그보다 문양이――”
우리는 일단 떠오르는 정보를 교환하며 메모지에 하나하나 적어나갔다.
아까 복도를 걸으면서 살펴봤던 카메라의 배치 등을 떠올리며 이야기 나누는데,
똑똑, 하고.
경쾌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
“…내가 나갈게.”
“아니, 같이 가.”
둘이 서로 시선을 맞추고, 조심스럽게 문을 향해 다가갔다.
이 방은 다른 호텔룸이랑 다를 바 없는 호화스러운 구조였지만, 밖을 살펴보는 데 사용하는 렌즈구멍은 막아놨다.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우리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서있던 것은 평범하게 급사복을 입은 다부진 체격의 괴인들이었다.
“……무슨 일이야?”
“워워, 너무 경계하지 말아주세요. 진짜 마법소녀님들이 맞나해서 잠깐 구경 온 것 뿐이니까.”
찾아온 괴인은 둘. 한 명은 깍두기 같은 머리, 한 명은 험해보이는 스킨헤드.
둘 다 교활해 보이는 외모인데다, 실실 웃고 있는 게 짜증난다.
거기다 뭐, 구경? 우리가 무슨 동물원의 동물도 아니고.
“꺼져.”
“아이, 그러지 마시고.”
문을 냅다 닫으려 했더니, 문 틈새에 발을 끼워 넣고 억지로 막았다.
마법소녀의 근력을 이용해 아예 발을 끊어버릴 기세로 닫아버릴까 고민하는데, 저쪽에서 서글서글하게 말을 걸어왔다.
“마법소녀님들. 이 카지노에는 VIP 고객님들을 위한 좋은 시설의 대욕탕이 있거든요. 피로도 풀 겸 사용해보시는 게 어떠신지?”
“관심 없어. 꺼져.”
“에이, 되~게 괜찮은 시설인데.”
깍두기 머리 괴인이 앞에 다가오더니, 실실 웃으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스위치…?
“분명 마법소녀님들도 가고 싶어질 거예요♪”
깍두기 머리가 손에 든 스위치를 누르고.
동시에 내 눈 앞이 깜깜해졌다.
* * *
“케이?”
케이의 등 뒤에 딱 달라 붙듯이 선 채 경계하고 있던 단애는,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케이에게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케이야, 갑자기 왜 그래?!”
“…….”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봐도, 흐느적흐느적 힘 없이 흔들릴 뿐이다. 눈은 안개가 낀 것처럼 빛을 잃었다.
뭔가 당한게 분명해!
단애가 서둘러 문을 닫으려 했지만,
“이 여자는 이쪽이던가?”
“앗….”
뒤에 서 있던 스킨헤드가 따라서 스위치를 꺼내서 누르자, 단애 또한 마찬가지로 움직임을 멈추고 팔다리를 축 늘어뜨렸다.
로 주입한 나노머신이, 신호를 받고 두 사람의 의식을 끊어낸 것이다.
괴인들은 빛을 잃은 두 사람의 눈 앞에 손을 휘적휘적 휘저어보았다. 두 사람에게서 반응은 없다.
“효과 있는 거 같지?”
“훔쳐오길 잘했네♪”
“야야, 들키면 끝장이야. 빨리 끝내자.”
서로를 바라보며 낄낄거리며 웃더니, 곧바로 두 사람에게 암시를 건다.
“마법소녀님들. 일단 우리가 여기에 온 걸 잊어주세요. 그리고 우리가 말한 대욕탕에 가고 싶어집니다… 가고 싶어져요….”
귓구멍을 통해 잔뜩 주입된 나노머신에 의해 사고가 제어되는 케이와 단애는, 멍한 눈을 한 채 얌전히 두 사람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