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36
EP.336
#2-32 마법소녀 상품화 조교 – 단비(5)
“……………………..뭐라고?”
내가 뭔가 잘못 들었나?
“조금, 해부해봐도 되냐고요. 귀 먹었나요?”
“……..”
“아… 단어가 좀 어려웠나? 그럼 좀 간단하게, 해체해봐도 괜찮을까요? 이건 알아들었죠?”
단비는 이불을 슬쩍 걷어내고, 단숨에 손에 만들어 낸 바위칼을 내리찍듯이 휘둘렀다. 막혔다. 쒯.
“아, 아… 위험하잖아요! 내 머리가 쪼개질 뻔 했네!”
“염병.”
“으와~ 역시 입도 험해. 하긴, 그러니까 자기 머리에 돌질을 하지!”
“그래. 나 내 머리에도 돌질하는 미친년이니까, 네 머리에도 얼마든지 돌질할 수 있거든? 그렇게 해체가 하고 싶으면 그 대가리에 든 거부터 줄줄이 꺼내서 살펴볼까?”
“꺄아아아~~! 물론 내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도 궁금하긴 하지만, 그러면 내가 직접 못 보잖아요! 이 눈으로! 내가 보고 싶은 거라고!”
“…진짜 미친년 아니야…?”
“흥! 당신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는 않네요, 마법소녀! …그보다 이것 좀 놔주시겠어요? 당신 힘 진짜로 세서, 지금의 저로서는 도저히 더는… 아아아아! 닿는다! 닿아! 내 예쁜 이마에 저 못난 돌칼이 닿는다아아아~~~ 머리가 쪼개져어~~~~~!!!”
참으로 정신 없이 요란한 여자다.
단비가 경계하는 눈으로 팔에서 힘을 빼자, 미리라는 이름의 여자는 호다다닥 방 반대편으로 구르듯이 도망쳤다.
“으으으으… 거의 뭐 생명의 은인 같은 저한테 이래도 되는 거예요?! 말도 안 돼! 진짜 말도 안 돼애애애! 나 울 거야!”
“그 살려낸 생명을 다시 끊어버리려고 하면서 뭔 지랄이야. 그보다 죽을 일도 없거든?”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만한 꼴은 당했겠죠. 저 쓰레기 같은 놈들에게.”
뭘 이제 와서 새삼스레. 지금껏 그 놈들에게 당한 게 얼만데.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순순하게 다행이긴 하다.
지나가던 괴인이 자신을 발견했다면, 나노머신을 스스로 제거하려 들었다는 것을 들켜버리고 다시 그 인지 뭔지로 끌려갔을지도 모른다. 감시도 더욱 심해졌을 터다.
그 복도 한복판에서 쓰러졌으니, 그대로 뒀으면 안 들킬 리가 없었을 테고… 정말이지 천만 다행이긴 한데.
‘그래봐야 해부 당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도대체 넌 뭐야? 진짜 해부하려고 날 끌고 온 거야? 여긴 어디야? 대답해!”
“으으… 기껏 은혜를 베풀어 구해줬건만, 이런 취급이라니… 너무해요….”
“개소리 마. 너도 나한테 바라는 게 있어서 구한 거잖아.”
“아닛! 왜 사람의 선의를 그렇게 무시해요! 순순한 선의로 받아들이고 넙죽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건가요? 이 썩어버린 영혼 같으니! 분명 보지도 머리처럼 뻑뻑하게 녹이 슬어 있을 거야!”
“누구―― 하아….”
무심코 천박한 언어로 반박할 뻔해서, 단비는 한숨과 함께 말을 끊었다.
“순수한 선의는 지랄. 너 같은 년은 바라는 게 있어서 계산 끝에 내린 결정일게 뻔하지.”
“저에 대해 뭘 안다고.”
“알아. 그 눈을 보면.”
단비가 바위칼을 들이대듯 향하면서 째릿 노려봤다.
“그 년이랑 똑같은 눈을 해가지고서는. 순수한 선의로 뭔가를 할만한 사람의 눈이 아니야. 행동 하나하나에 온갖 계산과 타산이 들어간 교활한 늑대소녀. 지금 이 순간에도 대가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거든.”
“…………………”
미리는 스윽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런 단비를 맞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어디로 튈지 모르던 화려한 분위기가, 지금은 약간 차분해지고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 늑대소녀란 건, 마법소녀의 은어야? 아니면 지구만의 속어?”
“거짓말쟁이란 뜻이다.”
“아, 그래?”
미리는 탄식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어깨에서 힘을 빼고, 단비가 있는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의자를 두고 앉았다.
“칼 치워. 네 말도 틀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닥히 해를 입히고 싶은 것도 아니니까. 정확히는 윈윈인 관계를 원한달까?”
“…….”
“치워. 얘기가 진행이 안 되잖아.”
일단 그 말대로 뻗었던 팔은 내렸다. 그러나 여전히 손 안의 돌칼은 언제든 휘두를 수 있게 꽉 쥔 채다.
“일단 본심부터 말하자면――조금 전에 한 말은 거짓이 아냐. 나는 연구자니까, 지구의 마법소녀란게 어떤 생물인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거든. 처음으로 보게 되었으니 대뜸 해부하고 싶어지지 뭐야.”
“정상이 아니네.”
“자고 있는 사이에 유혹을 못이겨 배를 가르지 않았던 걸 감사해줘. …어쨌든, 해부하고 싶은 건 100% 본심이 맞지만, 그래도 당장 바라는 건 아니야.”
턱을 괸 채, 미리는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로 생긋 웃으며 말했다.
“함께 탈출할 동료를 찾고 있거든. 역시, 혼자서는 좀 버거워서 말이야.”
* * *
“탈출…?”
단비는 미리의 말을 되짚듯이 중얼거렸다.
미리는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말이지, 탐험가이자 연구자야. 이 별의 모든 것을 전부 알아보는 게 내 평소의 일과. 목표는 이 별을 시시각각 찾아오는 멸망에서 구하는 것.”
“……”
“그런데 요즘 뭔가 이상한 소문이 들리더라고. 이것도 전부 이 별을 위한거다, 하고 조사하다가 외려 붙잡혀버렸어. 실수했지♪”
“멍청한 년.”
“뿌뿌. 말이 심하네. …어쨌든, 얼마 전에 여기로 붙잡혀오고, 이제 어쩌지~하고 고민하면서 돌아다니는 데 널 만난 거야. 세뇌용 나노머신의 침식에 스스로 저항한 너를. 이건 거의 운명이지.”
이런 년과 운명의 실 같은 것으로 엮이고 싶지 않다. 이쪽에서 사양이다.
그러나 굳이 그런 쓸데 없는 일은 언급하지 않고, 대신 단비는 순수한 의문점을 물었다.
“너는? 너도 로 머리를 주물러졌을 거잖아.”
애초에 이곳에 있는 여자들은 반항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텐데, 이 여자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어쩌면… 함정일지도 모른다.
“후후, 그렇지. 나도 그 에 당해서 솔직히 혼란이었어. 제정신을 차린 것도 한 일주일이 안 되었을걸?”
“…….”
“근데 나도, 평범한 여자는 아니거든. 나름 【귀족】 후보로도 꼽히는 대단하신 분이란 말씀! …완전히는 아니지만, 단비 너처럼 저항에 성공한 거야. 그 뿐.”
그러면서 덧붙이길, 만약 나노머신의 지배를 완전히 벗어났다면 이런 곳은 혼자서도 금방 탈출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아마 나노머신이 마력을 사용하는 데에 뭔가 제약을 주는 모양이다.
단순한 허세라고 하기에는, 그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듯한 교활한 얼굴이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그래서 어쩔거야?”
“뭐.”
“여기까지 말했으면 알아먹어야지. 똑똑한 여자 같은데 왜 눈치 없게 되물어?”
“………”
“나는 너보다 일찍 깨어나서, 어느 정도 사정은 파악했어. 하지만 혼자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해서, 나처럼 나노머신의 지배에서 벗어난 든든한 동료를 찾고 있었지. …그리고 지금 이렇게, 너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거야. 기브앤 테이크, 혹은 윈윈인 관계로 말이지.”
덜컹.
미리는 의자에서 내려와, 그 똥그랗고 큼직한 안경을 고쳐쓰면서 단비에게 손을 내밀었다. 까만 장갑을 끼고 있었으나, 벗어버리고 맨손을 드러냈다.
“마법소녀에 흥미도 있고, 해부도 해보고 싶지만, 그런 개인적인 흥미는 전부 탈출 후로 미뤄두겠어. 그러니까 어때? 내가 수상쩍은 건 인정하지만, 적어도 네가 필요하다는 건 진짜야.”
내밀어진 하얀 손.
도움 하나 없으리라고 생각한 적지 한복판에서 만나게 된 인연.
물론 현실은 만화나 소설과는 달라서 적절한 인연이 적절한 시기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인…만이 아니라 요즘 시대에는 어디에서나 그렇겠지만, 설령 친척이라도 타인을 섵불리 믿어서는 안 되고 조심 또 조심해야만한다.
단비에게도 그런 습관이 뼛속 깊이 심겨져 있으므로, 솔직히 지금 미리의 말을 100% 믿을 생각은 없었다.
이 수상해보이는 여자를 곧바로 믿어버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건 그냥 바보다, 바보.
‘하지만.’
어쨌든,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것도 사실. 그 외에 도움이 될만한 것도 없다는 게 사실. 지금 상황에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만 한다는 것 또한, 자각하고 있었다.
상대는 독일 수도 있다. 어쩌면 괴인들에게 순순히 조교당하는 것보다 더 독한, 청산가리 같은 맹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어차피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턱.
“오?”
“………..”
단비의 손과 미리의 손이 악수하듯 겹쳐졌다.
이 여자가 독일 수도 있다. 위험하다. 조심해야한다. 어디서 어떻게 통수를 맞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때로는, 독이 독인줄을 알면서도 먹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니까.
괜찮다.
“해부 같은 건 허락도 안할테고, 애초에 나는 이 별의 인간들이 싫어. 【메크라크】는 우리 지구를 침략하는 침략자들이고, 적이니까.”
“여자들은 관계 없는데….”
“나는 끝까지 너희들을 적으로 대할 거야. …하지만, 여기서 탈출하기까지는 임시로 협력해주겠어. 그걸로 끝이야.”
“알겠어, 알겠어, 무슨 뜻인지. 하여간 까다롭네~.”
미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걸로 되었다는 듯 악수한 두손을 휘적휘적 흔들었다.
안경 아래의 두 눈은 여전히 별빛을 담은 것처럼 반짝이고 있다.
* * *
“그러면, 이제부터 식당으로 갈 거야. 여기는 자유시간이 확실하게 보장되니까, 그 시간에 이것저것 조사하는 것으로 하자. 폐쇄된 공간이라 다른 여자들끼리도 교류가 많으니까, 우리가 함께 움직여도 의심을 막 받지는 않을 테고.”
“그 조교라는 거 말인데.”
단비는 휴대하고 있던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에 의한 지속적인 이 있는 것 같던데, 이건 어떻게 할 거야? 일주일이나 버텼다는 건 뭔가 방법이 있는 거지? 아니면 개조가 끝날 때마다 머리에 마력을 퍼붓나?”
“설마. 그랬다간 진짜 폐인이 될 거야. 너도 다시는 하지마. 애초에 나노머신을 머리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것도 불가능하고.”
“흠….”
“어디보자, 안 그래도 주려고 했는데… 이거다.”
미리는 냉장고에서 흰 액체가 든 병을 꺼내, 일부를 컵에 따랐다. 계량 눈금이 그려져 있는 비커 같은 컵에 우유 같은 액체가 따라진다.
“자, 마셔.”
“…뭔데 이거?”
“나노머신을 억제하는 약. 정기적으로 섭취해줘야 하는데다 의 효과를 완전히 막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노머신의 침식을 현저히 늦출 수는 있어.”
“이런 게 왜 여기 있어? 직접 만든 거야?”
“훔친 거야. 주방 부근에 가면 잔뜩 쌓여있어. 아마 특정한 상황을 대비해서 둔 게 아닐까?”
섬세한 뇌라는 기관에 기계를 주입해 넣는 거니까. 무슨 일에 대비해 그 움직임을 억제하는 약 정도는 있을 법하다.
미리는 새로운 컵에도 같은 용량의 흰 액체를 따랐다. 이건 본인이 마시려는 용도인가 보다.
꿀꺽, 꿀꺽.
단비는 컵 안의 내용물을 단숨에 비웠다. 독이 들어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마시고 나서 들긴했지만, 멀쩡한 것을 보면 괜찮은 것 같다.
‘…어라? 그런데 이거… 무슨 맛이지?’
뭔가, 어쩐지 생각이 날듯말 듯 하다. 익숙한 맛인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오묘한 게, 전혀 모르는 맛인 것 같기도 하고…
냄새도…
…………………..
…흐음…..
뭐, 상관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