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7
EP.27 #8 마법소녀는 음탕한 무희가 되었습니다(4)
정말 오랜만의 휴식이라, 나는 꽤나 차분한 느낌으로 푹 쉴 수 있었다.
“훌쩍…… 거기서 우정과 딜도 파워로 변신이라니… 감동이야… 이렇게 시청자들의 허를 찌르다니….”
“……어, 저기, 케이, 울어? 진짜로?”
지금 막 3기의 마지막 화를 보고 여운에 젖어 훌쩍이는 나를, 방에 들어온 단애가 보고 식겁하며 물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가 없다고.
은 매화마다 감동인데, 거기에 마지막화 특유의 연출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단 말이야…!
“뭐, 그렇네… 이 상황까지 와서도 태평하게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네가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어.”
“응? 그게 뭐가?”
“너는 네가 꽉 채운 그 마석이 어떻게 사용될지 생각 안 해 봤어?”
마석? 그게 왜?
“아, 설마 금방 다 써서 다시 채워야한다거나… 끔찍해… 또 거기 묶여야 하는 거야…? 진짜 돼지처럼 사육되는 기분인데… 그래도 맛있는 밥도 주긴 하니까… 으으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네 태평한 뇌가 존경스러울 정도야.”
“에, 에헤헤헤… 존경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사인해줄까? 어디가 좋아?”
“존경스러워라….”
단애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왜 저렇게 이상한 걸 쳐다보는 눈으로 보는 걸까. 부끄럽게.
“그 마석은 무기로 쓰일 거야.”
“무기?”
“로봇의 동력부에 쓰였던 것처럼, 마력이라는 건 메크라크에게는 엄청 효율적인 에너지가 되는 거야. 그렇다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핵무기보다도 무시무시한 게 되어버릴 수도 있는 거지… 네 덕분에 이 지구도 끝장날 수가 있다고.”
“아니, 그치만 그… 저번에 그 로봇도 어찌어찌 부쉈는데? 단단하긴 했어도 별 거 아니었고….”
“그 땐 마석이 거의 비어있었으니까. 조금 양질이었다곤 해도 고작해야 일반적인 마법소녀 넷의 마력이 찔끔 들어있던 정도였고… 지금은 그 마석이 꽉 차 있잖아.”
그래…?
나 하나로 꽉 채워진 마석이라니까 솔직히 별 생각은 안 드는데….
하지만 그렇구나… 지구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나 때문에….
그렇게 말해도 위기감이 들지 않는 건 실감이 나지 않아서 일까….
“네가 좋아하는 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돼. 신간도 나오지 않겠지….”
“그거 큰일이잖아! 말도 안 돼! 메크라크는 그런 무시무시한 짓을 하려는 거야?!”
“까놓고 말해 그딴 거야 아무래도 좋지만….”
그딴 거라니! 을 보고 그딴 거라니! 너무해!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면 큰일이다. 메크라크가 지구 정복을 마치면 그런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는 건가….
나는 지구를 지키는 정의의 마법소녀니까,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다. 한 1할 정도는 그런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9할 정도의 마음으로, 의 앞날을 막으려는 이들을 용서할 수 없다. 나는 아직 3기까지 밖에 못 봤고 현재까지 27기까지 나와 있으니 아직 봐야할 분량은 많이 남았다곤 치더라도, 그래도 용서할 수 없다. 은 영원해야 한다.
“어쨌든 그냥 두면 안 되겠네.”
“뭐, 이제 와서 우리한테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아무리 그래도 나 때문에 지구가 망해버리면 조금 씁쓸하달까… 화풀이를 좀 해봤는데.”
“너만 없었으면 나도 붙잡힐 일은 없었으니까….”
“아니. 너 은근히 바보에다 틈도 많고 호구여서 내가 아니었어도 붙잡혔을 거야.”
“무, 무, 무, 무슨 바보가 근거로 나라는 건데?!”
“말이 이상해졌어… 자각은 있었구나. 괜한 말을 했나. 어쨌든 슬슬 시간이야. 푹 쉰 만큼 오늘은 밤새도록 범해지겠네. 너도 나도 힘내야겠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은근 즐거워 보였다.
“야. 그런데 너는 그냥 마법소녀지?”
“그럼 뭐 같은데?”
“아니. 너도 죽으면 괴인들처럼 다시 살아나나 해서.”
“그런 반칙 같은 기능은 없어. 그냥 사람이니까. 죽으면 거기서 끝.”
그렇구나, 그렇구나. 죽으면 끝이구나.
“그럼 너는 연회에는 오지 마.”
“……뭐?”
“어차피 그런 얘길 듣지 않아도 오늘은 사고를 좀 칠 생각이었는데… 응. 가능하면 너는 오지 않는게 좋겠어. 부탁할게.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날 여기 붙잡아둔 원흉이라고 생각하면 배알 꼴리긴 하지만, 이런 녀석이라도 같은 지구인이고… 충고 정도는 해줘야지.
단애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더니, 곧 헤헹, 하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있잖아, 나는 너를 붙잡은 원수인데? 혹시 걱정해주는 거야?”
“아니. 그냥 와라. 속 시원하게 보복해줄게.”
단애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쿡쿡 웃어보였다.
“……일단, 몸이 안 좋다고 쉰다고 할까나… 그래봐야 네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반항조차 할 수 없을 텐데… 잘해 봐~.”
그럼, 이라며 단애는 그 이상 묻지도 않고 방에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연회에 초대한다며 중급 비비가 찾아와서, 그대로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 * *
연회장은 상당히 소란스러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흥겨운 음악이며 군침이 도는 화려한 음식이 놓이고… 아무튼 흥겨운 잔치 자리였다.
『비비비비! 드디어 우리 비비들의 날이 왔다비비! 지구도, 메크라크도 전부 우리 비비들의 손에 들어온다비비!』
『와아아아아아!』
『대장! 대장! 비비! 비비!』
연회장의 앞, 단상 위에 캡슐 같은 것에 넣어놓은 마석을 모두에게 드러내보이며, 우두머리 비비가 자랑스럽게 외치면 술에 취한 비비들이 흥겹게 호응하기도 했다.
도대체 저 마석을 어디에 쓰려는 건지, 비비들은 이미 세계정복을 마친 것처럼 완전히 흥에 겨워 있었다.
하읏… 하으으으으으읏…….
그리고 그런 연회장의 중간에서, 나는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며 술안주 삼아 희롱되고 있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사용되게 한다면서 비비 한 명이 담당해서 내 목줄을 잡고 끌었고, 나는 두 손목을 뒤로 한 채 가죽 끈으로 묶여, 그 뒤를 어기적어기적 따라 다녔다.
가슴가리개며 팬티도, 속옷을 가리던 천도 전부 빼앗겨서, 나는 장신구만을 짤랑짤랑 울리며 알몸을 고스란히 노출하는 상태다. 당연하지만 지나칠 때마다 비비들이 내 몸을 만지작 거리며 희롱했다.
“항문이 비어있다비비. 허전하지 않냐비비. 선물을 준비해줬다비비.”
라면서 어느 비비가 가지고 온 애널비즈를 천천히 내 항문에 꽂아넣었다. 개꼬리 장식이 달린, 지겹도록 본 그거다.
아으… 으읏……..
일부러 애널비즈의 구슬 하나하나를 느끼라는 듯, 천천히, 하나씩 쏙쏙 집어 넣어간다.
하으으으…!
아무래도 애널비즈에 미약을 발라놓은 모양이었다. 묘하게 미끌미끌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다 들어갔다비비. 다들 기다리니 이 이상 붙잡아 둘 수는 없지비비.”
그렇게 말하고는 엉덩이를 찰싹 두드리고는 보내주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아직 연회의 본격적인 시작은 아니라며 간단히 입가심 정도로만 즐기는 모양이었다.
그래봐야 지나치게 개발당한 이 몸으로는 그 ‘입가심’ 다운 애무에도 엄청나게 느끼고 있지만….
“비비비비. 술 좋아한다고 들었다비비. 특별히 너도 마시게 해주겠다비비.”
“꺼져…….”
“기껏 신경써줬더니비비.”
“히으윽! 크, 클리… 그렇게 만지면…?!”
피어스가 박힌 클리토리스는 숨지도 못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기 때문에, 비비들은 손쉽게 내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며 즐겼다. 유두랑 클리토리스는 나를 굴복시킬 손쉬운 성감대였기 때문에, 뭐만하면 무슨 스위치처럼 자극해대며 내 반응을 즐기곤 했다.
가장 민감한 곳을 자극당해 머리가 새하얘진 나를 끌어안고, 조금 전의 비비가 입으로 술을 흘려넣어주었다.
저항하지 못하고 꼴깍꼴깍 전부 들이킨 후에도, 비비는 혀를 집어넣어 내 입 안을 철저하게 유린하고 나서야 내게서 떨어져나갔다.
“빨리빨리 와라비비!”
“여자가 부족하다비비!”
“이럴 줄 알았으면 마법소녀들을 더 잡아왔어야 됐는데비비!”
“그 한복 암퇘지는 어딨냐비비!”
술이 들어가니 다들 고함치듯 목소리가 높여졌다. 완전히 짐승 같은 꼬라지가 되어가는 모습을, 나는 노리개로 굴려지며 지켜보게 되었다.
짐승들 가운데 홀로 던져져있다고 생각하니, 내 스스로가 기구하다는 생각도 들고 묘한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내 몸이고, 개발당해서 엄청나게 느껴지고 있는 것도 맞고, 이쪽을 배려하지 않는 욕망에 찬 손놀림에 범해지기도 하고… 그렇긴 하지만, 뭐랄까, 딱히 그것 때문에 증오에 가득 차거나 하지 않는, 그런 자신이 신기하다.
내가 그냥 여자였다면(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이 녀석들을 용서 못한다며 원망에 가득 차 이를 바득바득 갈거나, 혹은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범해졌으니 절망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원래는 남자였고, 이 몸도 잠시 쓰는 것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마치 제3자의 입장에서 보는 느낌이랄까, 그냥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서… 단적으로 말하자면, 현실감이 없었다.
이리 굴려지고 저리 굴려지고.
백 번 천 번을 범해진다 한들.
나중이 되면 다 허무하게 사라져버릴 기억이 될 것 같아서… 오히려 허무감만이 남았다.
아마 마법소녀이기에 강인해진 멘탈도 한몫했겠지. 아니면 마법소녀 같은 현실감 없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에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고.
마치 화면 너머로 을 보는 느낌이다.
아무리 몰입해서 보더라도, 은 픽션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내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것도 그러하다.
전부 가짜 같다.
내일이면 사라질 신기루 같다.
안개에 비친 그림자, 수면에 비친 허상.
그렇기에 딱히 미움은 없다. 증오도 없다. 오기는 남지만 그것뿐이다.
솔직히 만 계속 보게 해주고 의식주를 보장해주면 여기서 평생 노리개감으로 쓰이게 된다 해도 별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 같았다. ……평생이라니, 그건 좀 위험한다.
어쨌든.
이 모든 게 마치 ‘한여름밤의 꿈’ 같다.
더위에 지쳐 잠들었을 때, 어스름하게 꾸게 된 몽환의 꿈.
깨고 나면 어럼풋한 기억 밖에 남지 않지만, 우리는 그 꿈에 증오도 분노도 사랑도 애착도 가지지 않고 꿈은 꿈이라며 흘려보낸다.
지금의 나도.
아마도 그러하다.
“비비비비. 이제 본격적인 연회로 넘어가기 전에… 우리들의 앞날을 밝혀준 주인공을 소개하겠다비비! 자, 끌고 와라비비!”
“비비비비. 빨리 와라비비.”
“읏…….”
내 보지를 찔걱찔걱 쑤시던 손가락이 아쉽다는 듯 나를 놓아주자, 나는 목줄이 당겨지는대로 단상 위로 끌려 올라갔다.
우두머리 비비는 과장스럽게 양 팔을 벌리며 나를 맞아주었다. 한 쪽 손에 들린 잔의 맥주가 넘쳐흐르며 바닥에 쏟아졌지만,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비비비비, 마법소녀… 네 몸으로 축배를 들고, 이제 본격적인 연회를 시작해보자비비.”
“…….”
“정말이지, 전부 다 네 덕분이다비비. 우리 최약체인 비비들이, 어느 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최강이 되는 거다비비.”
“…….”
“이걸 봐라비비. 전부 기뻐하고 있지않냐비비. 너도 더 기뻐해도 좋다비비. 네 보지는 복덩어리 보지다비비. 하하! 함께 즐기자비비.”
“…….”
“비비비……? 뭐지, 왜 그렇게 조용하냐비비…?”
이상함을 느꼈는지, 우두머리 비비가 한걸음 앞서며 내 젖가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스위치 마냥, 분명 나는 가슴을 만져지면 금세 칠칠치 못하게 얼굴이 풀어져버릴 것이다.
“가까이 오지 말아줄래?”
“……비?”
팔은 등 뒤로 묶여있고, 알몸은 노출되어 있어도, 나는 흔들림 없이 꼿꼿이 선 채 비비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우두머리 비비는 나를 향해 내밀던 손을 멈추더니, 뒤로 물러섰다.
“……비비비비? 어…?”
내 목줄을 잡고 있던 비비가 이상하다는 듯 나와 우두머리 비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는 그 비비와도 눈을 마주치고는,
“이 목줄, 놔줄 수 있을까? 부탁할게.”
“어… 아…… 비비비….”
철그렁, 비비의 손에서 떨어진 사슬이 바닥에 떨어졌다.
연회장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다들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뭐, 실상은 단순히 스킬을 썼을 뿐이다.
와 . 무희라고 할까 창부다운 스킬이자, 생각했던 대로 상대를 매료시켜 원하는 대로 쥐고 흔드는 능력… 이라고 할까.
‘잘 될지 어떨지 몰랐는데, 다행이네.’
물론 실전에서 쓰는 건 처음이라 등 뒤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잘 되어서 다행이다.
『비비… 무슨 일이지…?』
『뭔가 이상하다비비. 저 마법소녀가 뭔가 한 거 같은….』
여기서 비비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나를 경계하기 시작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물량으로 덮쳐온다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으니까. 이 녀석들이 혼란에서 빠져나오기 전에, 모든 일을 끝마쳐야한다.
나는 척척 걸음을 옮겨, 아직 굳어있는 비비를 지나, 단상의 중앙에 섰다.
솔직히 떨린다. 잘못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딱히 무섭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때가 되니 긴장된다.
후우.
가볍게 심호흡.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매료의 힘이 담긴 목소리가 시끄러운 노래를 뚫고 모두에게 울려퍼졌다.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스킬의 도움으로 충분히 다 들리는 모양이었다.
“【다들 이야기는 좋아하시는지요.】”
“【잠에 들기 어려운 밤에는 즐겁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습니다.】”
“【식욕을 탐하는 것보다, 증오를 쏟는 것보다, 육욕에 젖는 것보다 훨씬 즐거운 이야기를.】”
비비들의 시선에 당황이 섞이는 게 보였다.
당장에라도 뭔가 외치고 싶어하는 데,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라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는 모습에 무심코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오늘은 제가 모두를 이 이야기의 세계로 초대하고자 합니다.】”
“【환영합니다.】”
귓가에 안내음성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나는 그저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마치 계시를 받은 것처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이야기를 할지 알아서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나는 그저 떠오른 대로 말하기만 하면 되었다.
짤랑- 하고, 내 몸에 걸린 장신구가 서로 부딪치며 청량한 소리를 내었다.
내 발치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다고 생각한 순간, 이미 빛은 돔 형태로 넓게 퍼져나가 연회장을 가득히 뒤덮었다.
비비들이 깜짝 놀라 소리 치는 게 들려왔다. 노랫소리는 완전히 뒤덮이듯 죽어버렸다.
『이게 무슨 일이냐비비?!』
『비비비! 여긴 어디…?!』
다음 순간, 빛이 걷어지고 나타난 것은 본 적 없는 사막이었다.
모래로 가득한 메마른 대지의 위에,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커다란 태양이 떠있고, 당장 모두를 불태울 것 같은 따사로운 햇살이 바로 위에서 내리쬐고 있었다.
내 머리 위에는 바닥에서 돋아난 거대한 풀잎 우산이 씌워져서 괜찮았지만, 그런 게 없는 비비들은 순식간에 솟구쳐오르는 땀을 줄줄 흘리며 하늘을 원망하듯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불모의 대지 한복판엔 커다란 왕국이 있었습니다.】”
내 읊조림에 따라, 메마른 사막 한복판에 거대한 왕국이 솟아오르듯 나타났다.
비비들이 기겁하며 그 광경을 보는 가운데,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곳은 풍요로운 땅. 놀라운 현자가 있고, 모험과 영웅이 있던 나라.】”
근처에 오아시스가 생겨나고, 그 오아시스를 둘러싸듯 숲이 생겨났다.
땀을 줄줄 흘리던 비비들은 물이 보이자 신나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웅이 있다는 건, 영웅이 멸할 괴물도 있다는 것.】”
오아시스를 향해 달려가던 비비들 가운데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비비비! 괴, 괴물이다! 괴물이 나타났다비비!』
『도망쳐어! 먹힌다비비!』
나타난 것은 비상식적인 거대한 턱을 가진 도마뱀 같은 괴수. 무시무시한 이빨이 나있는 그것은 오아시스에 가까이 다가온 비비들을 마구잡이로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아비규환에 빠진 비비들이 괴물을 피해 거미새끼마냥 도망치기 시작했다.
“【신대의 괴물. 천 명의 병사를 집어 삼킨 괴물. 불사의 괴물들.】”
그러나 내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새로운 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늘을 나는 괴수가, 머리가 넷 달린 거대한 뱀이 나타나 비비들을 깔아뭉개고 집어 삼켰다.
“여자를! 저 여자가 원인이다! 저 여자를 죽여라비비!”
“저 입을 멈춰라비비!”
근처에 다가온 비비가 그렇게 외치며 내게 달려왔다.
“끄헉?!”
그러나 내 근처에서, 모래를 뚫고 바닥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입에 턱! 하니 먹혔다. 입은 구멍만을 남긴 채 다시 땅 속으로 파고 들어 모습을 감췄다.
나는 여전히 알몸을 드러낸 채, 비비들을 향해 느긋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아직 이야기는 남았습니다. 더욱, 더욱 재밌는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모두가 이 꿈의 세계에서 미아가 되어버리겠지만.”
새로이 나타난 도적떼에게 칼로 썰려 죽어가는 비비들의 표정에, 절망의 빛이 서리는 게 보였다.
* * *
대충 그런 음성이 들려올 때 즈음, 나는 이야기를 마치기로 했다.
“【오늘 밤은, 여기까지. 내일 밤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마법의 말을 읊조리고 나니, 다시 한번 시야가 빛에 휩싸이나 싶더니――눈을 떴을 땐, 원래의 연회장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비비들의 숫자는 꽤 줄어있었고, 그나마 남아있던 비비들도 차마 보기 어려운 꼴로 죽어있었다. 그마저도 평소대로, 죽은 괴인의 몸들이 검은 가루처럼 변해 부스스스 사라져가기 시작한다.
이라지만, 그 실상은 거짓된 환상을 현실에 불러오는 것.
조금 전 이야기의 세계에서 죽은 자들은 현실에서도 죽는다.
“살아남은 사람~? 있니~?”
대답은 없었다.
“……응! 다 죽었네!”
이것으로, 자유의 몸이 된 모양이다.
생각보다 싱거운 결말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