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25
EP.325
#2-30 마법소녀를 구출하라!(7)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릭은 당황하며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어깨에서는 무시무시한 피가 터져나오고, 머리는 격통으로 뜨겁게 달궈져
팔이 뜯겨나가고 말았다!
의태를 풀고 변한 릭의 피부도, 근육도 두꺼운 장갑(裝甲)과도 같은 튼튼함을 자랑하는데, 그런 단단한 방비를 뚫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스쳐지나가며 팔을 잘라버린 것이다.
아니, 이건 잘랐다기 보다….
“끄, 으으… 으…!”
“………………”
피가 줄줄 나오는 어깨를 감싼 릭. 케이는 그런 릭의 상태에 아랑곳 않고, 입가 언저리에 묻은 릭의 피를 혀로 핥으며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과 어깨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무심코 발을 뒤로 빼려했다.
‘저, 저 모습은… 오래 버틸 수 없어… 그건 알고 있어….’
라고 하는 위험한 변신 상태. 그러나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저번에는 중간에 릭을 쓰러뜨릴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는데도 불구하고 멋대로 자멸해버렸고, 시간이 지남과 동시에 변신도 풀렸었다.
그러니 지금도, 시간을 조금만 벌면…하고 생각하던 릭은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된다. 도망친다니.
자존심이나 값싼 프라이드 문제가 아니라, 저 여자한테서 등을 보이는 순간 죽는다.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가도 죽는다.
가만히 있어도 죽는다.
팔을 휘둘러도 죽는다.
어찌 되었든, 죽고 만다.
절망이다.
“도망치려면 치든가.”
“……!”
그 때, 멀찍이 서있던 케이가, 굴러다니는 릭의 팔 한짝을 발로 뒹굴이며 툭 내뱉었다.
“나 지금 이 변신 상태 3분 밖에 안 가거든. 시간이 좀 지났으니… 앞으로 2분? 1분하고 조금 더? 그만큼만 도망치면 돼.”
릭은 꿀꺽, 침을 삼켰다.
도망치면 살 수 있다. …근데 지금 막 도망칠 수 없다고 깨달은 상황이 아닌가.
요사스럽게 웃는 케이의 얼굴을 보고, 넘실거리며 뒤덮는 검은 요기를 보고, 요사스럽게 웃는 케이의 입술을 보고, 피가 철철 흐르는 어깨를 보고, 유일한 퇴로인 등 뒤의 통로를 보고, 다시 요사스럽게 웃는 케이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릭은 아아, 하고 단념한뒤, 그 자리에서 무릎 꿇었다.
“죄, 죄송합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떨리는 입술로, 애원한다.
“죄송합니다! 내가 미안해!! 용서해 줘! 제발!!”
흉흉한 악마와도 같은 모습으로, 날개까지 퍼득이면서, 온 몸을 달달 떠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필사적으로 애원한다.
피가 줄줄 나오던 어깨는 새로이 돋아나는 근육으로 틀어막으면서, 바닥에 엎드려 쾅쾅 이마를 찧으면서 용서를 빌었다.
그의 마음을 채우는 것은 공포 뿐이다.
‘그래… 처음봤을 때부터 무서웠다고!’
처음 그녀를 덮치려 했을 때, 반대로 죽을 뻔 했었다.
정말이지 천운으로 살아났건만, 그 뒤로 보인 연약한 암컷 추태에 그만 기고만장해지고 말았다.
후회한다. 깊이깊이 후회한다.
애초에 릭은 겁쟁이다.
저런 상식을 뛰어넘은 변태 같은 마법소녀의 손에 죽는다니, 그런 건 싫다… 무섭다!!
“……………………”
“제발, 용서를… 마, 마법소녀님…?”
마법소녀에게서는 용서의 말도, 그렇다고 단두의 칼날도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해서 들려오는 것은, 작은 속삭임 같은 노랫소리였다.
“【구속, 통곡, 쐐기, 굶주림, 분노, 증오, 원망.】”
나직한, 지금까지의 흉흉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고결하고 잠잠한 속삭임.
그러나 바닥에 이마를 처박고 엎드려 있던 릭의 등에는, 오싹한 한기가 타고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법… 소녀…?”
“【증오하라, 원망하라, 피에 굶주린 혈육은 피를 바라고 고통을 바라고 원망을 바라고 슬픔을 바라고 증오를 바라고 복수를 바라노라.】”
“마법소녀…님…?”
아아, 알고 있다. 일부 암컷들은, 특히나 지구의 마법소녀들은 기나긴 ‘주문’을 이용해 특별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날 살려보낼 생각이 없구나.
“【증오도 공포도 아픔도 슬픔도 나의 몸에 충만하라. 나의 몸을 꿰뚫어라. 나의 몸을 죽여 증명하라. 굶주린 짐승의 발톱은 피를 바라노라.】”
릭의 몸이 볼품없이 덜덜덜덜 떨렸다. 식은땀이 흐르고, 온 몸을 점하는 한기에 청동색 피부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 같았다.
살기가 넘쳐흐른다. 새카만 요기는 당장에라도 터질 것처럼 굽이쳐흐르며 복도를 메워가고 있다.
피바다에 잠기는 듯한 기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릭을 공포스럽게 하는 것은.
“안…돼….”
덜덜 떨며 올려다 본 마법소녀의 얼굴이.
붉은 눈을 반짝이면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 얼굴이.
비참한 자신을 비웃듯이, 꼴사나운 자신을 더욱 더 밑바닥으로 떨어뜨릴 생각에 어쩔 줄 모른다는 듯이,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해애애애애애애애애애!”
바닥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도망쳐서 시간을 벌까? 아니, 도망치는 것조차 무서워서 다리가 빠질 것 같다.
차라리, 마지막으로, 이 목숨을 불태워서 반항이라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남아있는 굵직한 오른팔을, 갈고리 같은 발톱을, 퍼득이는 날개를 휘두르며 마법소녀를 습격한다.
영창하는 동안에는 무방비. 그러니까, 일말의 희망은 있다!
저 입을 틀어막으면…!
“【탐식하라】…!”
아직 영창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듯한 릭의, 괴물의 발톱에 케이는 즐겁게 미소짓더니, 바닥에 달라붙을 듯 유연하게 몸을 낮춰 피하고, 그대로 릭의 몸에 찰싹 달라붙듯이 밀착했다.
와드득!
“끄으으윽?!”
관절이 비틀어 뽑혔다. 그대로 넘실대는 요기를 휘감은 팔이, 터무니 없는 괴력으로 릭의 팔꿈치를 뽑아낼 듯이 비틀었다.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릭. 케이는 그런 릭의 가슴팍을 혀로 핥으며 관능적인 표정으로 맛을 보더니, 이내 이빨을 세워 어깨 부근을 콰득 깨물었다.
우지지직!
“…………..!!!!”
남은 한 팔도, 날카로운 이빨과 검은 요기에 감싸인 팔의 괴력을 이기지 못하고 뜯겨져 나가고 말았다.
“아, 아, 아…! 파, 팔이… 팔이…!”
“앉아.”
퍼억!
기절할 것만 같은 격통에 굳어버린 릭의 등짝을, 케이의 발이 걷어차날렸다.
팔이 사라져 몸조차 지탱할 수 없는 릭은 버러지처럼 바닥을 구르면서, 케이를 올려다보며 신음했다. 붉은 악마의 두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이 몸을 대신하여 혈육을 먹어치워라. 삼켜라. 죽여라. 운명을 유린하라.】”
“미안, 미안, 내가 잘못했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안 돼…!”
“【――헬 클리리오룸】.”
“살려, 살려주세….”
애원의 말에도 무색하게, 기나긴 음침한 영창이 끝을 맺었다.
동시에, 복도를 메우듯 퍼져나가던 밀도 높은 검은 요기가, 파도처럼 우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출렁이며 바닥에 깔려갔다.
바닥을 메우는 것은 새카만 그림자 같은 요기의 바다.
그렇게 내려앉은 요기는 바닥을 구르고 있던 릭을 띄워올리며, 그 몸을 감싸듯이 모여갔다.
“아아, 안 돼, 안 돼…! 그만해…! 살려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둠이 릭의 시야를 가린다. 어둠의 띠가 그 몸을 구속한다. 뒤덮이는 어둠은 구체 같은 형태로 릭을 둘러싸며, 밀도를 더해가고 꽉꽉 안으로 압박해간다.
꾸득! 뚜득!
콰직! 촤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아아아!!!』
“에헤…♡ 들린다, 들려.”
원망의 소리가 들린다. 고통의 소리가 들린다. 케이는 웃었다.
우득! 써걱!
와드득! 찌직! 까드드드드드드득!
푹! 푸푸푸푸푹! 치링!
짜각짜각짜각짜각짜각짜각짜각짜각!
우드드드드드득! 와드드드드득! 커득! 쫘아아아악!
소리가 들려온 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마치 아이언메이든에 갇힌 것처럼, 단 한 순간에 들려온 다채로운 소리들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상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안에서 들려오던 릭의 비명소리도 정말 아주 잠깐 들렸을 뿐, 끊어진 것처럼 사라져버렸다. 성대를 꿰뚫렸거나 파내져버렸거나 으스러진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 오랫동안 고통을 주는 마법이었다면 너무 불쌍하니까. 이렇게 한순간에 끝낼 수 있는게 좋겠지.
무엇보다.
“아… 시간 끝났다….”
무언가가 뚝, 하고 끊기는 듯한 기분과 함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요기가, 단단하게 유방과 하반신을 가리고 있던 코스튬이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동시에 릭을 구속하고 있던 까만 요기도 흩어지듯 사라져간다.
“……………………..다행이네♪ 끝을 볼 수 있어서.”
투둑, 툭.
쫘아악!
바닥에 흩어져 떨어지는 육편과 핏덩이들을 내려다보며, 케이는 생글거리며 웃었다.
* * *
릭이었던 것은 생명의 조각조차 남기지 않고 철저하게 망가진 채 다시 밖으로 나왔다.
형상조차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꼼꼼하게 조각나버린 릭의 육체.
의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오랫동안 천천히 죽이는 마법이었다면 끝장을 못봤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이렇게 철저하게 끝장을 낼 수 있… 었….
‘어, 어라…?’
“욱…!!”
케이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바닥을 굴러다니는 육편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코를 찌르는 듯한 비참한 혈향(血香)이 더욱 진하게 몰려온다.
뇌를 찌르는 듯한 비릿한 쇠냄새. 거기에 몇 번이고, 몇 십 번이고 반복해서 절정해버릴 것만 같은 찌릿찌릿한 쾌감을 느끼고 만 케이는, 바닥에 두 손을 대고 구역질을 해댔다.
“우에에에에에에에엑…!”
위액이 밀려나온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머리가 어지럽다. 아니, 왜 기분이 좋은 걸까? 이상하다.
싸움이 끝나고, 뇌를 오염시키던 마력의 주박이 사라지자 현실이 눈앞에 무자비하게 날아왔다.
혐오감과 두려움이 내 안에 노도와 같이 엄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