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390
EP.390
#2-38 마법소녀 상품화 조교 – 단비(절망편)(1)
(치즈케이크 님 팬아트)
단비와 미리는 얼핏 보기에 낙서로 밖에 보이지 않는 탈출 계획서를 사이에 둔 채 진중하게 내려다봤다.
계획서가 낙서처럼 알아보기 어려운 건, 누군가에게 보이더라도 뭘 하려는 건지 들키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일단 작전에 대해서 다시 한번 확인하자.”
탈출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시간, 도구, 그리고 탈출할 수 있는 루트. 이 세가지.
시간이라고 한다면 마침 내일은 오후 커리큘럼이 완전히 비어있다. 그건 미리도 단비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이 정도로 스케쥴이 겹치는 일은 거의 없었기에, 말하자면 그 때야 말로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커리큘럼대로 교육을 받고 나면 컨디션이 확 나빠질 때가 있으니까.”
“조금 휴식은 필요해.”
그렇기에 만전의 사태를 대비해, 저녁.
오후에는 도망칠 체력을 확실히 비축해 두는 것이다.
“…그러면… 저녁 식사 이후는 어떨 거 같아?”
단비가 가만히 의견을 묻자, 미리가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다른 여자들도 커리큘럼이 없으니까, 감시하는 인원이 더 늘어나겠죠, 마법소녀님. 그리고 전에 말했던 시설의 트랩들도 살아날테고.”
“하지만 더 늦은 시간이 되면 트랩은 남아있어도, 남는 인원은 불침번 정도 밖에 없겠지. 저 치들도 잠을 안 자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마법소녀님?”
빈틈없는 정론이다. 단비도 확인 차 물은 것일 뿐이므로, 딱히 반박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그 불침번도 없을지도 모른다. 로봇들이 알아서 잘들 해주고 있으며, 이곳의 여자들은 다들 철저하게 세뇌당해 반항은 꿈도 못 꾸고 있으니까.
굳이 밤잠을 설쳐가며 보초를 세울까? 세울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그러면 시간은 내일 밤, 이제 슬슬 다들 잠들고 난 후일 ■■시…가 좋겠지?”
“이견은 없어.”
“그럼 다음은 탈출 루트야.”
단비는 변기 커버 위에 올려놓은 종이 위를 쓰윽 손가락으로 훑었다.
대략적으로 그려놓은 이 요새의 시설, 그 겨냥도의 한쪽을 가리킨다.
저번에 단비가 살펴보았던,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곳이다.
“여기를 통해 올라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어. 애초에 지하라서 창문도 없을테고.”
“마법소녀님, 내가 말했던 엘리베이터는 역시 못 쓸까?”
“그 엘리베이터를 사용 할 키카드를 아직까지 구하지 못했잖아. 이 이상 기다릴 수도 없고.”
“제길… 너무 아쉬운걸. 이 내가 손수 계단 따위를 이용해 걸어올라가야 하다니.”
“그게 아쉬운 거였냐.”
아무튼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
지상에 도착하기까지 몇 층이나 될지 모르지만, 힘겹더라도 이 계단을 주파해 가는 것 말고는 현실적으로 달리 방법이 없다.
뭐, 문이 닫히고 나면 도망칠 곳 없는 엘리베이터보다는, 그래도 계단 쪽이 안전하겠지. 누가 오더라도 멀리서 소리를 듣고 도망칠 수도 있을테고.
그나마 문제가 있다면, 그 (단비네 기준으로)5층인데.
‘남자들의 숙소라….’
하필이면 계단은 거기서 끊기고 만다.
아래에 있던 기이한 『징벌층』의 구조와 비슷하다면, 그 5층에서도 그 이상 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복도 반대편에 있을 것이다.
즉, 쉽게 말하자면.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그 5층을 가로질러야 한다는 뜻이다. 반대편까지 도달하기 위해.
“누가 복도에서 어슬렁거리기라도 하면 끝장이란 말이네, 마법소녀님.”
“……..”
이 부분에 단비는 눈썹을 모으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천천히 미리를 향해 눈을 치떴다.
미리가 그 시선을 이상하다는 듯이 마주보았다.
“왜, 마법소녀님?”
“수컷 한 둘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아하?”
미리가 씨익 웃었다.
“그렇네. 하도 여기 잡혀있다보니 잊고 있었어.”
단비는 괴인들이 두려워하는 마법소녀이며, 미리는 귀족에 준한다 할 정도의 마력을 가진 강력한 여성이다.
‘명령에는 거역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면 명령을 듣기 전에 쓰러뜨리면 돼. 아니면 귀마개를 껴도 되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인해전술에는 못 당하겠지만, 적어도 어슬렁거리는 한둘 정도야 암습으로 쓰러뜨릴 수는 있으리라.
그러면 탈출 루트도 이렇게 정해졌다. 돌발 상황에는 무력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단비로서도 어렵고 복잡한 얘기보다는 그 쪽이 편하다.
두 사람은 그 후로도 온갖 상황을 상정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총명한 두 사람이 모이니, 빈틈없을 정도로 견실하게 계획이 짜여져 갔다.
그래도 나름 세세한 사항은 틈이 났을 때 이야기한 대로라지만,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이제 슬슬 이야기를 마칠 때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뒤적뒤적.
쓰윽―
미리는 그렇게 말하며, 가지고 온 주머니를 뒤적거려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투명한 병 안에, 이제는 익숙해진 탁한 백탁액이 들어차 찰랑이고 있었다.
. 그러나 평소에 보던 것보다 색도 진하고, 병의 크기도 세배는 컸다.
“어렵게 구한 거야. 맛도 효과도 더 진해. 이 정도 양이면 나노머신도 제대로 작동 못 하겠지. 그리고 내일은 커리큘럼도 없어.”
“……얼마나 억제가 되려나.”
“효과는 분명히 있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이렇게 계획을 짜고 있지. …그러면 지금 바로 마셔두자. 진한 거니까 몸에 배려면 시간이 필요할 테고.”
을 받아들고, 두 사람은 건배하듯 가볍게 병을 부딪치고 각자 입으로 가져갔다.
농후한 비린내가 코점막을 가득 휘저었지만, 이제는 슬슬 익숙해지기 시작해지는 것 같아 충분히 참고 깔끔하게 병을 비울 수 있었다.
‘역시 이 맛… 뭔지 알 것 같은데… 맛있으니 됐지만….’
항상 느끼는데, 이 약을 먹고 나면 몸이 좀 달아오르는 기분이다.
속되게 말해서 발정한다고 해야할까.
을 억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시기는 하지만….
“후우… 후우…♡”
아마도 그 반응은 단비만 그런 것은 아닌 듯, 눈 앞에 엉거주춤하게 쪼그려 앉아 있던 미리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알이 없는 안경을 쓴 얼굴은 요염하게 달아올라있고, 어딘지 촉촉한 눈길로 단비를 쳐다보았다.
“후우… 마법소녀님… 우리… 탈출은 내일 밤이지…?”
“…그런데?”
“음… 후우… 그러면… 마지막이니만큼… 어때? 좋은 거 하지 않을래?”
“뭐라는 거야….”
미리가 입고 있던 반바지의 단추를 슬쩍 끄르면서, 단비를 유혹하듯 쳐다봤다.
“아니, 이것도 다 작전을 위한 거니까… 그 왜, 중요한 순간에 발정이 나서 일을 그르치면 안 되잖아? 지금 우리끼리 많이 빼놓으면… 어때. 괜찮아지지 않겠어?”
“……..”
“그보다 마법소녀님도, 참느라 힘들어보이는 걸.”
미리의 손이 다가와 단비의 뺨을 쓰다듬자, 어깨가 흠칫 떨리고 말았다.
미리의 손은 뜨거웠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자신의 뺨도 뜨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약의 효과가… 너무 세서 그런가…?’
미리의 입술이 귓가에 다가왔다. 어느샌가 그 손이 멋대로 단비의 웃옷 셔츠를 억지로 벗겨내려 하고 있다.
“우리 그 백합실습 때처럼… 클리토리스 비비기라던가… 젖꼭지 맞추기라던가… 후후, 또 해보고 싶어지지 않아요…? 난 좋은데….”
“으….”
이래도 좋은 건지 망설이는 단비에게, 미리 쪽에서 건네듯 적극적으로 키스하며 혀를 얽어왔다.
꽃 같은 향기가 나는 암컷의 맛은 기분이 좋았다. 수컷의 것도 수컷대로 묘미가 있지만, 이곳에 와서 암컷들끼리 얽히는 것에도 충분히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가르침 받았다.
“움… 단비의 입술… 침도… 달콤한 걸… 우후후, 지구의 마법소녀님은… 달콤한 라즈베리 케이크 같은 느낌이야….”
“사람을 음식 같은 걸로… 우응…♡ 비유하지마….”
두 사람은 가슴을 드러낸 채 서로 달라붙었다.
사이즈가 다르지만, 그래도 여성스러운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유방이 서로에게 맞붙어 비벼지며, 모양이 말캉말캉 변해간다.
두 사람 다 종류가 다른 반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어느샌가 그 바지도 반쯤 벗겨져 허벅지 부근에 걸렸다.
드러난 사랑스러운 속옷을 향해, 서로의 사타구니에 무릎을 밀어넣으며 서로의 성기를 속옷 천 위로 꾸욱꾸욱 자극한다.
차츰차츰, 속옷 아래의 음순이 암컷 애액으로 조금씩 젖어드는 게 느껴졌다.
우음… 츄웁….
꾸우욱… 꾸욱…
미리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면, 단비는 마지못한 듯 받아들인다.
연애관에 있어 고지식한 단비다 보니, 지구에서는 동성끼리의 연애에 대해 거부감을 품던 그녀였지만, 적어도 지금은 여자들끼리 암컷 냄새를 풍기며 끈적하게 달라붙는 그 감미로움을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수컷에게 범해지는 기쁨에 비할 수는 없었지만.
‘아쉬워… 뭔가 아쉬워….’
‘이렇게 맛도 좋고… 달콤하고… 따뜻하게 얽어붙어서… 기분 좋은데….’
‘그래도 부족해….’
수컷들의 오물로 더럽혀진 소변기를 핥았을 때, 그렇게나 찌잉찌잉 울리던 자궁도 보지도 지금은 얌전하게 애액을 조금씩 흘릴 뿐이다.
젖꼭지가 서로 맞닿으며 빙글빙글 돌려지는 것도, 기분은 좋지만 수컷에게 당했을 때처럼 단단하게 서지는 못하고 있다.
‘아니… 안 돼… 이래서야 마음도 몸도… 꼭….’
‘변태가… 육변기 같은 마인드잖아… 이런 건….’
“하아… 하아… 마법소녀님… 단비…♡”
“으… 여자끼리… 이런 걸로 기뻐하면… 후우…♡ 으…♡”
얼마나 그렇게 끈적이며 얽어붙어 있었을까, 단비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조금 더 격하게 행위를 이어가려했다.
즉, 서로의 성기에 손가락을 넣거나, 혹은 몇 번이고 실습했던 대로 69의 자세로 서로의 성기를 핥아주거나….
그런 걸 하고 싶었다. 뭐가 되었든 좀 더 욕망을 충족시켜줬으면 했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
좀 더 격하게 가고 싶어….
“미안해, 마법소녀님.”
그렇게 열뜬 눈으로 미리를 바라보는데, 그토록 열중하던 키스를 멈추고 입술을 살짝 뗀 미리가, 기이하게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자, 그 표정을 보자.
어쩐지 뭔가 서늘한 것이 오싹하게 등골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
“……뭐?”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사과에 단비가 되물었다.
“있잖아 마법소녀님… 역시, 이런 걸로는 부족하지…?”
“우리… 여기서 도망치는 게… 정말 옳은 걸까…?”
그러나 미리는 단비의 가슴을 한 손으로 사랑스럽다는 듯이 주무르면서, 이상한 말을 했다.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얘는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띡, 띡, 띡, 띡.
――띠리리리리리리~~~.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별안간 작지만 날카로운 기계음이 화장실 안에 울려퍼졌다.
“?!”
단비가 당황하며 기계음의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들고, 미리는 여전히 둥실둥실한 표정을 지은 채 단비에게서 한 발 떨어졌다.
“단비… 마법소녀님….”
“정말정말, 미안해…♡”
마법소녀로서 강화된 오감이, 저 방 너머 복도에서의 인기척을 희미하게나마 알아챘다.
‘오고있어…?! 이 방으로…? 갑자기…?’
방문이 열리는 기척. 그리고 이어서, 두 사람이 들어있던 화장실의 문도 거칠게 열렸다.
문 너머에서는 진중한 표정을 지은, 그러나 참지 못한 것처럼 입술 끝을 실룩이는 수컷 괴인들이 몇이나 서 있었다.
‘어째서…? 지금까지 밤에 찾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괴인 중에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얼굴에 흉터가 잔뜩 나있어 무거운 위압감이 느껴졌다.
“지금은 자습과 취침시간일 텐데, 이런 화장실에서 뭘 하고 있지? 불건전 연애냐?”
심문하는 듯한 괴인의 말에, 무섭다는 듯 연약하게 대답한 것은 미리였다.
“네, 죄송합니다… 저희 두 사람은… 이곳에서 내일 있을 탈출 계획을 짜고 있었습니다….”
“너, 너?!”
단비가 아차, 하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모든 게 늦어있었던 것이다.
미리는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에게 다급하게 달려들려던 단비는, 뒤이어 따라 들어온 근골 튼실한 괴인에게 붙잡혀 옴싹달싹 못하게 되어버렸다.
“저희는 이 화장실에서… 존경하는 수컷 조교님들의 눈을 피해, 내일 이 【공장】에서 빠져나갈 계획을 짜고 있었습니다.”
“여기, 이 종이 위의 겨냥도와 계획 리스트를 보세요. 어떻게 도망칠지, 어느 시간에 뛰쳐나갈지 전부 적혀 있습니다.”
“방해하는 수컷님들은 물리치겠다는 무서운 이야기까지 하고 말았어요.”
“그 외에는… 여기, 제 주머니에 조교님께서 몰래 넣어주셨던 녹음기로… 아아… 전부 녹음되고 있었네요… 맙소사… 저는 이제야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이거… 큰일이 나고… 말았네요…♡ 아아…♡”
단비가 괴인의 손에 붙잡힌 채 절망하는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보면서, 미리는 행복에 겨워 몸을 떨며 고백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마치 주인의 칭찬을 바라는 암캐와도 같은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