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18
EP.418
#2-38.5 레지스탕스의 요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1)
(다시 본편)
(#2-38 마법소녀 상품화 조교 – 단비(절망편)(11)에서 이어집니다)
【물의 도시】.
별 자체의 에너지 고갈로 인해 이곳저곳이 실시간으로 황폐해지고 있는 행성 【메크라크】에서 특히나 호화로운 도시 중의 하나로, 물의 귀족인 아데 덕분에 도시 전체에 물의 축복이 가득하다.
그렇게 풍족한 땅이며, 몇 안 되는 여성 귀족이 통치하는 곳이니만큼 메크라크의 많은 여성들이 찾아왔다.
심지어 지구 침략을 앞두고 긴박한 상황 속에 있던 여성 도시들이 잇따라 함락되자, 이제는 거의 최후의 보루, 마지막 요새 같은 곳이 되었다.
모여든 여자들은 스스로 【레지스탕스】라는 이름을 내걸고 수컷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풍족한 물이라는 자원을 이용한 협박.
주변에 있던 작은 도시구역들은 물을 제공해주는 조건으로 목줄을 채워 넣거나, 심기를 거스르는 수컷 집단은 마찬가지로 물을 미끼 삼아 모조리 처단, 포로로 붙잡아 끌고 오기도 했다.
끌려온 수컷들은 『목장』이라 이름 붙여진 곳에 감금되어, 그들은 ‘암컷의 아래에 있을 뿐인 가축들’이라는 사실부터 깊이 새겨진다.
수컷이라는 성(性)을 희롱당할 뿐만 아니라 같은 영장류로서의 존엄성마저도 잃어버리고, 그저 여성들의 앞에서 재롱을 떨 뿐인 가축이나 노리개로 전락해버렸다.
물론, 대체로 자업자득이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는 처지다.
살기 위해서라곤 하나 여자들을 범해 마력을 착취한다는, 그 행위 또한 그릇된 것임에 틀림이 없었으니까.
그러니 여자들에게 붙잡혀 존엄성을 잃든 가축 취급을 당하든 동정할 여지는 없다.
…오히려 살만한 마력도 어찌어찌 챙겨주겠다, 오히려 여성들에게 짓밟히고 험하게 다뤄지며 기뻐한다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는 수컷들도 많으니, 누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정의는 없다.
수는 점차 적어지지만, 자체적으로 별로부터 마력을 공급받는 여자들.
그냥 두면 죽어버릴 몸을 데이터로 이루어진 소체로 맞바꿔 간신히 연명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여자들로부터 마력을 착취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수컷들.
여자들은 가진 것의 가치를 알고 있기에 더더욱 권리를 추구하며 수컷들을 압박하고.
남자들은 그들의 생존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윤리와 도덕을 포기하고 암컷들을 착취하기로 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별에 정의는 없다.
스스로가 정의라고 말할 뿐이며, 누가 옳은 것도, 누가 그른 것도 아니다.
지금 이 별의 전쟁에서는, 승리한 쪽이 정의가 될 뿐이다.
당장 목숨과 존엄성을 저울질해야 하는 이런 세상에 『모두가 행복해질 방법을 찾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생각이 짧거나 지나친 성인이거나 둘 중 하나 뿐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정도로 생각이 짧지도, 그만큼이나 성인이 되지도 못한다.
그리고 지금.
시간축으로 보자면 지구에서 온 마법소녀 단비가 막 붙잡혀 【공장】으로 이송당하고, 마법소녀 케이는 단애에게 뒤통수를 맞고 여관에서 봉변을 당하고 있을 그 무렵.
【물의 도시】에서는 두 편의 정의가 한창 서로 맞부딪치고 있었다.
* * *
투쾅! 콰앙!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익―!
퐁……….
“X발… 거 사람 맥빠지게 하네, 진짜…!”
강화 슈트를 입은 이형의 괴인이 모래먼지를 한 몸으로 받으며 투덜댔다.
다름이 아니라 조금 전 큰맘 먹고 발사한 특제 폭탄 스무발이, 도시를 지키는 거대한 『막』에 닿자 힘을 잃고 떨어져내렸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불발이다.
도시를 함락시키겠다고 큰맘 먹고 가져왔던 무기들 대부분이 저 막에 가로막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쓸데 없이 폭탄이나 날렸네. 안 그래도 자원 부족한데.”
“그렇다고 안 쏠 수는 없잖아. 조금이라도 아끼는 것 같아 보이면 곧바로 정면에서 공격해 올 것 같고.”
“쯧… 차라리 그러는 게 낫겠다.”
옆에 있던 동료 괴인과 함께 투덜대면서 침을 탁 뱉었다. 튼튼한 괴인의 몸이라지만, 기관지에 자꾸만 흙먼지가 달라붙는 기분은 참기가 어렵다.
눈앞에는 거대한 『물의 막』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보인다.
반구체라의 얇아보이는 물은 살아있는 것처럼 이따금 파문을 일으키면서도, 굳건하게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저게 바로 【귀족】의 힘… 도시 하나를 감싼 채로 일주일을 버티다니, 실화냐고.’
저 앞에 먹잇감이 있는데, 고작해야 저 얇은 막 하나에 가로막혀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도 저 막에 가로막혀 안으로 발을 들일 수 조차 없다.
칫, 하고 혀를 차고 만다.
이쪽은 마력이 부족해 매일 같이 빌빌대는 실정인데, 상대는 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저렇게 마력을 펑펑 쓰고도 고갈되지 않는다.
‘여자로 태어났을 뿐인데…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니.’
질투가 올라올 것 같다. 물론 이 괴인으로서의 튼튼한 소체에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금기에 가까운 방식으로 손에 넣은 몸에는 어쩔 수 없는 하자가 있었다.
인간의 몸으로도 어차피 살 수 없었겠지만, 이 소체 또한 마력이 없으면 몸을 유지할 수 없다.
고갈된 시점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린다.
다행히 모든 것은 데이터화 되어서 【뱅크】에 저장되어 있으므로, 누군가 마력을 보충해주면 다시 새로운 소체로 살아날 수 있지만, 과연 자신의 부활이 언제쯤 찾아올지 알 방도가 없다.
이건 죽지 않는 편리한 몸이 아니다.
죽을 때는 죽는다.
죽긴 죽으면서, 게임처럼 코인을 넣으면 다시 살릴 수 있을 뿐인…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는다면 아무도 모를, 그런 비참한 몸뚱아리다.
‘저 풍족한 암컷들이 이런 고민을 알 리가 없지.’
그래도 그도 수컷인지라.
딱히 원망의 마음보다는, 여자를 떠올리고 보니 그 살랑거리는 암컷 몸뚱아리나 향긋할 것 같은 향기를 떠올리고 만다.
여자를 마지막으로 맛 본게 언제였더라.
얼마전 서큐버스들의 행성을 침략해 맛봤던 게 마지막이었다.
마력을 보충하겠다고 서큐버스들을 범했더니, 반대로 마력을 쪽쪽 빨려 먼지가 되어 죽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여한은 없어….’
여자의 배 위에서 죽다니, 행복한 죽음이었다. 후회는 없다.
그래도 역시 다시 죽을 수는 없으니, ■차 서큐버스 행성 침략대에 낄까말까 고민하다 어찌어찌 이 【물의 도시】 침략대에 지원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고.
가능하면 살랑살랑 향긋한 여자 한 명만이라도 따먹고 싶었다.
“쯧… 근데 뭐야. 위협만 하고 있으면 된다니 무슨 지시가 그래? 어떻게 함락을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네.”
괴인은 모래바람을 막아줄 천을 입가에 뒤집어 쓰며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
레지스탕스들의 거점인 【물의 도시】. 그 도시를 둘러싼 황야에 차가운 강철색의 기지가 잔뜩 늘어서 있다.
메크라크의 초과학을 이용해 트럭 두 대 분으로 수납을 가능케 한 거대한 이동요새였다.
평평하고 충분한 공간만 있다면 1시간도 걸리지 않아 뚝딱 설치할 수 있는 이 요새는, 일주일 전 【물의 도시】의 옆에 세워졌다.
이러한 요새는 하나뿐만이 아니라, 도시를 감싸고 세 방향에 각각 지어졌다.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레지스탕스들의 거점을 이번에야말로 함락시키겠다는 듯,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은 몽땅 투입한 듯한 모양새였다.
“……저 정도 병력으로 여길 어떻게 할 수는 없을 텐데.”
그리고 그 무시무시한 병력에 둘러싸인 도시의 최중심부.
레지스탕스의 최중요 핵심 기지이자 본인의 거주지인 커다란 저택 안에서, 은발을 양갈래로 묶은 앳된 인상의 처녀――아데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었다.
앞에 띄워놓은 동그란 물의 막에는 도시를 둘러싼 요새와 괴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앞에서 보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가 심어놓은 물의 막을 통한 시야 공유 정도는 가능하다.
“갑자기 우르르르 몰려 오길래 쫄았는데, 역시 아무 것도 아니었나….”
아데는 포장지를 벗긴 사탕을 입에 넣고 아득아득 깨물었다.
달콤한 것은 언제든 좋다. 행복한 기분이 든다.
‘저번 쿠알 놈의 본거지인 【흙의 도시】에 갔을 때야 고전했지만, 홈그라운드인 여기서 저 정도의 병력에 밀릴 리가 없지.’
안 그래도 물의 기운이 없다시피 하던 도시였으니만큼, 당시에는 상성 면에서도 나빴다.
하지만 지금에와서는 완벽.
방비는 전부 되어있으며, 물의 기운이 충만한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아데의 뜻대로 움직여주었다.
이 거대한 물의 막을 유지하면서도 오히려 소모되는 마력보다 채워지는 마력이 더 많은 정도이니만큼, 단순히 시간을 끌어본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져온 자재가 다 떨어지면 제풀에 나가떨어지거나, 아니면….’
적당히 소모되었다고 생각될 즈음, 직접 인원들을 몰고 가서 모조리 쓸어버려도 된다.
마침 저들도 간간히 무기를 헛되이 쏘면서 낭비하고 있다. 어떤 미사일을 가져온다고 해도, 아데가 펼쳐 놓은 막을 뚫을 수는 없을 테지만.
‘단순히 힘으로 뚫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이대로 소모해준다면 기다릴 뿐이야.’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하단 말이야….’
“…………..”
똑똑.
뭔지 모를 위화감을 느끼며 물의 막 너머의 정경을 지켜보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실례합니다 아데님, 메디아입니다.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들어오세요.”
아데가 홀로 있던 집무실의 문이 열리고 부관인 메디아가 안으로 들어왔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머리카락을 한쪽 귀 뒤로 넘긴, 얇은 테의 안경이 눈에 띄는 성실한 인상의 여성.
레지스탕스의 간부 중 일각을 맡고 있으며 아데의 충실한 오른팔인 여성으로, 이전 단비를 괴롭히던 여군 간부 탈리와 함께 레지스탕스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위치에 걸맞게도, 그녀의 남성혐오증 또한 대단하다.
“아데님, 오늘도 곱고 아름다우신 자태에 감동하고 말았습니다. 역시 당신이야말로 이 별의 왕에 어울리시는 분이시네요.”
“빈말은 그만해. 여왕님이 계시는데 내가 어떻게 왕이 되겠어.”
“수컷들에게 당하는 연약한 암컷 따위를 여왕이라 부를 수는 없지요.”
“…메디아, 말 조심해 줘.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그래도 아데님도 진지하게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이 미쳐버린 상황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데님 뿐이시니 말입니다.”
후우~…..
아데는 지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수도에 있는 【여왕】이 무슨 짓을 당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는 알 수가 없으나, 이렇게 대대적으로 수컷들이 공격해 온 것을 이 부관은 【여왕】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정확히는 【여왕】이 수컷에게 함락당했고.
그것을 기회로 수컷들이 마냥 날뛰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그런식의 소문이, 현재 레지스탕스 내부에 소문으로 흐르고 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여왕을 구할 생각을 해야지… 나를 새로 왕으로 추대해봐야 소용 없을텐데.’
여차저차한 이유로 지금까지 이 별의 수컷들은 감히 그녀들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
여자들에게 손을 대는 건 별과 종의 멸망과 직결되어있다… 대충 그런 정도의 이유로, 지금까지는 그녀들에게 가능한 많은 권리를 챙겨주려 했고, 존중해주었다.
자칫하면 오로지 여성들만의 사회가 될 뻔했던 것을 좋은 밸런스로 유지시켜주고 있었던 존재가 【여왕】이었으나, 오히려 작금의 사태를 계기로 메디아를 비롯한 대다수 과격파는 【여왕】의 자리조차 갈아치우고 싶은 모양이었다.
‘뭐… 일단 그건 제쳐놓고.’
“있잖아 메디아, 지금 상황 어떻게 생각해? 저 치들이 얼마나 더 이 상태를 유지할까?”
“이번에 새로 물자를 증원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한동안은 더 버티겠죠.”
“역시 그렇겠지.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기만 해봐야 소용 없다는 걸 모르나? 저 놈들이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
메디아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안경을 살짝 밀어올리며 그녀의 견해를 말했다.
“…어쩌면, 뭔가 다른 것을 노리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다른 것…?”
“네. 애초에 이곳을 함락시키는 게 본 목적이 아니라거나… 어쩌면 과시하려는 목적일지도 모르죠.”
지금까지 몇 개나 되는 여성들의 도시가 함락되었고, 최후의 보루인 【물의 도시】마저도 이렇게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그러한 느낌의 선전을 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보여주기 식이란 느낌일까.
메디아의 말도 일리가 있어서 아데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가슴 한켠으로는 여전히 뭔가 찜찜했다.
‘뭘까…. 그런 건 아닌 것도 같단 말이야…? 좀 더 뭔가… 가슴 술렁이게 하는 뭔가가 물밑에서 일어나는 것 같아….’
도대체 뭘까, 이 찜찜함은…?
아데는 그 정체를 알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