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10
EP.310
#2-29 마법소녀님은 클럽에 행차하셨습니다(1)
【단애의 성】, 그곳에 설치되었던 【전이문】의 폭주로 세 명의 마법소녀가 지구 외의 행성으로 날아가버린지도 대략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현재 그 폭주로 인해 【메크라크】로 날아간 세 명의 마법소녀.
그중 한 명인 케이는 열차에 태워진 채 『상품』을 만들어 내는 『공장』으로 향하고 있고.
또 다른 마법소녀 단비도 루트는 다르지만 도적들에게 붙잡혀 마찬가지로 『공장』으로 끌려가고 있으며.
남은 한 명인 단애는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수상쩍은 움직임을 보이더니 행방이 묘연해져 버렸다.
그 외에는… 유라.
그녀 또한 강대한 마법소녀지만, 【박사】라 불리는 인물에게 붙잡히고 여전히 행방불명인 채다.
* * *
“흐음, 케이도 슬슬 잡혔냥.”
지구에 넘어온 【마법나라】의 앙증맞은 요정 중 하나, 쿠키는 눈 앞에 마법소녀들 각자의 상황을 입체 영상으로 띄운 채 중얼거렸다.
쿠키가 마법소녀들의 동향을 살필 수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다.
마법소녀들을 비추는 입체 영상은, 마법으로 만들어냈다곤 해도 【메크라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초에 그곳의 기술을 기반으로 세운 마법체계인 만큼 비슷한 게 당연하다.
위이잉―
기묘한 푸른 안개에 휩싸인 통로를 둥둥 공중에 뜬 채로 나아가자,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는데 멋대로 문이 열렸다.
등록된 인물에 한해 알아서 문이 열리는 구조다.
“어라, 요정님 아니신가.”
“그래! 나 왔다냥! 맛난 간식을 준비해달라냥! 초특급 디럭스 메가 허니 클라우드 타르트라는 게 있다고 들었는데냥!”
“부하가 취미로 만든 건데 상당히 괜찮더군. 조금 있다가 만들어달라고 하겠네.”
그렇게 쿠키를 맞아준 것은, 어느 백의를 입은 노구(老軀)였다.
등은 약간 굽어 구부정해져있고, 얼굴에는 세월이 엿보이는 주름이 새겨져 있다.
클클 웃는 입가도 어딘지 비뚤어져 보인다.
“연구는냥?”
“좋지 않아. 저것 덕분에 연구는 잘 되는데, 결과물이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하구먼.”
메크라크의 최중요인물 중 하나이자, 이 연구시설의 총책임자인 노구의 【박사】.
그가 고개만을 까닥여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가 턱짓한 곳에는,
“아…! 엣…….♡!”
“히이잇…. 앗…♡…!”
“으크읏♡! …흐응…♡!!!!”
――몇이나 되는 마법소녀들이 구속된 채 곰질곰질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열에 들뜬 얼굴. 허덕이는 숨결. 형형색색의 코스튬을 멀쩡하게 입고 있으면서도, 그 코스튬의 사타구니 부근은 다들 여성만의 음탕한 액체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의자에 사지를 구속된 채 앉혀진 마법소녀의 머리에는 하나 같이 큼직한 바이저 같은 게 씌여져 있었다.
이따금 바이저 구석에서 빛이 반짝이는 것으로, 이게 구동되고 있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호오, 잡아놓은 마법소녀가 늘었네냥?”
“내 귀여운 『아이들』 덕분이야. 그냥 만든 실험체로는 절대 못 잡았겠지만, 네가 가르쳐 준 항마력 기술을 응용한 개체로 간신히 붙잡았어. 마법소녀 하나 잡을 때마다 다섯 마리씩 잃고 나니 벌써 다 소모해버렸지만. 실패작이지.”
“한심한 늙은이다냥. 이쪽도 큰맘 먹고 가르쳐준 건데냥.”
“네놈들의 그 중구난방한 마법 체계를 과학에 응용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알고 말하는 건가?”
“모르지냥. 알고 싶지 않다냥.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무구 귀엽고 앙증맞은 요정 인형으로 남아있고 싶다냥. 세상은 백치미 주인공을 바란다냥!”
본래는 적대하는 사이여야 할 둘은 마치 서로를 잘 안 다는 양 대화를 계속했다.
케이가 이 광경을 봤다면, 무엇보다 그 내용을 들었다면 거품을 물고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과거 그녀를 비롯한 마법소녀들을 잔뜩 고전하게 했던 기능이, 다름 아닌 쿠키가 전해준 것이라니!
그러나 이 자리에 케이는 없고, 쿠키가 오래 전부터 메크라크와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도 없다.
앙증맞은 고양이 인형 같은 순진해 보이는 외모는 조금도 배신자의 그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냐앙… 생각보다 숫자가 적은데? 늙은아, 일 안하냥?”
“말뽄새하곤. 그리고 이건 어쩔 수가 없어. 안 그래도 기술을 응용한 개체는 양산이 어려우니까. 거기다가….”
박사는 약간 말 끝을 흐렸다.
마법소녀들 중에 특히나 강한 개체가 몇 있다. 그 녀석들에게는 공들여 제조한 『아이들』로도 쪽도 못 쓰고 당하기만 한다.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다.
애초에 박사는 연구자지 책략가가 아닌지라, 만들어 낸 실험체를 우직하게 정면에서 부딪치게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을 모르고.
마법소녀와 그 기술을 연구해 만들어 낸 실험체로는, 여전히 스펙면에서 딸릴 수 밖에 없었다.
“흐응. 그래도 괜찮은 거냥? 시간만 들이면 될 것 같냥?”
“안 괜찮지. 역시 좀 더 레벨 높은 마법소녀를 연구할 필요도 있고, 무엇보다 지금대로면 본성(星)에서도 건너오려 하지 않겠지. 이쪽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으니까.”
여기서 말하는 본성이란 【메크라크】를 뜻한다.
【메크라크】에서는 루판이 실시간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귀족들을 설득하며 지구에 대한 침략 준비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박사가 적당한 발판을 깔아두기 전까지는 지구에 건너오지 않을 것이다.
“그냥 그쪽에서 건너와서 도와주면 되는 거 아니냥.”
“우리 별은 뒤가 없으니까. 신중해야 한다고 하더군. 요즘 젊은 것들은.”
박사는 아쉬운 듯이 혀를 끌끌 찼다.
어쨌든 박사의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고, 마법소녀들에게 밀리지 않을 확실한 전력을 양산할 수 있게 되면.
그때에야 을 열고 침략자들이 이 지구에 일제히 쳐들어올 것이다.
지금까지 있던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라, 진짜로 위험한 놈들이 찾아올 것이다.
“음… 이 아이는…!”
쿠키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앙증맞은 모습으로 연구실 안을 돌아다니다가, 딱 하나 특별 취급을 당하듯 복잡한 기기에 둘러싸인 마법소녀를 발견했다.
마법소녀 유라. 이마의 양쪽에 난 도깨비뿔과 마시멜로처럼 풍만하게 부풀어오른 가슴이 인상적인 마법소녀.
마법소녀 코스튬차림인 그녀 또한 꼴사납게 사타구니를 벌린 자세로 의자에 앉혀져 있었지만, 그 몸을 둘러싼 기계는 다른 사람들보다 몇 기는 더 많다.
거기다 바이저 너머로 뭘 보고 있는 건지, 이따금 전기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몸이 퍼득, 퍼득 떨리고 있다.
“이건 뭘 하고 있는 거냥? 나노머신 주입? 세뇌?”
“평소대로의 일과야. 무뎌지지 않게 말이지.”
유라를 구속했으며, 이 연구시설의 총책임자인 【박사】가 껄껄 웃었다.
“요즘 마음에 드는 AV가 많이 나와서 말이야. 지구든, 메크라크든. 그 영상을 그대로 틀어주고 있어. 나노머신으로 뇌가 주물러져서, 자기가 그 「영상 속의 배우」라고 굳게 믿으면서 보고 있지.”
박사는 뒷짐을 진 채 느긋~하게 걸어가, 무방비한 유라의 가슴 위, 코스튬 위로도 확실하게 도드라진 유두를 손가락으로 꼬집었다.
“~~~~~~!!!”
유라는 칠칠치 못하게 침을 흘리며 이를 악물었다.
지금 보고 있는 영상 속의 배우는 뭘 하고 있을까? 뭘 당하고 있을까?
어쨌든 영상 속에서도 꽤나 하드하게 범해지고 있는지, 숨결이 많이 거칠었다.
‘………….’
쿠키는 그런 유라의 모습을, 나이프처럼 눈을 가늘게 뜬 채 바라봤다.
떠올리는 건 알파의 부탁, 그리고 자신이 했던 말.
――‘이번만큼은 진지하게 찾아주겠다냥.’
그렇게 했었던 약속.
“으음…냥.”
쿠키는 앙증맞은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고는, 허공에 의 문을 만들어냈다.
그 문을 통과해 다른 곳으로 점프하기 직전, 다시 한번 유라를 돌아봤다. 이미 여기 오기까지 생각은 많이 했다. 머리가 터져서 솜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고민했다.
――아무리 그래도, 약속은 지키는 게 좋겠지냥.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말을 작게 중얼거리고, 쿠키는 문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쿠키가 사라지자 공중에 떠있던 문도 금방 사라졌다.
뒤에는 마법소녀들의 신음소리만이 잔향처럼 남아있었다.
* * *
상당히 늦은 시간. 하늘은 예전에 어두워졌고, 슬슬 시간도 자정을 향해 나아갈 무렵.
알파는 굉장히 언짢은 기분이었다.
하필이면 그녀가 그토록이나 고대하던 야간 이벤트 시간이 코앞인데, 쿠키로부터의 호출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X발…! X나 패버리고 싶네, 그 괭이 새끼.’
그 녀석, 일부러 그러는 거다.
항상 이쪽이 바쁠 때만 똿! 하고 골라서 호출해대고.
그러면서도 절대 거절할 수 없는 협박을 내 건다. 말과 교배시킬 거라느니, 어딘가의 남자 아이돌과 인지 뭔지를 엮어서 결혼시켜버릴 거라느니.
막 그런 협박을 하는 것이다!
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쿠키라면 가능할 것 같아서 무섭다.
‘난 남자라고~~~!’
몸은 여자지만, 과거 남자였던 몸으로써 남자에게 반해서 남자와 결혼해버린다는 건 상상만해도 끔찍했다.
거기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인기 아이돌과 끈적끈적한 스캔들?
몇 천, 몇 만은 될 여성팬들에게 칼침맞기 딱 좋다. 아주 그냥 처참하게 죽어버릴 게 분명하다.
끔찍하다. 평생 방구석 오타쿠이길 희망하는 알파에게 그런 인생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여러모로 꿍시렁꿍시렁 대면서 호출된 곳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쿠키가 나타났다.
근처에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무슨 짓을 한 건지 갑자기 나타난 쿠키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왔냥. X나 늦었다냥. 기어왔냥?”
“빨리 온 거야 X발아. 부르자마자 나왔는데.”
“왜 이렇게 귀여운 나한테 그런 심한 말을 하는 거냥.”
“쿠키님께서 지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 못하는 능지처참한 머가리를 탑재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요. 네.”
“계속 그렇게 심한 말을 하면 나도 생각이 있다냥.”
쿠키가 스윽 눈을 가늘게 뜨고 알파를 노려봤다.
앙증맞은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음습한 표정에 알파가 움찔 떨었다.
“뭐, 뭐! 어쩔 건데?! 또 말이랑 교배시킨다고 하게?! 아이돌이랑 엮는다고? X발 해보든가! 누가 그냥 까라면 까는 호구인 줄 알아?!”
“흐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냥.”
쿠키가 사악하게 씨익 웃었다.
“을 엮어서, 그 아이돌의 그룹 멤버 전체와 엮어주겠다냥. 끈적끈적한 역하렘(!)을 현실에 만들어 주겠다냥! 꽃미남들에게 둘러싸여서 질척하게 사랑 받으며 평생을 사는 거다냥!”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알파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한복판인 것도 잊고 그만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 * *
“훌쩍… 그래서, 여기서 어쩌라고.”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르고, 알파는 쿠키가 지정한 어느 건물 앞에 섰다.
외견부터 모든 것이 무척이나 화려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건물.
밤의 어둠 따위 아랑곳 않는 그 위용을, 알파는 심드렁하게 올려다봤다.
“왠 클럽인데, 갑자기?”
어딘가 얍삽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라던가, 화려한 차림새와 독한 향수를 뿌린 여자들이 옆을 지나친다.
쿠키는 지금 마법으로 몸을 숨기고 있어서 보이지 않기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알파에게 추근덕대며 다가오는 남자도 있었다.
그때마다 귀찮다는 듯이 쫓아내버렸지만.
“이제부터 여기 들어가는 거다냥. 잠입임무다냥.”
“아니, 왜 여길 들어가는데.”
“안에 괴인이 있으니까냥.”
“……건물 통째로 폭파시키면 안 돼?”
“아주 그냥 화끈하게 미쳤구냥? 마법소녀가 아니라 학살자가 되고 싶은 거냥?”
알파는 짧은 단발머리를 쓸어올리며 귀찮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빨리 끝내버리면 야간 이벤트에 늦지 않는다.
지금 알파에겐 그 생각 밖에 없었으니까.
평소라면 쿠키가 뭐라 하든 무슨 피해를 남기든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알겠냥? 여기 괴인은 죽이면 안 되냥. 포로로 만들어야 되냥. …유라를 구하고 싶다면 반드시! 내 말을 들어줘야 된다냥!”
“…알았어. 알았다고!”
그런 사정이라면 어쩔 수 없다.
알파는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면서도, 쿠키의 말에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