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39
EP.239
#2-(막간) 케이, 단애 IF – 카지노 BAD END(10)
(#2-(막간) 케이, 단애 IF – 카지노 BAD END(9)에서 이어집니다)
* * *
첨벙, 첨벙!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반짝이는 수면, 흔들리는 파도, 그 안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 천장에는 햇빛 대신 반짝이는 신나는 조명.
“……실화냐. 지하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게.”
나는 넓게 펼쳐진 파라솔 아래서, 테이블에 턱을 괸 채 그런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복장은 화려한 수영복에다 위에 걸친 얇은 후드 집업. 맞은편에 앉은 단애는 노출도가 높은 새카만 수영복에 파레오를 둘렀다.
“【메크라크】는 별이 죽어가고 있잖아. 웬만한 도시는 평소에도 흙바람이 잔뜩 날리고. 그러니 탁 트인 옥외에 이런 휴양 시설을 만들 수는 없겠지.”
“그렇다고 지하에 이런 걸 만들다니.”
지구의 웬만한 휴양시설을 크게 웃도는 데다, 규모도 장난 아니다.
거기다 높은 천장에서 내리쬐는 인공조명은 햇빛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여름환경.
정말이지, 기술을 낭비하는 건지 효율적이게 사용한다고 봐야하는 건지.
그 외에도 카지노의 아래에는 지하 수십 킬로미터까지 개발이 되어 있다는, 과연 SF다 싶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물론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도 없고, 허풍일지도 모르고, 그렇게까지 공간을 늘려서 어디에 쓰려는 건지는 다 알 수 없지만.
“하여튼 대단해, 대단해.”
“대단하기는. 잘 생각해 봐, 케이. 이만한 에너지를 향락에 낭비하고 있다는 거야. 에너지 고갈 문제가 심각한 이 별에서.”
그러고 보니.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도, 시시각각 별이 죽어버릴 정도로 에너지를 뽑아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에너지를, 이런 향락과 사치에 사용한다.
적당한 오락은 필수지만, 아무래도 이 정도 규모가 되면 사치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죽기 직전의 마지막 사치… 같은 느낌이 드네. 지금 보니.’
필요 이상의 화려함.
필요 이상의 사치.
필요 이상의 낭비.
모든 게 끝나기 직전 마지막 사치라는 듯이, 쓸데없이 거하게 벌이는 느낌이다.
그래봐야 우리랑은 상관 없는 얘기지만.
“아, 케이! 나왔다, 나왔어!”
“우와아아아아…!”
미묘한 감상에 잠긴 것도 잠시.
주문했던 빙수가 나오자 이런저런 생각이 훅 날아갔다.
반짝이는 입자!
얼음 위를 덮은 콩가루!
그 위에 화려하게 올려진 싱그러운 과일!
지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그 이상으로 호화스러운 빙수의 출현에 감동해버렸다.
아아, 심장이 떨려와….
곱게 갈아진 얼음을 수저로 크게 떠서 입에 넣자, 머리에 찡! 해질 것 같은 시원함과 두통이 찾아왔다.
주변은 한여름인데, 입 안에 만큼은 겨울이 찾아온 기분이다.
“호화스럽네.”
단애는 트로피컬한 빛깔의 셔벗을 입에 머금으며 중얼거렸다.
단 것이 입에 들어가자 단애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 * *
누군가 옆에서 보면 착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아직 이 카지노의 포로 신세다.
정확히는 노예라고 하는 편이 맞을까? 아르몽은 상품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제 겨우 닷새라지만, 그동안 우리는 매일 같이 를 씌워져 머릿속을 주물러지고 있으며, 이따금 VIP 고객들이 있는 플로어로 끌려가 그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도록 이런저런 ‘쇼’를 선보이게 되었다.
여러모로 부당한 상황.
그러나 이렇게 널널한 자유시간을 주는 데다, 이 카지노의 각종 시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덕분에 어울리지 않는 사치를 부리고 있다.
“전형적인 채찍과 당근 수법이야. 도망치려는 의지를 희미하게 만들려는 거지. ‘이래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의욕의 희박해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시간은 지나가고, 그 사이에 우리는 완전 세뇌되어 인형이 되어버리고 그대로 게임오버.”
“그렇게 맛있다는 듯이 셔벗을 먹으면서 잘도 말한다 너.”
“진짜 맛있는 걸 어떡해. 그리고 영양분 섭취는 중요하고, 무엇보다 이런식으로 쉴 때는 확실하게 쉬어줘야 컨디션 조절이 되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히죽이죽 웃으면서 또 한수저 떠먹는다.
나도 빙수를 열심히 퍼먹었다.
때아닌 바캉스가 여러 가지로 지치고 피로해졌던 심신을 풀어준다….
“그래서, 어떻게 탈출할 거야?”
목소리를 낮추고 조심스레 물었다.
애초에 이 레저시설에 찾아온 건 단순한 휴식을 위해서가 아니다.
“일단 이 레저시설을 통해 도망치는 건 힘들 것 같아.”
단애는 태연하게 셔벗을 집어먹으며 답했다.
“혹시 사람들 틈에 섞여들어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했거든. 그렇게 스르륵 지나가볼까 했더니 입구에서 삐익삐익 울리더라.”
얼굴인식 기능 같은 것으로 출입구를 지나다니는 사람을 기계가 감시하는 모양이다.
지구에도 비슷한 것이 있으니, 그보다 훨씬 정밀도 높은 프로그램과 기기를 사용하고 있겠지.
“나는 직원용 통로 쪽을 살펴봤는데, 그쪽도 힘들어.”
“마스터키가 있으니까 사람 없을 때 드나들면 될 것 같은데?”
“엘리베이터가 있긴 한데, 밖으로 직통으로 향하는 게 아니라 직원용 휴게실로 가는 거야. 거기서 다른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거나 플로어로 나가야하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안 되겠네. 실제로 올라갔을 때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고.”
우리들은 각자 조사한 내용을 하나하나 공유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뾰족한 수는 없었고, 이 레저시설을 이용해 탈출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아냈다.
레저시설은 이 한 층만이 아니다. 손으로 다 꼽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
어딘가 조금쯤 경계가 느슨한 층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시설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조사해보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
‘애초에 타임리미트를 알 수가 없으니.’
에 의한 세뇌.
그 시한폭탄에 우리의 머리가 얼마나 버텨줄지 알 수가 없는 만큼 하루 빨리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거기다가.
“계속 누가 쳐다보고 있어….”
빙수를 퍼먹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아마도 등 뒤,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몰래 지켜보는 인물이 있다.
자유시간마다 우리를 감시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냥 뒀다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데다 귀중한 상품이다. 지켜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저 시선이 있는 한 탈출은 요원하다.
“근데 우리 방이 있는 플로어에는 사라지던데?”
“결국 탈출하려면 그 층 밖에 없다는 거지.”
“돌고 돌아 제자리네.”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안 것만 해도 이득이야.”
“케이는 긍정적이구나. 사랑해!”
“달라붙지마, 더워.”
어쨌든 오늘 아니면 내일, 바로 탈출시도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부딛쳐봐야겠지….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테이블을 빙 돌아 달라붙어 오는 단애를 밀쳐내는데, 테이블에 턱, 하고 유리잔이 내려섰다.
유리잔에는 보는 것만으로 청량감이 느껴지는 푸른 빛깔의 음료가 들어있었다. 살짝 기포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 탄산인가?
“우린 이런 거 시킨 적 없는데요.”
“아름다운 숙녀분들께 서비스입니다.”
“서비스라니.”
어라, 하고 고개를 든 순간.
음료를 가지고 온 직원에게서 찰칵, 찰칵, 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그것만으로 내 의식은 단숨에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 * *
“걸렸다, 걸렸어♪”
카지노의 상품이 된 두 명의 마법소녀는, 현재 테이블 앞에서 인형처럼 굳어있었다.
빛을 잃은 눈은 멍하니 음료를 날라 온 모히칸 머리의 급사를 바라보고 있다.
모히칸 급사는 일전 두 사람에게 세뇌 암시를 걸었던 그 괴인이다. 당시에 대욕탕에서 즐겁게 즐겼던 이 괴인은 그 사실을 아르몽에게 들키고, 이후로는 두 사람의 세뇌경과를 지켜보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러면 이번에는 어떤 암시를 넣어볼까.’
모히칸 급사가 손에 든 는 마법소녀의 머릿속에 주입된 나노머신을 조작해 두 사람을 특정 상태로 만들고.
둘 다 이 상태에서 듣는 말은 전부 믿어버리게 된다.
‘그래도 지금 상태로 복잡한 암시는 넣을 수가 없으니까.’
머릿속을 근본부터 바꿔버리는 복잡한 암시는 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매번 그 커다란 장치를 사용할 수는 없으므로, 어떻게든 만으로도 좀 더 다양한 명령을 들을 수 있도록 조정해 둘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것도 일.
모히칸 급사는 명령받은 대로 성실하게 여러 상황, 여러 가정하에서 세뇌 암시를 주입해보려고 시도했으며, 그중 절반은 실패하고 말았다.
도중에 나노머신의 제어가 풀리고 정신을 차리고 말았을 때는 진짜 큰일 날 뻔했더랬지.
‘오늘은 좀 더 신중히….’
모히칸 급사는 탐욕스럽게 혀를 핥고, 멍한 눈의 두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마법소녀님들, 제 말을 잘 들어주세요.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잘 듣고, 속에서 열 번, 백 번씩 되뇌이는 겁니다… 아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