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26
EP.326
#2-30 마법소녀를 구출하라!(8)
“우에에엑…! 우욱…! 크하…!”
투둑, 투둑, 위에 들어있던 것인 쏟아져 내리는 건, 심히 불쾌한 광경이다.
나는 바닥에 흩어진 핏덩어리와 섞인 위액을 내려다보고, 억지로 고개를 돌려 피하면서 입가를 닦았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 … 코스튬의 영향이었던 건지, 조금 전까지의 내게 굉장한 위화감이 몰려왔다.
피에 젖은 모습이 사랑스럽고, 아무렇지 않게 고깃덩어리 육체를 박살내고, 살육에 기뻐했던 나.
무엇보다 그 피냄새에, 그 고어한 모습에 뇌를 드득드득 갈아버리는 것처럼 기뻐했던 나 자신이, 거기에 머리끝까지 쾌감을 느껴 수차례 절정까지 해버리고 말았던 자신의 모습에 구역질이 솟아오른다.
“우욱…!”
다시금 쏠려오는 느낌에 나는 헛구역질을 계속했다.
단순한 혐오감만이 아닌, 살육의 즐거움으로 오염되었던 머리를 청소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야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어차피 자비를 보일 이유도 없는 놈들이니 게임 같은 감각으로 괴인들을 살육해왔다.
하지만 조금 전의 그건, 상대가 괴인이니 뭐니를 떠나 단순히 ‘살육’ 그 자체가 너무나도 좋았던 것이다. 머리가 오염되고 만 것이다.
마치 두개골 안쪽에 호스를 꽂고 마약을 콸콸콸콸 쏟아붓는 것처럼.
‘끄응… 머리가 조금은… 응… 무거워진 것 같아.’
마약에 취한 것처럼 둥실둥실 떠올랐던 머리가 조금쯤 현실로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대로 있었다면 피와 살육을 갈망하는 변태 살인귀가 되어버릴 뻔 했다….
하아, 하아….
‘이제 슬슬, 이 열차에서 내려야….’
다행인 것은 지금은 고양이 꼬리도 귀도 사라진 평범한 코스튬 상태라고 할까.
그래봐야 간신히 속옷 같은 천쪼가리를 걸친 알몸에 가까운 상태지만.
그래도 그 위험한 특성들은 사라졌고, 문제는 없다. 어떻게든 도망칠 생각부터 하자.
여전히 벅찬 듯 바닥에 엎드린 채, 밀려오는 구토감을 참고 있는데.
또각.
그런 내 앞에, 힐을 신은 발이 가까이 다가왔다.
힘겹게 고개를 드니, 성숙하고 요염한 미가 돋보이는 테트라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단하네, 역시 마법소녀야. 릭은 겁쟁이긴 해도 돈을 엄청나게 쏟아부은 전사였거든. 이렇게 어이없이 죽어버리니 아쉽기는 한데, ‘그’ 마법소녀님이 상대라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
“테트…라…!”
“그래도 더 이상 힘은 없는 것 같네.”
테트라가 성큼 다가와, 엎드린 채 힘이 들어가지 않아 팔다리를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떠는 내 머리통을 콱 짓밟았다.
“윽…!”
조금 전 내가 토해낸 위액과 릭의 핏덩이 위에, 얼굴이 처박혔다.
단숨에 밀려들어오는 역한 냄새.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토할 것만 같아서, 나는 필사적으로 팔을 휘두르며 테트라의 발을 치우려했다.
“으윽… 우욱…!”
“한심하네. 조금 전의 무시무시한 모습이랑은 비교도 안 되는걸.”
꼼짝도 못하고 힘없이 허우적거리는 내가 버러지처럼 보였는지, 테트라는 한심하다는 듯 매도하며 발로 차서 데굴 구르게 만들었다.
나는 얼굴도 몸도 잔뜩 더럽혀진 채 데굴 굴렀다.
그런 나를 테트라는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더러워”라고 매도했다.
오물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실제로 오물로 더러워진 나를 경멸과 탑욕의 눈으로 내려다본다.
………………..아, 지금 걸로 살짝 느껴버렸어.
그래도 여전히 머릿속을 난자하는 살육의 쾌감이 살짝 밀려나는 것 같아서, 조금 다행이라고 느껴버리고 말았다.
“이제 곧 이 열차는 목적지에 도착할 거야. 그렇게 되면 케이도 끝이네?”
“으….”
“걱정하지 마. 너도 『상품』이 되면 알게 될 테니까. 나랑 똑같이, 천박한 기쁨으로 가득해서, 삶에 주인님의 명령과 자지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느끼게 될 테니까.”
“누가… 그럴까… 보냐…!”
어질어질.
반고리관이 팝핀댄스를 추는 것 같고, 뇌에는 뿌연 안개가 끼인 것 같다. 조금 전 아드레날린 같은게 지나치게 콸콸 쏟아져나왔던 영향일까.
시야가 흐려서, 솔직히 눈앞에 있는 게 테트라인지 다른 누군가인지도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나는.
“인간으로서의 긍지를… 포기한 채 살고 싶지 않아…!”
바닥을 버러지처럼 기면서 말한다.
“수치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부들대는 팔다리는 자꾸만 꺾일 것 같지만, 어떻게든 후들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한다.
“죽어도 발버둥 칠 거다. 네 그 주인이라는 놈도! 나를 지배하려는 놈도! 나를 굴복시키려는 놈도! 전부 다! 그 목을 물어뜯어주겠어!”
“굴복, 할까보냐, 개 같은 거!!!!”
으르렁거리며 포효한다.
그러나 내 목소리로도 귓구멍이 울리고 머리가 울려서, 결국 견디지 못하고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푹 쓰러져버리고 만다.
“……………………그래?”
위에서 내려앉는 목소리는 차갑다.
표정을 알 수는 없지만, 약간 분노한 것처럼도 들리는 목소리로, 테트라는 말했다.
“그래봐야, 거부할 수도 없어. 케이, 네게 남은 길은 뇌도 몸도 철저하게 주물러져서 수컷님들에게 굴복하는 미래 뿐이니까.”
* * *
‘…당차긴.’
릭과의 싸움에서 지나친 정신오염 때문에 넋이 반쯤 나가버린 케이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무방비하게 쓰러져있다.
테트라는 거기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케이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녀의 몸을 차근차근 구속했다.
눈에는 안대를 씌우고, 입에는 재갈, 두 팔은 뒤로 한 채 강력한 벨트로 조이고, 두 다리도 벨트로 고정한 후 뒤로 접어 두 팔을 구속한 벨트와 이어서 조였다. 뒤로 돌린 새우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우부웁… 웁….
“아핫, 귀여워~♡”
그대로 케이의 몸을 바닥에 끌며 객실앞으로 질질 끌고 가, 더러워진 몸을 뜨거운 물로 적신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가슴팍이나 얼굴에 묻은 오물은 닦아주었지만, 피투성이가 된 온 몸을 닦아주는 것까지는 힘들었다. 이럴거면 아예 물을 가득 담은 욕탕에 던져넣는 편이 빠를 것이다.
‘그래도 피투성이 암컷이라고 하면 괜찮은 느낌이고, 일단은 괜찮지 않을까? 남자놈들이 하나도 남기지 않고 죽어버려서.’
이리저리 옮기는 것도 귀찮다.
테트라는 쪼그려앉아 힘없이 늘어진 케이의 얼굴을 들어올리고, 그 조형을 감상했다.
아래에 바닥에 눌려 찌그러진 탱글탱글한 유방도, 귀여운 엉덩이나 매끄러운 피부도, 정말이지 사랑스러워서 견딜수가 없는 아이.
거기다 무도한 괴물에게도 겁을 먹지 않고 당차면서도, 자신이 행한 살육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버리는 달걀 껍질 같은 연약함도 있다.
이 아이가 망가지는 건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망가질까.
꼭 보고 싶다.
테트라는 기대만으로 거기가 젖어오는 것을 느꼈다.
“흐헤….”
그리고는 귀엽다는 듯, 케이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다 대 쪽, 하고 키스해주었다.
아아, 이것으로 주인님께도 또 사랑받을 수 있겠지~ 하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덜컹!
갑자기 부드럽게 달리던 열차가 크게 흔들리나 싶더니, 감속하기 시작했다.
“응?”
‘벌써 도착했나?’
아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인데도 감속하기 시작하는 열차. 이어서 기관부를 제어하는 AI가 경고와도 같은 안내음성을 내보냈다.
[전달드립니다. 전면의 선로에 이상을 감지. 위험지대에 도착하기 전에 긴급정지 상태에 들어갑니다. 승객여러분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다시 전달드립니다. 전면의――]“응? 선로에서? 또 달팽이라도 나왔나?”
테트라는 의아해하며 보이지 않는 열차 전면을 쳐다봤다.
* * *
열차가 나아가는 앞쪽 선로.
그곳은 보기 흉하게 무너지고 파헤쳐져있었다. 선로를 놓기 위해 어떤 모래폭풍도 견딜 수 있도록 단단하게 포장해놓은 길인만큼, 인위적인 행위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될 리가 없었다.
곳곳의 그을린 흔적도, 폭탄 같은 것을 사용했음을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이 위를 열차가 그냥 달렸다간 위험했겠지만, 100m도 넘게 떨어진 위치의 선로에서의 이상을 미리 감지하고, 열차는 이 파헤쳐진 선로에서 상당히 떨어진 위치에서 천천히 감속하며 정차를 준비한다.
“후~우.”
그리고.
파헤쳐진 땅, 그 한복판에 내려선 인물이 한명.
“【코스튬 체인지】.”
잠시간 빛에 휩싸이고, 빛의 입자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나타난 것은 검은 한복 차림의 싱그러운 과일 같은 젊은 여성.
그 등 뒤에는 두 자루의 칼이 교차하듯 가로누인 채 걸려있었다.
“후~~~~~~~~우.”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깊게 마시고, 내쉬고.
폐가 몇 번이고 부풀어 올랐다 줄어드는 것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숨을 고르기를 반복한다.
마법소녀 단애.
일전 【단애의 성】에 군림하던 여왕님이자, 케이와 함께 이곳 【메크라크】에 떨어지고 만 마법소녀 동료.
장난기가 심해 케이를 엿먹이고 혼자 떨어졌다가, 여러 가지 정보를 주워듣고 그러모아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위치도, 각지에서 일어나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사건사고들도, 그리고 이 열차가 이 시간에 이곳을 지날것이라는 것도 전~부 알아낸 그녀는.
“스으으으으…! 후우~~~~~………! 스으으으으으으…!!”
저 멀리, 감속하기 시작하는 열차를 시야에 담으며 정밀하게 숨을 고르던 그녀는.
“―――――――――!”
지면에 달라붙을 듯이 몸을 숙이고, 그대로 땅을 기는 짐승처럼 질주했다.
흑발이 출렁인다. 두 손으로 꽉 쥔 검에서 철커덩! 하는 소리가 울린다.
무미건조한 모래폭풍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격철이 당겨진 탄환처럼 쏘아져 나간다.
케이가 타고 있는 열차를 향해, 일직선으로.
그 손으론 칼의 손잡이를 꽌 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