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76
EP.376
#2-36 마법소녀 상품화 조교 – 단비(진행중)(6)
………..
……………………….
………………………………………….?
‘어라…?’
깜빡, 깜빡.
단비는 눈을 감았다 뜨며 상황을 확인했다.
어째선지 머리가 살짝 멍하다.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은 사람들이 한가로이 돌아다니며 산책하는 라운지. 그리고 테이블을 사이에 끼고 맞은편에 앉은 건 탈출 동료인 미리.
그리고 옆에서 싱글싱글 추악하게 웃으며 바라보는 건 미리의 담당 조교다.
‘어… 그러니까… 왜 여기에 있었더라….’
커리큘럼이 끝나고, 혹시나 자신들의 상식에 이상이 생겼는지 체크하기 위해 이곳에 와 있다.
항상 탈출에 관련된 비밀스런 얘기는 이 탁 트인 라운지나 방 안에 설치된 마이크처럼 생긴 집음기 앞에서 논하기로 했으므로, 지금 두 사람은 이 라운지에 와 있었다.
그래.
그랬었다. 이제 좀 기억이 난다.
왜 갑자기 멍해져 있었던 걸까. 서서히 눈에 빛을 되찾아가는 미리도 단비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둘 다 여기서 뭐해?”
“…잠깐 대화를 좀.”
“무슨 얘기? 나도 끼워주면 안 돼?”
“아하하, 조교님도 함께 해주시면 영광이겠지만, 재미는 없을 거예요. 진짜 여자들끼리만 하는 얘기라서.”
친근하게 묻는 괴인의 말에 단비가 무뚝뚝하게, 미리가 붙임성 좋게 대꾸했다.
탈출에 대한 얘기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할 수는 없으므로 두 사람 다 약간 긴장했지만, 다행히 이 괴인은 굳이 걸즈토크에 끼어들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대신이라는 듯 손에 들고 있던 노트를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응…? 미리가 글씨를 이렇게 썼던가?’
노트에 빼곡하게 적혀진 글자는 나쁜 글씨는 아니었지만, 어쩐지 호쾌하게 휘갈겨 쓴 듯한 느낌이었다.
남자답다고 해야할까.
미리의 글씨체는 조금 더 동글동글한 글씨였던 것 같은데.
“아, 내가 내용을 좀 썼어. 멋대로 손댄 건 미안하지만, 앞에 있던 내용이 너무 엉망이더라고. 그냥 두고 볼 수가 있어야지.”
“그런가요….”
“응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만 썼으니까, 걱정은 안해도 돼. 일단 생각나는 대로만 썼으니까 나중에 정기적으로 또 찾아와서 추가해줄게. 괜찮지?”
“네… 뭐.”
단비도 미리도 에 대비해 만든 항목 노트를 이 괴인에게서 건네받는다는 사실에 대해서 딱히 이상하다고는 느끼지 않았다.
아니, 어쩐지 희미한 위화감을 느끼긴 했지만, 그 뿐이었다.
이 【공장】에서 조교들이 하는 말은 전부 옳다. 틀릴 리가 없다.
그러니까 딱히 의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인식은 이미 그런 식으로 왜곡 변질되어 있었다.
“그러면 그거 열심히 보고, 건전한 상식으로 음란하고 야한 건전한 생활을 하자! 난 가볼게~.”
휙휙 손을 휘저으며 떠나가는 조교를 배웅하고, 두 사람은 노트에 적힌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해 내려갔다.
「수컷님들의 정액이 무엇보다도 맛있게 느껴진다.」
「우리는 고상한 암컷이니, 수컷님들에게 절대 복종해야 한다.」
「틈이 날 때마다 매일매일 자위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빈유도 거유도 좋은 것이다.」
「속옷과 옷차림은 항상 남자들에게 성희롱 당하기 쉬운 복장으로 입는 것이 당연하다.」
「가버릴 때는 간다고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알려야한다.」
……..
…………….
…………………………………..
‘응, 뭔가 지금 내 상식에 어긋나는 게 몇 가지 있네.’
많지는 않지만, 몇 개는 지금 단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당연한 상식과 어긋나는 것들이 조금 있었다.
그 외에도 대부분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희미하게 위화감이 느껴지는 항목들도 많았다.
“의 영향이 꽤 세긴 한가 보네… 지금 내 머릿속에 이렇게 추접스러운 걸 상식이라고 생각하게 되다니….”
미리가 희미한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화가 난 건 단비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노트를 보면서 대조해보니, 지금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일부 상식이 얼마나 추접스럽게 개조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섹스는 상호 동의 하에서 하는 게 정상’이라거나.
예를 들면 ‘남자의 정액을 마시고 기뻐하는 건 비정상’이라거나.
또 예를 들면 ‘남자가 자신을 강간하려 하면 저항하는 게 정상’이라거나.
섹스는 수컷님들이 싸고 싶다고 하시면 억지로 범해져도 할 말이 없다. 그만큼이나 자신을 범하고 싶어질 정도로 자신이 야한 몸을 하고 있는 탓이니.
상호 동의 하에만 할 수 있다니, 그런 귀찮고 추접스런 절차가 왜 필요한 걸까?
이건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원초적인 생식행윈데.
정액은 최고로 맛있는 별미인 데다 영양만점이고, 뭇 암컷이라면 꿀떡꿀떡 행복하게 마실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정액을 마실 때마다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잔뜩 발정하는 게 예의이고 정상이다.
정액을 마시고 기뻐하면 비정상이라니…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거기다 강간하는 데에 저항하다니. 어림도 없지.’
물론 단비는 마법소녀이니만큼 웬만한 수컷보다는 훨씬 강하다.
하지만 강간당하려 할 때 저항해서는 안 된다.
그게 룰이자 예의다.
상대에게 억지로 범해지더라도, 지금 당장 강간당하려 하더라도 저항하기 보다는 입이든 보지든 엉덩이 구멍이든 이 암컷 몸뚱아리를 내주고 실컷 즐기도록 해주는 게 현명한 대처다.
――그렇게, 지금 단비와 미리가 보고 있는 노트에 휘갈기듯 적혀있었다.
‘쓸데없이 저항 같은 걸 하면 다칠 수도 있고… 그게 당연한 예의라고… 여기 적혀있네. 응. 맞아. 그랬던 것 같아. 역시 내 머릿속의 상식이 이상해진 거야.’
“끄응… 의 영향이 생각보다 세.”
“그래도 이렇게 확인해보면 조금씩 상식이 돌아오는 기분이 드니까… 단비 너도 마음 다잡고 여기 내용 똑바로 새겨넣어. 머릿속의 상식과 달라도 억지로 꽉꽉 밀어넣으라고.”
“알고 있어….”
이니 이니 여러모로 비열한 수단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못된 부분은 바로바로 깨닫고 정정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단비와 미리는 노트에 적힌대로 올바른 암컷으로서의 마음가짐과 상식을 열심히 머리에 욱여넣었다.
보면 볼수록 위화감투성이인 내용들이 많았지만, 단비는 이 모든 게 커리큘럼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며 의식 밖으로 밀어내었다.
* * *
――‘그러면 나는 오후에도 커리큘럼이 셋이나 있으니까, 시간이 비는 단비는 그 사이에 조사 좀 해줘.’
적당히 시간이 되자, 미리는 그 말만을 남기고 커리큘럼을 이수하기 위해 떠나가고.
홀로 남아 행동하게 된 단비는 곧바로 시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둘러보고 있었다.
“여기는 진짜 더럽게 넓네… 이게 지하에 있는 시설이라니. 믿기지가 않아.”
단비는 영 언짢은 듯이 중얼거렸다.
지하에 있는 건물이지만 인조 태양, 시스템 기기로 키우는 식물들, 그 외에도 지구보다 몇 단계는 뛰어난 공기정화와 습도조절 기술 덕분에 갇혀있는 답답함은 없었다.
둘러볼 시설도 많아서 심심할 일도 없다. 결국 언젠간 을 위해서 찾아가 보겠지만, 일단 아직 모르는 시설이 태반이었다.
웬만한 시설은 담당 조교에게 허락만 받는다면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니, 나름 복지도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기가 지하 몇 층인지도 알지 못하는 게 문제다.
이 안에 이미 없는 것이 없고 생활도 쾌적하지만, 단 하나 탈출만은 할 수 없도록 엄중하게 관리하는 게 영 성가셨다.
‘탈출한다고 하면 이용할 수 있는 루트는 일단 두 가지.’
하나는 엘리베이터, 또 하나는 계단.
‘그렇다면….’
단비는 사색에 잠긴 채 복도를 몰래 걸어갔다.
일단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는 없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면 카드키가 필요한데다, 만약 어떻게든 훔쳐서 이용한다해도 그 좁은 공간에서 누군가를 맞닥뜨렸다간 도망칠 길이 없다.
탈출 기회는 많아봐야 한 번. 들키면 끝장. 그러니 신중하게 해야했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이용할 것은 계단이었다.
계단은 단비도 이용할 수 있었다.
이 될 여자들이 사용하는 공간도 4개층은 되기 때문에, 계단만은 사용할 수 있었다.
덧붙여 이 층 사이에서만 움직이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있다. 이건 따로 키가 없어도 보지 인증만 하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숙소의 출입 시스템과 비슷하다.
‘어차피 그건 탈출에 이용할 수는 없겠지.’
그걸 타봐야 그녀가 이용할 수 있는 네 개 층 중에서 숙소가 있는 가장 위쪽 층까지 올라가고, 끝이다.
‘그렇다면 역시 이용할 수 있는 건… 계단 뿐이겠지.’
그래봐야 계단도 외길.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지상층까지 올라가는 게 가능할는지.
“후우….”
따박, 따박.
단비는 두꺼운 샌들 같은 신발의 굽을 울리며 계단을 올랐다.
천장이 높은 만큼 한층 한층 올라야 할 계단도 많다. 마법소녀의 힘이 있으니 별로 지치지는 않지만 귀찮기는 했다. 심지어 계단은 상당히 외곽에 위치해 있고.
거기다 대부분 커리큘럼이 진행되는 건 아래 3번째, 4번째 층이니.
별 수 없이 보지 인증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 의도가 뻔히 보여서 열 받는다.
파렴치한 놈들.
‘…어라? 왜 파렴치하다는 생각이….’
단비는 의아한 생각에 고개를 흔들흔들 휘저으면서 위로 올라갔다.
다행히 지금 시간에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은 없는지, 아직까지 다른 사람은 마주치지 않았다.
따박, 따박.
약간 경쾌한 듯한 샌들굽 소리가 조용한 계단참에 울려퍼진다.
어쩐지 머리가 멍해질 것 같아서, 단비는 고개를 저으며 위로 올라갔다.
1층… 2층….
3층… 그리고… 4층….
간신히 그녀가 지금까지 와봤던 맨 윗층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너머로, 가본 적 없던 미지의 윗층으로 향했다.
이제는 정말 허락받지 못한 장소다. 들키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단비는 조사를 감행하기로 했다.
따박따박 굽을 울리며, 윗층에 도착했다.
“…여기가 끝?”
계단은 여기까지 밖에 없었다. 앞에는 문이 있다.
하지만 아직 지상으로 올라왔다는 느낌은 없는데.
‘이 문, 카드키가 필요한 모양인데….’
옆에 카드를 가져다 대는 기계가 있다. 그런데 기계에 빛이 들어오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혹시 몰라 문을 밀어봤더니,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쇠문이 열렸다.
‘고장인가…? 아니면 평소에 안 켜놓나?’
아무튼 다행이었다.
단비는 문을 열고 그 너머로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의외로 발소리가 크게 울려서 깜짝 놀랐다.
아래를 보니 차가워보이는 촘촘한 쇠살대로 된 바닥이었다. 걸을 때마다 쇳소리가 울려서 성가시다.
쇠살대 사이로 보이는, 아래에 찰랑이는 건 물일까? 희미하게 퐁당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어디선가 물이 떨어지는 모양이었다.
‘인기척은 없어… 사람은 없는 모양이네.’
문 너머의 복도는 의외로 좁다. 하지만 중간중간 옆으로 빠지는 길이 많았다.
그리고 조명이 적어 으스스해 보이는 좁은 복도에는 양 옆으로 문이 잔뜩 늘어서 있었다.
명패를 확인해보니,
[징벌방 – ■■ 고문용]그런 글자가 적혀있다.
슬쩍 살펴보니, 다른 문에도 비슷한 명패가 걸려있었다.
종류는 달라도, 전부 징계용 방인 모양이었다.
옆으로 뻗어있는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봐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용도의 방 밖에는 없었다.
한 층 전체가 징계용 방인 모양이다.
단비는 무심코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