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11
EP.311
#2-29 마법소녀님은 클럽에 행차하셨습니다(2)
“변신은 해두는 게 좋을거라냥.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쿠키의 제안에 일단 를 해둔 채로 클럽 안에 들어갔다.
동양인 다운 검은 눈, 검은 머리는 와 함께 금빛에 가까운 갈색으로 변했다.
입고 있는 옷은 기장이 짧은 가벼운 드레스.
클럽에서 입기에는 약간 안 어울릴 법도 하지만 크게 어긋나는 분위기도 아니다. 어차피 이제와서 새로 옷을 갈아입을 여유도 없었다.
알파는 그대로 입구를 지나, 어두운 통로를 통해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 * *
Bang! Bang!
두두둥! 둥! 두둥!
쿵쿵거리는 발소리에, 시끄러운 음악소리, 거기에 현란한 조명.
요란한 클럽의 모습에 알파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게 뚱한 표정이면 남자가 안 오지 않겠냥? 좀 더 환하게 웃으라냥?”
“시끄러워.”
오고 싶지 않은 곳에 왔다는 듯 뚱한 표정을 짓는 알파였지만, 불편함은 느낄지언정 익숙하지 않은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쿠키는 그게 상당히 의외였다.
“아싸 주제에 왜 그렇게 침착해보이냥? 엄청나게 놀려줄 생각으로 여기에 부른 건데. 분위기 파악 하라냥.”
“진짜 죽여버린다?”
딱히.
알파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건 아니었다. 최근 몇 년은 와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학생 시절에는 뻔질나게 드나들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런 유흥 시설은 학생들은 출입 금지다.
그러나 알파 같은, 귀하신 자제분들이 은밀하게 욕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가된 시설들이 있어서, 돈은 많지만 질은 나쁜 친구들과 자주 들락거렸던 것이다.
알파는 즐기려는 목적이 아니라, 단순한 사교를 위해 억지로 다녔을 뿐이지만.
‘그 때 다녔던 데랑 비교해도 시설 자체는 나쁘지 않네.’
그냥 아무 청년들이나 드나들 수 있는 값싼 시설들과는 확실하게 다른 뭔가가 있다.
희미하게 돈 냄새가 나는 것 같은 클럽 내부를 알파는 품평하는 눈으로 꼼꼼하게 살폈다.
“여기에 괴인이 있는 거 맞아?”
“그렇다냥. 정확히는 최상층에 있겠지만.”
쿠키의 설명에 알파가 신음하듯 입술을 오므렸다.
“괴인이 운영하는 클럽이라니… 정말이지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네.”
“그쪽도 사정이 있을 테니까냥. 잘 찾아보면 괴인들이 세운 회사도, 괴인들이 세운 시설도 생각보다 많이 있다냥. 어쨌든 허접한 지구인들에 비해 훨씬 진보된 기술을 쓰고 있으니까.”
그 말대로, 유심히 살펴볼수록 지구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기능이나 도구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중간에 돌아다니는 동그란 드럼통형의 청소로봇.
요즘 시대에 청소로봇 정도는 이상할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데다 센서도 제대로 반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코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잘도 돌아다니고 있다. 오차 하나 없이.
거기다 중간중간 그 위에 접시를 올려 음료수 서빙까지 해낸다.
저 정도로 완성된 AI 알고리즘은 아직 현대의 기술로는 짜낼 수 없을 터다. 있다하더라도 그런 정교한 기술이 이 정도 규모의 클럽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건 이상한 일이다. 돈 낭비다.
이런 식으로 언뜻 생각해보면 가능할 것도 같고 신선하게 느껴지지만, 자세히 아는 사람이 보면 불가능한 정도의 기술력이 언뜻언뜻 엿보이고 있다.
덕분에 【메크라크】의 괴인이 운영하는 시설이라는 데에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한층 올라갈 때마다 등급이 다른 카드가 필요하다고….”
“그렇다냥. 총 5층 구조의 클럽. 각 층마다 시설도 다르고 서비스도 다르다고 하지냥.”
“그리고 맨 윗층에 유라가 어디 잡혔는지 아는 괴인이 있다고?”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의 마법소녀와 접촉이 있었던 모양이라냥.”
쿠키가 자그마한 손을 흔들자, 알파의 눈 앞에 어느 영상이 떠올랐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찍힌 영상으로, 푸른 피부에다 이상한 촉수가 돋아난 괴인에게 도깨비의 코스튬의 마법소녀가 습격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유라…!”
확실히, 그 뒷태는 유라가 맞다. 그렇다면 습격하고 있는 저 푸르딩딩한 괴인이 이곳에 있다는 그 녀석이라는 뜻이 된다.
좀 더 자세히 보려고 한 순간 영상이 훅 사라져버렸다.
“어디서 난 영상이야?”
“【메크라크】인들의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영상이라는 모양이다냥. 이 뒤에는 보기 좀 그런 영상이 이어지는데, 그래도 볼거냥?”
“……됐어.”
알파는 선선히 고개를 젓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생각했다.
‘일단 여기에 뭔가 단서가 있다는 건 믿어도 되겠지. 쿠키를 신용할 수 있는가는 둘째치고.’
솔직히 알파는 쿠키를 거의 신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 요정 놈은 믿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거의 밀어붙이다시피 해서 억지로 마법소녀 계약을 맺고 말았지만, 그 뒤로도 딱히 믿을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상대가 사람이라면 그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텐데.’
쿠키만큼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어서, 영 불편했다.
“어쨌든 일단 5층에 올라갈 필요가 있나… 그냥 위에서 침입할 걸 그랬나?”
“여기 경비시설이 꽤 잘 되어있어서 힘들거다냥. 【메크라크】의 시설이면 마법소녀의 힘으로도 어쩌지 못할 만큼 튼튼한 벽일지도 모르고, 무시무시한 요격시설에 닿을 수도 있다냥.”
“정공법으로 가는 게 제일 안전하다는 뜻이네. …어떻게 윗층으로 올라가지? VVIP 멤버십을 구매하면 되는 건가?”
“알아봐야지냥. 돈만 쓴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냥.”
“…넌 뭐 알아둔 게 좀 있는 것 같으면서 쓸만한 건 아는게 하나도 없다?”
“너무하다냥?!”
폭신한 솜주먹으로 냥냥펀치를 때리는 쿠키를 꼬리를 붙잡아 내동댕이치고, 좀 더 안으로 들어갔다.
뭐가 되었든 빨리 끝내고 어서 이벤트에 참여하러 가고 싶다….
* * *
“끄으으응….”
“한심하다냥.”
결국, 허탕이었다.
돈으로 업그레이드한 멤버십으로 올라올 수 있는 것은 4층까지.
성전 같은 테마로 장식된 1, 2층은 입장료만 내면 다 돌아다닐 수 있는 멤버십 전용, 3층은 VIP에 4층은 멤버십 전용 플로어라는 모양이다.
덧붙여서 메인홀은 1층부터 4층을 쭉 관통하고 있어서, 어느 층에서든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멤버십이 필요한 5층만큼은 완전히 별개다.
거의 격리되어 있는 수준.
애초에 5층으로 끝이 나는 건지, 5층이라고는 되어 있는데 일부 다층 구조로 되어있는지 아무 것도 알 수 있는 게 없다.
이 클럽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물어도 아는 게 없다며 고개를 저을 뿐.
“말도 안 되…는 건 아닌가….”
알파도 이런 시설을 이용해봐서 어느 정도 이해는 하고 있다.
남들에게 들키면 곤란한 사람들. 사회적 지위나 남의 눈을 신경 써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인의 소개가 아니면 발을 들일 수 없는 시설도 많다.
그리고 보통 부유한 그들이야말로 시설의 든든한 자금줄이 되어주는 거고.
일반 이용객 1000명분의 지출을 푼돈처럼 써주니까.
“끄응… 역시 억지로 돌파해야하나.”
“추천하진 않다냥.”
“의 힘으로 보통 사람들을 공격하면 포인트가 준다는 거지? 조금쯤 줄어도 상관 없는데.”
“그것도 그렇지만, 이상하다는 걸 알아채면 그 괴인 도망칠 수도 있다냥. 그렇지 않겠냥? 도망치지 못할 거리에서 습격해야 될텐데냥.”
“…끄응….”
아, 진심 귀찮다.
이벤트까지 시간도 안 남았는데, 그냥 다 폭파시킬까?
도망치기 전에 순살해버리면――아니, 죽이면 안 된댔지….
‘어쩌지….’
알파는 방법이 없어 배 아픈 개처럼 끙끙거렸다.
그런 알파를 알아보고, 문득 걸음을 멈추고 다가오는 인영이 한 명.
“알파?”
“응?”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남자였다. 금발에 태닝한 갈색 피부. 거기다 짧은 소매를 걷어올려 드러낸 왼쪽 팔에서부터 뺨까지 큼지막한 문신이 새겨져있다.
옷은 반쯤 벗듯이 풀어헤쳐서 살결을 드러내보이는 게 야성미 넘치고, 목에는 목걸이를 몇겹이나 걸어뒀으며 반짝이는 팔찌,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그냥 양아치처럼 보이는 인상이지만, 저 대충 껴입은 옷부터 손가락에 끼운 반지 하나까지도 보통 사람은 가격을 알면 까무러칠만한 명품인 게 분명하다.
“알파 맞지? 여기서 보네? 뭐야, 그 머리는. 너도 드디어 염색한 거야?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하하하!”
‘어라, 뭐지? 누구지?’
누구야 이 금발태닝양아치 새끼는?
마법소녀가 된 뒤로 사적으로 누군가와 접촉할 일은 없었다. 원래 자취하던 알파다보니 가족과도 일부러 만나지 않고 피했다.
남자였던 자신을 아는 사람들에게 여자로 변해버린 자신에게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몰랐으니까.
그런데 마법소녀가 된 뒤로 생긴 인연 중에 이런 남자는 없었을 텐데… 누구지…?
‘아, 아냐. 혹시.’
그때 어떤 가능성에 생각이 미치자, 알파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리고 뒤적이던 기억의 페이지에서 누군가를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어… 한찬득? 영광 그룹의――”
“아하하하! 맞아맞아. …지금은 데이브라고 불러줄래? 2년 동안 외국에 나가있었더니 그 쪽이 더 편하고? 그리고 한국 이름도 한수호로 바꿨고? 알겠어?”
응. 이 찌질하게 지 이름에 콤플렉스를 가진 점도 옛날 그대로다.
“이야~ 한국에 2년 만에 돌아왔는데 연락도 안 되고. 여기서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네?”
“…나도 그래. 여기서 볼 줄은.”
한찬득… 아니, 한수호는 예전에 사교계에서 지냈던 친구들 중 하나다.
친구, 라고 해도 좋을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각자 집안의 대를 이을 사람들끼리 만났던 타산적인 관계였을 뿐이니까.
다만, 신기한 것은 한찬득은 여자로 변해버린 알파를 곧바로 알아본 것이다. 2년이나 한국에 없었다면 몇 개월 전에 마법소녀가 된 알파의 사정을 알 리가 없을 텐데도.
‘주민등록증의 사진도 이름도 다 바뀌어있었지.’
자기 이름도 기억이 안나고, 모든 서류 상의 이름도 사진도 지금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긴가민가했는데, 원래 알고 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알파는 ‘본래 여자였다’라는 식으로 기억이 조작된 모양이다.
――참 공들여서 엿을 먹여주시네.
알파는 어째 분한 마음이 들어 쿠키를 째릿 노려봐줬다.
그보다 눈 앞의 이 놈이다.
간신히 떠올리긴 했는데, 기억 속의 한찬득은 금발 태닝 같은 건 안했었고, 이 정도로 경박한 성격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외국물이 좀 잘 맞았나?
“그런데 진짜 반갑다. 나 요즘 유명하다고 해서 여기서 벌써 일주일은 놀았거든? 근데 너는 한번도 못 봤었는데?”
“오늘이 처음이거든.”
“과연~. 그렇다면 진짜 잘왔어. 여기 일주일 동안 있어도 질리지가 않더라. 아, 5층에 같이 올라갈래? 위에 시설이 진짜 쩌는데.”
수호의 말에 알파의 귀가 솔깃해졌다.
“진짜?! 5층에 올라갈 수 있어?!”
“응. 내가 소개해주면 되니까. 나도 같이 놀 사람이 많은 편이 즐겁고!”
이 수호는 한쪽 뺨 가득히 문신이 된 얼굴로 듬직하게 웃어 보였다. ‘나만 믿어!’ 라고 외치는 것 같다.
다만, 그러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이쪽의 어깨에 팔을 올리려 들어서, 알파가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탁, 하고 내쳤다.
“노 터치.”
“…아, 너 예전부터 그랬지.”
“네가 너무 서슴없는 거야. 개인 간격은 지키라고, 상대가 동성이든 이성이든.”
노골적인 거절의 태도를 보이는데도, 수호는 그저 사람 좋게 아하하 웃으며 안쪽으로 몸을 돌렸다.
“일단 4층에 내 일행이 있으니까, 잠깐 같이 가자. 어차피 멤버십은 신청하고 나면 시간 좀 걸리거든.”
앞서 나아가는 수호의 뒤를 쫓아, 알파도 쫄래쫄래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 것 같아서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