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29
EP.229
#2-22 마법소녀는 갬블 중입니다!(3)
(#2-22 마법소녀는 갬블 중입니다!(2)에서 이어집니다)
룰은 세븐포커. 다만 가지고 있는 패는 모두의 앞에 깔 때까지 알 수 없음. 판돈은 올인 또는 기브업 양자택일.
그런 현재, 단애와 아르몽 두 사람은 이미 올인을 선언했고, 나는 신중하게 카드를 내려보고 있다.
‘내 카드는….’
내 눈앞에 놓여진 네 장의 카드는 까만색 일색이다. 거기다 전부 스페이드.
뒤집혀져 있는 세 장의 카드 중 하나라도 스페이드라면, ‘플러시’.
숫자가 좋아서, 잘하면 ‘스트레이트 플러시’도 노려볼만 했다.
승부를 걸어도 좋을까? 아니면 확실하게 될 때까지 좀 더 버텨볼까?
단애의 날카로운, 그리고 아르몽의 여유로운 시선을 받으며 나는 뒤집혀진 카드를 매만졌다.
……어쩐지 뒷덜미가 시큰거리는 느낌이다.
조금 전 룰렛을 할 때도 느꼈던, 기이한 감각.
‘자,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올인이냐, 기브업이냐.
신중한 눈으로, 두 사람을, 그리고 카드를 번갈아 쳐다보고,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브업.”
“?!”
내 선언에, 아르몽이 살짝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다. 금방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으니, 단순히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
단애는 아무 말 없이 자기 앞에 놓인 카드를 뒤집을 뿐이다.
단애는 7이 세 장, 3이 두 장으로 풀하우스.
나는 두 장은 꽝, 하나가 스페이드로 간신히 플러시.
그리고 아르몽은 6의 포카드.
“우와… 큰일 날 뻔했네.”
단애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만약 이대로 올인을 선언했으면 결국 아르몽이 승리하고 말았을 것이다.
“역시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혹시 투시능력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니, 룰렛을 맞췄던 걸 생각하면 예지능력이라던가?”
“…어느 쪽도 없어.”
아르몽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진의를 확인하듯 조심스레 나를 훑어봤다. 하지만 살펴봐야 거짓말 같은 건 한 적이 없다. 결백하고 깨끗하며 화이트한 사람이라고.
결국 아르몽이 뭔가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면 계속하실까요.”
그런 말과 함께, 다시금 지루한 셔플 시간이 계속되었다.
* * *
“기브업.”
“아, 또인가요?”
“뭔가 영 기분이 아냐.”
“……그렇습니까, 찌지직. 그럼 다음 게임으로.”
――이걸로 33번째 셔플.
아르몽은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내심 속으로는 이를 바득 갈고 있었다.
마법소녀들은, 특히나 저 케이라는 여자는 귀신 같이 아르몽이 불리한 상황을 노려 올인을 걸어왔다. 그 외에는 전부 기브업이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요리조리 피해가는 거지?’
아르몽은 눈치채이지 않게 몰래 원망스런 시선을 보냈다. 시야 끝에는 카드의 표면을 손가락 끝으로 매만지는 케이가 있다.
알아챈 걸까? 아니, 알아챈 것 같지는 않은데.
사실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카드에는 이 카지노의 연구시설에서 연구해 만든 특수한 염료를 얇게 발라놨다.
자신들만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는 한 그 염료는 보이지 않으며, 덕분에 아르몽은 뒤집힌 카드의 내용물을 전부 알 수 있었다.
아르몽은 장사꾼이지 도박사가 아니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인내하는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그의 부하들처럼 요령 좋게 게임을 승리하는 법도 속임수를 쓰는 법도 모른다. 그렇기에 돈과 시간을 들여 이런 함정을 장치하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없다.
애초에 도박이란 건 게임판에 앉기도 전에 8할은 승패가 정해져 있는 법이다.
‘그래…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언젠가 끝이 온다.
케이도 단애도, 차츰차츰 지치기 시작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만약 어떤 능력이나 직감으로 맞추고 있는 거라면 그것도 흐려질 때겠지.
그에 비해 자신은 보기만 하면 된다.
정말로 바보 같은 실수만 안 한다면――
“올인.”
……어?
“뭐야, 케이. 이번에는 빠르네? 항상 제일 늦더니.”
“아니, 그냥… 올인 할 건데, 어쩔 거야?”
케이가 드디어 올인했다.
이게 첫 올인 선언은 아니지만, 항상 고심하고 고심하다 가장 마지막에 선언하던 케이가 이렇게 대뜸 결단을 내린 건 처음이었다.
‘거기다….’
심지어 케이의 패는, 드러난 네 장의 카드가 스페이드. 하지만 뒤집힌 카드가 각각 다이아, 하트, 클로버다.
조금 전과 비슷한 패지만, 이번엔 플러시조차 아니다.
“그러면 나도 올인할게.”
단애를 살폈다. 단애의 카드도 별 볼일 없다. 해봤자 투페어.
마지막으로 자신의 카드를 살피고.
“올인입니다, 찌지직!”
아르몽은 깊게 웃으며 선언했다.
드디어 게임에 결판이 났다.
셋 다 올인 선언이 떨어지자, 아르몽은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카드를 까보였다.
나온 것은 숫자 4 세 장의 트리플, 혹은 트립스(Trips).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르몽은 승리의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음으로 보여주시지요.”
“그래, 그래. …쳇.”
단애 앞의 패가 한 장 한 장 뒤집어진다. 나온 패는 8과 9의 투 페어. 아르몽이 이겼다.
“자, 케이 님께서도.”
“재촉하지 마. 죽여버릴라.”
험한 말을 하긴 했지만, 아르몽은 관대한 마음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앞으로 이 두 마법소녀들을 노예 삼아서 카지노를 번영시킬 생각을 하면 그 어떤 무례도 보송보송한 마음으로 용서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휙, 한 장이 뒤집어진다. 다이아 3.
휙, 한 장이 또 뒤집어진다. 하트 2.
휙, 마지막 한 장이 뒤집어진다… 스페이드 에이스.
…………..
………………………
……………………………………………………………
‘스페이드… 에이스?’
히히덕거리려던 입매가 딱 굳어버린 아르몽이, 눈을 깜박이며 쳐다봤다.
그런 아르몽에게, 케이가 손을 내밀며 선언해보였다.
“스페이드 다섯 장, 거기다 순서대로… 10, J, Q, K, A의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이 게임, 내가 이겼네?”
* * *
“찌지지직, 말도 안 돼!”
쾅!
아르몽이 테이블을 거세게 내리치며 일어섰다.
말도 안 된다. 말도 안 돼!
저 카드는 분명 클로버였단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스페이드가 나올 수 있었던 거지?! 거기다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라니… 확률 0.001%의 패잖아!
“무슨, 무슨 속임수를 사용한 겁니까?! 당신들, 도대체…!”
“속임수는 무슨 속임수야.”
텅!
광분해 외치는 아르몽을 앞에 두고, 케이는 테이블 위에 거만하게 발을 올리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내가 운이 좀 좋은가 봐. 룰렛하는 거 봤지?”
“아, 윽…!”
케이가 놀던 룰렛판을 맡았던 직원은 이 카지노의 1등 딜러다. 온갖 손님을 경험해봤으며 카지노의 기술력으로 여러 차례 개조를 거듭한 결과, 마법적인 것이든 기술적인 것이든 속임수가 있다면 바로 알아 챈다.
그런 그가 보고하기로, 케이는 속임수 하나 쓰지 않았으며, 초짜인데다, 단순히 운이 어마어마하게 좋을 뿐이라고 단언했었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말이지만….
‘이것도 운…?’
하지만 이건 너무 지나치지 않나?
카드 뒤에 묻어있던 염료는 분명 클로버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앞면은 스페이드라니.
“운… 인가요.”
아르몽은 믿기 어렵다는 듯이 어깨를 떨면서 되물었지만, 이내 한숨과 함께 소파에 푹 몸을 묻었다.
그리고는 장갑을 낀 손을 휘젓자, 그 제스처에 따르듯 조금 전의 급사가 예의 카드가 놓여진 쟁반을 가져왔다.
아르몽이 가져가라는 듯 손을 내민다.
“가져가십시오. …제가 졌군요. 완패입니다.”
어떤 깽판을 부릴까 염려하던 두 사람은, 그 순순한 태도에 눈을 깜박깜박 감았다 떴다.
“어, 정말 이걸로 끝?”
“이것 참, 충격입니다만. 그래도 저는 신용으로 먹고 사는 이 카지노의 지배인, 약속한 바는 깨지 않습니다. 소문이 문제가 아니라, 신념의 문제입니다.”
그럼 속임수를 쓴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고 누군가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속임수는 장사꾼으로서의 한 수단이다. 들키지 않는다면 속임수가 아니다. 들키지 않는 한 정당한 수단이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가져가십시오. 이 통행증은 당신들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기분이 동하신다면 한 번 더 찾아와주시죠. 아리따우신 마법소녀님들이 계시면, 저희 카지노도 한층 빛날 것 같습니다.”
“어머나, 책임 못 질 말은 하는 거 아닌데. 그러다가 케이가 이 카지노 거덜내도 난 모른다?”
“그러면 제 장사도 거기까지인 거겠지요.”
아르몽은 후훗 웃으며 재촉했다.
케이도 단애도 혹시 모를 함정이 있나 싶어 조심스럽게 쟁반에서 카드를 받아들었다.
딱히 쟁반에서 이상한 가스가 나온다거나, 카드가 폭발한다거나, 투명해진 괴인이 두 사람을 무력화하는 일도 없었다.
“이게… 【향락의 도시】로의 통행증.”
케이가 감격한 듯이 중얼거렸다.
“자! 그럼 여흥은 끝이다! 다시 각자 자리로 돌아가도록! 아, 그리고 마법소녀님들 이미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특별히 머무를 곳이 있으신지요?”
아르몽이 손뼉을 짝짝 마주치며 스태프들을 정리하고는, 서글서글하게 제안했다.
두 사람은 이미 짐을 놓아둔 숙소가 있다. 숙소의 이름을 말하자, 아르몽이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찌직, 귀중한 고객님들을 그런 싸구려 숙소로 모시려니 아쉽군요. 저희 카지노도 호텔업으로 유명한데, 어떠신지요. 하룻밤, VVIP에 걸맞은 방으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아르몽의 정중한 제안.
“어… 음.”
고마운 제안이지만, 순순한 호의가 어쩐지 의심스러웠다.
단애도 같은 생각인지 약간 고민하는 것 같더니.
“저희 카지노의 특별 뷔페는 【메크라크】 뿐만 아니라 다른 별에도 유명하답니다. 그 정도로 대단해요.”
트, 특별 뷔페….
그 말을 듣고 나니 어쩐지 꼬로록~ 하고 배가 울리는 것 같았다. 마법소녀는 며칠 정도 안 먹어도 괜찮을 텐데도.
“여러분들을 위해 준비해드릴 방에는 특별한 인테리어로 장식한 호화스러운 욕실도 있습니다. 나오는 건 천연 온천수에, 넓은 욕탕은 둘이서 함께 들어가셔도 여유롭겠죠.”
“욕탕?! 하, 함께… 으헤헤….”
이번에 반응한 건 단애. 단애가 무언가를 망상하듯 헤실헤실 풀어진 얼굴을 해보였다.
“어쩌겠습니까, 마법소녀님들? 물론 돈은 따로 받지 않습니다. 카지노의 지배인으로써, 멋진 게임을 허락해주신 여러분들에게 대접해드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이런 좋은 제안을 거절할 이유도 없다. 케이와 단애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서로를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