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05
EP.305
#2-28 향락의 도시로, 그리고…(3)
마치 요람처럼 몸이 편안하게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기분 좋아….
‘응… 흔들리는 것만이 아니라….’
어렴풋이 느끼건대, 몸 안쪽에서도 뭔가 간질간질 기분 좋은게 올라오는 기분이 든다.
우우우응….
‘아… 뭔가 따뜻… 아니… 더워지는 것 같은데….’
몸을 뒤척이는 자극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몸이 흐느적흐느적 녹아내리는 것 같아….
“――제발 좀 일어나라, 입니돠!!!!”
철퍼억!!!
“우우우우우우웅?!”
얼굴에 뭔가 쎄~하게 차가운 것이 닿아, 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다.
뭔가 아찔아찔하다….
“뭐, 뭐야?! 뭐야?! 으헤~….”
“아직 정신 못 차렸습니꽈? 한 번 더 때려줘야 됩니꽈?”
“그, 그만… 잠시만… 으… 응햐아….”
“정신차리라 이겁니돠!”
“뿌갸악?!”
계속해서 다시 잠들려는 내 얼굴에, 판돌이가 다시 몸통을 부딪쳐왔다.
차갑고 시원한 물주머니 같아서 기분 좋기도 하고, 얼굴 앞에서 터지니까 혼이 쏙 빠져나가기도 하고.
다만 덕분에 아직 몽롱한 기분은 남아있었지만, 적어도 조금쯤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으에… 무슨 짓이야….”
“도저히 일어날 생각을 안 해서 그렇습니돠. 뭐하는 겁니꽈?”
“아니, 잠 좀 잘 수 있지….”
“이런 상황에 말입니꽈?”
이런 상황이라니….
“어…?”
뭐지, 그런데 왜 이렇게 덥지?
내 피부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있다. 땀에 젖어 달라붙은 옷을 당기며 손부채를 부친다.
하아, 하아….
덥다…기 보다는, 뜨겁다에 가까울까.
그리고 몸 이곳저곳이 간질거린다. 피부가 잔뜩 예민해져 있다.
간신히 구매해 입고 있던 속옷 아래에서 민감한 돌기들이 이제나저제나 빨딱 세울 준비를 하는 것처럼 움찔움찔 떠는게 느껴졌다.
‘갑갑해.’
마치 가려운데 어디가 가려운지 알지 못하겠는 것처럼.
어딘가를 만져서 해소하고 싶은데, 어디를 만져줘야할지, 애초에 손이 닿을지 모르겠어서 우왕좌왕하고 만다.
침대 위에 주저앉은 채,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고 말았다.
그제서야 상황을 깨달았다.
뭔가 이상한 약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아저씨가 준 도시락…? 아냐. 보니까 잠든지 시간이 꽤 지났어.’
땀에 축축하게 젖긴 했지만, 그래도 상황을 보면 그렇게 오래 지나지는 않은 것 같다. 판돌이의 말로도 잘 자고 있더니 갑자기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냄새가 나!’
달콤한 향기와 가까운 냄새가 예민해진 코 끝에 진하게 느껴졌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몸에 열기가 더해졌다.
아무래도 기화화 된 미약인 모양이다.
“이 방은, 밀실… 윽… 일 텐데….”
자위하고 싶은 기분을 꾸욱 참으며 살핀다.
셀럽들이 사용하는 호화 열차라서 그런지, 여자들이 사용하는 방은 특별히 튼튼하게 설계되어 있고, 무엇보다 완전한 밀실을 자랑한다.
허가받지 않은 인물은 방에 들어오긴커녕 약 같은 걸 흘려 넣을 구멍 하나도 없다.
그 대신이라는 듯 내재되어 있는 공기청정기 겸 산소제조기가 있지만, 어째선지 이 기구는 작동을 멈춘 상태다.
이래서 정화가 안 되었구나.
그렇다면 이 향은 어디에서 나는 거지? 창문도 문도 꼭 닫혀있고, 뭔가가 흘러들어올 만한 곳은 아무 데도――
“마법소녀! 여기입니돠! 이 안에 뭔가 이상한 액체가 찰랑찰랑하는 게 느껴집니돠!”
판돌이가 두 팔로 끌어안은 건 조금 전 테트라에게서 받아왔던 오브제.
기이한 오브제를 향해 얼굴을 내밀었더니, 확실히 더 진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윗부분이 살짝 떠오르고, 전에는 보이지 않던 구멍 같은게 보였다.
‘깨뜨렸다간 안에 든 액체가 다 튀어나올 것 같으니…!’
다급하게 오브제를 에 집어넣었다.
그제야 진하게 풍겨오던 달콤한 냄새가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도 아직 공기 중에는 달콤한 잔향이 남아있다.
“으… 환기, 환기.”
기계식으로 여는 창문은 아무리 패널을 조작해도 열리지 않아서, 다급하게 방 문을 열려고 침대에서 내려오는데.
벌컥.
문 손잡이에 손이 닿기도 전에, 복도로 통하는 문이 멋대로 열렸다.
“어머나. 정신 없이 자위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뭐……!”
문을 열고 안에 들어온 사람.
그녀는 풍만한 가슴에, 온화해보이는 인상의 요염한 여성이었다.
“테트라…!”
* * *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을 텐데, 그냥 편하게 누워계셔도 돼요. 나머진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까♥”
“햐~아! 귀여운 여자애네. 딱 내 취향인데요, 테트라 아가씨?”
테트라가 웃으며 방 안에 들어오고, 그런 테트라의 뒤를 따라 커다란 몸집의 괴인이 따라들어왔다.
그냥 서면 문턱에 닿을 정도로 키가 커서, 구부정하게 몸을 낮춘 채로 나를 핥듯이 쳐다보고 있다.
“역시 너였나…! 무슨 짓이야!”
뭔가 착각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눈 앞의 상대는 분명 그 테트라다.
온화해보이고 사람 한 명 속일 수 없을 것 같던 순진해보이던 사람….
“어머나, 내가 준 오브제는 어디 갔어? 얼굴 보면 효과는 있었던 것 같은데.”
“대답해! 왜 나한테 이런 짓을….”
경계하며 테트라를 노려보았다.
내가 마법소녀란 것을 들킨 걸까? 그래서 함정을 쳤다고?
아니, 대관절 내가 이 열차를 탈줄 어떻게 알고 이런 함정을….
“케이. 틀려요. 케이라서 습격한 게 아니니까.”
“뭐….”
테트라는 웃음기 어린 눈으로 선언했다.
“이 열차는 지금 저에 의해 점령되었습니다. 순순히 투항해주세요. …어때, 릭? 이런 대사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아가씨가 하고 싶으시면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보다 저 여자 당장 따먹어도 되겠습니까?”
“아잉~ 좀만 더 기다려줘, 릭. 릭의 물건은 너무 커서 여자애들이 금방 망가져버리잖니.”
잠깐잠깐잠깐만.
지금 그래서, 무슨 상황인 거지?
‘열차… 하이재킹인가!’
아니, 애초에 테트라는 이 열차를 운행하는 회사며 스테이션의 대주주라고 들었으니까.
하이재킹이라기보단, 열차를 미끼로 사람들을 낚는 테러리스트나 도적단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니까. 다른 방에 있는 여자들도 거의 다 포획했어. 아무리 타고난 마력이 많고 대단한 마법을 써도, 그 향을 맡으면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거든. 케이는 어때? 마법도 못 쓰겠지?”
“으….”
그 말대로, 조금 전부터 마력이 제어가 안 되어서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서있다.
조금 전부터 라는 안내음성이 뜨는데, 이것 때문일까?
“자, 릭. 포획해.”
“예스, 마담~♪”
릭이라 불린 거구의 남자는 쿵쿵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그 발걸음에 맞추듯 나는 반대로 한걸음 물러났다.
안 그래도 그렇게 넓은 방은 아니었지만, 한걸음한걸음 사냥감을 몰아가는 것처럼 그가 느물느물 가까워져오자, 이 녀석이 얼마나 위험한 녀석인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위험한 느낌.
피부가 찌릿찌릿해진다.
상태로는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모르겠고, 심지어 지금은 제대로 힘도 안 나는 상태.
“혹시 모르니까~★”
“아…!”
테트라가 손을 휘젓자, 갑자기 내 양쪽 손목에 빛의 띠 같은 게 나타나더니 강력한 자석이라도 되는 것처럼 둘이 딱 붙었다.
마치 수갑이라도 채워진 것처럼 두 손을 딱 붙인 모양이 되었다.
나쁜 년! 이런 상황에 손까지 구속하다니!
“아가씨~ 이렇게 되었으니 눈 딱 감고 즐기자구? 조오~큼 운이 안 좋았던 것뿐이니까. 그래도 이 오빠가 진짜 기분 좋게 해줄 테니까?”
“…….”
툭, 뒷걸음치던 내 등에 벽이 닿았다.
뒤에는 창문. 열리지는 않고, 깨고 나간다 해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렸다간 산산조각 엔딩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잖아.’
저번 민달팽이 토벌 때 배터리를 다 써버려서, 다시 충전된 것까지 포함해도 쥐꼬리만큼 밖에 없지만.
“!”
“으옷?!”
순식간에 내 몸이 빛에 휩싸였다.
아직까지 입고 있던 몸에 착 달라붙던 짧은 가죽옷은 입자가 되어 사라지고, 대신 그 입자가 모여 새로운 옷을 만들어낸다.
번쩍 빛났던 빛이 사그라들었다.
일전에도 한 번 변신해 본 적 있는 코스튬이다. 그 때와는 또 미묘하게 다르지만.
배와 아랫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디자인.
가운데가 뻥 뚫려 가슴 사이가 보이는 가슴 가리개와 새카만 초미니스커트.
귀에는 새카만 고양이 귀가, 엉덩이 위의 꼬리뼈 부근엔 진짜 꼬리 같은 것이 달려서 살랑인다.
으~음. 정식 변신인데도 지나치게 허술한 느낌….
“뭐야, 귀여운 고양이가 되었… 잠깐… 코스튬 체인지, 라니….”
다가오던 남자와 뒤에 여유롭게 서있던 테트라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법소녀?!”
들켜버렸다. 하지만 이대로 붙잡혀서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게 되는 것 보다는 낫지.
지속시간은… 충전량으로 따지면, 10분 정도일까?
“흡!”
파캉!
가볍게 힘을 주자, 손목을 구속하던 빛의 띠가 단숨에 터져나갔다.
두 팔이 자유롭게 되자마자, 곧바로 남자를 향해 달려든다.
“사라졋…!?”
단 몇 걸음이지만 몸을 낮춰 시야에서 빠져나온 후.
단숨에 땅을 기듯 빠른 것음으로 다가들자, 릭이라는 괴인의 눈에는 내가 사라진 것처럼 보였나보다. 큰 키가 화근이 되었다.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리를 좁히고 나자, 그 뒤는 아무생각 없이 사지를 내지를 뿐이다.
가녀린 주먹으로, 괴인의 튼튼한 거구를 마구 팬다. 팬다. 팬다. 팬다!
‘이 코스튬 상태론 힘이 약해져….’
주먹 하나하나가 일반 변신 때보다 가볍다.
대신 그 이상으로 속도가 오른다.
“으…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종횡무진 이쪽저쪽.
얼굴을, 인후를, 명치를, 옆구리를, 허벅지를, 정강이를, 겨드랑이를, 팔꿈치를, 손목을, 팔을, 이마를, 관자놀이를, 등짝을, 날개뼈를, 사타구니를, 오금을, 발등을.
좁은 공간임에도 낭창낭창 가볍고 유연한 사지를 휘둘러 괴인을 두들겨 팼다.
중간중간 손톱을 세워 긴 손톱자국을 남기기도 했다.
괴인은 권투의 방어 자세처럼 두 팔을 세워 막다가도.
“―――아아아아!”
참지 못한 것처럼 있는 힘껏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주먹도 하품이 날 정도로 느리다.
“흥.”
바닥을, 벽을 박차고 180도 빙글 돌아 공중제비하듯 천장에 발을 대듯 떠올랐다. 주먹은 스치지도 않았다.
당황한 괴인은 제대로 된 방어행동도 취하지 못한다. 주먹을 내지른 그 자세로 놀라서 가만히 굳은 괴인의 머리 위로.
“뒈져라 멀대!”
“윽…!”
발뒤꿈치를 세게 내려치고, 떨어지면서 그 얼굴을 다시 한번 휙 차버리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뒤로 데굴 구르듯이 물러섰다.
“고, 고양이 같네….”
테트라가 망연하게 중얼거렸다.
머리를 얻어맞아 뇌가 흔들렸는지 릭이 고개를 붙잡고 뒷걸음질 쳤다.
‘찬스다!’
방 끝까지 구르듯이 물러난 나는 곧바로 마력을 모았다.
이 코스튬은 일전에도 경험해 본 적 있다. 그래서 무슨 기능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히, 히익?!”
정신을 차린 릭이라는 괴인이, 그리고 테트라가 내 모습을 보고 비명 같은 신음을 흘렸다.
내 팔 위로 떠오른 것은 새카만 마력으로 이루어진 흉흉한 분위기의 발톱.
발톱 하나하나가 웬만한 대검만한 크기의 발톱은, 튼튼한 괴인의 몸이라도 단숨에 조각조각 잘라내 버릴 듯이 둔중하고 예리한 빛을 발하고 있다.
순순한 공포로 뒷걸음질 치려는 괴인을 노려보고.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단숨에 달려나갔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아! 오지마아아아아!!!! 살려줘어어어어어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 릭을 향해, 나는 오른팔에 떠오른 거대한 발톱을 단숨에 휘둘, 러――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