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55
EP.255
#2-25 격분한 마법소녀는 훈육 당합니다(3)
단비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그 평화롭고 온화한 세계 속의 어느 날을.
그 날도 등교하던 단비의 발걸음은 평소와 다름 없었고, 길을 쭉쭉 나아가는데에 별 다른 생각이 있을리도 없었다.
짐작하기로는 그날의 숙제라던가, 시험범위라던가, 학원이라던가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았을까?
다만.
그것은 갑자기 단비의 발치에 나타났다.
――‘아.’
예고도 없이 그 풍경이 시야에 뛰어든 그 때, 그 광경은 아직도 단비의 기억 속에 생생하다.
사실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니다.
길바닥 한복판에 새끼고양이의 시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뿐이니까.
검은 덩어리에서는 피가 넘쳐흐르고, 살점은 짓뭉개져 형태를 알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사지는 기괴하게 뒤틀렸고, 지렁이 같은 내장이 튀어나온 것도 비위가 상했다.
움직이지 않는 고양이.
부서진 고양이.
차가워진 고양이.
모르는 고양이도 아니었다. 하교하는 길에,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이쁘다며 간식을 주는 걸 본 적이 있다. 자신 또한 먹지 않은 소시지 같은 게 있으면 이따금 먹여준 적도 있었다.
자그마한 새끼고양이는 생긴 것도 하는짓도 귀여워서 길고양이인데도 누구나가 좋아했었다.
그런 고양이가 죽어있는 걸 봤을 때,
――‘더러워.’
라는 말이 나왔다.
그 순간 깨달았다.
그 말이 나왔다는 사실에서 깨달았다.
슬퍼하는 것도 연민을 느끼는 것도 죽었다는 것에 섬뜩함을 느끼는 것도 그 어떤 감정도 아니라.
그냥 고요하게 담담하게, 『더럽다』라고 내뱉었던 자신은, 분명 정상은 아닌 게 분명하다고… 어린 시기였지만, 어렴풋이 확신했다.
* * *
‘……짜증나는 꿈을 꿨어.’
잠에서 깨어난 단비는 불편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푹신한 침대에서 자긴 했지만, 여전히 구속된 두 팔 때문인지 영 불편하게 잠에서 깨버렸다.
그런 꿈을 꾼 것도 이게 원인이겠지.
당시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다.
딱히 그게 지금의 자아를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자신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자각할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이미 단비는 스스로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성격이 아님을 자각하고 말았다.
아니, 나름대로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우관계도 나쁘지는 않다.
나쁘지는 않지만, 이따금씩 보이는 거친 언동이나 강경한 성격 때문에 평화롭지 못한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기뻐하는 일에 대해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왜 즐거워하지?
왜 기뻐하지?
왜 좋아하지?
어떻게 저런거에 좋아할 수 있지?
애초에 무엇에 기뻐하면 좋은 거지?
늘 그런 의문을 품고 살아간다.
이런 석상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어서야, 분명 평생 사랑 같은 것도 못하겠지.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서로 웃으면서 마주보고 재잘대는 모습을 상상하면 역겹고 오싹해서 견딜 수가 없다.
‘소원…에 대한 것도 잊고 있었네.’
그래서 마법소녀의 계약을 맺었을 때.
일차적으로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그런 자신을 어떻게 하고 싶었다.
평범하게 살고, 남들처럼 기뻐하고, 남들처럼 사랑을 하고, 남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공감하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뭐,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지금에 와서야 소원이고 뭐고 따질 겨를도 없지만.
일단 지구에 돌아가는 게 급하다.
‘그런 것보다 어서 여기서 도망을 쳐야.’
이대로 감금되어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인형 엔딩이 나는 건 싫다.
독방에 갇혀있는 데다 두 팔도 여전히 뒤로한 채 묶여있지만, 일단 뭐라도 할 일을 찾아서――
기이잉―!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살펴보자니,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마법소녀, 일어났네? 일찍 일어나잖아. 자는 모습이나 구경할까 했더니.”
“……역겨워.”
“얼굴 보자마자 그 소리야?”
단비의 방에 찾아온 마티스는 슬픈 얼굴로 중얼거렸다.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얼굴이다.
“풀어줘. 곱게 뒈지려면.”
“아침은 뭐가 좋아? 곡물? 고기? 채소?”
“풀어줘!”
“아, 지금 표정 무척 좋았어. 한번 더 지어볼래? 엄~청 매력적이었거든.”
이쪽의 태도에 아랑곳 않고 수다스러운 마티스를, 단비는 원망하듯 쳐다봤다.
“도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거야? 어제는 이상한 장난이나 치고 가고. 그 뒤로는 아무것도 안 하고 방치해 두고.”
“다른 대원들은 지금 조교실에서 훈육 중이야. 대충 3일 정도 애태우고 나면, 여러모로 얌전해지겠지.”
“관심없어. 그보다 나한테는 뭘 바라는 건데?”
현재 조교실에서는 대원들을 모아놓고 주기적으로 미약 등을 투입하며 애를 태우고 있다.
이는 단순히 괴롭히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 세뇌를 위한 준비다.
세뇌라고 하는 행위는 그냥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딱딱 주입하면 되는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니기에, 여러 가지 섬세하고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초석을 까는 동시에, 각 여자들의 취향, 성격, 약점, 성적 욕구 등등을 세심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조교실의 행위는 그런 조사의 일환인 것이다.
더불어 마찬가지로 세뇌 예정인 단비도 같은 과정에 들어가야 하는데….
“어제 열심히 생각해봤어.”
마티스는 침대에 주저앉은 단비에게 다가가, 구속구를 풀어주었다.
그래봐야 단비는 무기도 없고, 상태인 지금은 강화슈트를 입은 마티스를 이길 수 없지만.
그래도 구속구를 풀어준 마티스를, 단비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마티스는 진중한 표정으로, 그런 단비를 코 앞에서 노려보듯이 쳐다봤다.
“이봐, 마법소녀. 어쩌지.”
“……?”
“난 너한테 사랑에 빠진 것 같아.”
……….
……………………..
………………………………………….?????
무슨 개소리야.
그만 저 짜증나는 복근을 걷어차 버릴 뻔 했다.
아니, 자세가 안 좋아서 그렇지, 조금만 거리가 벌어졌어도 분명 플라잉 니킥이라도 먹여줬을지도 모른다.
“미쳤냐?”
“아니… 그래, 처음은 그거였어. 네가 나를 향해 그 거대한 검을 휘두를 때.”
를 마친 단비가 뒤늦게 찾아온 적의 수괴 마티스를 단숨에 제압했던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며, 마티스가 황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아, 이렇게 강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니. 거기다 그 후에도 마찬가지야. 배신당해서 꼼짝도 못하면서 여전히 당당하고! 거기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격분해 화를 내던 그 모습도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
다부진 체격의 마티스.
그는 그 다부진 팔로 스스로를 껴안으며 가버릴 것처럼 떨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역겨워, 단비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아아, 거기다 그 뿐만이 아니야. 어제 내 방에 돌아가서는 내내 네 모습이 떠올라서 사라지질 않는거야. 내 얼음은 지금쯤 네 피부에 닿아서 녹고 있을까? 넌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지? 차가운 얼음에 몸부림치는 모습도 분명 사랑스럽겠지! 그런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가득가득가득 들어차서 견딜수가 없었어어어어어어어엇~~~~!!!”
표현도 말투도 행동도 점차 격해진다.
단비는 침대 위에서 뒷걸음질치며,
“미친 새끼….”
그런 말 밖에는 중얼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 뒤로도 마티스는 뭔가 알아듣기 힘든 말을 주절주절 중얼거렸다.
아니, 알아듣기 힘들다기보다 그냥 알아듣기가 싫었다.
“그래서!”
그러다가 간신히 잦아들었을 무렵.
마티스가 결정했다는 듯이 선언했다.
“수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너를 함락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미친놈닥쳐죽어뒈져버려혀깨물고책상모서리에머리박고머리가깨져서뒈져버렸으면.”
“말 그대로 그거지. 사랑, 러브. 공주님의 마음을 열기 위해 성에 숨어들어가는 적국의 왕자님 같은 기분으로, 네가 내게 반하게 만들겠어.”
“제발눈알을뽑아서뒈져줬으면역겨우니까멱을따버리고뒈져버렸으면숨도쉬지말아줬으면.”
“아, 반항하려면 반항해도 좋아. 어제 말한대로야. 너무 쉬운 상대는 재미가 없으니까. 사랑은 장해가 있을 때야말로 불타오르는 법이잖아, 그렇지?”
찡긋, 윙크하는 그 모습에.
겉보기로는 서유기의 우마왕(牛魔王)을 닮은 그 얼굴로 하는 윙크에.
단비는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소소소! 돋는게 느껴졌다.
그러나 단비가 어떻게 반응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 우마왕… 아니, 마티스는 큼직한 손을 내밀어, 단비의 턱을 꾸욱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그 입술을 억지로 덮쳤다.
“우읍…!”
반항하고 밀어내려해도, 가녀린 그 팔로는 마티스의 거구를 상대하기는 무리였다.
최소한 꾸욱 닫은 채 철벽을 치려는 단비의 입술을 낼름낼름 핥고, 자신의 혀로 억지로 비집어 열어 입안을 유린하고서야, 간신히 마티스가 얼굴을 떼었다.
“뭐, 그런거야. 그러니까 너는 특별코스. 내가 직접 조교해줄테니까, 즐겁게 대하렴.”
“…….X발…진짜 뒈져버려… 역겨운 새끼….”
“하아아~ 그 얼굴도 너무 좋아. 너무 사랑스러워. 아아, 견딜수가 없어…!”
“아윽…!”
마티스는 단비의 유방을 가슴가리개 위로 꽈악 붙들어 주물렀다.
단비가 무심코 비음을 흘리자, 그 얼굴도 만족스럽게 즐기더니 단비의 침대에서 내려왔다.
“어쨌든. 다른 포로들도 그렇지만 식사도 잠자리도 부족하지 않게 챙겨줄 거야. 걱정은 하지 말고. 다만 단비 너는 식당으로 와서 먹도록 해.”
“……죽여버리겠어.”
“특별히 내 옆자리를 비어둘 테니까. 거기서 먹도록. 포크로 나를 찔러죽이려면 그렇게 해도 좋아. 열심히 노력해줘. 노력하는 여자는 보기 좋거든. 사랑하는 그녀라면 특히 더.”
정말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씌인 모양이었다.
“어쨌든 식사시간이니 빨리 와라.”
그렇게 마티스가 떠나가고.
단비는 침대 위에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 있었다.
여러모로 현 상황에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겠다.
차츰차츰 상황을 생각해보고, 이어서 머릿속이 용광로라도 된 것처럼 격분하며 끓어올랐다.
‘사람이 우습게 보여?’
붙잡히고, 변신에 필요한 도구도 빼앗겨서 무력해지니까, 아주 그냥 놀리지 못해서 안달이 난 걸까?
사람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장난하는 거야?
‘죽여버리겠어.’
화가 난다. 분노가 치솟아 오른다.
그러나 화를 내는 것도 칼로리를 소비하기 때문인지, 때마침 꼬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일단 저놈들과 싸우기 위해서라도, 밥은 챙겨먹고 힘을 내자.
단비는 침대에서 내려와, 식당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