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03
EP.303
#2-28 향락의 도시로, 그리고…(1)
(#2-27 마법소녀 분투기(奮鬪記)입니다(10)에서 이어집니다.)
“아저씨! 그러면 나 이제 진짜 갑니다?”
【물의 도시】의 아데에게서 조사를 부탁받고 【향락의 도시】로 향하던 도중에 들르게 된 어느 거주구역.
제대로 된 이름이 아닌 잘 모르겠는 구역 번호만이 할당된 이 거주구역에 도착하고서, 난감하게도 단애에게 돈을 몽땅 도두 맞았음을 알게 되고.
덕분에 한동안 여러모로 큰일이 났었다.
눈 앞의 여관 주인에게 약점을 잡혀서 온갖 민망한 꼴은 다 당하기도 했고.
“……좀 더 있어도 되는데.”
“싫거든.”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근처에 출몰한 민달팽이 괴물을 토벌한 것으로 넉넉한 포상금을 탈 수 있게 되어서.
드디어 나는 이 도시를 떠난다.
‘포상금 받는 것도 절차가 복잡복잡해서 영 귀찮았지만.’
나오는데 절차도 필요해서 예정했던 것보다 3일을 더 이곳에 묶여 있었다.
이 여관에서도 3일을 더 머무르게 된 것이다.
여관 아저씨한테는 포상금이 나오면 그때 지불하겠다고 외상으로 해달라 했지만, 끝까지 완고하게 주장하는 통에 결국 그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종업원 일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해.
‘그거 생각하니까 또 갑자기 열 받네.’
어차피 마지막이겠다 깽판이라도 치고 갈까?
다른 데로 가고 싶어도 일단 여자라는 게 들키면 위험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저씨의 밥이 맛있어서, 다른 데로 가기 싫기도 했고.
내 혀가 포로가 되어버렷!
그렇게 얌전히 있었지만, 이제는 거리낄 것도 없겠다. 진짜로 한판 뜰까?
“꼭 가야겠다는 말이지….”
“뭔데요. 뭔데. 뭐뭐. 붙어볼래?”
싸우자는 거냐! 얼마든지 받아주마!
그러고 보면 내 부끄러운 사진도 잔뜩 찍어댔었지! 전부 삭제하도록 주먹으로 협박해주겠어!
그런 느낌으로 당장 싸울 준비를 하는 투견처럼 씩씩대고 있는데.
“뭐라는 거야. 옜다.”
“뎃?”
앞에 불쑥 내밀어지는 꾸러미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해? 받아.”
“아, 예….”
폭탄? 폭탄인가?
받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받아버리고 말았다.
마법소녀의 강화된 후각으로 느끼건대, 이 안의 내용물은――
“도시락이다, 가져가.”
“뎃?!”
“……선물이야. 덕분에 매상도 많이 올랐고. 즐거웠고.”
그 말로 끝이라는 듯 아저씨는 별 다른 말도 없이 몸을 돌려 안쪽으로 들어갔다. 또 일하러 가는 거겠지.
내 손에는 아저씨가 건네 준 도시락이 오도카니 들려있다.
어… 뭐야.
왜 마지막에 착하게 구는 거야. 그냥 미워하게 해주세요.
착한 사람인 것 같잖아… 이러면 때리기도 뭐하잖아….
“가,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머리로 일단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 여관 밖으로 나왔다.
뭐지… 뭔가… 허무해….
* * *
“언제 봐도 비싸 보이네.”
열차가 지나는 역참 같은 스테이션 공간. 나는 촌놈처럼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하고 있다.
이쪽 구역 자체는 굉장할 정도로 더럽고 후졌는데, 그 가운데에 이 스테이션을 포함한 일부만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깨끗하다.
‘우와, 무서워 보이는 사람들이 서있어.’
그런 스테이션의 입구며 곳곳에는 척 보기에도 튼튼해보이는 사람들이 이 건물을 지키듯 서있었다.
무법의 거리라곤 해도 힘의 법칙은 이곳에서도 적용이 된다.
이렇게 비싸 보이는 건물은 아무래도 따로 돈을 들여서 경비하는 인원을 배치하는 모양이다. 그게 사비인지 세금인지는 둘째치고.
열차값이 쓸데 없이 비싼 이유가 있다.
‘생각해보면 그 카지노 구역도 힘이 있으니까 그렇게 유지될 수 있던 거겠지?’
카지노의 총괄지배인 아르몽의 지휘에 맞춰 달려들었던, 우락부락 위험한 기색의 괴인들을 떠올려본다.
확실히, 풀파워를 다하지 않았다면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
【메크라크】는 지구보다 기술력이 훨씬 뛰어나다.
소소한 곳까지 SF 소설에서나 볼 법한 장비와 기술을 마음껏 활용하고 있으며, 남자들은 정신데이터를 따로 보관하고 소체라 불리는 임시 육체로 생활한다.
그렇기에 죽어도 죽지 않으며, 임시 육체는 얼마든지 개조가 가능해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스펙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화려한 장식이나 하늘을 떠다니는 고래 같은 형태의 비행선이나,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다니는 로봇 같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지구와는 뭔가 다르다고, 어렴풋이 생각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여기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란 거야.’
――‘여기나 저기나 꿈도 동화도 없어.’
――‘분명 이곳도 이곳 나름대로 성가시고 귀찮은 세계일 게 뻔해.’
처음에 이 별에 왔을 때, 도적들에게 붙잡혀 쿠알의 저택으로 이송되던 때에, 단애와 단비가 했던 말.
그 말을 들었을 당시에도 어렴풋이 깨달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피부에 더 확실하게 와닿는 느낌이다.
‘이 나이 먹고 그런 거에 감상적이 되는 것도 뭐한 기분은 들지만.’
결론.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귀찮다.
방콕 외톨이가 최고야!
의 블루문도 「허황된 꿈보다는 눈앞의 돈을 보며 살아가는 게 행복한 법이야!」라고 했었고.
마찬가지로 루비도 「먹을 수 없는 꿈보다는 보지에 넣을 수 있는 눈 앞의 딜도와 로터가 더 소중해!」라고 했었…….
……어….
이건 뭔가 좀 아닌 것 같은데….
[■■ 스테이션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표를 판매하는 데스크에 도착했다.
지구에서도 표 같은 건 기계를 사용해서 발권하겠지만, 여기는 로봇이 발권을 도와주고 있다.
“성인 여성 1명. 【향락의 도시】로.”
그래도 어쨌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드디어 당초의 목적이던 【향락의 도시】로 떠나게 되었다.
* * *
열차에 올라타자마자 일단 이곳저곳 둘러보고자 싸돌아 다닌다.
열차 자체는 KTX보다 옆으로도 위로도 두 배 정도로 크다.
또 단순히 바퀴 레일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특수한 기술을 이용하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은 따로 설명을 듣지도 못했고 실제로 설명을 들어도 못 알아들었을 것 같다.
다만 움직이기 시작하니 바닥에 납작하게 깔려있던 레일을 따라, 공중을 미끄러지듯이 달리는 게 굉장히 신기했다.
이대로 가면 그 민달팽이 괴물이 가로막던 곳이 나오는 걸까.
타오란을 해치우니까 그쪽도 녹아버린 것처럼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아니, 아니, 그것보다.’
열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다도.
싸돌아다니며 살펴본 열차 안의 광경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찰캉, 찰캉!
또르르르륵! 달칵!
‘우와….’
열차 안에 자그마한 카지노가 있어서 즐기는 손님들이 잔뜩 있다.
외형은 둘째치고 다들 자리에 걸맞게 격식 있는 정장이나 비싸 보이는 옷을 입고 있고.
무엇보다 그 사이사이로 여성들이 잔뜩 보였다.
잔뜩이라고 할까, 그래봐야 3분의 일 정도지만.
그래도 여자가 희귀한 이 별에서 이만한 성비는 오랜만이다.
저번에 갔던 카지노 구역에서도 전체 숫자면 몰라도 성비로 쳤을 때 여기보다 적었으니까.
“어머나, 이번 역에선 귀여운 아이가 탔네~?”
“안녕~ 너도 【향락의 도시】로 가는 거야?”
“어, 오, 에?”
우와!
무서워 보이는 언니들이 말을 걸고 있어!
향수 냄새 진해! 예뻐! 옷도 비싸 보여!
서민 감각에 쩔어있는 내게 강남 언니 같은 귀품 있는 사람들이 다가오니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머머, 긴장하지 마렴.”
“갑자기 말을 걸어서 놀란 모양이야.”
“여기 술 한잔 마시면 좀 편해지지 않을까?”
“어멋! 그거 도수 너무 세잖니! 가벼운 거로 줘!”
깜짝 놀라 어버버버 당황하는 나를 앞에 두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모여든 언냐들이 꺄르르 웃으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불쑥 액체가 담긴 잔이 내밀어졌다.
잔을 든 손의 주인은 가슴이 풍만하고 입술 아래의 점이 인상적인, 어느 요염한 인상의 여성이었다.
“이거라도 마시고 긴장을 좀 풀렴. 그쪽 구역은 여자애한텐 위험했을 텐데, 어떻게 잘 탔네. 장하다~.”
우와… 예쁘다.
어딘지 안심이 되는 온화한 말투에, 나는 엉겁결에 내밀어진 술잔을 받아들었다.
* * *
카지노 홀에서 나오자, 여성들은 나를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는 바 같은 공간으로 데려갔다.
바라고 해야할까, 카페처럼도 보이는데, 하여간 여러모로 마음이 편해지게 하는 분위기가 있다.
우리는 그곳 한켠에 놓여진 커다랗고 둥그런 소파에 둘러앉았다.
“여기 있는 분들이 전부 【향락의 도시】로 가는 건가요?”
손에 들린 술을 홀짝이며 조심스레 묻자, 여성들 중 절반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수도로 가려고~.”
“그냥 여행 삼아 돌아다니고 있어. 그쪽도 들릴 거 같긴 한데, 목적지는 아냥~.”
기차 안에 카지노가 있다는 점에서부터 알아챘지만, 이 열차는 기본적으로 ‘도시간의 이동’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적은 모양이다.
표 값 부터가 물가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에서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렇지. 케이처럼 도시간에 이동하는 데 이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은 없어. 아니, 애초에 웬만한 사람은 도시간에 이동하는 일 자체가 별로 없지.”
“이동하더라도 웬만하면 자가용을 쓰니까.”
과연.
땅이 넓어 세세한 교통수단 마련이 어려운 미국에선 각 가정마다 자차가 필수라고 들었는데, 여기도 그런 느낌인 모양이다.
단, 여기서는 그 자차가 우주선처럼 공중을 날아다니는 탈것이나, 혹은 황야를 몇날 며칠 달려도 끄떡없는 탱크 같은 느낌인 모양이지만.
‘카지노 구역에서 이쪽 구역까지 걸어서 온 것도 진짜 요행이었구나.’
그때는 진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자칫 잘못했으면 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황야를 헤맸을 지도 모른다.
카지노에서 도망쳐 나온 뒤 하루 이틀 만에 사람이 사는 거주 구역에 도착했던 건, 무엇보다 그 구역을 이 열차가 지나간다는 건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다.
어쨌든.
보통 사람들은 자가용을 이용해 돌아다닌다면.
여기 이렇게 타 있는 여자들은 다들 금수저들인 모양이다.
복장에서부터 티가 팍팍 나지만, 어쨌든 단순히 사치를 부리는 목적으로 이 열차를 타는 것 같다.
열차의 선로를 가로막은 민달팽이 괴물을 물리치고, 포상금을 잔뜩 타냈던 이유를 알겠다.
“다른 도시로 가려면 허가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우리처럼 여자라는 것만으로 여러모로 위험하니까. 말로 할 것도 없지만.”
“그러고보니 도시로 들어가는 허가증은? 허가가 안 떨어지면 도시 밖에서 노숙해야되잖아.”
“그거라면 받아뒀어요.”
“보여줄 수 있어?”
“……그게….”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뭘 믿고 보여준단 말인가.
“아, 이런. 됐어됐어. 안 보여줘도 돼. 아하하하, 내가 너무 들떴나봐.”
내 경계하는 눈빛을 알아챈 건지, 허가증을 보여달라던 여자가 아하하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 얼굴이 어쩐지 침울해 보였다.
“동생 같은 느낌이라 걱정한 것 뿐이야. 그래도 야무진 것 같아서 다행이네….”
“메니는 동생을 무지무지 아끼거든. 케이가 그 동생이랑 비슷해 보였나봐.”
조금 전 내게 술을 권했던 요염한 인상의 여자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허가증을 보여달라 한 여자 이름이 메니인 모양이다.
“메니가 이 열차에 탄 것도 동생을 찾으려는 이유고.”
“테트라. 말이 너무 많아.”
“미안~. 그치만 케이는 여기저기 돌아다닌 모양이고, 혹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엣. 나한테 뭔가를 바라는 모양인데.
“그, 그럼… 케이한테, 혹시 물어봐도 될까? 아니, 그냥 푸념 같은 느낌이니까 적당히 흘려들어도 돼. 짐작가는 게 있나 싶을 뿐이니까.”
그만둬. 성가실 것 같은 이야기를 나한테 하지 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어서, 나는 술이 담긴 잔을 두 손으로 쥔 채 어정어정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아니, 별 얘기 아니긴 한데… 그냥 내 동생 얘기거든. 그 애도 케이랑 비슷한 나잇대인데.”
메니는 주섬주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게… 여행하겠다고 훌쩍 떠난 아인데, 갑자기 소식이 끊겼거든. 도저히 다른 사람한테 맡길 수가 없어서, 이렇게 직접 찾아다니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