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0
EP.40
#11 마법소녀는 습격하러 왔습니다(5)
“위치를 알려주는 구슬?”
“그렇다냥.”
이어서 뒤따라온 쿠키에게, 묘한 빛의 구슬을 받았다. 그것도 잔뜩.
“구출할 여자들이 나올때마다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거 아니냥.”
“…….”
“왜 자꾸 나를 수상한 눈으로 보냥!”
“아, 아냐… 미안… 응, 고마워.”
친절해. 이 요정이 친절해서 수상해. 기분 나빠…!
억울하다는 듯 외치는 쿠키에게 사과하고,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조금 전 그건 진짜 뭐지?’
아까 전에 도망친 괴인들을 추격하려 했을 때 있었던 이상한 느낌은… 뭐, 착각이었으려나. 전혀 모르겠고.
* * *
조금 전 괴인들이 도망친 곳은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 전에, 혹시 몰라 근처에 보이던 문을 전부 열고 안을 확인해봤지만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일제히 도망쳤다…는 건 우리가 왔단걸 들킨 거겠지?’
적은 마법소녀의 침입에 반응해, 모든 병사들을 불러들였다…고 봐야할까.
“내려가자. 괜찮지?”
“네, 몇이나 있든 상관 없으니까요.”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유라 뿐만 아니라 알파도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어쨌든 두 사람의 뜻대로, 일단 지하로내려가기로 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는, 뭔가, 으스스했다.
통로만이 아니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자체가 어두워졌다. 벽도 바닥도 석재질감, 띄엄띄엄 타오르는 횃불이 좁은 통로를 비추는 조명이 되었다. 통로 안 쪽에서는 바람을 타고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하감옥?”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지하감옥, 혹은 던전이나 미궁… 어느 것이든 좋다. 아무튼 그런 느낌의 통로가 이어져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마법소녀…!”
그런 통로의 한자락, 이쪽을 노려보는 인영이 한 명.
겉모습은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 남자였지만,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는 것만이 유일한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노멀은 아닌 것이, 괴인 특유의 불쾌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람 같은 외견이지만, 괴인인건 분명했다.
“이곳 에 잘왔다! 나는 3간부의 일각인 피터다. 이 의 영상 편집장을 맡고 있지.”
“…적이냐!”
“워워, 진정하게 마법소녀들. 싸우러 온 게 아니니까.”
피터라고 이름을 밝힌 편집장 괴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저 이곳에는 환영인사를 하러 온 것뿐이야. 자네들의 갑작스런 습격에는 당황했지만, 이제부터는 제대로 대접해주려고 하네. 이 요새는 나름 마법소녀를 상대할 일을 상정해서 지은 거라고? 여기서 대기하는 인원도 그렇지. 최근에도 마법소녀를 한 명 잡기도 했어. 절대 우릴 얕잡아보지 말라고 해두고 싶군.”
괴인은 안대 위를 톡톡 두드리며 싱긋 웃었다.
“자, 그럼 건방진 자네들을 꺾고 마음껏 유린해 줄테니, 각오 단단히 해두라고? 그럼 나는 이만 가볼테니, 나머지는 현장 스태프들과――”
“어딜 가려고요?”
“어?”
유라의 몸이 신기루처럼 스르륵 사라지나 싶더니, 어느샌가 편집장 괴인의 옆에 다가가 있었다. 유라는 괴인의 어깨를 꼭 붙들었다.
“아, 아니, 잠깐만. 나는 그게, 그냥 말만 전하러 온 거고, 분위기를 좀 낼까 해서,”
“하이야아아아아앗!”
“크헉?!”
유라의 주먹이 가차없이 괴인의 복부에 꽂혔다. 괴인의 허리가 기억자로 푹 꺾인다.
“흐읍.”
“푸, 푸헤켁?!”
휘릭-! 털썩! 콱.
유라는 그대로 괴인의 멱살을 붙잡고 바닥에 넘어뜨려, 그 위에 마운트 포지션으로 걸터 앉았다.
터-엉! 손에 들고 있던 쇠몽둥이도 바닥에 내던져, 맨손이 된 양 주먹을 꽉 쥐었다.
“자, 잠깐… 잠깐만! 난 전투요원이…!”
“당신이 대장이죠? 요상한 술수를 쓰기 전에 박살을 내드리죠! 당신만 없으면 어차피 남은 적들은 우왕좌왕 오합지졸이 될테니!”
“크, 크아아아아아악!”
퍽, 퍽, 퍼억! 콰직!
무시무시한 타격음이 연이어 들려왔다. 유라는 가차 없이 괴인을 후드려팼다. 그렇지, 역시 선빵필승이다.
“그, 그만…. 크가…..!”
“이 정도로는 당신들에게 붙잡힌 여자들의 원한을 다 갚을 수가 없는걸요! 케이 언니! 도와주세요!”
“응! 유라, 그 놈 엉덩이 이쪽으로 대!”
유라의 쇠몽둥이를 이용하면 분명 단숨에 쳐죽일 수 있었겠지만, 오히려 그것이야 말로 이놈들에겐 좋은 게 아닐까. 그도 그럴게 여자들을 납치하고 울린 놈들에게, 한순간의 고통으로 끝내주는 건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고로, 나도 유라에게 편승하기로 했다. 조금 전 방 하나에서 주워온 장난감을 손에 들고, 유라에게 클러치를 당해 붙잡힌 괴인을 향해 다가갔다.
“이 극악무도한 괴인 자식! 네 녀석들 분명 붙잡은 여자들에게 이런 짓 저런 짓 다 했겠지?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가 할 일에 대해 불만은 가질 수 없을 거다!”
“자, 잠깐! 무슨 짓을 하려… 그만… 어째서 내 바지를 내리는… 아, 안 돼……!”
손에 든 건 최대 사이즈의 딜도.
나는 드러난 편집장 괴인의 지저분한 항문을 향해,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안!”
마력이 담긴 무지막지한 완력으로, 그대로 딜도를 푹 쑤셔넣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직, 아직이다!”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손놀림으로, 쑤컥쑤컥 딜도를 왕복시켰다. 괴인의 더러운 항문을 딜도가 왕복했다. 피가 배어나오는 게 보였지만, 아무렴.
네가 괴롭힌 여자들의 아픔을 알라!
반은 그냥 내 화풀이지만!
“잘하고 있어요 케이 언니!”
“아니, 아직 부족해 둘 다.”
“뭣?!”
중간에 알파가 끼어들었다. 알파는 우리들의 옆에서, 유라가 조금 전에 떨궈 놓은 쇠몽둥이를 손에 들었다.
“후우, 무겁군.”
“자, 잠깐… 네 놈들… 그걸로 뭘 할 생각이냐…!”
“네 놈의 쓸모없는 불알을 터뜨릴까….”
“?!”
알파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거기까진 하지 않을게. 어떤 아픔인지 아니까, 그것만은 용서해주지.”
편집장 괴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알파는 이어서 주욱 찢어지는, 악마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니까, 이걸로도 항문을 괴롭혀줄게♪.”
“!”
“자, 케이! 유라! 내가 이걸 잡고 있을 테니…!”
“알겠어요! 공중에서 수직으로 떨어뜨리면 되는 거죠?”
“맡겨만 줘!”
나는 괴인의 항문에 딜도를 깊숙이 꽂은 채, 등 뒤에서 팔을 둘러 꽉 붙잡았다.
“흡!”
그리고는 단숨에 천장에 닿을 높이까지 뛰어올라, 알파가 세워둔 쇠몽둥이의 위로 정확하게 떨어져내렸다.
“가라! 항문폭바아아아아알! 흐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의 기합성과 괴인의 울부짖음이 겹쳐진다.
그리고 이어서,
쾅! 하고.
괴인의 지저분한 엉덩이와 거기에 꽂힌 딜도가, 세워둔 쇠몽둥이에 정확하게 충돌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무시무시한 괴인의 비명.
나는 그것을 고급스런 음악의 선율과도 같이 즐기며, 만족스런 기분으로 들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어……?”
별안간 생겨난 부유감. 괴인을 꽉 붙들고 있던 팔이 허공을 갈랐다. 조금 전까지 품 안에 있던 괴인이, 신기루처럼 온데간데 사라져버렸다.
사라졌어?!
“어, 야.”
“아…….”
괴인이 사라지고 나자, 그 위에 살짝 얹혀있던 느낌의 나는, 괴인 대신 쇠몽둥이에 떨어져내리고….
“하이이이이이이이잇?!”
그대로 쇠몽둥이의 끝이 내 보지에 꽂혀버렸다.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충격과 찌릿찌릿한 쾌감이 동시에 온 몸에 내달렸다.
“괘, 괜찮냐…?”
바닥에 스르륵 떨어져내려, 음부를 붙잡은 채 움찔움찔 떠는 내게 알파가 당황하며 다가왔다.
“하하하하하! 멍청한 년들! 감히 이 몸을 얕보니 그렇게 되는 게다!”
“피터…!”
조금 전 신기루처럼 사라졌던 괴인은, 이번에도 통로 저편에서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뭐지… 무슨 스킬인가…? 아니면 메크라크의 신기술…?
“너희들이 상대한 건 가짜다! 그런 얄팍한 수법에 이 몸이 당할… 아야야… 항문에서 피가 나잖아… 쓰레기 같은 마법소녀 암퇘지들…! 네 년들에게는 반드시 복수해주마!!!!!”
그렇게 외치고는, 괴인은 어기적어기적 통로 저편으로 떠나가버렸다. 유라는 쫓아가서 잡을까 하다가 단념하고 나를 토닥여주었다.
“이, 이제 좀 괜찮아졌어….”
“어휴. 놀랐네요.”
“멍청하긴. ……아니 뭐, 나도 좀 미안하긴 한데. 남자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네.”
알파의 말대로, 남자 그대로 였으면 정말 큰일이었을 거다. 소중한 그곳이 영영 못 쓰게 될 정도로 짓이겨질 뻔했다.
아무튼 상대는 우리를 붙잡을 생각으로 가득한 것 같았다. 안쪽에는 우리를 잡을 수 있을 만한 인원이며 함정을 준비했다고 보면 되겠지.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다른 두 사람에게도 의견을 확인했지만, 괴인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며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솔직히 조금 전 적의 수괴급으로 보이던 녀석이 손쉽게 당하는 것을 보고 맥이 빠지기도 했다. 그런 간부가 셋인가… 손쉬운 공략이 되겠네.
대충 이런 식으로, 나는 결론을 지어버린 것이다. 상대방을 얕잡아봤다. 그리고 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 너무 몰랐다.
그리고 이건 치명적인 실수가 되지만… 어쨌든 이 상황에 있어선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럼, 계속 가자.”
의견을 통일하고, 우리는 더욱 더 통로 안 쪽으로 향했다.
지나쳐나가는 방이며 쇠창살이 걸린 감옥 같아 보이는 공간에도 아무도 없었다. 다만 얼마 전까지 사람이 있었던 듯한 흔적은 엿보였다. 우리가 올 것을 대비해 전부 도망치거나, 안쪽으로 이송한 거려나….
덜컹-! 기이잉-!
“어?!”
등 뒤에서, 우리가 지나쳐 온 통로가 천장에서 떨어진 문에 가로막혔다.
“허어… 우릴 가두려고 이러는 거야?”
“부숴볼까요?”
유라가 쇠몽둥이로 내려온 문을 통통 두드렸다. 그리고는 허리를 비틀어 문을 향해 세게 휘둘렀다.
쿠-웅!
굉음과 함께 바닥이 살짝 진동하는 게 느껴졌지만, 내려온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단단하네요… 아니, 그냥 단단한 것만은 아닌 게… 이것도 메크라크의 기술인 걸까요.”
“그런가보네. 섣불리 손대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혹시나 부서지는 순간 터진다… 같은 기능이 있으면 위험하잖아.”
“그렇군요, 경솔했네요.”
유라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우리는 더 안쪽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통로를 따라 계속해서 나아갔다. 비어버린 방을 몇 개쯤 더 발견했을 무렵, 우리는 거대한 강당 같은, 뻥 뚫린 룸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어,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다, 마법소녀.”
“……..”
룸의 거의 절반을 빼곡하게 채울 정도로, 상당한 숫자의 괴인들이 몰려있었다. 아마 이곳에서 인해전술로 결판을 내기 위해 모든 병력을 끌어모은 모양이었다.
“하, 아까 꽁무니 빼고 도망치던 놈들까지 다 있네. 그렇게들 죽고 싶었어? 그냥 계속 도망치고 숨어있지 그랬어?”
“제, 제 아무리 너희들이 도깨비 같이 쎈 년들이라고 해도, 이만한 숫자가 모였으니 아무 것도 아니다 이 년들아! 우리를 무시하지 말라고!”
괴인들의 선두에 서있던 고릴라 머리의 괴인이 분개하며 외쳤다.
나는 괴인들을 흘겨보고, 어깨를 으쓱하며 툭 던졌다.
“허접들이…….”
“――! 얘들아, 공격해라!”
그 말에 발끈했는지, 고릴라 괴인이 팔을 앞으로 내밀며 전투개시를 알렸다.
처음에 달려든 것은 동물 같은 사지와 머리를 가진 괴인들이었다. 늑대며 토끼, 사자까지 있었다.
바람같이 나와 유라한테 달려드는 그것들을, 우리는 주먹과 몽둥이로 손쉽게 쳐냈다. 공중에서 매처럼 날아드는 괴인은 알파가 손에 든 총으로 저격해서 떨어뜨렸다.
이 정도라니, 코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고릴라 괴인은 그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물 흐르듯이 다음 지시로 넘어갔다.
“지금이다! 디버프계와 저주계 능력이 있는 놈들은 당장 쏴라!”
고릴라 괴인의 지시와 함께 적지 않은 괴인들의 손이 일제히 빛났다. 쏘아진 빛이며 안개 같은 것이 우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오, 오오?!’
라는 안내 음성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어, 언니?!” “크윽?!”
“지금이다! 저 여자들을 붙잡아라!”
당황하는 유라와 알파의 목소리, 그리고 괴인들을 계속 지휘하는 고릴라 괴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행인 점은 특성을 자극하는 건 없다는 것이다. 만약 미약 같은 것이 쏟아졌다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이대로 리타이어 됐을 것이다.
몸이 무겁고, 눈 앞이 침침해져 잘 보이지 않았다. 손가락 끝이 저리다.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머리가 어질거려서 그대로 휘청이다가 쓰러질 것 같았다.
“둘 다 나한테 붙어있어!”
그러나 나는 알파와 유라 두 사람에게 외친 후 침착하게 눈을 감고,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배에서 끌어 올린 숨과 마력을, 단숨에 터뜨렸다.
그런 안내 음성과 함께, 몸 안쪽에서 터져나오는 듯한 기분과 함께 시야를 가리던 어둠이 걷혀갔다. 몸도 자유롭게 움직였다.
“어……? 괜찮아 졌어요…?”
“내 새로운 스킬이야. 저번에 괴인한테 당하고 분해서 새로 구입했지롱.”
포인트를 써서 새로 구매한 스킬이다. 물론 무슨 스킬이 나올지는 랜덤이어서, 다행히 꽤나 쓸만한 게 나왔다면서 기뻐했었더랬지.
“크, 읏……?! 전혀 약해지지 않는다고…?!”
당황하는 괴인들의 표정을 즐기며, 우리는 괴인들을 계속해서 소탕해갔다.
퍼억-! 콰직! 부-웅! 탕! 탕!
연달아 울려퍼지는 폭력의 소리. 체액을 흩뿌리며 산사조각 나는 괴인들. 괴인들은 필사적으로 부딪쳐 왔지만, 마법소녀의 힘에는 견줄 수 없는 허접한 놈들 뿐이라 그 수는 착실하게 줄어나갔다.
“이, 럴 수가…….”
괴인들이 10분의 1 정도로 줄었을 무렵, 고릴라 괴인은 경악하며 뒷걸음질 쳤다.
“자, 항복해, 약해빠진 괴인들아. 항복하고 여자들을 풀어준다면 나머지 너희들은 그냥 한주먹에 보내줄게. 괜히 괴롭게 죽고 싶진 않지?”
“크윽…!”
고릴라 괴인은 분한 듯 뒷걸음질 쳤다.
적이 전의를 상실한 건 한눈에 봐도 명백했다. 이 이상 싸운다고 해도 의미도 없을 테니, 도망치거나 목숨을 구걸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차피 다시 살아난다고는 해도, 한번 죽었다 살아나면 스테이터스 같은 게 대폭 떨어진다고 들었다.
“자. 빨리 결정――”
여전히 떨어진 거리에서 주춤거리는 괴인들에게 경고하듯 외치려던 때였다.
부웅-하는 소리와 함께,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 들어… 나는 반사적으로 옆으로 뛰었다.
콰-앙!
조금 전까지 내가 서있던 자리가, 바닥이 산산조각으로 부숴졌다.
“…….유라?”
유라의 쇠몽둥이가, 나를 향해 휘둘러졌던 것이다.
“……”
유라의 상태가 이상했다. 갑자기 나를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나 싶더니, 별안간 혼이 빠져나간 인형처럼 무기질 적인 얼굴을 보인 것이다. 눈에는 빛이 사라져 있었다.
아, 이런 눈을 알고 있다.
“ 4기 6화….”
“적에게 조종당하는 아군의 얼굴….”
나와 알파의 목소리가 타이밍 좋게 겹쳐졌다. 그렇다. 이 얼굴, 적에게 조종당하던 아군 위치걸의 상태랑… 비슷하다!
“훗, 훗, 훗. 수고하셨습니다, 괴인 제군들. 부활 후에 저 마법소녀들을 1순위로 능욕하는 걸 허락하지요.”
“어이구야~, 인원들을 전부 긁어모은 건데 이만큼이나 당하다니… 마법소녀는 역시 무시무시하구마~안.”
“촤, 촬영감독님! 그리고 카메라감독님까지!”
“와아아아아아아아! 간부님들이 왔어!! 마법소녀 따윈 끝이야!!!”
룸의 끝에서 새로이 나타난 건 두 사람. 한쪽은 교활한 생김새의, 내시 같은 수염을 한 한복차림의 남성이었고, 다른 한 명은 카메라를 손에 든 얼굴도 뭣도 없는 그저 새카말 뿐인 인형(人形)이었다. 두 사람 다 괴인이라는 것은 느낌만으로 알 수 있었다.
“간부놈들… 으윽?! 유라! 정신차려 봐! 갑자기 왜 이래?!”
유라의 무지막지한 몽둥이 스윙에, 나와 알파는 혼비백산하며 뒷걸음질 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해 준 것은 새로이 나타난 수염 괴인이었다.
“편집장의 최면 능력입니다요.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마법소녀는 저항이 강해서 먹히기까지 시간이 걸린 모양입니다만… 홋, 홋, 홋. 잘 먹혀든 모양이군요.”
“최면……?!”
역시나! 어렴풋이 짐작은 했어!
어쩌지? 에서도 최면을 건 적 본체를 치지 않고는 최면을 풀 수가 없었다. 최면에 걸렸던 아군은 장장 4화에 걸쳐 계속해서 적의 성노리개며 장난감이 되어서 유린될 수 밖에 없었고… 어쨌든 본체를 쳐야한다는 건데.
‘그렇다면 유라한테 신경 쓸 때가 아니야.’
나는 유라에게서 시선을 돌려, 간부들을 노리기로 했다. 이대로 유라를 상대하다가는 끝이 없다. 혹여나 다치게 하면 전력을 잃게 되는 건 고사하고, 제대로 된 힘조절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지금은 유라를 무시하고….
‘저 녀석들을 날려버리고, 편집장을 찾아내야해…!’
그 알량한 자식, 시시껄렁한 이유로 우리 앞에 나타나나 싶더니 이딴 술수를 벌여? 죽여버리겠다. 이번에는 절대로 놓치지 않고 항문을 아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며, 유라의 공격을 피하며 간부들을 향해 가속하기 위해 타이밍을 잡으려던 때였다.
꿈틀, 하고.
옷 안 쪽에서, 뭔가가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