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288
EP.288
#2-27 마법소녀 분투기(奮鬪記)입니다(10)
“히, 히이이이익! 막아! 막아라, 내 아이들아!!”
타오란은, 괴물은 당황하며 자신의 수족과도 같은 달팽이들에게 지시했다.
역시, 너무 만만하게 봤던 걸까.
마법소녀의 일격은 강력해서, 타오란의 머리는 여전히 반쯤 무너진 채 돌아오질 않고 있었다.
단순한 타격이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마력이 잔뜩 실려있던 일격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타오란의 몸을 엉망진창으로 휘젓고 있었다.
‘물, 물이 필요해!’
그녀의 몸 대부분은 수분과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동굴의 안쪽, 여자들을 임신시키기 위한 소굴 바로 앞에는 마력을 주입시킨 호수가 있으며 지금 타오란은 그 호수로 향하고 있었다.
그 호수에 몸을 담구면 저 마법소녀도 어쩌지 못한다.
무한한 자기재생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본래의 형태가 될 때까지 증식시킬 수 있다.
그래서 저 마법소녀를 속여서 안으로 유인하려던 건데…!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그 쪽으로 끌어들여야…!’
펑! 퍼펑!
“거기서라니까, 괴물자식!”
“끄으으윽…!”
동굴의 어렴풋한 빛 속에서 휘둘러지는 청백색의 둔격.
마법소녀는 양 손에 들린 곤봉을 자유자재로 휘두르고, 몸을 유연하게 비틀며 날아드는 달팽이들을 손쉽게 쳐내고 있다.
본디 웬만한 중장비여도 두세방은 버텨내는 점액질의 몸은, 안타깝게도 저 마법소녀의 도구 앞에서는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나버리고 있다.
그녀를 쫓은 마법소녀의 속도는 조금도 늦춰지지 않고 있다.
정말이지 말도 안 돼.
“움직여! 움직여 내 아이들! 용해액을 쏴!”
최악의 경우엔 사지가 사라져도 상관 없다.
자궁과 심장이 있는 몸뚱아리만 남는다면, 분명 어떻게든 된다.
달팽이들은 타오란의 지시에 맞춰, 일전 용병들조차 단숨에 전멸시켰던 용해액을 오로지 케이 한사람을 노리고 뱉어냈다.
* * *
뿜어져나가는 참격. 두 자루의 청회색 곤봉.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이 눈 앞을 가로막던 달팽이 둘을 날려버렸다.
‘처음 써보는 무기지만, 완전히 손에 익어.’
무기를 구매하는 것과 동시에 그 사용법도 머리에 찡! 하고 주입되었다.
덕분에 무기를 사놓고서도 어버버버 하는 일은 없었으며, 나는 두 곤봉을 새로운 수족처럼 사용하며 능숙하게 적들을 쳐낼 수 있었다.
“근데 진짜 끝이 안 나네…!”
달팽이들은 동굴 틈새에서 어기적어기적 기어나오면서도, 계속 해서 수를 불려가고 있다.
한 번 곤봉을 휘두르면 둘이 달라붙어, 이어서 세 번의 둔격을 날리며 달라붙는 놈들을 떼어낸다.
어쩐지 이 괴물들을 볼 때마다,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바라듯 자궁이 움찔거리지만, 애써 참으며 간신히 쓰러뜨려 간다.
질주하며 달팽이들의 한중간으로, 측면으로, 사각으로, 시야 밖으로 돌아가 노도와 같은 난타를 먹이고, 다시금 앞으로 전진한다.
타오란과의 거리는 줄었다가 벌어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저 녀석, 어디로 가는 거야?! 좀 멈추지!”
“아마도 파워업하기 위한 무언가… 붙잡은 여자들로부터 빼앗은 마력을 보관하는 어떤 게 있을지도 모릅니돠.”
“여자들의 마력….”
“그것도 아니면, 물이 있거나.”
물이라니?
“물의 사역마인 제 직감입니돠! 저 녀석은 물에 닿으면 안 됩니돠! 물에 닿으면, 뭔가 위험해질 것 같은 느낌이…! 아아, 그렇지만 안 쪽에 물의 기운이 느껴져…!”
아니나 다를까, 마법소녀의 강화된 후각으로도 물의 향기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저 괴물은 물을 찾아 안으로 도주하는 것이다.
어서 잡아야 하는데…!
『움직여! 움직여 내 아이들! 용해액을 쏴!』
타오란의 다급한 목소리가 동굴벽에 부딪치고 메아리치며 몇 번이나 울렸다.
동시에 내 온 몸 여기저기를 찌르는 듯한 위기감이 단숨에 부풀어올랐다.
머리에 쓰고 있는 의 효과로, 센서처럼 위기를 감지해 내게 알려준다.
사방팔방에서 내게 흩뿌려오는 용해액들.
저것에 닿으면 그냥 살갗이 타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겠지.
뼈만 남고 화끈하게 녹아버렸던 용병들을 떠올리며, 나는 인벤토리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아이템을 꺼내들었다.
펄럭!
『기―――――!』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은 .
깃발처럼 펄럭이는 망토로 몸을 능숙하게 휘감았다.
용해액이 망토에 철벅철벅 닿았지만, 망토는 조금도 해지지 않은 채 모든 액체를 막아낼 수 있었다.
“흐읍!”
앞으로 도약하며 몸을 빙그르르 돌리면서, 붙들고 있던 망토를 팔락 펼쳤다.
그러자 나를 향해 쏘아지던 용해액들이 사방팔방 튀면서 외려 뱉어낸 장본인들인 달팽이들을 녹여갔다.
덕분에, 길이 탁 트였다.
달팽이들 사이로 난 틈새로, 도망치는 타오란이 보인다.
다만.
“크윽?!”
이미 타오란의 목적지로 보이던 호수에 도달한 상태였다.
타오란의 한쪽 발은, 어둡게 찰랑이는 물속에 담궈져 있었다.
“포기하지 않는 겁니돠!”
다리에 힘을 주고, 의 능력을 이용해 거리를 뛰어넘으며 도약한다.
한 걸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두 걸음, 세 걸음――
“아하, 아하!”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그러나 내가 아무리 용을 써봐서 다가가봐야, 이미 타오란은 호수 한복판으로 첨벙첨벙 들어가 있었다.
내가 도약할 때마다 급속히 다가오는 타오란의 모습은, 한순간에 팽창하기 시작했다.
“살았다! 살았어어어어어어!!!!!”
물을 빨아들이듯 팽창하는 타오란의 몸.
구불거리는 촉수는 조금 전보다 훨씬 생기가 넘쳐보였고, 무엇보다 몇 배는 굵어졌다.
그런 촉수가, 수십개.
그 모든 것이, 타오란의 지시에 따라 나를 붙잡으려고 달려들었다.
“으극…!”
도약하느라 공중에 떠있던 나는 그것들을 피해낼 방도가 없었다.
달팽이들처럼 쳐낼까 했더니, 그보다 훨씬 빠른데다 오차 하나 없이 사방에서 일제히 덮쳐오는 촉수를 두 손의 곤봉으로 모두 쳐내기는 무리였다.
“아, 안 됩니돠 마법소녀! 뭐라도 하는 겁니――”
덥썩! 콰득!
내 몸은 단숨에 막대한 질량의 촉수에 덮어져 나갔다.
* * *
촉수가 덮쳐온다.
촉수가 덮쳐온다.
촉수가 덮쳐온다.
끔찍한 점액질의 살덩어리는 나를 압사시킬 기세로 덮쳐왔다.
지금 상태로는 이것에 맞설 방법이 없었다.
마도식 그레네이드가 있긴 하지만, 이 지근거리에서 썼다간 나까지 폭발을 뒤집어 쓰고 만다.
곤봉의 충격으로 뚫기에는, 몇겹으로 겹쳐진 굵은 촉수의 질량을 밀어낼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절체절명.
말하자면 진퇴양난.
그러니까.
그렇다면.
“.”
지금껏 아끼고 또 아껴두었던 비장의 수를 쓸 때가 왔다.
* * *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 하…!”
타오란은 케이를 둘러싼 촉수에 힘을 더더욱 불어넣었다.
만에 하나라도 케이가 빠져나오는 일이 없도록.
혹시나 죽더라도, 적어도 그녀에게 위협이 되는 일이 없도록.
역시나 마법소녀를 너무 얕봤던 모양이다.
아니, 애초에 계획대로만 되었더라면, 어떻게든 잘 속여넘겨서 안쪽으로 끌고만 왔었더라면… 그렇다면 이렇게 당황할 일도 없었을텐데.
‘진정하자, 진정해.’
곤봉에 정통으로 얻어맞아 반쯤 무너졌던 머리는 마력이 담긴 호숫물을 빨아들이는 것으로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이제 마법소녀는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이 호수까지 유인해 온 순간, 상대가 누가 되었든 저항할 수는 없다.
‘그래, 굳이 죽일 필요는 없어. 여기까지 온 이상, 살려두지 않으면 안 돼.’
다만 조금 전까지 느껴졌던 죽음의 위협이 너무나도 컸으므로, 타오란은 움직이지도 않는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오르다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도 침착하게.
침착하게.
그래, 괜찮아.
‘이제 저 마법소녀는 꼼짝도 못하니까!’
마법소녀를 압박하는 촉수에서 느슨하게 힘을 빼며, 타오란은 입맛을 다셨다.
조금 전까지는 이쪽이 사냥감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완전히 형세역전.
마법소녀 쪽이야 말로 사냥감이 되었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이런 굴욕을 맛보게 해준만큼, 이 여자는 모판으로 쓰기 전에 훨씬 가혹하게 굴려줄 생각이었다.
온갖 굴욕과 굴욕을 다 맛보게 하고, 여자로서의 기쁨으로 뇌를 절여버린 뒤에, 허덕이며 자신의 자비를 갈구할 뿐인 천박한 암컷으로 만들어주겠다.
그런 광경을 상상하며 타오란이 징그러우리만치 씨이이익 웃는데.
마법소녀를 압박한 촉수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어?”
처음에는 미묘한 저항감.
한순간 촉수가 부풀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퍼어어어어어어어엉!
무시무시한 질량의 촉수가, 단번에 터져나간 것이다.
“어……?”
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마법소녀의 모습.
다만 조금 전까지 보이던 가죽옷도, 곤봉도 지금은 전혀 소지하지 않고, 붉은색이 기조로 된 몸에 착 달라붙는 드레스슈트를 입고 있었다.
그게 마법소녀의 정식 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무슨 짓을 한 건지.
대량의 촉수를 단번에 사멸시킨 마법소녀는 맹렬한 속도로 타오란을 향해 돌진해 왔다.
어리석긴.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하긴 했지만, 괜찮다.
호수에 몸이 잠겨져 있는한, 그녀는 아무리 몸이 꿰뚫리고 쪼개져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다.
몸도 아직 더 크게 키울 수 있다. 더 강하게 내리칠 수 있다.
돌진해오는 마법소녀는 너무 빨라서 막을 길이 없지만, 좋다. 한 대쯤 맞아주고, 당한 척 속여넘긴 후 발목을 붙잡아 호수 아래로 끌어내리자.
그렇게 하자――
“마법소녀! 호수! 물을 노리는 겁니돠! 본체를 노려도 소용없습니돠!”
“!”
그러나 그런 그녀의 계획은 판돌이의 외침과, 마법소녀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산산히 깨어져나갔다.
물의 골렘 판돌이의 지시를 들은 케이는, 표적을 단숨에 타오란에서 호수로 돌린 것이다.
“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법소녀는 장갑을 낀 주먹을, 호수를 향해 내리쳤다.
그저 그 뿐.
그저 그 뿐일 텐데.
――호수가 갈라졌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
타오란의 묵직한 몸도 날아가버리는 게 아닐까 싶은 어마어마한 충격파.
그녀가 몸을 담그고 있던 호수는 크게 갈라지고, 그 가운데 있던 타오란의 몸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다.
당황할 틈조차 없었다.
물이 갈라진 건 한순간 뿐이지만, 그 한순간 사이.
이미 마법소녀는 코 앞에 다가와 있었다.
“【마법소녀의 발은】!”
기합과도 같은 외침.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듯한 자기암시의 주문을 외치며, 마법소녀 케이는――타오란을 향해, 발을 호쾌하게 내질렀다.
“【하늘을 꿰뚫는다】!!!!”
“커헉……?!”
비대해진 몸 때문에 케이보다 머리 두 개는 높은 위치에 있던 타오란의 명치.
붉은 구두를 신은 케이의 발은, 구두굽의 끝은 정확하게 그 명치에 박혔다.
처음에는 단순히 꿰뚫는 듯한 통증.
그리고 이어진 것은, 몸 전체를 아우르는 무시무시한 충격파.
“끄…아으으으으으으으윽!!!!”
붉은 빛의 충격파가 퍼져나가고, 타오란의 몸은 동굴의 천장을 향해 날아갔다.
몸이 호수에 담겨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몸을 더 무겁게 해서 막아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순간 노출되고 만 몸은, 무방비하게 케이의 발차기를 받아들이고, 몸의 절반이 터져나가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천장에 처박힐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굉음과 함께 천장에 처박힌 타오란의 몸을 향해.
“!”
얼마든지 모양을 바꿀 수 있는 마법소녀의 스틱을, 케이는 자신의 몸보다 몇 배는 커다란 자벨린의 형상으로 바꾼 뒤, 그런 타오란을 향해 내질렀다.
푸욱!
“커…….허……!”
타오란의 몸은 날아들어오는 거대한 창에 심장부를 꿰뚫리고.
곤충 표본처럼 동굴 천장에 꿰여버린 채 절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