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65
EP.365
#2-35 마법소녀는 어찌할 수 없는 마조노예 였습니다(1)
낮에 봤었던 풍경은, 확실히 【향락의 도시】라는 이름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긴 했다.
단순히 평범하고 풍요롭고 부유하며 활기 넘치는 거리는, ‘향락’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퇴폐적인 느낌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순한맛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제야 이해가 된 것이, 낮의 그건 단순히 본 모습이 아니었을 뿐이었다는 것.
해가 지고, 거리에 어둠이 내리깔리고 나서야 이 도시는 이름대로의 본 모습을 드러내는 모양이었다.
* * *
“자~ 여기야, 여기. 들어왕~♡”
기이한 약품 스프레이가 칙칙 뿌려지고 나자, 나는 손도 발도 못 쓴 채 이 게이 같은 괴인에게 끌려오고 말았다.
옆에서 보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자연스럽게 리드하는 것처럼 보였을 테니, 이게 범죄라거나 끌려가는 거라고 생각할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리라.
‘무슨 약이지…?’
일단 미약 효과가 있다는 건 알았다. 그건 과 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미약은 아닌 듯, 머릿속이 둥실둥실하고, 무슨 부탁을 듣든 도저히 뿌리칠 수도, 거부할 수도 없었다.
뭔가 한 마디 부탁이 들어오면, “어, 어…?”하고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이미 얘기가 끝난 것처럼 되는 것이다.
판단을 저해하는 약일까?
머리의 무언가를 마비시키는 걸까?
어찌 되었든, 지금의 나는 저항할 수가 없다….
‘변신… 변신… 안 돼… 배터리… 없을 것 같은….’
끌려들어온 곳은, 어느 지하에 있는 화려한 듯 퇴폐적인 느낌의 가게.
“여기…는… 어디…?”
나는 커다란 소파에 반쯤 눕듯이 하며 억지로 앉혀진 채,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아, 안 된다. 머리가 솜사탕이 된 것처럼 둥실둥실해서, 제대로 생각을 못하겠다.
다만 전체적으로 어둡고 사람을 현혹케 하는 조명이 빛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코끝에 조금 전에 맡았던 것과 비슷한 기이한 향냄새가 희미하게나마 맡아진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이 향기를 맡으면 맡을수록, 점점 더 이성이 바닥 없는 늪에 가라앉아 간다….
내가 제대로 판단조차 내리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 사이, 게이(같은) 괴인의 손이 내게 다가와 옷을 홀라당 벗겨버렸다.
속옷만 남기고 다 벗겨져버리니, 아랫배에 희미하게 빛나는 마저 고스란히 드러나버렸다.
“어머나아~ 이런 것도 달고 있다니 얼마나 음란한 여자였구나앙~♥”
“……?”
“역시, 역시 인재였어~. 어디 보자… 이게 있으면 측정 기기도 필요 없을 텐데….”
조작하는 데 요령이 필요한지, 내 을 쓰다듬으며 몇 번 혀를 찼다.
그러다가 간신히 원하던 기능을 발견했는지 기쁘게 껄껄 웃었다.
“어디보자, 가슴, 허리, 엉덩이 각각 ■■, ■■, ■■… 그렇구나… 여기가 약점이고… 민감도는 이 정도… 호오.. 모유체질까지… 어머어머어머어머. 우후후, 인재야, 인재… 역시 내 눈은 정확해~.”
찾던 것은 내 신체 데이터의 열람 권한이었던 모양이다.
괴인은 에 기록된 내 신체 수치를 세심히 확인하더니 허공에 띄운 홀로그램 메모지에 뭔가를 기입했다.
내 각종 신체 사이즈부터 시작해서 기호품, 좋아하는 체위, 거기에 온몸의 성감대에 이르기까지 온갖 정보를 다 열람 당하자,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게 신체의 측정까지 끝나고 나자 게이(같은) 괴인은 한차례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에 도망이라도 칠까 궁리했지만, 안타깝게도 거북이처럼 느려터진 머리가 결단을 내리기 전에 괴인이 먼저 되돌아와 버렸다.
아까워라.
“아, 마침 딱 맞는 손님께서 지정해주셨어. 빠른 걸.”
“으, 으으….”
“마침 지정해 준 복장이 있으니까 그걸로 갈아입혀 줄게. 화장은… 필요 없어보이지만, 가볍게만 해줄까… 그리고 그 외에는――”
게이 괴인은 우락부락한 근육에 어울리지 않는 섬세한 손놀림으로 내게 의상을 입히고, 가볍게 화장을 하고, 그리고 몇 가지 지시사항을 내려주었다.
그러나 머리가 솜사탕 상태가 되어버린 내가 그런 지시사항을 기억할 수 있을리 없다.
“자, 이리 온♥”
옷 갈아입히기 인형 같은 신세가 되어서 멋대로 옷을 입혀지고 난 뒤, 마지막으로 목에 목줄까지 채워진 후.
나는 복도 저편으로 목줄이 당겨지는 대로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따라갔다.
* * *
‘어…라?’
‘여기는… 어디… 였더라…?’
‘나는… 뭘… 하고 있었지…?’
달콤한 향기가 가득하다. 머릿속이 몽실몽실 떠오르는 것만 같다.
몸이 열로 잔뜩 달아오르는 바람에, 비틀거리며 걷고 있을 뿐인데도 흐트러진 숨을 내뱉고 만다. 이곳저곳 끈적한 땀이 흘러내려서 찝찝하다.
입가에서 침이 주륵, 흘러내렸다.
팔은 움직이지 않는다. 왜 움직이지 않나 했더니, 등 뒤로 돌려진 채 뭔가로 묶여 있었다.
거기까지 깨달았지만, 딱히 이 구속을 풀어버려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않았다.
아, 그렇구나.
지금 나는 팔을 움직이면 안 되는 상태구나.
어렴풋이 그렇게 생각하다가… 또 뚝, 하고 끊겨버렸다.
…….
…………….
…..어라,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
‘아아, 안 되겠어. 머리가 둥실거려서, 도저히 생각이….’
“도착했어~.”
비틀거리며 걷던 발이 간신히 멈춰섰다.
눈 앞에는 커다랗고, 호화스러운 문이 서있다.
게이(같은) 괴인은 내게 잠시 있으라며 문 앞에 남겨두고는, 문을 살짝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네, 장군님. 직접 골라주신 아이로 데려왔습니다. , 그리고 로 신청한 것 맞으십니까?』
『확인하였습니다~. 가게 규정을 부디 다시 한번 확인해주시고, 문제 없으시다면 아이를 안으로 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인 아이니 여러모로 부족하더라도 모쪼록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역겨울 정도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몇 번 들려온다 싶더니, 살짝 닫혔던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다시금 목줄을 잡아당겨져, 나는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자, 이 아이입니다~ 컨셉은 입니다!”
“호오.”
방 안에 들어가자, 가장 처음 보인 것은 방의 중앙에 서있던 붉은 피부의 거한이었다.
튼튼해보이는 우락부락한 거구. 그러나 그 얼굴 생김새는 짐승처럼도 생겼고 혹은 어떤 것도 아닌 것처럼도 생겼다.
도깨비, 혹은 요괴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혹은 파충류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면서도 그 붉은 피부와 거구와 근육질의 몸집이 맞물려, 짓누르는 듯한 위압감을 발하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주춤, 뒷걸음질을 칠 뻔한 것을, 게이(같은) 괴인의 손에 가로막혔다.
“흐음… 일단 외모는 딱 내 취향이긴 한데, 약간 불안하단 말이지. 처음인 여자라고 하니 과연 만족할 수 있을 런지….”
“걱정 마십시오 손님~! 제가 보장합니다! 이 아이는 뜹니다! 이 아이로 말하자면 저희 가게 최고의 유망주라고 해도 좋아요~! 성감대로는 입도 가슴도 보지도 애널도 확실하게 준비가 되어있으며, 심지어 모유체질이기까지! 어디로든 최고로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모유? 허어… 그런 것까지….”
“그 외에도… 어이쿠. 그렇죠, 나머진 이 ‘마법소녀’의 입으로 직접 들어봐도 좋을 것 같네요~.”
게이(같은) 괴인이, 내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귓구멍이 간지러워서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지만, 나는 어쨌든 귓가로 속삭인 명령에 충실하게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저는… 줄로 묶이거나 채찍으로 맞는 것도 좋아합니다… 가슴도 보지도, 애널도 입도… 어디든 수컷님들이 사용해주시면 좋아하는 변태에다가… 범해지면서 엉덩이가 빨갛게 부어오를 때까지 때려줬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는 마법소녀… 케이라고… 합니다….”
“(어머나, 이름은 NG란다~. 근데 연기 잘하네~ 역시 유망주인걸~?)”
다시금 귓구멍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간지럽다.
눈 앞의 빨간 괴인이 감탄한 것처럼 턱을 쓰다듬으며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 시선만으로, 몸이 부르르 떨리고 말았다.
“더불어 이 아이는 심한 취급 당하는 걸 오히려 더 좋아하는 피학체질인데다, 하드한 SM플레이도 즐겁게 견딜 수 있으니 얼마든지, 장군님께서 바라시는 그대로 괴롭히며 노셔도 전부 대응이 가능합니다~.”
“흐음… 아무리 봐도 처녀처럼 보여서 영 불안하긴 하지만, 자네의 말이니 일단 믿어 보지.”
빨간 괴인이 고개를 끄덕이는 게 사인이 된 것인지, 게이(같은)남은 그제야 나를 남겨두고 방에서 떠나갔다.
“그러면, 좋은 밤 되시길~”
* * *
기이이잉―
등 뒤에서, 기계식으로 작동하는 묵직한 문이 닫히는 게 느껴졌다. 출구는 사라졌다.
어떻게 여는지도 모르겠고, 스위치도 보이지 않는 만큼 나로서는 저 문을 열고 도망칠 길이 없다.
상당히 넓찍한 방에는, 나와 붉은 괴인 단 둘 뿐.
괴인은 여전히 나를 품평하듯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다.
“흐음… 진짜 괜찮으려나. 그럼 시작을 해볼까…? 흠흠… 자! 그래서 괴인님에게 붙잡힌 기분은 어떠냐, 마법소… 어휴, 이런 건 어떻게 분위기를 잡아야 하는 거지? 난감하네….”
괴인은 맨들맨들한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중얼거렸다.
‘지금… 무슨 상황이지…?’
그리고 난처한 표정을 짓는 괴인을 앞에 두고, 나는 흩어지려는 이성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생각했다.
상황을 파악해본다.
여러모로 조각나고 구멍 투성이 의식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정보를 짜깁기하려고 한다.
일단 지금 내가 입고 있는 복장은… 평소에 입는 것과는 다르지만 마법소녀 ‘다운’ 복장이다. 노출도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눈 앞에는 괴인이 있다. 마법소녀를 범하고 마력을 뽑아내려는 변태 괴인이.
그리고, 나는――
“아니, 이런 걸 왜 손님인 내가 고민해야 되는 거야? 이봐, 뭐라도 좀 해 봐. 괴인이 앞에 있다구? 마법소녀 다운 리액션을 뭐라도 하나… 우왓?!”
바닥을 박차고, 단숨에 뛰어올랐다.
팔은 튼튼하게 묶여 있으니, 쓸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지금 모을 수 있는 마력을 있는 대로 끌어모아 다리를 강화했다.
“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인!!”
부웅!
힐의 끝이 아슬아슬하게 괴인의 코 끝을 스쳤다. 상대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뺀 탓이다.
‘괜찮아… 바로 다음으로!’
머리가 아니라 몸에 남은 습관대로, 공중에서 헛발질한 기세를 그대로 이용해 반회전, 유연하게 몸을 돌리며 바닥에 착지하는 대로 극(極)하단 차기로 이어갔다.
빠각!
“윽?!”
발목 부근을 맞은 괴인이 휘청였다.
체구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그 체급을 뒤집을 정도로 부어넣은 마력과 그리고 기습적인 공격이 효과를 맺은 모양이다.
‘좋았어….’
‘효과가 있다!’
그 반응을 보고, 나는 더욱 더 속도를 높였다.
파악! 퍽! 빠악! 뻑! 투두두!
“크윽… 억…?!”
이어진 것은 종횡무진 날뛰는 발차기의 연무. 정신을 차릴 틈은 주지 않는다.
두 팔이 자유롭지 못해서 여러모로 불안정하기에, 일부러 동작을 크게 하며 원심력과 반동을 이용해 끊임없이 공격을 이어나갔다.
복부, 가슴팍, 허벅지, 정강이, 관자놀이, 어깨, 겨드랑이.
때리고, 차고, 찍어누르고, 붙잡으려는 손을 옆으로 굴러 피하고.
바닥이며 벽, 천장을 박차고 토끼처럼 뛰어올라, 괴인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나는 마법소녀고, 상대는 쓰러뜨려야 할 적인 괴인이다.
기억은 좀 먹은 것처럼 연결되지가 않지만, 적어도 그 사실만은 명확한 만큼 본능에 가까운 감각으로 몸을 움직였다.
쓰러뜨린다.
적은 배제한다.
괴인은 처벌한다!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괴인은 이미 등이 벽에 닿을 정도로 수세에 몰려있었고.
나는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 온 마력을 쥐어짜내 천장을 박차고 떨어져내리는 유성처럼 마지막 날아차기를 날렸다.
이것으로, 끝이――
“………………………….최고야!”
“앗…?!”
그러나 괴인의 숨통을 끊어버리기 위해 날렸던 발차기는.
괴인이 내민 굵직한 손에 너무나 허무하게 가로막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