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35
EP.235
#2-24 파멸의 발자국은 가까워지고 있다고 합니다(2)
“아데님,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오늘도 성실해 보이는 부관 메디아였다.
“……부관? 무슨 일이지, 이런 시간에?”
이미 퇴근 시간은 한참 지났다. 그런데 이런 시간에 찾아왔다는 건 뭔가 급한 일이 있다는 뜻일텐데.
“그게, 조금 전에 정리가 된 보고서인데, 이상한 게 있어서요.”
“……줘봐.”
아데는 부관에게서 보고서 종이를 받아들었다.
내용은 현재 단비를 포함한 인원들이 토벌하러 간 도적들에 대한 이야기다.
황야에 진을 치고 가도를 지나는 사람들, 혹은 제대로 된 비호를 받지 못하는 소규모의 마을을 덮치는 도적들. 혹은 레이더라 불리는 놈들.
그중에서도 최근 부상하기 시작한 그들은 도시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히고 있다.
분명 무슨 특출난 멤버가 있는 거겠지.
그렇다면 붙잡아서 노예로 써먹자, 라는 흐름이 되었던 것인데….
“……분명 25명 전후로 예상된다 하지 않았나?”
“1차로 보냈던 척후조 대원의 말로는 그렇습니다.”
그 보고를 참고해 토벌조는 넉넉하게 10명 정도로 꾸렸다. 훈련을 받은 대원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수컷 서너명 정도는 혼자서 상대할 수 있으니까.
심지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마법소녀까지 붙여놨다.
그러니 넉넉하다 못해 과잉전력이라고 봐도 좋을 텐데.
‘하지만 이 보고서대로면.’
보고서에 나열된 건 이 도적들에 의해 피해를 입었던 과거의 기록들.
실제 눈으로 본 것은 아니기에, 대부분 이렇다 할 추측 정도지만, 어쨌든 피해 규모를 가늠하는 정도는 가능했다.
일단 피해를 입은 건 거의 소수로 가도를 지나려던 사람들――이건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 중 하나, 어느 마을 주민들의 대규모 이동 중에 습격받았다는 이 보고는….
“5~60명 규모의 사람들이 습격을 당했다고? 20명 정도의 도적들에게?”
“훈련받지 않은 사람들이니, 싸울 능력이 없었을 거라고 추측됩니다.”
“……그런데도 이 보고서를 가져온 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심연의 도시】에서 도망쳐 나와 떠돌아다니던 18명의 여성 그룹도 이 도적들에게 습격당해 패했다…는 정황보고가 있었습니다.”
“『부평초』가?!”
부평초.
정식명칭은 아니다. 【심연의 도시】와 같은 과거의 여성도시가 수컷들에 의해 함락되고, 도시에서 도망쳐 나온 여성 무리들을 아데를 비롯한 【레지스탕스】 대원들은 그렇게 부르고 있다.
대부분의 『부평초』는 이 도시로 흘러와 레지스탕스에 들어가지만, 가도를 가로막고 황야에서 습격해오는 도적들, 그리고 추격해오는 수컷들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방황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 대부분은 도시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정도의 강자들.
특히 【심연의 도시】의 여성들은 그 마력이 출중한 편이라, 왠만한 남자들에게는지지 않을 터다.
애초에 【심연의 도시】가 수컷들에게 함락되었다는 말도 믿기 어려운 사건이었건만, 이제는 그 도시 출신의 여성들이 숫자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컷들에게 당했다고 한다면….
“……뭔가 있나.”
“어떻게 할까요?”
“……나가 있는 인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되도록 척후 위주로 끝내도록 전달해. ……상황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보고시키고.”
“알겠습니다, 아데 대장.”
그래도 뭐, 만약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마법소녀의 힘을 의지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가슴속에 스미는 불안감이 영 떨어지질 않는다.
무엇보다.
‘붙잡힌 여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무심코.
정말이지 무심코 그런 생각을 떠올려버리고 말았다.
꿀꺽….
여러 가지 망상이 아데의 머릿속에 한순간 스쳐지나가고, 아데는 목울대를 울리며 침을 삼켰다.
“아데 님?”
“……아무것도 아니야. 응. 그렇게 전하면 되겠지.”
“알겠습니다.”
부관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집무실에서 나가려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부관? 왜 그러지?”
빨리 나가줘야 하는데.
그래야 새로 나온 BDSM 신간을 읽을 거 아냐.
영 언짢은 기분으로 부관을 흘겨보는데.
“아데님. 저는 아데님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어….”
“아데님은 【레지스탕스】들을 이끄시며, 청렴한 귀족님이고, 이 별의 여자들의 편에 서 계시며, 모두가 사랑하는 리더이시니까요.”
부관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눈으로 아데를 쳐다보고 있다.
으윽, 저런 시선은 좀 거북한데.
“……갑자기 뭐야. 낯 간지럽게.”
“후후, 죄송합니다. 혹시나 싶지만 아데님, 부디 직속 부하인 저에게는 아무것도 숨기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억지는 아니지만, 그게 제 바람입니다.”
아데가 가볍게 숨을 삼켰다.
“설마하니, 숨기는 건 없으시겠죠?”
부관은 아데의 두 눈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아데는 가능한 태연을 가장하면서.
“……숨기다니, 내가 뭘 숨긴단 말이야.”
그렇게 얼버무렸다.
그 대답에, 부관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빙긋 웃었다.
“그렇죠. 아데님이 저희에게 뭔가를 숨길 리가 없습니다. 실언을 했습니다. 실례가 많았네요.”
부관은 황급히 사죄하고, 다시금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제서야 아데는 휴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순간 들킨 줄 알고 깜짝 놀랐네.
“……여자들의 편이라.”
애초에 여자들의 편이라는 게 무슨 뜻일까?
남자들을 하등한 수컷이라 여기고 깔아뭉개는 것? 그들의 인권을 박탈하고 노예로 써먹고, 정(精)을 착취하는 도구로 쓰는 것?
“…차라리 이 책처럼.”
아데는 드르륵, 서랍을 열고 조금 전에 숨겼던 책을 꺼냈다.
슬쩍 겉표지를 열고 첫페이지를 확인하자, 남자의 양물을 음부에 꽂은 채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암컷 여자의 모습이 나왔다.
물론 이건 창작이지만.
실제로도 이런 사람이 있으니까 이런 만화가 나온 게 아닐까?
전부 다 똑같은 것에 행복을 누릴 수는 없겠지만.
그렇기에 이런 것으로 행복을 누리는 사람도 있는게 아닐까?
“……잘 모르겠네.”
실제로 당해본 적도 없고, 망상 밖에 해본적이 없으니 진짜로 기분 좋고 행복한지 알 길이 있나.
그보다 【귀족】인 자신이 그림 속의 여자처럼 수컷에게 굴복해 행복해하다니,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러니 상상만으로 끝내자.
어디까지나 카리스마 있는, 위엄있는 리더로서 모두를 이끌기 위해.
* * *
‘숨기는 건 없다라….’
또각, 또각, 하는 발소리와 함께 복도를 걸어가는 부관, 메디아.
그런 메디아의 옆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물감이 녹아내리듯, 누군가가 스르륵 나타났다.
“어떠셨나요, 부관님?”
나타난 것은 소악마처럼 빙긋 웃는 자그마한 몸집의 여성.
뷔에 데몬벨.
가슴도 작고 키고 작지만, 남자를 현혹시키는 요염한 기운을 풍기는 마성의 여자.
“아데님은 숨기는 게 없다고 하셨다.”
“그런가요.”
뷔에는 아쉽다는 듯이, 공중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홀로그램이 떠오르며, 뷔에가 몰래 촬영한 것들이 주르륵 늘어섰다.
사진부터 시작해 동영상까지.
얼마 전, 아데의 비밀을 알아낸 그 때부터 뷔에는 틈이 날 때마다 아데의 약점을 찾아 몰래 조사를 계속했다.
그 내용물은 하나 같이 남에게는 보일 수 없는 것들로, 단애가 자신의 비밀방에서 암퇘지처럼 자위에 몰두하거나, 남자의 신체를 흥미있게 지켜본다거나, 골렘을 불러내 스스로를 구속하는 기행을 벌이는 등의 추태가 가득 담겨있다.
“조금 전에도 고대하던 야한 책의 신간이 나왔다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는 거얼~♪”
뷔에가 홀로그램을 눌러 재생한 화면 안에선, 아데가 책을 끌어안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
“응? 뭐라도 말해봐, 부관니임~. 그렇게 입 꾹 다물고 있으면 무섭잖아아~♪”
“네년.”
메디아는 모자를 꾸욱 눌러쓰며, 살기넘치는 눈으로 뷔에를 노려봤다.
“뭘 바라는 거지?”
“바라긴 뭘. 이런 암캐 같은 여자가 우리 리더로 있는 건데, 괜찮냐고 묻는 거야.”
“그것만이 아닐텐데?”
부관의 날카로운 말에.
뷔에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를 드러내보이며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렇네. 이 고고한 척 하는 여자를 조교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는 거야, 나는.”
무슨 상상을 하는지.
뷔에는 얼굴을 붉히며 파르르 몸을 떨었다. 벌어진 입에선 침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진성 사디스트년 같으니.
부관은 가볍게 혀를 찼다.
하지만 이런 여자를 위에 그대로 둘 수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데는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
이렇게나 흠모하고, 이렇게나 충성을 다 바치는 부하에게, 자신의 추한 욕망을 숨기고 거짓말을 하다니!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렇게나 사모하는 자신을 속이려들다니!
“일단, 방법을 강구해보지.”
“기대할게. 너무 늦으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지만♪”
“흥. 너처럼 천박한 여자한테 아데 님을 맡길까 보냐.”
메디아는 떨쳐내듯 뷔에를 밀쳐내고 또각또각 걸어나갔다.
그런 메디아의 등 뒤를 뷔에는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스르륵, 경치에 녹아들 듯 투명해졌다.
‘뭐, 내가 조교하고 싶은 고고한 여자에는 네년도 포함되지만, 메디아.’
딱딱하게 굳은 얼굴. 낄낄거리며 웃는 소리죽인 웃음소리.
삐걱, 삐걱,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여러 가지 생각이 이 여자들의 도시에서 복잡하게 얽혀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럼 치닫고 있었다.
* * *
“전달받은대로 숫자는 별로 없어. 대략 20명하고 조금 더인 것 같은데?”
“……그렇네요.”
“굳이 야습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황야에 도적들을 토벌하러 온 대원들.
그 중 소대장역을 맡은 화려한 군복녀가, 부소대장인 토와를 추궁하듯 물었다.
토와는 여전히 납득이 안 된 눈치지만,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쨌든 상하관계가 명백한 조직이기도 하고.
토와가 마지못해하며 수긍하자.
군복녀는 부하들에게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이대로 습격한다! 저 어리석은 수컷들을 응징하고, 괴롭힘 당하는 불쌍한 여자들을 구출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