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61
EP.361
#2-34 마법소녀는 조사한다고 합니다(1)
피냄새가, 맡아졌다.
손 끝에는 심장과 목을 뜯어내는 묵직한 감각이 남아있다. 쇠냄새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고, 술조차 마시지 않았는데 머릿속에 콸콸 쏟아지는 쾌락 신경에 그대로 만취(滿醉)해버린 것만 같다.
귓가에 메아리쳐 들리는 것은 비명소리. 끔찍한 비명소리.
뼈를 부수는 소리. 살을 찢는 소리. 무거운 죽음의 소리.
‘……우….’
괜찮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지나치게 리얼하고 생생한 감각이 손끝에, 귓구멍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 선을 그을 수 있다.
여기까진 괜찮다고 스스로를 타이를 수 있다.
하지만.
――‘히,’
――‘히히,’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크크크크크카카카카카캌카카카카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힉!’
그 피냄새로 가득한 전장에서, 절규와 고통이 휘날리는 그 자리에서.
행복해 죽겠다는 듯이 웃던 스스로의 웃음소리가, 그 때의 고양감만큼은 아무리해도 밀어낼 수가 없었다.
질척한 진흙처럼 뇌에 들러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먹먹한 타르액 같은 것이 목구멍을 틀어막는 것만 같아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몸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뼈와 피 대신 납이 들어찬 것처럼 무겁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을 먹은 솜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아, 제발.
적당히 해….
* * *
“……………………………………뭐해?”
깜빡깜빡.
눈을 감았다 뜨며 정신을 정신을 차리자, 처음에 보인 것은 낯선 천장.
그리고 사타구니에 느껴지는 위화감에 아래를 내려다봤더니, 까만 무언가가 내 다리 사이에서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물체는 요염한 혀와 입을 능숙하게 사용해 무방비한 내 보지를 잔뜩 빨고 있었다.
단애였다.
망할년.
“낼름낼름… 쪼오오옥… 아, 케이? 일어났어?”
“뭐하냐고.”
“……아… 그게….”
살벌한 눈으로 내려다봤더니, 단애가 기가 죽은 것처럼 쭈굴 거렸다.
쪽쪽 내 가랑이를 빨아대던 입이 슬쩍 떨어졌다.
“헤, 헤헤… 자는 동안 기분 좋았지? 응? 어땠어?”
“잡쳤어.”
“아…하하★ 그렇구나~ 그러면 내가 아래쪽을 좀 더 위로해 줄까?”
“…….”
“응! 그러면 분명 기운이 날 거야! 케이도 내 테크닉 알잖아. 호로로록! 추르륵! 봤지? 내 환상적인 혀놀림으로 케이의 보지를 농락해줄게! 그러면 기분도 업, 절정도 업! 최고지? 어, 어, 왜 일어서는 거야? 자, 잠깐만. 용서해 줘, 이렇게 빌 테니… 꺄아아아아~ 덮쳐진다! 케이한테 덮쳐져어어어어~~~!”
나는 이불을 박차고 뛰어올라, 단애를 덮쳐 와드득 우두둑 관절기를 걸어주었다.
하여간, 이 망할 년 때문에 당한 걸 생각하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참을 수가 없다.
* * *
탑승한 승객들을 【공장】에 팔아넘기는 【납치열차】.
그곳에서 속수무책으로 붙잡혀 단순한 상품이자 노예로 전락해버릴 뻔했던 나였지만, 결국에는 저항에 성공해 안에 있던 나쁜 놈들을 전원 몰살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몰살시켰던 것도 결국엔 죽어도 상관 없는 수컷 괴인들 뿐.
이미 『상품』이 되어버린 여자들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차마 손대지 못했고, 결국 폭주로 힘을 다 쓰고 텅텅 비어버렸던 나는 그중에서도 리더격이자 가장 악질이던 테트라에게 구속당했다.
그대로 이어졌다면, 분명 저항한 의미도 없이 나는 공장에 끌려가 그녀들과 다를 바 없는 인형이자 『상품』으로 전락해버렸겠지.
“거기서 내가 구해준 거니까, 케이는 나한테 좀 더 고마워해야 된단 말이지? 어떻게 보면 은인인 사람에게 조금 전처럼 관절기를 걸거나 생선굴비마냥 꽁꽁 묶어서 내동댕이치거나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응?”
나는 단애가 준비해 둔 것으로 보이는 샌드위치를 베어물면서, 뒤집어진 공벌레를 보는 듯한 눈으로 단애를 쳐다봐 주었다.
그 시선에 단애가 가는 어깨를 움찔 떨었다.
“애초에 네가 쓸데 없는 장난질 안 쳤으면 편하게 왔을 거 아니야. 거기다 혼자 사치부리다가 돈을 다 썼다고? 진짜 돼지먹이로 던져버린다?”
“미, 미안하다고 했잖아… 사죄의 의미로 자는 동안 보지도 열심히 빨아줬는걸.”
“애초에 그 의미부터 모르겠다고… 머리에 뭐가 든 거야 너는….”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었다.
하여간 지긋지긋하다.
조금 전의 그건 사죄의 행위라고 하기에는 좀 여러모로 그렇지 않나…?
“그나저나.”
샌드위치를 우물우물 씹으면서, 창밖을 쳐다보았다.
안전하고 깔끔해보이며, 질서정연한 건물들이 늘어선 도시의 모습이 늘어서있었다. 길거리에 늘어서 있는 예쁘고 화려한 건물들과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먹거리도 잔뜩 있다.
낮(지구와는 기준이 약간 다른 것 같지만) 시간이라 그런지 불빛의 화려함은 없지만, 그것을 제쳐보고서라도 유복하고 풍족한 도시라는 것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거리가 깨끗하고, 사람들이 우후후 웃으며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흙의 도시】나 열차를 타기 위해 체류했었던 【구역】의 허름한 거리와는 정말 딴판이다.
【물의 도시】도 나름 풍요롭다고 생각했는데, 이쪽의 사람들은 더욱 여유가 있어보였다.
그럼에도 저 멀리, 높이 솟은 벽 너머로 하늘까지 치솟는 붉은 모래폭풍이 보이는 것을 보면, 같은 별에 있기는 한 모양이다.
저 벽을 경계로, 삭막하고 황폐한 황야와 질서정연하고 풍족한 도시가 나뉘어져 있다고 생각하니… 여러모로 묘한 기분.
“여기가 【향락의 도시】구나.”
“그래.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케이♪”
구석에 굴러다니면서 괜히 분위기 잡으며 말하는 단애를 다시 한 번 가볍게 퍽퍽 짓밟아주었다.
‘되게 신기하네.’
단순한 정탐의 일환으로, 우리는 도시를 살펴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오자마자 뭐라고 해야할까, 공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뭔가… 응. 숨쉬기가 편하네.’
지금까지는 ‘절약 모드’라지만 상태였기 때문에 크게 이상을 느끼지는 않았다. 폐도 튼튼하고, 이런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적응할 수 있는 몸으로 바뀌니까.
하지만 변신 상태라고는 해도 확실히 공기가 달라진게 느껴지긴 했다.
좀 더 맑고, 건강하고, 보송보송한 느낌.
황야의 거칠고 건조한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무슨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건지, 장벽 너머의 모래폭풍은 이곳에 전혀 닿지 않는 모양이다.
첫 감상대로, 완전히 이계(異界)나 다름 없다는 느낌이다.
‘아니, 그것보다도 뭔가… 뭔가가 더… 알 듯 말 듯 하면서도….’
“케이~ 이해해 줘~ 나도 그냥 장난으로 이런 짓을 한 건 아니었다구~?”
“그러면 뭔데? 엿 먹이려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그렇다는 거지!”
단애는 괜히 친근한 척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걸었다.
걸리적거리지만, 그래도 단애처럼 예쁜 애가 달라붙어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그냥 떨쳐낼 수는 없었다.
예쁘고 귀여운 사람이 붙어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건 남녀공통인 걸까. 그렇지 않으면 내 안에 남은 옛 흔적 때문일까….
“우린 거의 억지로 통행증을 뺏어온 거잖아. 그래서 이대로 가져가 봐야 안 되겠다 싶었던 거지.”
“…그것도 그렇긴 하지만….”
“그, 래, 서. 케이한테서 훔친 돈으로 쪼~오금 멀리 돌아갔다고 할까.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방법을 찾은 거지.”
그렇게 말하며 “짠~!” 하고 내보인 건, 우리가 카지노에서 따냈던 통행증.
…아니, 아니다.
“이게 네가 말한 가짜 통행증이라고?”
“그렇지. 진짜 통행증을 쓰면 곧바로 경계발령이 나고 그 즉시 구속하도록 이미 시스템상으로 처리가 되어 있다네.”
“그런 건 어떻게 안 거야….”
“우후후, 다 알려줄 수는 없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 거랍니다♪”
단애는 혀를 쏙 내밀더니 입고 있던 무명무복(武服)의 앞섶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 사이로 여성스럽게 부풀어오른, 그러면서도 조신한 느낌의 가슴골이 슬쩍 내비쳤다.
쓸데없이 철저하게 계산된 몸짓이나 표정, 땀 한 방울까지도 매력적인 이 여자는, 분명 지금 그것만으로도 남자가 사리분별을 못할 만큼 헤롱거리게 만들었으리라.
요망한 년 같으니.
“나한테 미인계를 써서 어쩐다고.”
“에이, 재미없게. …어쨌든, 돌고 돌아서 어딘가의 외곽 【구역】의 해커에게 부탁을 해서 만든 통행증이야. 케이 것도 만들어뒀으니 받아둬.”
단애에게서 카드를 받아들고, 곧바로 에 넣었다. 옷은 하도 벗겨지는 일이 많으니, 여기에 넣어두는 게 안전하리라.
어쨌든, 당초의 목적이던 【향락의 도시】에는 왔다.
하지만 그래봐야 결국 첫발을 뗀 것 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해야한다.
“단애 너는 언제 도착한 거야? 뭔가 조사는 좀 했어? 【물의 도시】나 아데에 대해서 들은 건 없어? 우리는 이제 뭐부터 해야 되지?”
“하나씩 물어봐. 일단 나도 이 도시에 온지는 사흘도 안 됐어. 조사고 뭐고 할 틈도 없었고. 그보다 케이부터 뭔가 이슈가 있으면 말해줄래? 그걸 들어봐야 뭐부터 설명할지 좀 감이 잡힐 거 같으니까.”
나는 일단 판돌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의 도시】의 귀족인 아데와의 연락이 끊겼다는 사실도, 그리고 나를 구출해주기 위해서 아마도 소멸했을 거라는 것도.
“아니, 사라지지는 않았을 테니까 침울해하지 마.”
“응?”
“마력이 떨어진 것 뿐이니까, 아데가 살려낸다면 얼마든지 되돌아올 수 있어. 애초에 골렘 같은 거에 마음 쓰는 것도 그렇지만.”
그 말을 들으니 조금은 안심이다.
그 재수 없는 놈이라도, 나를 구하기 위해서 희생했다고 하면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워지니까.
“그건 그렇고, 【물의 도시】가 문제긴 해. 안 그래도 얘기하려 했거든.”
단애가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뭔데?”
“갑자기 전혀 연락이 안 되거든. 붙잡혀 있던 케이와는 다르게 나는 이런저런 수단을 이용할 수 있었잖아? 그런데 아예 차단된 것처럼 소식도 정보도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어.”
이게 단순히 그 도시에 무슨 일이 생겨서인지, 혹은 악의 본거지로 여겨지는 【수도】에서 정보를 차단한 것인지, 우리로서는 알 방도가 없었다.
“솔직히 그냥 돌아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돌아가봐야 소용 없다고 판단한 거지?”
“바로 그래.”
단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격상,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것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쪽을 선호하기도 하고.
“뭐… 그 외에도 돈에 여유도 있었고, 케이가 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도 알았으니까, 느긋하게 이것저것 알아봤지.”
“【공장】에 대해서도?”
“응. 그래도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까지는 못 알아냈지만.”
내가 그 기차에 납치되어 실려 올 것도, 조사한 내용으로 충분히 추측해낼 수 있었다는 모양이다.
단애는 마음에 안드는 년이긴하지만, 그래도 역시 똑똑하고 교묘하며 치밀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이만큼 알아냈어도 정보가 부족해.”
“그렇다면.”
“응.”
단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전에 들었었던, 아데가 심어놓았다던 스파이라는 여자… 일단 그 여자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될 거야,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