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8
EP.38
#11 마법소녀는 습격하러 왔습니다(3)
『야~아! A-8번 방으로 조명팀 좀 가봐! 당장 필요하대!』
『오늘 새로 들어오기로 한 여자들은 언제 오는 겁니꽈~~~! 이래서는 촬영을 시작할 수 없습니돠~~~~!』
『우와! 야! 소품 무너진다! 붙잡아! 아래쪽 좀 누가 수선해 봐! 이대로 촬영할 수는 없잖아!』
우리는 남자의 안내에 따라 일단 지나다니는 괴인들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몰래 움직였다. 들킬 것 같을 때면 “새로 들어온 배우입니다”라는 식으로 적당히 흘려 넘겨주었다.
……뭔가, 생각보다 더 어수선하네.
“무슨… 진짜 어디 방송국 같은 느낌인 걸….”
거기다 돌아다니는 게 평범한 사람이 아니고 전부 묘한 의상이나 모습을 한 괴인들이라는 게 신기했다. 거대한 촉수 덩어리 같은 괴인이 조명대용 스탠드를 들고 지나가는 모습은 비현실적인 것을 넘어 아예 이세계로 와버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헤헤. 메크라크 전용 공중파 채널도 맡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방송국이랑 그다지 다를 바 없을지도 몰라요. 헤헤.”
알파의 중얼거림에, 운전수 남자는 비굴하게 웃으며 설명했다.
설명을 듣자하니, 아무래도 이곳에서 특별제작하는 AV(Adult Video)는 단순히 인터넷이나 수익을 위해 뿌려지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저, 저희도 자세한 건 잘 못 들었습니다! 헤, 헤헤헤. 그, 잘 되면 지구는 금세 자기들 게 된다고만….”
“너는 그 말을 듣고서도 협력하고 있던 거야? 완전 쓰레기네.”
“에헤헤. 맞슴다, 쓰레기입니다, 헤헤.”
“에잇, 에잇. 수염도 못 낫네요. 이렇게 뽑아버려도 되겠죠? 에잇.”
“흐긱, 헤, 헤헤, 못난 수염이죠. 헤헤.”
손질이 안 된 듬성듬성 난 수염을 유라에게 뽑혀도, 운전수 남자는 여전히 비굴하게 헤헤 웃을 뿐이다. 아무래도 유라의 공포가 아픔을 뛰어넘은 모양이었다.
하긴, 거기가 완전히 분쇄되기 직전까지 갔으니까… 얼마나 무서운 일일지 상상이 간다.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새파래질 것 같다. 지리지 않은 게 용했어, 저 남자도…. 연민의 시선이 저절로 보내진다.
“그, 일단 스튜디오 로비는 지났습니다만 되게 넓습니다… 마법소녀님들께선 어디로 가시련지….”
“음….”
유라가 조언을 구하듯 이쪽을 흘긋 쳐다봤다.
이곳에 온 목적은 단순히 깽판 치는 것으로 이 아지트를 괴멸시키는 것도 있지만, 납치된 여성들의 구출도 목적으로 둬야할 것이다. 인질로 쓰이게 되면 일이 상당히 난감해지고, 무엇보다 블루 사파이어도 잡혀 있으니….
“그럼 일단 블루 사파이어부터 찾을까?”
“과연, 전력은 늘어나는 게 좋겠죠. 저도 그것 때문에 왔으니까요. 이봐요 아저씨, 아까 전에 차 안에서 블루 사파이어 얘기도 했었죠? 어때요? 알 것 같아요?”
“아, 그게~ 잘 모른다고 할까, 여기는 메크라크 놈들이 관리하고 있어서~ 저는 운반만 맡고요~.”
“그래요?”
“그렇죠~ 에헤헤.”
유라는 몽둥이를 들어올렸다.
“진짜로?”
“…….”
“일단 한쪽을 으깨보면 생각나지 않을까요?”
“아~~~~~! 생각난 것 같슴다헤헤헤헤! 그, 그러니까… 블루 뭐시기녀…분은 분명 조련이 필요하다니 뭐니 해서… 그니까, 연기지도실에 있을겁니다! 아마! 헤, 헤헤헤.”
“안내하세요.”
“예입~.”
유라가 쇠몽둥이로 남자의 등을 떠밀 듯 쿡 찌르자, 남자는 서둘러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연기지도실이라니, 트레이너라도 있는 거야?”
“이름은 연기지도실이고… 실상으론 조련실입니다헤헤. 아직 반항적인 암컷이나, 촬영에 익숙하지 않은 여자들이 가게 됩니다. 그 외에도 좀 더 잘 느끼게 개조 같은 것도 하는 느낌이라….”
유라가 기분 나쁘다는 듯 얼굴을 찌푸렷지만, 운전수 놈은 눈치 못 챈 건지 개조한 여자는 부들부들해서 만지기 좋다던지, 조금만 손대도 갈 것처럼 몸을 떤다던지 자랑스럽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유, 유라님도 한번 어떠신지? 암컷… 여자로서의 기쁨을 한껏 누리실 수 있을 겁니다! 헤, 헤헤헤헤….”
라면서 웃기도 했다. 미친 놈인가. 유라가 지금 몽둥이로 손을 탁탁 두드리고 있는데 안 보이는 걸까?
유라한테서 뭔가 뚝, 끊어지는 소리가 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운전수는 전혀 모른다는 듯 헤헤 웃고 있을 뿐이다. 20년 넘는 인생을 살면서, 저 정도로 목숨 아까워하지 않는 인간은 처음 봤다. 그냥 멍청한 것 뿐이거나.
‘지도…?’
통로를 지나치면서, 아무래도 스튜디오 전체를 아우르는 듯한 지도가 있었다. 확인하기 위해 멈춰서니, 앞서가던 인원들도 나에 맞춰 걸음을 멈춰주었다. 다행히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기에, 나는 느긋하게 지도의 끝에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1층… 층별로 나눠져 있는 거네.”
“헤헤헤. 그렇슴다.”
이만한 건물이니 단층으로 끝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막상 보니까 막막했다. 지하까지 몇 층이나 되는 느낌이라, 하나하나 들쑤시면서 적을 소탕할 생각을 하면… 정말이지 벌레구제가 따로 없네.
“사진이라도 찍어둘까.”
알파가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를 찍고 난 후,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스튜디오는 구역이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는지, 짧은 통로를 지나고 나니 분위가 확 달라졌다. 사람이 아까보다 적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운데다 휑한 것이… 뭔가 폐쇄적인 동굴 같은 느낌을 연상케 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바깥이 보일 법한 창문이 없었다. 위쪽에 환풍구 같은 것들은 돌아가고 있지만….
“공기가 안 좋을 것 같은 분위긴데요.”
유라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메크라크인들의 기술이 대단해서, 그런 건 괜찮습니다. 잘 보시면 메크라크의 초기술력의 정수가 깃든 기계들이 있어서, 그저 여기 있는 것만으로 건강해질 거라고 들었습니다.”
“호?”
“여자들은 중요한 자산이니까요. 그리고 여자들을 멋대로 납치하거나 극악한 짓은 하지만, 완전히 나쁜 놈들인 것만도 아닙니다, 그 놈들도. 헤, 헤헤헤헤….”
“멋대로 사람을 납치해서 입맛대로 범하고 개조하고 하는 놈들이 나쁜놈들이 아니면 뭐야.”
“그, 그건 그렇죠…”
“……뭔가, 들리지 않아?”
느닷없이 내리깔린 알파의 목소리에, 모두가 한순간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였다.
뭔가 두런두런 말하는 소리에 섞여, 흐윽… 하윽…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건…….”
여성의 신음소리다!
“여긴 것 같은데…….”
조심조심 소리를 따라가, 근원지로 보이는 문쪽에 다가갔다. 문에 있는 창살이 달린 구멍 너머로 안쪽을 살피니, 적지 않은 괴인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흐으응… 하응…!』
남자들의 시야 끝에는, 여럿 되는 여자들이 나란히 기둥에 안짱다리를 한 채 묶여 있었다. 모두가 알몸인 상태로, 떨리는 크고 작은 유방 끝의 돌기에는 로터가 붙여져 있고, 각자의 보지는 바닥에 테이브로 고정된 딜도에 꿰뚫려 있었다.
『으웃… 가, 간다……!』
그 중 한 명이, 몸을 크게 휘며 퍼덕였다. 절정해버린 모양이다.
『3번, 벌써 가버렸어?』
『안 되지 안 돼. 이래서는 일류 배우가 될 수 없습니다아~ 가는 것도 좀 더 색기 넘치게.』
『보지를 마음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 일류 배우가 될 수 없어! 넌 할 수 있다! 좀 더 해 봐! 자, 로터도 더 세게 틀어줄게! 이게 다 너를 위해서야!』
『그, 그만해 주세요… 흐그아아아아윽…!』
『약한 소릴 하는 건 이 입이냐? 응?』
“언니들, 들어가겠습니다.”
“앗?!”
뭐라 제지할 틈도 없이, 유라는 단숨에 문을 걷어차 부숴버리고 안으로 돌입해 들어갔다.
『뭐, 뭐야?!』
『도깨비 코스프레 특집? 박력 넘치긴한데…』
“이 극악무도, 천인공노할 쓰레기들!!”
유라는 괴인들의 당황스런 목소리를 일갈로 밀어내며, 단숨에 허리를 비틀며 손에 든 묵직한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거리가 멀지 않아? 라고 생각한 것도 한 순간, 유라의 손에 들린 몽둥이는 휘둘러지면서 급격하게 팽창하듯 커졌다.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커헉?!”
악어머리를 한 괴인은 뿌드드득 하는 불길한 소리를 내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가, 뒤에 있던 다른 두 명의 괴인들을 휘말리게 하며 벽에 처박혔다. 산산조각이 나지 않은 게 용했다.
“마, 마법소녀다?!”
“【더러운 것을 불태워라, 도깨비불】!”
화르르르륵-!
유라가 손을 들어 그 위를 가볍게 훅 불자, 시퍼런 불길이 사태를 파악하고 우왕좌왕하기 시작하는 괴인들을 한꺼번에 덮쳤다. 저번에 보여줬던 그거네. 버섯 괴인 포르치니 킹 때의 그거!
“마법소녀 맞습니다, 쓰레기들. 얌전히 뒈지세요.”
퍼억- 콰직! 부웅-!
그 뒤로 이어진 건 말 그대로 학살의 광경이었다.
유라가 팔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괴인의 몸이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그대로 숨통이 끊어진 것인지, 벽에 처박힌 괴인들도 불에 휩싸인 괴인들도 금방 새카만 먼지와도 같이 면해버렸다.
적지 않은 괴인들이 있었건만, 모두가 순식간에 정리되어 갔다.
“이, 인질이다! 꼼짝마라 마법소녀!”
“큭…!”
그러나 역시 중과부적이라고 해야할까, 하나하나 처리하는 틈을 타 괴인 중 한 명이 붙잡힌 여성 중 한 명의 뒤로 돌아가 손톱을 들이밀었다. 생긴 것으로 봐선 살쾡이 같은 머리에 살쾡이 같은 날카로운 손톱이었다.
인질을 잡다니! 악당의 클리셰다!
* * *
그 순간 알파가 감격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 구도… 2기 4화 때랑 비슷해…!”
“엇… 알파 너도 그렇게 생각했어?”
“너도냐, 케이?”
““이예~이!””
나와 알파는 서로 손을 짜-악! 마주쳤다. 옆에 선 운전수 남자가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그게 뭔 상관이야! 원작 재현은 팬의 로망이다!
* * *
2기 4화.
그곳에서도 루비와 블루문은 공동전선을 펼치며 파죽지세로 적을 손쉽게 제압하지만, 지금처럼 인질을 붙잡혀 힘의 원천인 마법스틱을 버리도록 강요당했다.
인질을 붙잡혔으니, 어쩔 수 없이 항복하며 스틱을 버린 두 사람은, 이어서 적의 요구대로 자위하며 스스로를 무력화 시켰다. 그 장면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안타까운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제 곧 유라의 항복씬이 나오겠네!
그런 생각에 목적도 잊고 두근두근하며 뒤에서 지켜보자니,
“…….”
유라는 말 없이 팔을 내밀어, 그 묵직한 몽둥이 끝을 괴인에게 향했다.
“하하, 이 거리에서 어쩐다는 거냐. 빨리 그 흉악한 몽둥이 버리고 투항해라, 이 시건방진 마법소녀! 이 몸이 열심히 조교해주겠…”
“【늘어나라, 도깨비방망이】!”
유라의 외침에, 손에 든 몽둥이가 쏘아져나가듯 순식간에 길어져, 협박하고 있던 조잡한 괴인의 머리를 단숨에 터뜨려버렸다.
새빨간 피 대신 검푸른 체액과 육편이 흩뿌려진다.
와오…… 오늘은 밥 못 먹을 것 같아….
“흥… 그 장면에서는 좀 더 탐욕스런 눈길로, ‘무릎 꿇고 포기해 이 암퇘지들아!’라고 해주셨어야죠. 팬으로서 이런 어중간한 원작 재현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라는 것 같다.
흠.
* * *
제길제길제길제길!
유라 일행의 안내역을 자처하게 된 운전수 남자는, 뒤에서 모든 사태를 지켜보며 남 모르게 이를 까득 울렸다.
정말이지 모든 게 예상 밖이다. 평소처럼 공물로 납치해 온 여자들이 사실은 마법소녀였다던가, 자신의 소중한 남성의 상징을 약점으로 잡고 협박하는 극악무도한 짓을 한다던가… 정말이지, 무슨 액이 낀 건지.
그래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여자들이 구하러 왔다는 블루 뭐시기 마법소녀도 괴인들의 공세에 결국엔 굴복했으니까. 특히나 연기지도실… ‘조련실’ 쪽의 괴인들은 특히나 강하다. 건방진 마법소녀를 굴복시키는 것도 염두해 둔 조합이라고 했으니, 솔직히 자신을 업신 여기는 이 시건방진 년들도 어떻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뭐야.
‘약하잖아 괴인들!’
괴인이 약한 건지, 아니면 유라라는 여자가 지나치게 센 건지.
고작 한 명에게 그 자리에 있던 다수의 괴인들이 단숨에 쓸려나갔다. 운전수는 아연실색하며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마법소녀… 거기다 한 명 만이 아니라, 아직 힘을 보이지 않은 두 명이 더있다.
조금 전에 흘려들었던 얘기 중에, 이 아지트를 괴멸시키러 왔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진짜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큰일인데.’
이 도, 도 소중한 밥벌이터, 소중한 돈줄이다!
‘후우…… 아냐… 진정해, 진정. 진정해라 내 이름 석자 ’나운전‘에 걸고 진정하는 거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자신의 본명 따윈 제쳐놓고.
어쨌든 아직, 아직이다. 괴인놈들은 발에 채일 정도로 많고, 이 의 간부진들이 있다…!
지금까지 몇이나 되는 마법소녀를 상대해봤다던 간부들이라면 믿을 만 할 것이다. 상식 외의 힘을 가진 그들이라면, 어떻게든 해 줄 것이다.
‘그래… 분명 가능할 거야… 정의롭게, 이 악한 마법소녀들을 쓰러뜨려줄 거야… 그래…! 문제 없어…!’
그렇게 되면 저 유라라는 년만은, 사정사정해서 어떻게든 이 손으로 능욕해주고 말 것이다.
저 건방진 도깨비 여자를 깔아뭉개고, 커다란 젖가슴을 이 손으로 마음껏 농락하는 상상해주마.
나운전은 다시금 불끈 힘을 냈다.
* * *
“그런데 두 분은 왜 변신 안 하시나요?”
괴인들의 일소가 끝나고, 우리는 서둘러 여자들을 구출해냈다. 구속을 풀어주고, 로터며 딜도를 벗겨내고 먼지가 되어 사라진 괴인들의 옷가지들로 몸을 덮어주었다.
“에는 변신에 제한시간이 있거든.”
“어… 변신이 풀리는 건가요?”
“디폴트 폼으로 돌아와. 약해. 일반인보단 세지만.”
나와 가게에서 맨처음 봤을 때 모습이 디폴트 폼이라는 모양이다.
흐으음.
“그럼 케이 언니는요?”
“아, 난 변신하려고는 했거든? 근데 변신 횟수가 모자란 모양이라….”
“에…?”
유라가 당황스럽다는 듯 쳐다봤다.
응. 그야 그렇지. 말 그대로 총도 칼도 안 들고 전쟁에 나선 격이다. 핫핫핫. 코스튬 체인지 횟수를 확인 안 했었다니.
“그, 그럼 어떡해요 케이 언니?!”
“어쩔 수 없네, 이래서 루비빠란 것들은. 겉멋만 뻔드르르하게 들어서는 까보면 속은 텅 빈, 속 빈 강정 같은 것들이라니까. 무능하긴.”
“앙?! 너도 어차피 ‘0’이니 ‘1’이니 나와서 저 혼자 알몸으로 제압당할 거잖아?!”
“저번 같은 경우가 특수 케이스야 멍청이! 이 몸의 가챠혼을 얕보지 마! 이번에는 제대로 7이니 8이니 나와서 네 년의 머리를 짓밟고 홋홋홋 웃어줄테다!”
“저기, 싸워야 할 건 저희끼리가 아닌데요….”
어쨌든 상황이 좋은 건 아니지만, 딱히 불안을 느낄만한 것도 아니다.
어차피 근처에 괴인이 있다면 쿠키가 와서 알아서 변신시켜줄테고, 정 안되면 포인트를 써서 횟수를 하나 구입하면 된다. 포인트가 아까우니 이것만큼은 피하고 싶지만.
“근데 이 여자들은 어떻게 하지?”
“으음….”
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묻자, 유라도 알파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곁에서는 옷가지들을 대충 걸친 여자들이 불안한 눈으로 우릴 쳐다보고 있다.
이대로 이 여자들을 방치하고 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끌고 되돌아가자니 여러모로 여의치 않다. 그보다 납치된 여자들을 구출할 때마다 밖으로 나오는 것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저, 저한테 맡기시면 어떻습니까..헤헤….”
“네? 일단 혀부터 뽑히고 싶다고요?”
“아, 아닙니다 유라님. 실언이었습니다…”
이 놈한테 맡기는 것도 역시 좀 그렇지.
이런 걸 생각해줄 만한 녀석이 쿠키인데, 아무래도 올 기미가 없다. 애초에 오긴 오는 걸까.
“쿠키 녀석, 오긴 오려나….”
“불렀냥?”
“꺄학?!”
바로 뒤에서 들려온 예기치 못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이상한 소릴 내버렸다.
“쿠, 쿠키?! 진짜 왔네?!”
“마법소녀의 곤란한 목소리에 응답하는 마법나라의 마스코트, 쿠키다냥. 전부 지켜보고 있었으니 사정은 알겠다냥. 지금 막 능력이 있는 마법소녀를 부를 테니, 여자들은 그 쪽에 맡겨라냥. 전투 능력은 없지만 구제 능력은 뛰어나다냥.”
오오오오…하는 감탄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잘 보라구, 이게 우리 요정입니다. 핫핫핫.
“그리고 변신도 시켜주겠다냥. 적의 아지트에 와서 그 모양이면 곤란하지냥.”
“…….”
“…왜 그렇게 쳐다보냥?”
“아니….”
나는 미묘한 눈으로 쿠키를 쳐다봤다. 잠시 과거의 기억을 돌아보고, 미묘한 시선이 ‘의심하는’ 시선으로 바뀌었다.
“너… 뭔가 꾸미고 있는 거 아니지?”
“냐냥?! 무, 무슨 말이냥…?”
“아니, 너는 뭐랄까, 나를 괴롭히거나 곤란하게 만들면서 즐기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였거든. 갑자기 이렇게 입맛에 딱딱 맞게 도와주는게, 난 굉장히 찜찜한데….”
“부, 불합리하다냥… 요정의 사명은 마법소녀를 돕는 것! 이 순수한 선의를 의심하다니냥! 삐질 거라냥!”
쿠키의 말에도 의심스런 눈을 거두지 않자, 쿠키는 명백하게 식은땀 같은 것을 비오듯이 흘리기 시작했다. 인형 같은 몸인데 어디서 땀이 나는 걸까. 흠.
그런 우리를 보다 못했는지, 유라가 끼어들었다.
“언니! 그만하세요! 귀여운 요정님을 괴롭혀서 무슨 득이 있다고! 오히려 도움을 주니까 고마워 해야죠!”
“그, 그런가….”
“그렇다냥! 정말이지 도깨비녀 너는 좋은 젖가슴이다냥!”
“저, 젖가슴….”
아무튼 대충 이야기는 일단락 된 것 같았다. 확실히 의심해봐야 득 될 것도 없다. 지금 의지할 건 쿠키 밖에 없으니까.
“알겠어, 알겠다고. 빨리 변신이나 시켜 줘 이 밥벌레야.”
“…….”
“응? 뭐야 그 눈은? 불만있어? 빨리 변신 안 시켜?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 일 하고 있는데?”
쿠키는 불만스러운 듯 뭔가 웅얼웅얼거리더니,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내 몸은, 여느 때와 같은 의 빛에 휩싸였다.
어디보자, 이번엔 어떤 코스튬이려나….
“………어?”
그리고 다음 순간, 빛이 사그라들고 나타난 코스튬의 모습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