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71
EP.271
#2-(막간) 케이 IF – 민달팽이 BAD END(1)
(IF BAD END 루트입니다. 본편 스토리 진행과는 관계 없다는 점 주의하여 주세요.)
돌연변이 민달팽이들의 소굴.
그 입구에서 만난 여자는 타오란이라는 특이한 이름이었다.
이름을 듣고 새삼스레 보니, 약간 중화풍 복식이라고 할까, 그런 느낌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미묘한 차이를 빼면 지구의 그것과 비슷한…?
“안쪽이에요. 안쪽에 다른 여자들도 잔뜩 잡혀있어요.”
타오란은 용병 두 사람에게, 그리고 내게 달라붙듯이 애원했다.
“다들 끔찍한 일을 당하고 있어서… 흑.”
아니, 노골적으로 수상한 기분이 드는데.
“그렇게 말 안해도 어쨌든 안에 들어갈 생각이었거든.”
“남은 여자들도 다 구할 테니까 안심해도 돼요. 우린 베테랑 용병이니까요!”
“대신 아가씨, 이따 일 다 끝나면… 아니, 뭐, 강요는 아니지만….”
“조, 조금 전에 했던 말이 거짓말이 아니시라면….”
용병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말하자, 타오란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무사히만 돌아가면 오히려 제가… 아잇, 제 입으로 말하기엔 역시… 후후. 조금 전의 달팽이들도 단번에 물리치신 용병님들이시니, 분명 나머지도 어렵지 않게 물리치시겠죠.”
“핫핫핫! 【붉은 머리 용병단】에서도 우리 둘이 좀 잘났거든.”
“고렇죠고렇죠. 이런 달팽이 따위는 후딱 처리해 버릴테니까요!”
타오란의 적당한 칭찬의 말에 두 사람은 잘나 보이려 노력하며 말했다. 이런 립서비스에 약한 건 남자의 종특인 걸까 아니면 두 사람의 패시브인 걸까.
내가 남자였을 때도 이렇게나 바보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허미, 진짜 미치겠네.’
지금이야 내게서 마력을 잔뜩 빨아낸 덕에 간신히 달팽이들을 일소할 수 있었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달팽이놈들에게 죽기 직전까지 내몰렸던 건 어디의 누구셨드라?
제발 그 사실을 잊지 말고 조심해줬으면 좋겠다. 여자한테 홀리지 말고.
베테랑 용병들이니 이렇게 멍청해보여도 전부 계산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난 어떻게 하는 게 좋지?’
잠시 고민에 잠긴다.
이대로 용병들을 따라서 안에 얼마나 있을지 모를 달팽이들을 없애고 여자들을 구출할까?
아니면 이대로 뒤로 돌아 도망쳐? 상대가 저 끈육끈육한 용병들이라곤 해도, 로 저항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니까.
‘무엇보다 뭔가 수상해.’
저 타오란이라는 여자를 쳐다볼 때마다 자꾸만 가슴속이 술렁거려서 견딜 수가 없다.
뭐라고 할까, 무지하게 달콤한 초코케이크를 먹고 거기에 엄청나게 달달한 딸기 우유까지 원샷한 후에 느껴지는 듯한 답답함이라고 해야하나. 어째 목 뒤도 시큰거리는 것 같고.
일전 카지노 구역에서 도박할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각에, 나는 곰곰이 고민에 빠졌다.
‘그냥 돌아갈까… 그래도 아까운데.’
여러모로 수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용병 녀석들은 진또배기다. 다른 민달팽이들에게 들키지 않게 소리를 죽이고 최단루트를 찾아낸다던가, 금방 상대의 약점이며 사각지대를 찾아 습격하는 점이라던가.
내게는 없는 확실한 경험이 가미된 숙련된 움직임은 크게 탐이 나긴 한다.
말하자면 전문가들과 함께 위험지대로 가는가, 아니면 군자는 위험한 곳에 가지 않는다는 말을 실천하여 그냥 이대로 호다닥 도망치는가, 둘 중 하나다.
빤스런의 욕구가 솔솔 올라오지만, 어찌할 수 없는 돈 냄새도 버리기 아깝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여러모로 진퇴양난이다.
‘자, 그러면 어쩐다….’
그냥 용병들이랑 따라 들어가?
아니면 도망쳐버려?
* * *
앞에서 용병들이 허허, 하하거리는 사이에 유심히 고민해봤지만, 애초부터 내게는 선택권 자체가 없었다.
“어이구,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가씨?”
“흐약?!”
갑자기 불쑥 들이밀어진 투박한 굵은 손이, 내 엉덩이를 가죽 바지 위에서 주무르기 시작한 것이다.
“혹시 도망치려는 생각은 아니지? 아가씨, 우리 여기까지 왔는데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지.”
“X발 새끼들아! 너넨 죽어도 죽는 게 아니지만 나는 진짜 끝이거든?”
“그러니까 몸을 날려서라도 지켜줄게 아가씨. 그리고 여자는 죽지도 않는다잖아?”
“가서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아이 참, 말 많네. 그냥 이쁘게 따라와, 아가씨. 지켜준다잖아?”
거드름 피우듯 말하니까 열받아 죽겠다.
하지만 엉덩이를 주물러지는 가벼운 애무만으로도 이미 나는 그들에게 저항할 수 없었으니까.
결국 끌려가는 죄수와 같은 기분으로, 나는 두 용병과 타오란과 동행한 채 동굴 안쪽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물이 흐르네.”
두 명의 용병 중 한 명은 뒤를 예의주시하며 천천히 따라오고, 다른 한 명은 선행하면서 앞에 뭐가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나아간다.
뭔가, 이런저런 점에서 베테랑의 관록이 엿보인다. 같은 용병단의 다른 동료들이 죽어 둘 밖에 안 남았는데도 멘탈이 깨지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나와 타오란은 둘 사이에 껴서 보호받는 위치에 서있다.
“안쪽에 얕은 호수가 있거든요. 그 너머에 여자들이 갇혀있어요.”
“민달팽이라면 습기가 중요하니까. 확실히 이 동굴은 습기도 많고, 시원하고 축축해.”
민달팽이는 달팽이하면 생각나는 그 소용돌이 모양의 등껍질도 없기 때문에 습기 조절이 더욱 어렵다.
이 정도 환경이 되지 않으면 사람 크기의 민달팽이 정도는 금방 말라서 죽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입구에서 보였던 민달팽이를 제외하면 안쪽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따금 하나나 둘 정도가 통로에 기다리듯이 서있었는데, 그나마도 두 용병들이 어렵지 않게 처리해버렸다.
“그런데 아가씨도 용병인가요? 굉장히 맛있… 아니, 상질의 마력이 느껴지는데요.”
어쨌든 별 다른 일이 없어서 심심했는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꺄악꺄악 거리며 환호를 보내던 타오란이 내게 말을 걸었다.
“용병은 아닌데….”
“그렇죠. 【붉은 머리 용병단】은 남자들만 있다고 들었거든. ‘설마 이렇게 예쁜데 남자?’ 같은 생각도 하긴 했는데….”
타오란은 마치 품평하듯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혀로 입술을 진하게 핥는 모습이 어째 섬뜩하게 느껴졌다.
“이히히, 이쪽도 아가씨처럼 좋은 암컷입니다.”
“읏…! 또 만지지 마…!”
뒤에서 쫓아오던 키가 작은 쪽의 용병이 거드름을 피우듯 내 몸을 주물럭댔다.
“보충이야, 보충.”
이런 성희롱 같은 애무조차, 내게서 미미하나마 마력을 뽑아낼 수 있다.
지금 막 달팽이를 처리하느라 소모되었던 마력을 조금이라도 보충하고자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냥 변태라서 손댄다고 하면 되지, 괜한 변명거리처럼 들려서 더 추해보인다. 나쁜 새끼들.
“근데 이 동굴 기네… 지하로 쭉쭉 들어가는 것 같은데.”
용병들이 긴장하는 게 보인다.
두 사람의 얼굴에 그냥 이대로 되돌아갈까, 하는 고민이 서리는 게 보였다.
“부탁드려요! 안에 있는 여자들은 언제 정신이 망가질지 모를 정도로 심하게 당하고 있어요!”
“으음, 그게.”
“무척이나 예쁘고 참한 애들인데, 이렇게 되어버려서 너무 안타까워요. 아이돌 지망생인 젊은 아이도 있었고, 탱탱하고 매끈 피부가 매력적인 분도 계셨고, 하여튼 전부 마력도 외모도 출중한 귀한 사람들인걸요.”
그 말에 용병들은 다시 시야를 맞추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손에 잡힐 듯 알겠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는 드디어 타오란이 말했던 그 ‘호수’에 도착했다.
“많구만…!”
안으로 깊이 들어오자 나타난 거대한 대공동 같은 뻥 뚫린 공간. 그 가운데에 예의 호수가 있었다.
동굴은 안 쪽에 깊이 들어갈수록 빛이 들어오지 않아 완전히 어두컴컴했다
지금까지 자그마한 손전등을 쓰던 두 사람은, 손전등을 집어넣고 구체형 라이트 같은 것을 허공에 띄워 동굴 안을 밝혔다.
그렇게 둥둥 떠오른 구체 라이트의 빛 아래에, 무수한 달팽이들이 비친다.
그 너머에는, 달팽이들이 철벅거리며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찰랑이는 호수가 있었다.
‘넓어.’
과연 호수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호수는 옆으로 길쭉하니 길었다.
너비는 넓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옆으로 지나치게 길쭉한 것에 비해서는 약간 왜소한 수준이라고 할까.
덕분에 호수 너머의 저 통로로 건너가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애초에 배도 필요 없을 정도로 얕은 호수라는 모양이고.
“더럽게 많은데, 이걸 다 어쩌지?”
용병 두 사람은 아래쪽 동공에 가득한 달팽이들을 쳐다보고 신음을 흘렸다.
그러다 뭔가를 발견한 것처럼 위를 올려다본다.
호수 위쪽에는 사람 크기의 타원형 구체가 잔뜩 매달려있다. 달팽이는 아닌 것 같지만, 살덩이를 덕지덕지 붙여서 뭉친 듯한 것이 굉장할 정도로 보기 불쾌했다.
“야, 저게 뭘까?”
“내가 어떻게 알아. 저 돌연변이의 알 같은 거 아닐까?”
용병 두 사람도 저게 뭔지는 짐작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그보다 수가 많아도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할 생각인지.
“지금 몸에 남은 마력을 전부 사용하면 어떻게 될 거 같긴 한데.”
“야, 불 지를 생각은 아니지?”
“아니야. 아니라고. 그랬다가 여기 두 사람이면 몰라도 안 쪽의 여자들은 질식해서 죽어버려.”
곤란한 표정으로 말하던 용병은, 이어서 가지고 있던 배낭 같은 가방에 무언가를 꺼냈다.
둥그스름한 구체를 보고, 다른 한 명의 용병이 깜짝 놀랐다.
“범위지정형 플라즈마 폭탄? 그거 배터리로 마력 엄청 잡아먹잖아. 우리 지금 예비 마석도 없어.”
“무슨 소리야? 마석보다 쓸모있는 마력탱크가 있는데.”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은 나와 타오란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 시선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는지, 작은 키의 용병이 아하,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됐으니까, 두 사람, 여기에 마력을 좀 넣어주지 않겠어?”
능글능글 웃으면서 그 폭탄인지 뭔지를 내미는 용병.
“이게 뭔데?”
“말했잖아. 플라즈마 폭탄이라고. 범위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고, 무엇보다 불을 지르는 것보다는 후유증이 없고. 적어도 안에 있는 인질이 질식사하는 일은 없을 거야.”
요컨대 정밀한 폭탄이란 뜻이네.
뭐, 마력을 제공하는 정도야 문제 될 건 없다. 애초에 용병 두 명이서 다 할 수 있으면서 나는 왜 끌고 왔나, 궁금했을 정도다.
‘이 정도야 해줄 수 있지.’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막상 받아들고 나니 여러모로 난감했다.
“…? 이거 어디에 어떻게 마력을 넣으면 돼?”
그냥 평소에 하던 대로 마력을 옮겨보려고 해도, 뭔가 기이한 느낌이라 잘 되지 않는다.
“아, 그거 특별한 방법으로 넣는 거거든.”
아까부터 능글능글 웃던 용병이, 내 손에 들린 구체를 톡톡 매만졌다.
그러더니 구체가 철컥거리며 모양을 바꾸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미친…!”
내 손 안에 들린 물체를 보고, 나는 당황하며 신음했다. 옆에 서있던 타오란도 “꺄악!”하고 가볍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본래 구체였던 폭탄은, 지금은 살짝 길쭉한 막대처럼 변해버렸다.
아니, 그냥 막대라고 할만큼 귀여운 게 아니다.
“이거 그냥 딜도잖아!”
폭탄은, 말 그대로 전동 딜도의 형태로 바뀌어버렸다.
쓸데없이 리얼한 형상에다 반짝이는 검은 광택이 감돌아, 나는 그 그로테스크한 느낌에 무심코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