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36
EP.236
#2-24 파멸의 발자국은 가까워지고 있다고 합니다(3)
“경계 설비는 이것으로 전부 해제했습니다. 언제든 습격하시면 됩니다.”
부하의 보고를 듣고, 이 토벌대를 이끄는 소대장, 탈리는 눈을 강화해 도적들의 아지트를 살폈다.
과연, 조금 전까지는 기이한 막이 펼쳐져 있어 안을 살필 수 없었지만, 지금은 선명하게 전부 보였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지만, 그만큼 튼튼해보이는 건물.
【메크라크】의 기술력은 최첨단의 설비를 주머니 안에 들어가는 사이즈로 콤팩트하게 압축시킬 수 있으므로, 이런 황야의 도적단의 거점이라도 결코 얕볼 수는 없었다.
“흐음.”
도적들은 전부 똑같은 형태의 쫄쫄이 타이츠 같은 전신슈트를 입고 있었다. 슈트는 머리까지 완전히 덮는 촌스러운 디자인이다.
비비들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들과는 조금 더 다르다.
아무래도 특별 제작된 강화슈트.
탈리는 그런 그들을 내려다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군대에 속해있던 그녀는 이 별의 강화슈트에 대한 지식은 전부 습득해두고 있었다. 그러나 저런 종류는 처음이다.
‘뭐, 상관 없어.’
아무리 스펙을 강화해봤자 강화슈트는 강화슈트.
저 정도로는 여자의 권리인 마법에 이길 수 없다.
“공격한다. 저격대, 사격준비.”
첫 공격은 저격이었다.
『ʨʐ ßəʃɪɑʌʐ』
『1공정, 해명. 2공정, 강화.』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 혹은 자기암시와도 같은 주문을 중얼거리고.
이어서 대원들은 몰래 겨누고 있던 총구를 저 바위틈 아래에 돌아다니고 있던 남자들에게 향했다.
피슉-! 피슉-!
털썩!
쏘아진 건 두 발의 빛나는 탄환. 사각지대에서 쏜 탄환은 공중에서 기이하게 꺾이나 싶더니, 정확하게 목표한 대상들을 기절시켰다.
“다음, 상대가 눈치채기 전에!”
『ʃɪʨʐ ßəʃʌʐ』
『――재구축. 1공정, 해명. 2공정, 강화.』
소대장인 군복녀의 지시에 따라 다시금 장전 후에 내쏘아지는 탄환.
역시 내쏘아진 탄환은 곡예를 하듯 중간에 진로를 꺾더니, 영문도 모른 채 농담 따먹기를 하며 놀고 있던 보초병들을 쓰러뜨렸다.
그렇게 해서 두어번 반복하자, 밖을 돌아다니던 멍청한 수컷들은 전부 쓰러졌다.
“좋아! 돌입한다! 안에 들어가서 철저하게 섬멸한다!”
『『『예!!』』』
군복녀의 호령과 함께.
【레지스탕스】의 대원들은 도적들의 아지트를 향해 일제히 달려나갔다.
* * *
황야 한복판에 진을 치고 한가롭게 있던 도적들에게, 레지스탕스들의 습격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끄아아아악!』
『여, 여자들… 레지스탕스냐?!』
복도 안에 산발적인 총소리와, 여러 가지 폭력의 소리가 휘몰아쳤다.
강화슈트를 입은 괴인들은 나름 분전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기습인데 더해 공격적인 마법을 사용하는 레지스탕스의 대원들을 이겨내지는 못해 하나 둘 픽픽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싱겁군.”
탈리라는 좁은 복도 바닥에 엎어진 쫄쫄이 차림의 괴인을 군화로 퍽! 차버렸다.
“으으윽…! 네, 네년들…! 천박한 암컷들 주제에…!”
“호오?”
퍽! 퍽!
“끄아아악…!”
부들부들 떨며 반항하려던 괴인은, 탈리의 발에 쓰레기처럼 콱콱 짓밟혔다. 너덜너덜해진 괴인은 결국 슈트 아래로 보일 정도로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 녀석들은 붙잡아서 노예로 써먹어야 하는 것이다.
거기다 그냥 죽여버리다니, 그런 건 자비다.
이 녀석들은 여자들을 덮치면, 죽이지 않는다. 두고두고 살려주고, 오냐오냐하면서 정신을 유지시키고 사육하면서, 자기들이 혹할 때마다 맘대로 그 보드라운 몸을 주물거리며 즐기는데.
그런데 자신들은 단칼에 죽여버린다면 그런 거, 수지가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기대하도록 해. 태어난 걸 후회할 정도로, 철저하게 괴롭혀줄테니까.”
부소대장 토와가 몇 번이고 ‘불살(不殺)’을 외치며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그런 그녀의 지시에 편승해, 탈리도 다시금 죽이지 않도록 강조를 더했다.
쉽게 죽여선 안 된다. 끌고 가서 자신들의 한 일을 후회할 정도로 철저하게 괴롭혀줘야 한다, 라며.
“이게 무슨 일이야아아아아아아아!”
대충 거의 정리가 다 되었을 즈음.
드디어 느릿느릿 기어나온 놈이 있었다.
“이게 뭐냐! 왜 암컷들이 우리들의 아지트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는 거야?!”
좁은 통로 안의 괴인들을 각개격파하면서 안 쪽의 넓은 공간으로 향하자, 다른 괴인들보다 머리가 하나 두 개는 더 커 보이는 괴인이 소란스럽게 나타났다.
아마도 이 도적단의 리더격.
부하들과 똑같은 디자인의 슈트를 두르고 있지만, 그 외에도 덕지덕지 무장들을 추가로 껴입고 있다.
『꺄악?!』
『윽!』
그 녀석을 제압하려고 몇 명 정도 되는 대원들이 달려들었지만, 반대로 그 솥뚜껑 같은 손으로 휘두르는 거대한 망치에 얻어맞아 날아갔다.
“이 녀석…!”
날아간 대원들은 다행히 큰 상처는 없이 기절한 정도라지만, 탈리는 단숨에 분노의 불꽃을 태우며 달려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조금 더 빨리.
“흥.”
영 언짢은 표정으로 붉은 머리의 마법소녀가 탈리의 곁을 스쳐 지나가, 괴인을 향해 달려나갔다.
“에에이! 부하들아 다시 일어서라! 이딴 암캐들에게 지지마! 늬들 가랑이에 달린 슈퍼 막대기로 혼쭐을 내주란 말이다아아아아아아!”
변태자식이.
단비는 짧게 중얼거리고, 을 기동했다.
동시에 그녀의 몸이 빛에 휩싸이고, 복장이 바뀐다.
반짝 드러낸 맨몸. 케이보다 한 치수 큰 흉부는 흰 천으로 된 가슴가리개로 가리고, 아래에는 허리 부근을 끈으로 조이는 통이 큰 펑퍼짐한 붉은 바지. 발에는 짚신을 신고 있다.
호쾌한 호걸(豪傑), 혹은 산적 두목을 연상케 하는 여장부 같은 차림.
어깨와 우묵한 배꼽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뭣… 마법소녀?!”
한순간에 복장이 바뀐 단비의 모습에, 그리고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짙은 마력의 기운에, 도적 두목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잘 단련된 그 몸은 달려드는 마법소녀를 향해, 착실히 손에 들린 망치를 휘두른다.
콰아아아아아아!
휘두르는 주인의 의지에 맞추듯, 망치의 뒤에서 로켓처럼 불꽃이 분사된다.
추진력을 얻은 망치는 달려드는 마법소녀를 철저하게 분쇄하고자 날아들었지만.
“흐으으으으읍!”
쿠웅!
단비는 그저 맨손으로, 날아드는 망치를 막아냈다.
“어, 어…?”
“뭘 놀라고 자빠졌냐, 새끼야…!”
말도 안 된다. 부스터를 이용한 망치의 일격이다. 기세가 지나쳐 표적을 못 맞추는 일은 있어도, 그걸 정면에서 막아내는 사람이 있을리가――!
“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단비는 흘러넘치려는 마력을 온 몸에 돌렸다.
마법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이미지의 힘.
싸워야 할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
마력만 충분하다면, 그 머릿속에서 상상한 바가 이루어지지 않을 리가 없다.
상대가 휘두르는 무기가 몇 톤짜리 괴물 같은 물건이라 해도.
단비가 틀림없이 막아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결코 이 두 팔이 무너질 리가 없다.
“마, 말도… 안 돼…!”
후웅!
도적 대장도 지지 않겠노라 힘을 냈지만, 길항하는 것도 잠깐.
단숨에 힘을 불어넣은 단비는, 두 팔을 위로 돌리며 망치를 단숨에 튕겨냈다.
그 기세를 이기지 못해, 괴인의 팔이 기이한 방향으로 꺾여버린다.
몸도 엉거주춤하게 기울었다.
빈틈투성이.
그런 무방비한 괴인의 몸에.
“【처박혀라】!”
단비의 손 안에 한순간에 나타난 대검.
마치 거대한 돌을 깎아 만들어낸 듯한 투박한 부검(斧劍)이, 괴인을 향해 무자비하게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끄…거…억…!”
온 몸을 양단할 듯이 내리꽂힌 부검이었지만, 괴인은 바닥에 처박힌 채 기절했을 뿐 두 쪽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죽이면 절~대 절대 안 됩니다!’
라던 부소대장의 말을 떠올리고, 휘두르기 직전에 칼을 뒤집어, 뭉툭한 칼등으로 때린 것이다.
그래 봐야 바윗덩어리에 얻어맞았다는 사실은 변함 없지만.
『히, 히이이익! 대장이 쓰러졌어!』
『아, 아아… 마법소녀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대장이 쓰러지자 그나마 남아서 항전하던 떨거지 도적놈들도 그 자리에서 엎드려 항복의 의사를 표했다.
【레지스탕스】의 대원들은 한심하게 항복한 그들의 머리를 짓밟거나 침을 뱉는 등 모욕을 주고, 한 명 한 명 포박해 그들의 감금시설에 가둬버렸다.
“……쯧.”
지나치게 순조롭게 끝나버린 습격에, 단비는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 * *
‘생각 이상으로 싱거웠어.’
습격 자체는 순조롭게 끝났다.
마땅히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본디 바랐던 계획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갔기 때문에 탈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그 여자를 곯려주고 싶었는데.’
가능하면 적군들 한복판에 던져두고 대원들을 물리는 것으로, 다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게 하려 했지만 실패다.
도적단이 상상 이상으로 약했다!
이래서야 굳이 여봐란 듯이 정면에서 공격해 온 의미가 없잖아!
“에잇, 정말이지.”
지금 그녀가 있는 장소는 도적단의 대장 녀석이 쓰던, 가장 호화스러운 방이다.
여러 가지 악취미적인 장식은 들어오자마자 전부 불살라버렸지만, 그가 남겨 놓은 사치스런 무기들은 방 한구석에 놓여져 있다.
팔기만 해도 분명 돈이 되리라.
“소대장님, 본부에 보고드리고 왔습니다.”
기잉―하는 소리와 함께.
기계문을 열고 부소대장 토와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호송차는?”
“지금 급하게 사용중이라 남는 게 없다고 합니다. 이틀은 기다려야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구질구질한 곳에서 이틀이나 머물러야 되나. 숫퇘지들의 체취가 남아있는 것 같아서 영 별론데.”
탈리는 코 끝을 킁킁 울렸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그래. 좀 참고 지내지 뭐.”
그렇다고 해서 억지를 부릴 생각도 없었다. 탈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틀, 이틀이라.
‘……괜찮겠는데?’
“소대장님? 왜 그러십니까?”
“응? 아무것도 아냐. 일단 대원들에게 그렇게 전해주고, 토와도 가 봐. 쉬어야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생각해보니 오히려 잘 됐다.
이 정도 시간이 있다면, 그 마법소녀도….
탈리는 의자에 몸을 맡긴 채, 그 재수 없는 마법소녀를 함정에 빠뜨릴 생각으로 후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