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54
EP.354
#2-33 마법소녀는 OO로 괴인을 물리치려 합니다(1)
(#2-32 마법소녀 상품화 조교 – 단비(8)에서 이어집니다.)
후우… 후우… 후우….
‘낭패야…! 마력이…!’
――컨테이너들이 늘어선, 어느 창고 안.
말끔한 단발의 금색 머리카락, 밝은 갈색 색감의 코스튬.
마법소녀 알파는 컨테이너 사이에 몸을 숨기며 주변을 살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런거리는 말소리와 뚜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린다.
자신을 찾는 괴인들의 소리. 이곳저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찾아다니는 모양이지만, 그 포위망은 확실하게 자신을 노리고 좁혀져오고 있었다.
‘낭패…! 도대체 여긴 출구가 어디인 거야?!’
이곳에서 도망쳐야만 한다. 상황이 너무 불리하다.
그러나 창고 안은 쓸데 없이 넓은 데다가 출입구는 보이지도 않고, 불규칙하게 늘어서 있는 컨테이너와 기둥은 마치 미궁처럼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들었다.
‘초조해져서 그래… 괴인들 때문에. 언제 잡힐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더 냉정해져라, 알파야… 괜찮아. 생각보다 숫자도 몇 없어… 한 명씩 상대할 수만 있다면….’
스스로의 뺨을 찰싹찰싹 두드리며 정신을 일깨운다.
초조해지는 이유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대로는 상황이 계속해서 안 좋아지기만 할 뿐이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뚜벅, 뚜벅.
“……이런.”
아주 잠깐 주의가 산만해졌던 사이, 지척에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바로 이 컨테이너 너머!
알파는 컨테이너의 벽면에 붙듯이 바짝 등을 기댔다.
『어디 보자… 어디어디 갔으려나~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이러고…응?』
영 긴장감 없이 바로 옆을 지나치려던, 평범한 일반인과 크게 체격 차이가 나지 않는 쫄쫄이 티의 괴인을, 알파가 단숨에 덮치듯 달려들었다.
“우옷?!”
“흡!”
쾅!
먼저 관절기. 움직이지 못하게 팔과 다리를 꺾고, 이어서 컨테이너의 모서리에 머리를 찍어버렸다.
이어서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괴인을 단숨에 바닥에 메다꽂았다.
쿠웅!
“으, 크억…!”
“조용히 있어.”
에서 구매한 로 괴인의 입을 틀어막고, 이어서 팔다리까지 구속해버렸다.
평범한 테이프라면 오래 걸렸겠지만, 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대로 테이프가 마법처럼 알아서 요령 좋게 움직여 준 덕분에 몇 초도 안 걸려 완전히 구속할 수 있었다.
『여기서 소리가 들렸다!』
『찾아!』
『아 씨! 여기 막다른 길이야! 이 맵은 이렇게 복잡하게 만든 거야?!』
“칫….”
알파는 혀를 차고는, 혹시 몰라 자신의 한쪽 손을 내려보았다.
그러나 속으로 아무리 불러봐도, 그녀의 손에 익은 애총은 나타나지 않는다. 손은 여전히 비어있다.
그녀의 발치에 쓰러진 괴인은, 비록 그녀가 어느 정도 무술을 익혔다고는 해도 맨몸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하다.
지금 그녀를 쫓고 있는 괴인들도 마찬가지. ‘양산형’이라고 불리는 저급한 클론 괴인들은 일반인보다 조금 더 강할지언정, 상대하기 어려운 놈들은 아니다.
본래라면 몇 다스가 몰려와도 싸그리 몰살시킬 자신이 있는데.
‘마법을 전혀 쓸 수가 없으니….’
평소대로 마법으로 불러내는 머스킷 총도, 마력으로 근력을 강화하는 것도, 을 이용해 코스튬을 바꾸는 것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이런 허접한 괴인들을 상대로도 이렇게 필사적으로 도망다니는 것이다.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
다가오는 발소리와 인기척에 주의하면서, 컨테이너 사이에 몸을 교묘히 숨기며 도망친다.
어서 이 쓸데없이 더럽게 넓은 창고에서 나가야 한다.
특수한 결계가 펼쳐져있는 이곳에서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그러면 얼마든지 마법을 쓸 수 있을 테니….
‘……어라… 그런데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뭔가… 기억이 애매한데….’
알파는 관자놀이 부근을 매만지며 눈살을 찌푸렸다.
* * *
“흐음. 마법이 없어도 마냥 무력하지는 않군… 이건 지구인이나 마법소녀로서의 특성이 아닌 개체차겠지? 아니면 마법소녀가 되는 적성 같은 게 있다거나….”
실험실의 바깥에서, 【메크라크】의 고명한 박사는 화면을 띄워놓은 채 메모에 열중한다.
선명한 홀로그램에 떠오르는 화면에는 컨테이너 사이의 알파와, 그런 그녀를 쫓는 괴인들의 모습이 여러 각도에서 비치고 있다.
라이트 브라운색의 스커트 아래에서 살랑이는 여성스런 굴곡이 보이는 엉덩이가, 긴장되어 크게 심호흡을 할 때마다 들썩이는 코스튬 아래의 풍만한 가슴이 적나라하게 비쳐진다.
알파가 단순한 창고라고 생각하는 곳은 이며.
【메크라크】의 초압축·초실현 특수 기술을 이용해 구현해 낸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도주 중인 알파와 그녀를 쫓는 클론병들은, 현재 진행 중인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투입된 것이다.
“흠, 위화감 수치가 또 살짝 높아졌어. 지금 상황에 의문을 느끼고 있어서인가… 그것도 아니면 기억의 연속성이 끊어져서…? 또 새로 조정할 게 늘었군… 하여간 멍청한 지구의 암퇘지 주제에 사람 귀찮게 하는구먼. 꿍얼꿍얼….”
꿍얼거리며 말하는 것과 달리, 박사는 즐거워 보였다.
어느 요정의 원조를 받아 포획한, 이 질 좋은 연구대상이 눈앞에 있는데 즐겁지 않을 리가 없다.
알파의 세뇌 저항이 지나치게 강해서 본래의 침략 예정이 한참이나 뒤로 밀려나고 있는 데다 박사 본인도 진행 중이던 대부분의 연구에서 손을 놓고 있는 상태지만.
그럼에도 그 ‘이레귤러’가 너무나 기쁘고 행복해서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을 지경이다.
마법소녀들은 이제껏 유라를 제외하고도 몇이나 잡아 왔지만, 유라와 알파는 그중에서도 특출났다. 다른 마법소녀들도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둘은 뭔가가 다르다.
예정 외. 예상 외. 다르다는 것. 이레귤러.
모든 게 연구에 한평생을 바친 과학자인 그에게 있어서 행복하기 그지 없는 요소들이다.
‘……마법소녀 케이.’
문득 떠올리자면.
그 마법소녀와 뭔가 상관이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이 두 사람은 그 마법소녀와 친한 사이라고 들었고.
듣자하니 진심을 내면 별 마저도 쪼개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무시무시한 마법소녀이면서.
야한 짓을 하면 꼼짝도 못한다는, 그 기묘한 갭이 있는 마법소녀.
‘연구하고 싶다. 실험해보고 싶다. 해부해보고 싶군.’
지금은 일단 절찬리 실험 중인 이 마법소녀의 연구다.
철저히 파헤쳐주고, 철저히 지배해 떨어뜨려야지.
“어디 보자… 오, 마침 딱 좋군. 「세뇌 프리셋을 페이즈 A에서 페이즈 B로 수정」… 좋아.”
“클클클… 그러면 다음 실험일세. 즐겨주시게나 제군들.”
화면 속의 알파가 결국 풀어놓은 클론병들에게 포위된 것을 확인하고, 박사는 허공에 띄워두었던 홀로그램 시스템 패드를 조작했다.
* * *
“드디어 잡았다, 마법소녀!”
“마법도 못 쓰는 년한테 셋이나 당한 거냐고! 진짜 어마어마하구만….”
시뮬레이션 실험실 안, 그 한복판에서는 금색과 라이트 브라운과 흰 드레스 셔츠의 마법소녀가 풍만한 엉덩이와 가는 등을 벽에 댄 채, 궁지에 몰려있었다.
칫.
알파는 혀를 차며 눈을 바쁘게 움직여 탈출구를 찾았다. 하지만 도망칠 수 있는 구석은 없었다.
괴인들의 포위망을 피해 도망친 건 좋았지만, 결국 헤매고 헤맨 끝에 도달한 곳은 막다른 길이었다. 출구라고 생각한 통로에, 갑자기 벽이 내려와버린 것이다.
이건 예상 못했다.
‘양쪽은 긴 컨테이너 박스에 막혀있고, 등 뒤에는 벽. 유일한 통로는 괴인 넷….’
한 명, 하다 못해 두 명이라면 마력이 없어도 상대할 수 있으리라. 마법소녀의 몸은 튼튼하니까.
하지만 상대도 저급 클론병이라 해도 괴인은 괴인. 일반 남성보다 확실히 우월한 근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역시 일대 다수를 상대하는 건 무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찌릿!
“읏…..?!”
경계하듯이 괴인들을 노려보던 알파는, 별안간 머리에 희미한 두통을 느끼고 고운 얼굴을 찡그렸다.
“저 여자, 마법은 못 써도 만만치 않으니까 조심하자고!”
“다 같이 일제히 덮쳐서 포획하는 거야!”
“일제히…라면, 카운트 셀 테니까 한꺼번에 덮치면 어때?”
“그러면 하나, 둘, 셋, 세면 달려나가자.”
“좋아.”
“좋…긴한데, 잠깐만.”
“왜?”
“그거, 셋, 과 동시에 달려나가는 거야 아니면 셋, 하고 난 다음에 달려나가는 거야?”
“……무슨 차인데?”
“끝에 한 박자 더 쉬는 거야?”
“…………그냥 셋, 둘, 하나로 할게.”
“좋아.”
“안 좋아. 야, 그거면 더 헷갈리잖아. ‘하나’에 달려나가는 거야, 아니면 하나, 다음에 ‘영!’을 외치고 달려나가는 거야?”
“누가 이 빡대가리 좀 어떻게 해 봐 제발.”
“마법소녀 팬티 보고 싶다.”
“나는 마법소녀 안구를 핥아보고 싶어. 오늘을 위해 혀에 양치질을 엄청 하고 왔거든.”
“아, 집중하라고!”
‘……뭐야, 저 바보들은.’
정말이지 맥이 빠지는 상황이다.
저런 얼간이들에게 쫓겨서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다니. 고작해야 마력을 못 쓰는 정도의 일로.
‘도망은 못 쳐. 마법으로 반격도 못 하는 상황.’
‘그래도 못 쓰러뜨릴 건 아니야. 저런 얼간이 정도는.’
‘마법소녀가 괴인을 쓰러뜨리는 데 쓸 수 있는 수단은, 마법만 있는 게 아니니까.’
“……너희들.”
사냥감을 앞에 두고 서로들 옥신각신 싸우기 시작하는 클론병 괴인들에게, 알파가 위협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괴인들이 그녀를 돌아본다.
“지금이라도 도망치는 게 좋을 거야. 후회하지 말고.”
“뭐, 도망?”
“흐햐햐햐햐! 도망이래! 지금 상황 안 보여?”
“마법도 못 쓰는 마법소녀 주제에!”
상황 파악을 못 하는 듯한 알파의 말에 괴인들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지만, 그러나 매섭고 자신만만한 알파의 눈빛에 다들 입을 다물고 긴장했다.
“(야, 야, 쟤 왜 저러냐?)”
“(뭔가 비장의 수라도 있는 거 아니야?)”
그들이 아는 한 마법과 마력을 쓰지 못하는 마법소녀는 무력하다.
그러나 그 자신만만한 태도는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지 않나, 하는 짐작이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꿀꺽….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어쩌면 괴인들 전원일지도 모른다.
괴인들은 알파를 적으로 인식하며 긴장하며 섰다. 뒷걸음질 칠 뻔한 인원도 있지만, 그래도 저 마법소녀는 무력하다며 필사적으로 타이르며 그 자리에 섰다.
알파는 그런 그들을 보며 불쌍하다는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로, 불쌍하네. 도망쳤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너희들, 나 원망하지 마라?”
정말이지 불쌍한 놈들이다. 순순히 도망쳤다면 살 수 있었을 것을.
알파는 마음을 다잡고, 손을 움직였다.
그대로 그 흰 물고기 같은 가늘고 섬세한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라이트 브라운 색 스커트 자락을 붙들고.
천천히 들어올려, 그 아래에 숨겨져 있던, 여성의 소중한 곳을 감싼 쿠키색 팬티를 드러내보였다.
“자, 쓰러져라 괴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