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68
EP.268
#2-26 마법소녀 수난기(受難記)입니다(6)
“으엑… 비싸.”
현재 돈이 없는 나는, 당장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구역 외곽에 설치된 레일 승강장에 와 있다.
그리고는 혀를 내두르며 질려버리고 말았다.
이곳에 있는 레일 승강장은 유일하게 【향락의 도시】까지 사람을 이송해주는 탈 것이다.
그 외에도 낙타 것을 대여해주는 곳도 있었지만, 그걸 타고 도시까지 가려면 열흘은 넘게 걸릴 거라는 말을 들었다. 심지어 지리에 밝지 못한 나는 십중팔구 중간에 길을 잃고 헤멜 것 같았다.
즉, 단애와 제대로 합류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이걸 타야만 한다.
‘…갈 길이 머네.’
나는 폭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당면한 문제와 목표부터 인식하자.
1차 목표는 당장 묵는 여관비와 식비를 해결하는 것.
최종 목표는 【향락의 도시】까지 가는 여비를 버는 것.
이 목표를 위해서라도, 나는 하루, 이틀 사이에 어떤 수로든 돈을 벌어야 한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짜면서 일단 거리를 좀 돌아다니기로 했다.
신분 증명이야 【물의 도시】에서 발급받은 신분증이 있다고는 해도, 이걸 보이면 여자란 걸 들켜버린다. 그건 역시 위험하겠지?
‘즉, 가능하면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고, 그러면서도 하루 일해 하루 벌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아야 한다는 건데….’
이런.
과연 그런 게 가능하긴 하려나?
거기다 기계화가 잘 된 이 별에서는, 이런 낙후된 구역이라도 웬만한 일들은 전부 로봇이나 기계가 처리하는 모양이고.
‘거기다 시세도 몰라.’
하루 일해서 얼마나 받는 게 정상인 걸까? 그보다 어떤 식으로 보수가 주어지며, 어떤 일들이 있는가.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진짜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네….”
하여간 막막한 느낌으로 거리를 터덜터덜 나아간다.
『야야, 저기 봐!』
『빨간 머리 자식들이다! 이제는 그 괴물도 끝이야!』
『저 최신형 슈트 하고는… 아주 빤딱빤딱한게, 얼마나 돈을 처바른 거야?!』
……응?
어쩐지 거리가 소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아니,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소란스러웠다.
마치 퍼레이드라도 하는 것처럼, 혹은 무슨 개선식이라도 여는 것처럼 당당하게 거리의 중앙을 걸어 나가는 붉은 머리의 괴인들이 보였다.
이놈도 저놈도 하나 같이 고추장을 끼얹은 것처럼 새빨간 머리인데다, 입고 있는 거적때기 같은 옷도 전부 피칠갑을 한 것처럼 붉은색이다.
심지어 드문드문 들고 있는 총포의 포신까지도 붉게 도금한 것이, 그냥 녹슨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컨셉 하나 제대로 잡았네.
그런데 그 컨셉질 하는 놈들은, 길가로 비켜난 사람들 사이로 당당하게 걸어나가고 있다.
마치 찬가를 받은 영웅들의 행진 같다.
“저기, 저 사람들 뭔가요?”
나는 쭈뼛쭈뼛 근처에 있던 사람 한 명을 붙들고 물었다.
…어, 뭐야 이 괴인. 요다처럼 생겼어.
“몰라? 【붉은 머리 용병단】이잖아. 드디어 이 구역에도 도착해서 다들 안심하는 거야.”
“…용병단?”
“이 구역 앞에 돌연변이 괴물이 생겼거든. 엄청 위험한 녀석이야. 마주치고 살아남은 놈이 없다네.”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위험하단 걸 아는 거지?
생각할 것도 없이 수상함 뿐이었지만, 길가에서 용병단을 배웅하는 사람들 중에 그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 했다.
다들 바보인 게 아니라면, 근거가 되는 뭔가가 있는 걸까.
‘어쨌든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지만.’
메크라크인들이 백명이 죽든 이백명이 죽든 별 상관 없다. 아니, 차라리 다 죽어주면 좋을텐데.
“하필이면 도시로 향하는 레일 위를 점거하고 있어서 다들 곤란해하고 있어. 여행객들도 이민객들도 다들 어쩔 줄을 모르고 있지.”
“…그 도시란 게, 설마 【향락의 도시】인가요?”
“그렇지. 거기야. 거기만 있는 건 아니지만. 거 왜, 이 레일은 그대로 쭉 뻗어서 수도까지도 이어지지 않나.”
“그건 좀 큰일이네요….”
그렇다. 돈을 모아도 그 괴물 때문에 어찌하지 못하게 되고 만다면… 정말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할까, 불운에는 꼭 새로운 불운이 겹친다고 할까.
‘제발 이겨줘라, 용병님들.’
그렇게 속으로 빌 때였다.
『그 괴물한테 짭짤한 현상금이 걸려있다며?』
『용병단 전원이 나눠가져도 한 몫 단단히 잡을걸?』
『끄응. 액수를 듣고보니 조금 혹하는데.』
『아서, 아서. 괜시리 목숨값만 날리지.』
뭐…? 현상금…?
“요다 아저씨! 수배금이라뇨?!”
“내 이름은 요다가 아닌데.”
“그래서 수배금이라뇨!”
“내 이름을 들어볼 생각도 안 하는 구먼.”
요다 아저씨가 허허 웃어주었다.
“뭘 또 물어보나. 돈이 걸려있다고. 그 괴물의 목에.”
“진짜…?”
“그래, 얼마더라… 그렇지, 여기있네.”
요다 아저씨는 그 즉시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우고 손가락으로 슥슥 밀어내더니, 이내 어느 한 페이지를 내게 내밀어 보였다.
사진 대신 커다란 물음표 아래에, 그 정체에 대해 추측하는 온갖 예측이 난무했다.
그리고 그 중 홀로 하나, 생각을 까마득하게 뛰어넘는 액수의 숫자가, 그 아래에 주르륵 늘어서있다.
‘이, 이 돈은…!’
향락의 도시로 향하는 열차를 탁고도 남는다!
여관에서 온갖 사치를 부려도 되는 액수다!
‘신이 날 버리지 않았구나…!’
그 돌연변이 괴물이란 걸 저 용병들보다 먼저 쓰러뜨릴 수 있다면.
그러면 그 상금은 나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용병 파티에 끼워달라고는 할 수 없겠고… 혼자서도 괜찮겠지.’
지금의 도 3분은 쓸 수 있을 것이다.
“요다 아저씨!”
“나는 그런 이름이 아니네.”
“요다 아저씨, 그 괴물은 어디 있어요? 빨리! 용병들이 채가기 전에 먼저 가야 돼!”
“아니라니까….”
툴툴거리는 아저씨의 어깨를 붙들고 마구잡이로 탈탈탈탈 흔들었다.
아니 아저씨 빨리요! 나 지금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나가야 된다고!
“그, 그게… 저 용병들이 가는 방향에 있겠지… 구역 서쪽 문으로 나갈 생각인 것 같은데….”
“좋았어! 고마워요 아저씨!”
“그래, 그래… 응?”
순간 요다 아저씨의 눈이 날카롭게 케이를 살폈다.
“너, 설마… 흐음…?”
“에, 우, 왜, 왜요…?”
“아니, 기분 탓인가… 허허. 그보다 조심하시게. 그 괴물한테 걸리면 남자들은 온몸의 피부와 살이 녹아서 죽어버리고, 여자들은 그대로 끌려가서 돌아오질 못한다는 것 같으이.”
“!”
“뭐, 자네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요다 아저씨는 끌끌 웃더니 변장을 위해 두껍게 두른 천 위로 내 엉덩이를 한 번 탁! 쳤다. 그래놓고선 딱히 소동을 일으킬 생각은 없는지 인파 사이로 쇼로록 사라져갔다.
어쨌든 덕분에 활로를 찾았다.
마법소녀가 되고서 남는 건 힘밖에 없으니, 저 용병들보다 먼저 찾아가서 모가지를 따버리자.
‘상금을 타면… 일단 속옷부터!’
여전히 아무 것도 입지 않아 휑한 느낌을 견디며, 나는 서둘러 용병들이 떠나간 방향으로 달려나갔다.
* * *
용병들을 몰래 따라가는 건 쉬웠다.
애초에 용병들이 선로를 따라가고 있으니, 그 뒤를 따르는 나도 선로를 보면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붕붕거려서 신기해.’
선로 주변에는 치지직, 하고 전기가 튀기거나, 부우우웅, 하고 기이하게 공기가 울리기도 했다.
야생 동물이 선로에 올라가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겠지.
거기다 선로 자체도 굉장히 특이해서, 척보기에는 반질반질한 유리판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위를 묵직한 열차가 지나간다고 생각하니 잘 상상이 안갔다. 올라서는 순간 깨져버릴 것 같은데.
나는 조금 멀리서 몸을 숨긴 채 용병들을 힐끔힐끔 살폈다.
기회가 생기는 순간 곧바로 용병들을 제치고 앞서 나갈 생각이었다.
‘아니면 막타를 뺏을까?’
대한민국의 남아로서 막타는 참을 수 없다.
하지만 게임도 아니고, 막타를 친다고 해서 그게 내가 토벌했다는 증명으로 딱! 남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역시 잔해려나.
같은 잔해를 용병단이 가져가버리면, 나는 보수를 못 받을지도 모르는데….
‘역시, 전부 죽여버릴까.’
이래저래 깊이 생각하기도 궤찮고.
애초에 싸그리 멸망시켜야 할, 지구의 적이다.
마지막에 공적을 가로채기 위해 방심한 틈에 전원 모가지를 따버리더라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러면 그렇게 하자.’
마음에 살짝 찝찝함은 남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도 살기 위한 거고.
『우와앗?!』
혼자 고개를 주억거리며 납득하는 사이, 선행하던 용병단에게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이, 이게 뭐야?!』
『이걸 진짜 치울 수 있겠어…?』
『아니, 잠깐만. 그래도 그냥 보면 위험해보이진 않아….』
온통 붉은색 일색의 용병단원들이 아연실색해 쳐다보는 것.
그건 기차가 지나갈 레일 위를 점거한,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질량의 ‘무언가’였다.
거대하고 흰 몸집. 질척해보이는 표면.
처음에는 슬라임 같은 건 줄 알았지만, 찬찬히 살펴보니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그 거대한 무언가는 꾸물꾸물 움직이며, 레일 위라던가, 혹은 근처의 바위벽이라던가를 마구 헤집듯이 돌아다녔다.
척 보기만해도 사람의 신경을 자극하는 불쾌한 형상. 약간 기다란 듯하면서도 질척하게 바닥에 달라붙는 몸체. 만지면 미끈미끈할 듯한 점액질의 피부.
“달…팽이?”
맞다.
저 앞에 있는 건, 상상이상으로 거대한 민달팽이였다!
“맙소사. 진짜 더럽게 크네.”
척보기에 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그마한 동산이나 언덕 정도로는 착각할만한 크기였다.
저 모양새로 위험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 어마어마한 질량에 깔렸다간 뼈도 못추리라고 짐작하는 건 어렵지도 않았다.
우와… 근데 진짜로 보기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