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35
EP.335
#2-32 마법소녀 상품화 조교 – 단비(4)
‘어…? 왜 내가 이걸 꺼냈지?’
단비는 흉흉하게 생긴 손바닥만한 바위칼을 손에 들고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어째서 이런 걸 꺼내든 걸까? 이런 흉흉한 것을.
확실히 이 공장이라 불리는 넓찍한 건물 안에는 괴인들이 잔뜩 있다. 본래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멱을 따버리고 거시기를 뽑아버릴 우주의 쓰레기들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괴인들은 전부 교관들. 훌륭한 엘리트들이자 주인님이시자 히에라르키의 정점에 서계신, 자신과 같은 암컷들을 조교해 훌륭한 으로 만들어 주시는….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만약 그렇다면… 왜 이렇게 답답한 거지?’
속이 답답하다.
뭔가.
뭔가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아니라고, 안쪽에서 자신에게 속삭이고 있다.
‘답답해.’
조금 전까지 괴인 마티스에게 희롱당했던, 지금은 바지에 팬티까지 벗겨져 허전하기 그지 없는 보지가, 그리고 이 위에 새겨진 자궁이, 욱신욱신욱신욱신! 쑤셔온다.
‘답답해.’
머리도 아프다. 아프다기 보다는, 땅긴다.
마치 그 쪽은 생각하지 말라는 것처럼.
그녀의 생각의 길을 억지로 비틀려 하는 악의적인 의도가 느껴졌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도 돼.
――편하게 있어, 편하게.
점점 더 커져가는 위화감에게서 눈을 돌리도록, 억지로 강요한다…!
‘답답해. 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답해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이 답답함을 때려 부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해야, 해소할 수 있지?
‘머릿속에, 뭔가가 있어.’
꿀꺽.
단비는 침을 삼키고, 손에 든 손도끼 같은 바위칼을 쳐다봤다.
단비는 어른이다. 물론 아직 대학생이고, 사회생활도 많이 안해봤고, 인생경험도 누군가에게 자랑하기에는 지나치게 얄팍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녀에게 가능한 게 무엇인지, 안 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주제를 안다.
그녀는 스스로가 모르는 것이 없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애처럼 교활한 지혜도 없으며, 케이처럼 단순하지만 뭐든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블루 사파이어처럼 인복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근성만큼은.
근성만큼은, 다른 어떤 마법소녀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그 점만큼은 자신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후우우우우우우….”
셔츠 한 장만을 걸친 채로 복도 중간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은 충분히 이상하다. 그러니까, 뭔가를 하려면 빨리 해야한다.
마음의 결단을 내린다. 근성을 끌어올린다.
――이제부터 할 일이, 과연 소용이 있을지.
확신은 없다. 그저 직감일 뿐이다. 특별한 사고를 통한 것도 아닌, 단순무식한 방법.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에 떨리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그냥 이대로일 뿐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굳세게 먹는다.
단비는 심호흡을 하고, 손에 든 도끼칼을 들어보이고, 그리고 손 안에서 홱 뒤집었다.
날카로운 날쪽이 아니라, 뭉툭하고 투박한 칼등 쪽을 향하고.
그대로, 스스로의 이마에 세게 휘둘렀다.
빠아악!!
“크으으으으윽…!”
빠아아아아아악!!
“윽………?!”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머리가, 쪼개지는 것 같다. 마법소녀의 힘으로, 돌덩이를 가져다가 머리에다 내리치고 있는 것이다.
알싸~한 아픔. 어딘가 핏줄이 터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마가 뜨거운 것을 보니 혹이 났거나, 혹은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끄그으으으으윽… 아파앗…!”
눈물이 찔끔 난다. 아프다. 너무 아파. 내가 왜 이런 꼴을.
너무너무너무너무 아프고 서러워서, 차가운 돌칼에 이마를 비비면서 단비는 서러운 마음을 달랬다.
‘그래, 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
“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다시금 도끼칼을 이마에 부딪힌다. 도끼칼에서, 뭔가가 일렁이는 느낌. 뭔가가 터져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법소녀의 무기는 단순한 형체일 뿐만이 아니라, 마법소녀의 마력을 증폭하거나, 혹은 섬세하게 조작하는 것을 보조해주기도 한다.
‘마력을, 머리 안에…! 뇌에는 상처가 없기를, 일단 바라면서.’
작은 도끼칼. 그러나 연약한 나노머신에는 충분한 위력의 무기.
떠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
마지막으로 전력을 다해 이마를 가격하는 도끼칼에서, 극히 흔들리는 파도와 같은 마력의 파장이, 단비의 머릿속에 퍼져나갔다.
마법소녀의 마법의 근간은 이미지.
단비의 바람이 닿은 것인지, 마력의 파장은 그녀의 뇌에 파고 들었던 나노머신의 일부를 기능정지에 빠뜨리면서, 동시에 그녀의 뇌에는 상처 하나 입히지 않았다.
“하아, 하, 아…!”
툭.
주르륵… 털썩.
단비는 복도의 벽에 몸을 기댄 채,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머리가 핑글핑글 돈다. 마력의 파동이 뇌에 손상을 주지 않은 건 그렇다치고, 너무 세게 때렸더니 뇌진탕이 오는 것 같았다.
‘그래, 도….’
머릿속이 조금은 명료해졌다.
답답한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괴인 새끼들… 용서 안 해.’
용서 못할 괴인들이 하는 잔학무도한 짓을 깨닫는다. 자신이 당하고 있는 일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하지 않겠다.
여성의 존엄을 짓밟고, 지들 꼴리는 대로 하는 더러운 수컷 변태 새끼들. 살아있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 정도로, 철저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혼쭐을 내주고 말테다.
“반드시.. 천벌을… 내려주…겠어… 몹쓸 놈…들…….”
그런 결심에도 무색하게도.
안타깝게도.
결국 단비는 복도 벽에 기댄 채, 추욱 고개를 떨구고 기절해버렸다. 파르르 눈썹이 떨렸다.
약간 흉이 져버린 이마에서는,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 * *
“으, 와… 과연 마법소녀님, 대단해~.”
그리고.
복도 한복판에서 기절해버린 마법소녀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지나다니던 이라는 직함의 괴인들도, 온전한 이 되기 위해 빛도 희망도 잃고 남자들을 기쁘게 하기에 애쓰는 여자들도 아닌.
“좋아. 그러면 이대로 ‘수집’해보실까♪ 이영~차.”
큼직한 안경 아래의 눈에 별빛을 담은 듯한, 반짝이는 두 눈의 여성이었다.
* * *
단비는, 자신은 마법소녀다.
정의와 사랑을 위해서 마법소녀가 되기에는 이미 속세에 지나치게 찌들어버렸고, 단순히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쏠쏠한 수입이 들어오는 이 수상쩍은 일을 택했을 뿐이다.
그나저나, 벌써 학기도 개학했을 거 같은데.
그 어쩐지 재수 없고 꿍꿍이가 있을 것 같은 요정 놈에게 부탁하면, 어떻게든 해주겠지.
어쨌든.
자신은 지구에 돌아가기 위해 어찌어찌 방법을 찾던 결과, 【레지스탕스】를 돕게 되었다. 선의가 아니라, 단순한 기브 앤 테이크의 관계일 뿐. 분명 지구에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돕게 되었을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남의 별 집안 싸움에 그다지 참견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어쨌든, 여러 가지 생각 나는 것도, 생각 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적어도 자신은 따위가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따위, 재수 없는 수컷들의 멍청한 노예 따위, 누가 될까보냐.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괴인들은 적. 하나도 남김없이, 반드시 구축해버려야 할 가축 쓰레기들이다――
* * *
벌떡!
정신을 차린 단비는 곧바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라, 침대? 복도가 아니라?’
스스로의 머리에 돌칼을 잔뜩 부딪친 결과, 뇌진탕을 일으키고 기절해버렸다.
복도 한복판에 그렇게 무방비하게 쓰러져 있으니, 지나가던 괴인들에게 몹쓸짓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여긴 어디지…?
“일어났구나!”
“…………?”
옆을 돌아보자, 큼직한 안경을 쓰고, 마치 별빛을 담은 듯한 두 눈을 반짝이는 여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한쪽만 귀 뒤로 넘긴 가지런한 갈색 단발머리의 여성이다.
똥그란 안경. 그 눈동자. 그리고 귓가에 꽂은 큼직한 깃털 같은 장식이 특이할 정도로 눈에 띈다.
뭔데.
누구야 당신?
“후후, 안녕하세요, 마법소녀님. 저는 미리라고 합니다. 복도에 쓰러져 계셨던 당신을 이곳으로 모셔왔습니다. 그냥 두면 저 저질스런 괴인들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요.”
“어, 아, 그… 감사합니다.”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 단비는 순순하게 감사를 전했다.
그러자 미리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짝! 하고 손뼉을 치면서 사람 좋은 미소를 생글생글 지어보였다.
“그렇죠. 감사하겠죠. 감사하고 말고요. 그래야 마땅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생각해요. 그렇죠.”
“???”
어….
뭔가 낌새가 이상한데.
그래… 그거다.
단애처럼, 희미하게 미친년의 향기가 난다.
“저기요, 마법소녀님. 순결의 대가라고 해야할까 뭐라고 해야할까 역시 그냥 공짜로 넘어갈 수는 없잖아요. 그렇죠? 그죠? 그렇겠죠~! 좋네요, 뭔가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
“정~말 간단한 부탁이거든요. 그러니까, 친구 사이에 ‘어제 뭐 먹었어?’라고 물어보는 정도의 정말 간단한 느낌? ‘잠깐 눈을 감아봐’ 정도의 간단한 부탁? 괜찮겠죠? 어떤가요?”
“…………….말해 봐.”
“아아! 다행이다! 들어주신다고 하시니 정말 너무 다행이에요!”
들어준다고 한 적도 없고, 계속 보자니 머리가 지끈거릴 것 같았다.
그보다 무슨 부탁인 걸까?
어쩐지 저 정신없는 성격이나 말투를 보자면, 전혀 간단한 게 아닐 것 같은.
“저, 마법소녀님을 조금만 해부해봐도 괜찮을까요?!”
미리는.
이 미리라는 여자는, 어느샌가 꺼낸 메스를 한 손에 든 채 두 눈을 맑게 반짝였다.
(신 캐릭터 : 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