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23
EP.323
#2-30 마법소녀를 구출하라!(5)(재업)
“아이구, 정말 이게 뭔 생고생인지 모르겠다 이 말입니돠.”
투명한 물로 이루어진 골렘, 판돌이는 한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캉한 손에는 지금 막 내려간 수동 차단기가 닿아있었다.
【메크라크】의 시설물들은 거의 모든 시스템이 전자식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간 각종 환경변화에 노출되어야 하는 이 열차만큼은 비상시를 대비하듯 이런 수동식 차단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수동식 차단기가 있다는 것도, 판돌이가 이틀 동안 숨어다니는 동안 이 차단기를 발견한 것도 정말 요행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이게 없었다면 케이의 계획은 실행하기도 전에 끝났을 테니까.
‘이제 이 몸도 끝인가….’
흐느적흐느적 힘이 없는 판돌이의 몸은 조금 전 케이와 함께 객실에 있었을 때보다도 절반 이하로 줄어있었다.
물로 이루어진 몸인 만큼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특성을 이용해 이곳 차단기가 있는 곳까지 숨어들어왔지만, 도중에 몸을 구성하는 물을 너무 많이 잃어버린 것이다.
아데로부터의 마력공급이 끊겨버린 지금, 더 이상 몸을 유지할 힘이 없다.
“…아데님, 무사하셔야 되는 겁니돠….”
남은 건 전부 저 마법소녀에게 맡기는 수 밖에 없다.
여러모로 못 미덥고 지금도 언제 괴인들에게 붙잡혀 앙앙대는 암컷 본능이 돌아올지 모르지만.
적어도 단순 무식한 힘 하나는 최강이라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판돌이는 어둠 속에서 차단기 위에 주저앉은 채, 시시각각 허물어져 내리는 자신의 몸을 느긋하게 지켜봤다.
* * *
딸랑, 딸랑.
『어, 어, 뭐야…?!』
『어둡….』
코앞에서 느껴지는 괴인들의 당황한 낌새.
밝았던 시야가 갑자기 훅 어두워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눈이 익숙해지는 데 시간도 걸리는 데다, 문에 깔리는 등 당황스러운 상황일 테니까.
“――!”
촤악!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어, 어, 야?!』
촤악!
『으으윽…?!』
그리고 불이 나갈 것을 알고 있던 나는, 예민해진 오감으로 근처의 기척을 느끼면서 두 괴인을 차근차근 고양이 발톱으로 베어나갔다.
지금 내 코스튬은 . 손에 쓰고 있는 건 진짜 고양이 발톱 같으면서도, 훨씬 흉악한 괴물의 발톱.
이 상태로는 마력이 ‘요기(妖氣)’라는 것으로 바뀌는데, 이것을 손에 모아 조(爪) 형태로 만든 것이다.
평소에 내뿜는 붉은 마력과는 달리 이 새카만 요기의 빛은 어둠 속에 잘 녹아들고 있어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왜 불이 나갔어?!』
『무슨 일이야?!』
열차 복도 여기저기서 고함 소리가 울려퍼지고, 어디선가는 거칠게 문을 열어젖히는 것도 들려왔다.
딸랑, 딸랑.
타닷.
나는 그대로 복도를 질주했다. 네발로 달리고, 두 발로 도약해 천장을 박차고.
그대로 당황하며 복도에 나타난 괴인들을 사각지대에서 심장을 꿰뚫거나 머리를 박살내 처리해나갔다. 어둠 속의 암살자라도 된 기분이다.
『히, 히이이익?! 뭐가 있어?!』
막무가내로 기다란 꼬리를 날리는 괴인도 있었지만,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는 그것을 유유히 흘려보내고 그대로 돌진했다.
그리고는 허점 투성이인 괴인의 옆을 스쳐지나가면서 동시에 옆구리를 손톱으로 깊게 뜯어냈다.
절반 정도가 사라져버린 배에서 뜨뜻미지근한 액체가 바닥에 후두둑 떨어져내리고, 괴인은 견디지 못해 고함을 질렀다.
딸랑, 딸랑.
허리가 절반이 뜯겨나갔는데도, 과연 튼튼한 괴인. 죽지 않았다.
다시 손톱을 휘둘러, 이번에는 그 목의 절반 이상을 뜯어내며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주었다.
『…….!』
『■■■■…! …!』
조금 전 괴인의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안 그래도 갑작스런 어둠에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모르던 다른 괴인들에게 공황과 패닉을 안겨준 모양이다. 뜻밖의 효과다.
딸랑, 딸랑.
꼬리에 묶어두었던 이 어둠 속에서 울린다.
괴인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청량한 울림의 방울소리가, 어둠 속에 퍼져나갔다.
다시 좁은 복도를 누비듯이 나아간다. 비상시를 대비해 수동으로 열린 문들 사이를 지나면서, 꼬리를 물결치듯 크게 요동치며 방울소리를 울린다.
『소, 손전등이 안켜져!』
『어디지? 어디야?! 머리가 아파! 왜 앞으로 나아가질 않아? 앞에 뭐가 있는 거야아아아?!』
하나둘 소란과 비명소리에 이끌리듯 복도에 나오고, 이어서 어둠 속에서 울려퍼지는 방울소리에 우왕좌왕한다.
‘――비싼 포인트 주고 산 값은 하네.’
인 지금, 내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에서 사게 된 .
이 아이템의 효과는 갑작스레 찾아온 어둠과 맞물려 톡톡하게 효과를 보고 있었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
『이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가…!』
『어, 어지러워… 뭐지… 하늘이… 눈이… 핑글….』
『끄아아아아악! 베였어! 베였어어어어!』
토독! 촤앗!
끼이이잉! 카악!
의 효과에 유일하게 영향을 받지 않는 나는, 어둠 속에 숨은 채 차근차근 적들을 도륙해나갔다. 무방비하게 혼란에 빠진 적을 앞에 두고, 천장에 뛰어오르고, 벽을 타고, 바닥을 기면서 한 명씩 죽여나간다.
손속은 두지 않았다.
『그, 그만, 누구…!』
다만 확실하게.
하나씩.
하나씩.
하나씩.
『살려, 살려주…억…?!』
어둠 속에서, 혼란을 틈타 숨어서.
하나씩.
하나씩.
하나씩.
『히이익?! 히이이이익?! 소리, 소리가 울려! 소리, 소리이이이이!! 크아아아악…!!』
때로는 방울소리를 크게 울려 동요시키며.
하나씩.
하나씩.
하나씩.
요기로 이루어진 손톱으로 베고, 이빨로 물어뜯고, 목을 사지로 휘감아 내다 꽂아 박살내고.
그렇게,
『………………!』
털썩, 하고.
――마지막 한 명의 괴인이, 어둠 속에서 쓰러졌다.
* * *
미세한 진동과 함께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 그 복도에 나는 멍하니 서있었다.
열차 저쪽 끝에서 이쪽 끝까지 수차례 왕복했던 것 같다. 열차에 탄 괴인들에게 끊임없이 혼란을 주기 위해 종횡무진 동부서주 했던 탓이다.
덕분에 심장은 당장에라도 터질 것처럼 두근두근 뛰고 있다.
후우… 후우….
스으으으….
시체들이 널브러진 복도에서 숨을 고르자니, 살육의 향기가 나는 진한 피냄새가 코에, 점막에, 폐부에 가득, 가득히 스며들어오는 것 같았다.
몸의 긴장은 차차 가라앉아가고, 근육은 천천히 이완되어 가는데 머리만이 풀시동 걸린 엔진처럼 부릉부릉 뛰고 있다.
뇌가 뻥! 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다….
‘여자들은… 나오지 않은 모양이네.’
다행이다. 어떤 이유인지 대강 짐작은 가지만, 정말 천만 다행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다. 그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특정 인물을 피해서 손속을 둘 여유도 없었다.
그나마 그 사실에 안도하는데, 팟! 하고 갑자기 복도에 불이 들어왔다.
이어서 복도 저편에서도 뚜벅, 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이게, 이게 무슨 일이야…! 좀 푹 쉬려고 자다 깼더니, 이게 무슨…!”
예비 전력? 아니면 차단기를 도로 올린 걸까? 그런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하기 위한 이었는데.
“무슨 일이냐고 묻잖아, 마법소녀!!”
“…….”
복도 저편에서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건 릭이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몸을 탐내면서 노리갯감으로 가지고 놀았던 괴인 녀석.
“네가 한 짓이냐? 『상품』 주제에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기나 해?!”
“……..”
“이 분들도 다 귀하신 분들이라고! 우리 물주들이란 말이다…! 네년 때문에 다 망쳤어. 망쳤다고! 어쩔 거야 마법소녀!!”
“……..”
“당장 안 꿇어?! 눈 안 깔아?! 야?!!”
‘큼직한 몸. 듬직한 풍채. 무척 큰 키. 올려다봐야 할 정도. 키가 커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말라 보여.’
지랄 발광을 하며 분노에 차 꽥꽥 소리지르는 릭을 쳐다보며 아직 진정되지 않은 뇌로 가늠해본다.
‘수컷에다 수컷에다 수컷에다 수컷다워. 암컷을 굴복시키기에 참 좋은 몸이야. 내가 겪어봤으니까 알아. 저 품에 안긴 채로 발정해버리면 헤어나오지 못해.’
꿀꺽, 하고 침을 삼킨다.
릭의 몸은 확실히 수컷다움이 묻어나는 데다가, 클라라가 총애하던 것처럼 듬직하다는 게 분위기에서 느껴졌다. 분명 상당한 달인에다, 강한 녀석이다.
단순히 비싼 돈을 들여 만들어 낸 소체만이 아니라, 그 상태로도 꾸준히 단련을 계속해 만들어 낸 탄탄한 근육임이 한 눈에 보였다.
나는 헬창이 취향인 것도 아니고 실제로 여자들은 남자들의 생각만큼 근육에 매력을 느끼지는 않는다지만, 적어도 릭의 탄탄한 몸에는 암컷을 연약하게 무릎 꿇리고 굴복시키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오오라 같은 것이 있었다.
“아니, 그렇게 예의를 주입해놨더니 뇌랑 같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렸나… 다시 가르쳐줘야겠어? 네 연약한 보지구멍이 먼저 망가지나 내 자지가 먼저 지치나 해볼래? 앙?!”
성큼성큼 다가온 릭이 내 멱살을 확 잡아챘다.
동시에, 억지로 내 몸을 끌어당긴 릭의 손이 굳어버리는 게 느껴졌다.
“보지구멍이 아니면 똥구멍이 좋냐? 그래, 고르게 해줄게 망할 X년아. 어디 얼마나 걸려야 앙앙거리며 울지――”
“놔.”
“한 번 내기라도 해… 볼… 어…….. 응…?”
아.
아아, 좋다.
피 냄새가 너무 좋다. 녹슨 쇠 같은 냄새 같기도 하고 고혹적인 향수 같기고 해서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말 그대로 취해버리기라도 한 것만 같았다.
나는 반대로 내 멱살을 잡은 릭의 멱살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 기분 좋다. 기분이 너무 좋다. 피 냄새가 기분 좋다. 피의 맛이 기분 좋다.
“어…… 어…? 저기…요…?”
릭의 얼굴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서로의 입술이 거의 닿을락말락한 위치에 있어서 두근두근하다. 당장에라도 저 부드럽고 남자다운 입술을 이빨로 꽉 깨문 채 물어뜯어서 피투성이로 만들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나는 필시 발갛게 물들어있을 얼굴로, 헤롱헤롱하게 웃으면서, 눈 앞의 수컷에게 말했다.
“눈깔아 이 씹새X야.”
“이 악물고 똑띠 정신차려라? 지금부터 너 새끼를 X나게 쳐죽여줄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