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63
EP.363
#2-34 마법소녀는 조사한다고 합니다(3)
“어허~ 고마워고마워! 하마터면 아저씨한테 붙잡혀서 그대로 끌려갈 뻔한 걸 도와주지, 돈도 대신 내줬지, 거기다 이 고기꼬치까지! 정말 완전 베리베리베리 땡큐해!”
“아, 예에….”
“우후, 아저씨도 참 욕심쟁이라니깐? 이렇게 예쁘고 고운 처자가 있으니까 독점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지막의 난폭한 행동은 NG야. 여자애한테 너무하잖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
‘정말, 외모가 아깝네. 예쁜 사람이긴 한데….’
하여간 안타까운 사람이다.
시장의 외곽 즈음에 위치한 어느 식당.
나와 단애는 조금 전 소동을 일으켰던 중화풍의 여자와 마주 앉은 채, 적당히 식사를 하게 되었다.
적당히, 라고는 해도 닭고기 같은 것이 통째로, 그것도 몇 마리씩이나 꽃혀있는 꼬챙이가 두어개 늘어서 있으니 장관이다.
이걸 여자 셋이서 먹을 수 있겠냐고 요리를 내온 아저씨도 휘둥그레한 눈으로 쳐다봤지만, 척척 호쾌하게 고기를 뜯는 모습을 보면 이 중화풍의 여자도 상당한 대식가인 모양이다.
“근데 조금 전에 이미 식사를 한 거 아니었어? 아직도 들어가?”
“으음~ 움으우움움움움움움움움움!”
“……미안. 다 먹고 말해….”
단애가 입술 끝을 늘어뜨리며 말했다.
워낙에 뻔뻔스러운 단애조차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는 모양이다.
그렇게 나도 단애도 열심히 고기를 집어먹으면서 식사를 마쳤다.
“아~ 잘 먹었다. 은혜를 입었네~ 은혜를 입었어. 이 은혜는 있지 않겠나이다, 아름다운 두 분!”
그렇게 먹은 것이 어디갔는지, 여전히 잘록한 배를 탕탕 두드리면서 만족스러운 듯이 말하는 중화풍의 여자.
“그보다 이름도 말 안 하고 있었네. 나는 화란이라는 이름인데, 어때, 두 분의 이름을 물어도 되려나?”
“케이라고 하는데.”
“……단애.”
“과연, 케이와 단애. 두 분 다 좋은 이름! 감동할 것 같네! 좋아좋아! 그런데 케이와 단애라… 흐음… 흠…?”
중화풍의 여성, 화란은 갑자기 우리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뭐지? 우리들의 이름이 알려질만한 뭔가가 있었나?
‘……아, 카지노!’
그러고보면 가짜 신분이라지만 이름은 들켰을 터다.
만약 그 카지노에서 수배 같은 걸 때렸고, 거기에 우리의 이름이 있다면… 그렇다면 뭔가 떠올리려고 하는 이 여자의 반응도 이해가 간다.
나는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꾸욱 쥐면서 긴장했고, 단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냉정한 눈으로 화란을 가늠하듯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지났을까.
“음… 좋은 이름! 이름이 너무 예뻐서 감동마저 받아버렸어. 우후후, 좋은 걸. 케이, 단애. 응. 응응, 좋아. 매~우 좋아.”
짝짝, 기분 좋은 듯이 손뼉을 치는 화란.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건지 모르겠다마는….
단애도 그 종잡을 수 없는 반응에 난처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알겠어. 그보다 식사도 다 했고, 이제 슬슬 진지하게 이야기해봐도 되겠지?”
“으음? 이야기?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골빈 머리로 정평이 난 내게서 무슨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 끼 식사의 은혜는 책임지고 이 암컷 몸뚱아리와 쓸데없이 부드러운 유방으로 지불할 생각은 있었지만….”
“좋아. 어떻게 지불할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침대 위에서 얘기를 해볼까?”
단애는 제발 닥쳐줬으면 좋겠다.
이 여자, 남자 여자 안 가리는 육식성인 건 알고 있지만 무슨 여자에 굶주린 아저씨마냥 이러는 건 뭐냐고. 자꾸 나한테 달라붙는 것도 그렇고.
‘자고 있는데 거, 거기를 빠는 것도… 그렇고….’
욕구불만인가?
욕구불만인가, 이 녀석?
“…농담은 이쯤하고. 애초에 케이가 당신을 도와주겠다고 나섰던 거니까, 둘이 좀 더 자세히 얘기하면 될 것 같아. 케이, 무슨 변덕이 생겨서 이 여자를 구해준 거야?”
“이봐요. 자꾸 이 여자, 이 여자, 하고 말하시는데, 나는 마조히스트니까 험하게 취급하면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좀 더 험한 호칭으로 나를 부르도록 해!”
“이 X발 X같은 정신 나간 년 좀 어떻게 해 봐, 케이! 왜 이딴 년을 구하자고 한 거냐고!”
“아아아아아~~~~! 감미로워! 한순간에 날아든 매도! 저 경멸하는 표정! 꺄악?! 최고야! 머리털부터 발등털까지 찌릿찌릿 전기가 통할 것 같아아아아!”
……진짜 정신 나간 여자인 건 맞는 것 같다.
나는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 저기… 그게.”
단애는 내가 무슨 생각이 있어서 이 여자를 데리고 온 줄로 아는 것 같다.
물론, 단순한 선의로 이 여자의 밥값을 대신 지불해준 것은 아니다.
이 별의 사람들의 문제는 이 별사람들이 해결해야지, 당장 앞가림도 못하고 고향별에도 돌아가지 못해 이러고 있는 내가 누군가를 구할 생각을 하는 것도 가소롭다.
이 여자를 도와준 것에는 이유가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게… 그냥… 뒷목이 시큰거리길래….”
――그 이유라는 것을, 나 자신도 잘 모른다는 점이다.
“뒷목? 응? 무슨 뜻이지? 신종 변태 용어인가? 동성끼리만 사용되는 테이블 토크? 최근 여행만 다녔더니 유행에 뒤처져서, 나는 모르는 어떤 신조어가 생겼단 걸까? 말도 안 돼! 유행에 밀려버리다니, 이 어찌나 통탄스러운 인생인지! 내 부드러운 가슴을 만지면서 진정해야겠어!”
“제발 적당히 좀 해….”
정말로 나는 선택을 잘못한 것 같다.
항상 그렇다. 운이 나쁘다.
뒷목이 시큰거렸던 것도 그냥 어딘가 자세가 안 좋아서 그런 걸 거다. 지구에 돌아가면 목디스크 검사부터 해야지.
내가 해탈의 경지에 들어서며 그렇게 생각하는데, 단애는 의외로 진지하게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케이의 감은 믿을 수 있어. 케이가 뭔가 느꼈다고 하면 뭔가가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화란 씨. 당신, 뭔가 할 말이라던가 특필할 만한 건 없는 거야? 짐작가는 것도?”
단애가 추궁하듯이 물었다.
화란은 스스로의 가슴을 착 달라붙는 치파오 너머로 주무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뭔가 생각난 것처럼 입을 아, 하고 벌렸다.
“없네!”
없는 거냐….
그런데 왜 뭔가 떠오른 게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지은 거야, 짜증나게.
단애도 실망한 듯이 차가 담긴 잔을 입으로 옮겼다.
지구에서는 맛본 적 없는 특이한 차인데, 차를 마셔버릇 해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녹차나 둥굴레차와 뭐가 다른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결국 이 여자와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만남이었을까. 그 시큰거림도 그냥 목디스크 같은 걸까.
감 같은 믿지 못할 거에 의지하다니, 나도 참 멍청하지.
‘이제 도박은 하면 안 되겠다.’
카지노에서 이 감각만으로 대박을 쳤던 일이 있으니, 그만 저도 모르게 우쭐해졌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돈은 없어도 줄 수 있는 것은 있지.”
어라?
시야 저편에서, 화란이 웃고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차분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나는 말야, 이래봬도 취미 삼아 점을 좀 볼 줄 알 거든?”
“그러니까, 그대들 두 분의 점을, 칠 수 있게 허락해주었으면 하는데.”
“어때, 흥미가 좀 있을까?”
나와 단애는 잠깐 서로를 마주보고, 그대로 화란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 * *
가게의 점원에게 말해, 우리는 개인실처럼 칸막이가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우리의 얘기를 들려주고 싶지도 않았고, 화란이 요청한 것이기도 하다.
분위기를 만들려면 필요하다나.
어쨌든, 이곳에서 화란이 우리들에 대한 점을 쳐줄 것이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케이, 단애, 그 이름이 너무 예뻐서 이미 꼬물꼬물 점을 좀 치고 있었지만 말이야. 머릿속으로지만.”
“뭔가, 프라이버시 침해야… 그보다 우리 이름이 예쁘다고 한 사람은 없었는데.”
“신경 쓰는 사람만 신경 쓰는 법이니까.”
촤아앗―
테이블 위에 밥알 같은 알갱이들이 좌악 늘어섰다.
화란이 등에 지고 있던 커다란 배낭에서 꺼낸 것으로, 이곳 메크라크만의 곡물인 모양이었다.
쌀과 모양이 굉장히 흡사하지만, 향도 모양도 약간이나마 다르다는 것은 느낀다.
“점이라고 하는 것도 만능은 아니니,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는 말아줘.”
“뭐… 그건 어느 정도 감안할게.”
“케이는 어떤지 몰라도, 내 생각에 점이라고 하는 건 솔직히 미신이니까. 그냥 조언 정도라고 생각하고 들을 거야. 걱정 마, 돌팔이.”
내 말, 그리고 이어진 단애의 말이 심기를 건드린 건지, 화란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아무래도 너무 무례했나? 기껏 점을 쳐준다는 앞에서 믿지 않겠다고 대놓고 선언했으니.
그러나 그것 때문에 화난 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말하는 건 점의 정확성을 얘기하는 게 아니야. …오로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딱 맞는 밸런스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알더라도 다 말해줄 수 없다는 그걸 말하는 거야.”
어… 뭔가 이해하기 좀 어렵다. 못 이해할 건 아니겠지만.
다만, 곡물 알갱이들을 늘어놓고 어느샌가 손가락 사이에는 가느다란 향초 같은 것을 끼운 채 불을 붙이고 있으니, 조금 전과는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았다.
“…….”
단애도 입을 꾹 닫고 조용히 있었다.
가게의 소란스러움이 문 너머 저편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이곳은 향초의 향과 연기, 그리고 침묵으로 인해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의 기초는 분위기야.’
화란이 그렇게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아니, 뭐… 애초에 점 같은 걸 믿지 않는 나로서는, 단순히 어떤 말이든 믿기 쉽게 하기 위한 상술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흐음. 좋아.”
그렇게 얼마간 침묵이 이어졌을까?
“그러면, 지금 가르쳐 줄 수 있는 내용을 말해줄게.”
화란이 침묵을 깨고, 곡물 알갱이를 내려다보던 시선을 우리에게 향했다.
“뭐가 궁금한지, 뭐에 대해 점쳐줬으면 좋겠는지, 거기에 대해서 물어볼까도 했지만… 어차피 대답하기 곤란한 내용들이지?”
“…….”
“괜찮아. 굳이 물어보지 않을 테니까. 묻지 않아도 그 정도는 점으로 다 알 수 있었고. 자, 그러면 내가 지금 가르쳐 줄 부분인데.”
후욱~.
화란은 향초의 끝에 타오르던 불씨를 꺼버렸다.
연기만이 향초의 끝에서 솟아올랐다.
“첫째. 걱정하지 말 것. 뒷골목. 만날 수 있음.”
“둘째. 동향의 동료. 위험. 고립. 구출하기 위해 움직일 것.”
“셋째. 귀향. 걱정하지 말 것. 필사적으로 할 일을 할 것. 노력하는 모든 일은 결과적으로 가장 올바른 결과를 이끌어낼 테니.”
화란은 굴러다니는 쌀알 사이를 톡톡 두드리면서 웃었다.
조금 전의 엄숙한 분위기와는 다른, 가볍고 스파이시한 미소다.
“이상이야. 질문도, 추가 설명도 더하지 않아. 그나마 나름 후하게 쳐준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