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9
EP.39
#11 마법소녀는 습격하러 왔습니다(4)
“음? 마법소녀?”
의 컨트롤실, 한 괴인이 허공에 떠오른 홀로그램 화면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메크라크의 최신예 기술로 만들어진 감시카메라――홀로그램으로 떠오른 영상을 보니, 마법소녀로 보이는 여자들이 보였다.
‘그러고보니 이상한 편지가 떨어져 있던데.’
마법소녀가 쳐들어오고 있습니다――하는 맥락도 근거도 없는 종이 쪼가리에다, 모서리에는 쓸데없이 정교한 쿠키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뭔 장난이지? 왜 이런 게 있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반신반의했는데, 조금 전 입구 부근에 있던 괴인 무리가 단숨에 쓸려나가는 것을 보니 확신으로 바뀌었다. 애초에 지구인은 평소에 저런 특이한 복장을 하진 않는다….
“마법소녀는 좀 위험한데.”
간부급이라고 하면 충분히 강하지만, 셋이나 되는 마법소녀… 거기다 방금 보여줬던 심상치 않은 전투능력을 생각하면 역시 불안하다.
군자는 위험한 길을 걷지 않는다. 50대 50의 확률로 이길 수 있다고 해도 실패할 리스크는 굳이 짊어지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는 일단 돌려보내도록 조작을 할까…했는데,
팔락-
“응? 또 편지?”
아무 것도 없던 허공에서, 느닷없이 종이가 하나 팔랑팔랑 날아들었다.
솜씨 좋게 낚아채서 확인하니,
[걱정 마라냥. 너희들이라면 할 수 있다냥.]이라는 내용과 함께 예의 쿠키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 * *
“……호오?”
빛이 사라지고, 나타난 코스튬의 모습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도 그럴게, 나타난 건 익숙한 코스튬이었으니까. 팔랑팔랑한 스커트나 몸에 착 달라붙는 슈트, 가터벨트나 오버슈즈나 장갑까지 평소에 자주 걸리던 굉장히 일반적인 마법소녀 코스튬이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그도 그럴게, 쿠키가 얽혔는데 평범하다는 게 이상했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보냥……?”
“…….”
수상함이 넘쳐흘렀지만, 나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일단 눈을 돌렸다. 수상하다고는 해도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괜스레 의심하는 것도 미안하다. 그보다 쿠키한테 코스튬을 어찌할 권한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르나? 모르겠다. 없다고 하니 없는 거겠지.
“아냐, 아무 것도.”
내가 변신하자 알파도 따라서 변신했다. 을 쓴 게 아닌, 전에 본 것과 같은 프릴이 달린 드레스 같은 이었다.
구해낸 여성들은 남겨두고, 우리는 다시 안으로 나아갔다.
‘…신기한 구조야, 참.’
무슨 의도로 만든 것인지, 신중하게 살피면 살필수록 어째 묘한 기분이 드는 구조였다.
조금 전 괴인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곳은, 거리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회사라던가 방송국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조용하고 음침한 동굴 같은 느낌인데다, 길도 상당히 꼬여있었다.
방심했다간 길을 잃을 것 같았다.
“저, 저도 여기는 잘 몰라서 말입니다..헤, 헤헤…..”
안내역으로 데려온 운전수 남자도 그렇게 말하니 의지할 건 스스로의 눈과 조금 전에 찍어온 지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지도도,
“…여기 나와 있는 거랑 좀 다른데? 지도에는 없는 길이며 방이 많아. 구조도 좀 다른 것 같고.”
알파가 스마트폰과 실제 눈에 보이는 통로를 대조해보며 말했다.
뭐야 그거. 지도가 있는 의미가 있어?
“……되게 묘한 느낌인데요. 이상한 홈 같은 것도 있고.”
“홈?”
“예. 이것보세요.”
유라가 발치로 바닥에 난 이상한 흔적을 툭툭 두드렸다.
뭐에 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구조가 참 이래저래 특이했다. 방송국이나 회사 같은 거라면 효율을 중시해서 비슷한 류의 방은 한 곳에 모아두고, 구조도 한 눈에 보일만큼 심플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런데 이곳은 방끼리의 간격도 멀고, 길도 쓸데없이 굽어 있다. 아니, 안 그래도 땅덩이 부족한 나라에서 이딴 쓸데 없는 건물 만들지 말아달라고 하고 싶다. 산속이라 공간이 넘쳐나는 건 알겠다만….
들어가기도 어렵고, 나오기도 어려운 구조… 라고 보면 될까.
‘도망치려는 사람이 생겼을 때, 발을 묶는 용도이려나. 그것도 아니면 침입자에 대한 대비?’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그리스 신화의 크노소스 미궁이 생각난다. 미궁. 미로. 아무리 생각해도 스튜디오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인걸.
일단 어디에 여자들이 갇혀 있을지 모르니, 우리는 문이 보이는 대로 전부 열어봤다.
“아무도 없네요.”
유라가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블루 사파이어가 걱정 돼?”
“예, 뭐… 귀여운 동생 같은 느낌이라서요. 마법소녀가 되기 전부터 알고 사이였고.”
“진짜?”
“그래서 더 걱정이 되는 건지도 몰라요. 그 애 성격도 알고 있으니…. 자신감은 넘치고 재능도 있지만 워낙 덜렁거리고, 거기다 쉽게 물들어버리고… 저번 갱도의 후에도 좀….”
걱정스럽다는 듯 뺨에 손을 대고 한숨을 내쉬는 유라.
확실히 블루 그 아이는 원체 덜렁거리는 것처럼 보이긴 했다. 나를 구하러 왔을 때도 되려 괴인한테 당해버렸었고 말이지.
자신감에 넘치는, 덜렁거리는 허당 마법소녀.
툭, 알파의 손이 내 어깨에 올라왔다.
“야, 그거 설마…”
“너도, 그 생각했어?”
나는 꼴깍, 침을 삼켰다.
““위치걸 피치팟…!””
덜렁이 마법소녀의 대명사. 어처구니없는 개그캐지만 가끔 이루 말할 수 없는 진지한 장면을 독식하는, 의 덜렁이 사이다 캐릭터.
알파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현실의 여자가,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어. 피치팟만은, 피치팟만은…! 완벽하게 창작의 산물이라고! 그런 완벽한 덜렁이 사이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단 말이다! 나는 현실에 쓸데 없는 환상따위 가지지 않아!”
“현실에도 있을지 모른다는 꿈과 희망을 가져야 의 팬덤이지! 네 녀석의 생각은 마법소녀물에 어울리지 않는 체념과 패배로 똘똘 뭉쳐있는 거라고!”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하는 우리를 유라가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 때였다.
벌컥-하고, 근처의 문이 일제히 열린 것은.
『마법소녀다!』
『도망쳐! 지시대로 지하로 피난해라!』
『여자들 데려가! 잡힐 것 같으면 인질로 던져줘라!』
갑작스런 소란스러움과 함께, 각 방에서 괴인들이 일제히 통로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 저희가 침입한 게 알려졌나 봐요!”
“바로 갈게.”
유라보다 먼저, 나는 강화된 각력으로 바닥을 박차고, 도망치는 괴인들을 향해 탄환처럼 날아들었다.
“어, 어?!”
“안뇽.”
최후미에 있던 괴인의 머리를 벽에 박아 넣었다. 콰직! 하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났다.
“빠, 빨라?! 도망쳐! 도망쳐라!”
“이, 인질이 있다! 나한테 손대면 이 여자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봐라! 자비를 베풀어 줘! 주세요! 제발! 솔직히 인질로 뭘 해야될지 모르겠으니까!”
음, 도망치는 녀석들은 쫓아가서 죽이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일단 인질을 붙잡고 농성하려는 녀석들부터, 조지기로 했다.
“사라졌…?!”
“자비를 베풀어서 살살 때려줄게.”
마력을 다리에 부어넣어 움직이니, 거의 축지 같은 느낌으로 내 몸은 단숨에 괴인의 앞까지 거리를 좁혔다.
퍼-억!
나름 살살 친 건데, 머리가 토마토처럼 터져나가는 광경을 보는 건 굉장히 그로테스크하다. 인질인 여자가 인사불성이 되어서 제대로 보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유라와 알파까지 가세해 도망치는 괴인들을 일소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아직 많이 남았다.
아아, 뭔가 이상한 기분이 싹튼다.
열심히 도망치는 저 무력한 괴인들을 보고 있자니, 뭐라고 할까, 말로 할 수 없는 전능감…? 같은 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맞아. 몰이사냥의 미학이라고 할까, 약해빠진 녀석들을 유린하는 건 기분이 좋다.
“흐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거미새끼 같구나!”
“으아아악! 미친년이다! 미친 마법소녀다!”
“조심해! 붙잡히면 자비없이 죽어버린다!”
“흐아아아아악! 발목을 잡혔어! 살려줘어어어어~~~!”
“연막! 연막을 써라!”
“흥…! 내가 막겠다. 나는 힘에 자신 있는 황소 괴인――포하학?!”
“한방도 못 버텼어?! 황소 녀석 배때기에 구멍이 나버렸다고!!!”
말 그대로 아비규환. 혼란의 도가니탕.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괴인들의 피와 체액을 뒤집어쓰며 악귀처럼 웃었다.
평소와도 다른 고양감은, 아마도 저번 괴인 루판 때의 울분 때문일 것이다.
그 새끼한테 일방적으로 당하고, 변변한 복수조차 하지 못한 채 보내버렸다. 그 때의 그 분노로 나는 최근 매일 밤을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곱씹고 있었으니, 그 분노가 이 순간에 이르러 터져버린 것이다.
“어, 언니….”
“ 극장판에 나왔던 흑화된 루비 같은 표정인걸….”
옆에서 조력하던 유라나 알파도 나중에 되어선 질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상관 없다!
그러나 그 순간이었다.
“이야아! 싸그리 잡아 죽여줄테니 기다――으헷?!”
쿠당탕!
한 놈의 어깨며 다리뼈를 뽑아버리고 온 몸을 잘근잘근 짓밟아 다진고기로 만들어 준 후, 다음 타깃을 덮치려 달려들려 했을 때…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아, 아야야야….”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크게 파였다. 크게 아프지는 않지만, 앓는 소리가 나와버린다.
“바보냐, 왜 갑자기 혼자 넘어지고 있어?”
“아, 아니… 뭔가 이상해서.”
방금 뭐지?
넘어지기 직전, 뭔가 묘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 어쨌든 도망치기 전에 쫓아야지!”
나는 다시 바닥을 박차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조금 전과 같은――뭐나 ‘꿈틀’하는 감각이 내 국부에서 느껴졌다.
“흐익…!?”
덕분에 달려나가려는 자세에서 우뚝 멈춘 채, 엉거주춤하게 서게 되었다.
어, 어라…?
“? 진짜 뭐하냐 너?”
“…………뭐지…?”
나는 조심스레 스커트 아래로 손을 뻗어 국부를 만져봤다. 이상은 없다. 평소대로 착 달라붙은 뿐, 매끈한 감촉이다. 그런데 조금 전의 꿈틀하는 느낌은 어디서 난 건지 모르겠다.
나는 의아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기울였다.
“도망쳐버렸네요. 쫓아가도 됐겠지만….”
유라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괴인들이 인질이며 미끼로 던져놓고 간 여자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이대로 방치해 놓고 갈 수는 없으니….
“쿠키가 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할까?”
내 제안에, 유라도 알파도 고개를 끄덕였다.
* * *
기이잉-하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케이네들이 모르는 장소에서, 벽이 올라가거나, 바닥이 움직이거나 하며 건물의 구조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꾸물꾸물 바뀌어 간다. 전부 컨트롤실에서 직접 조작한 결과이다.
의 연기지도실… 통칭 조련실은 그들의 야망을 위한 중요한 거점이다. 거기다 흉악한 마법소녀의 침입을 상정한 요새이기도 했다.
원래부터 마법소녀에게서 마력을 뽑아내는 편이 평범한 여자들에게서 뽑아내는 것보다 훨씬 효율이 좋다.
그러나 의 간부의 생각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AV는 메크라크인들에다 지구인의 부호들까지도 그들의 고객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들은, 강한 여자를, 혹은 희소한 여자를 굴복하는 편을 더 좋아한다.
마법소녀는 그들의 요구를 충족하는 아주 좋은 배우였다. 거기다 이만큼이나 강하다. 이 강해보이는 영상 뒤에 그녀들을 굴복하는 영상을 덧붙이면… 하, 하하. 웃음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호사가들의 입맛에 맞출 영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무척이나 비싸게 팔 수 있겠지.
그러니 놓치지 않겠다.
[너희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다냥]이라면서 허공에서 날아온 종이 안에는 셋이나 되는 마법소녀도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근거도 있었다. 믿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놓치기에는 아깝다. 너무 아까운 소재였다.“후후… 전부 잡아다가 부끄럽고 부끄러운 보물 에로 동영상을 찍어주겠어! 이제 나는 억만장자다!”
컨트롤실, 의 구조를 조정해나가는 의 총감독역 괴인은 흉소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