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24
EP.424
#2-38.5 레지스탕스의 요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7)
“본 적 있어?”
“음~ 어디서 봤더라~….”
뷔에의 중얼거림에 아데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뷔에는 그 뒤틀린 성벽 때문에, 유력자들의 리스트는 거의 줄줄이 꿰고 있었다.
그냥 수컷에게는 관심이 없지만, 상대가 어딘가의 높으신 분이거나 굴복시킬 가치가 있는 인간이라면 화려하게 괴롭혀 굴복시킨다.
그게 뷔에라는 여자다.
그러므로, 뷔에가 알아본다는 뜻은 상대는 상당히 높은 직위의 유력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뷔에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지 얼굴을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는 사이, 메디아가 확신은 서지 않는다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도… 수도에서 좌천되었던 장군 중의 한 명이었을 겁니다. 지구에 파견을 보내려했다가, 【여왕】의 조치로 금지당한….”
“호오.”
그런 인물들을 하나하나 기억 할 정도로 아데는 한가하지 않다.
하지만 그 대강의 설명만으로 어떤 인간인지 알 것 같긴하다.
“그 말은 『위험인자』라는 뜻이지?”
“예, 여왕의 통치에 반하는 인사들은 전부 좌천되거나, 심하면 감옥에 갇히기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제 기억에도 남는 것을 보면 성격에 문제가 좀 있을 뿐이지, 실력은 있는 수컷이겠지요.”
“네, 네~ 그렇지 않았다면 제 기억 메모리에서 말끔하게 소거해버렸을 테니까요~.”
“……생각보다 근거 있는 설명이 되네.”
아데는 가녀린 턱을 쓰다듬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어쨌든, 고작해야 첫 번째 날인데도 나름 쏠쏠한 성과를 얻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실제 힘을 행사하기까지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원거리로 뷔에의 분신에게 힘을 보내는 정도는 가능하다는 것이 요행이다.
분신 베로나를 통해서 요새 내부를 파악할 수도 있으며, 지금처럼 요새 안에 어떤 인물이 있는지, 그리고 대화를 유도해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폭로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아무튼 이 남자에 대해서도 조사해 봐줘. 여기, 이 물에 조금 전 영상의 기억을 기록해 둘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아데가 손가락을 흔들자, 아무 것도 없던 허공에서 물방울이 생겨나더니 그녀가 옆에 놓아둔 작은 호리병 안에 슈륵슈륵 빨려들어갔다.
이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호리병이 꽉 차고, 그 입구를 고급스러운 마개로 막았다.
호리병을 내밀자, 메디아가 공손히 받아들었다.
이 물에는 최고급 촬영기기보다도 훨씬 선명한 영상이 담겨 있다. 실험실에 가져가 대조용 기계와 독자적으로 확보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이 남자가 누구인지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좋아, 투입 첫날치고 성과는 나쁘지 않았네. 이대로 조금 느긋하게 작전을 속행하도록 하지. 둘 다 괜찮아?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겠지?”
“네, 문제 없습니다.”
“저~어기. 저는 집중하려면 아데님과 단 둘이 있어야 될 것 같은데요~? 메디아가 옆에 있으니까 몇 번 조작 실패할 뻔하기도 했고~.”
뷔에가 이의를 제기하자, 아데는 잠시 그녀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에 관해서는 이미 전달을 받은 상태다.
“상관없어. 그러면 뷔에는 내일부터 ■■경에 내 방으로 오도록 해. 어차피 뷔에가 없으면 저 분신을 조작할 수 없고… 그 시간이라면 저 분신 쪽도 간섭받지 않고 기지 내부를 돌아다닐 수 있겠지.”
“네에~.”
“…아데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왜 안 괜찮아? 그보다 특히 메디아, ■시 이후부터는 이 집무실에 오는 건 자제해 줘. 뷔에가 없더라도 틈틈이 저쪽 분신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요새의 전체적인 생활패턴을 좀 알아볼 생각이니까.”
“……알겠습니다.”
메디아는 영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좋아. 이것으로 내 개인시간도 확보했어. 다음 번엔 좀 더 느긋하게 봐야지.’
아데 또한 크나큰 흑심으로 지시한 내용이지만, 이 마음을 두 사람이 알 리는 없었다.
기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아데는 두 사람을 내보냈다.
* * *
“응~ 그러면 나도 가볼게~.”
“기다려.”
메디아와 함께 아데의 집무실에서 나온 뷔에 데몬벨은,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금방 본래의 일터로 떠나가려 했다.
그러나 뒤에서 붙드는 듯한 메디아의 말에, 심드렁하게 돌아보았다.
“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뭐가?”
“굳이 물어야 하나? 아데님과 단둘이 있어서, 뭘 하고 싶은 건지 묻고 싶은 건데?”
“으응~? 무슨 소릴까~? 마치 내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보다 이제 와서?”
뷔에는 그렇게 말해봐야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입술을 삐죽였다. 애초에 이미 이야기가 끝난 일인데, 왜 갑자기 그걸 걸고 넘어지는 걸까?
그리고 그런 뷔에에게, 메디아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냈다.
“굳이 아데님과 단둘이 있고 싶다고 했을 때… 단순히 동경이나 친밀해지고 싶다는 감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응~? 그런건데? 정확하게 봤어.”
“아니. 그렇지 않아.”
메디아가 고개를 저었다.
“조금 전 네 분신을 조작하면서, 중간중간 아데님의 표정을 살폈지? 그 시선은 절대로 호의 같은 게 담긴 시선이 아니었다만.”
“…….흐응.”
뷔에는 아무 말 없이, 웃는 것도 굳은 것도 아닌 뭔지 잘 모를 표정으로 메디아를 쳐다봤다.
이미 뷔에는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었다.
메디아가 이토록이나 충성을 다 바치는 대상이, 그녀가 아는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기만 하는 고결한 성녀 같은 것이 아님을.
‘그 표정을 보면 누구나 알지. 이 숫자 밖에 모를 것 같은 고지식한 여자라면 절대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미묘한 우월감이 느껴졌다.
두 사람 다 같은 동료지만, 동시에 이 【레지스탕스】 내에선 거의 비슷한 직위에 있는 라이벌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 자신만 알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안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만다.
‘흐응….’
“있잖아, 메디아.”
“뭐지?”
“아데님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분이 아니시라면 어쩔래?”
“……….뭐?”
“난 그냥 옆에서 보고 싶어서 그런 것 뿐인데. 좀 더 알고 싶은 거야. 귀족님도 어쩌면 평범한 구석은 있지 않을까?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까? 어떻게 생활할까? …어쩌면, 굉장한 변태일 수도 있지 않을까, 뭐 그런――”
피익! 타악!
주륵….
뷔에의 옆을 스쳐 지나간 무언가가 벽에 박혔다. 손 안에도 숨길 수 있을 듯한 작은 나이프였다.
눈 앞에는 메디아가 나이프를 던진 그대로 팔을 내밀고 있었다.
“…….이건, 무슨 뜻일까?”
“그 천박한 입으로 함부러 아데님에 대해서 논하지 마라, 창녀.”
“…너 정말 막 나가는 구나, 메디아?”
“너야말로. 방금 그 발언, 레지스탕스의 규율로 다스렸다면 숙청을 피하지 못했을 줄 알아.”
레지스탕스의 규율대로라면, 여성 【귀족】이자 그들의 리더인 아데에 대해 불경한 말을 내뱉는 것도 중징계의 대상이다.
모두의 신뢰가 깊은 메디아의 말로 선동한다면, 조금 전의 발언만으로도 확실히 숙청에 이를지도 모를 일이다.
그 사실을 뷔에도 인지하는 만큼, 혀를 차며 그저 매서운 눈으로 메디아를 노려보다 홱, 고개를 돌렸다.
“…갈 거야.”
“1층에 치료해 줄 인원이 있을 테니 흉지지 않게 치료 받고 가라.”
“…….고마워. 그렇게 할게. 여자의 얼굴에 상처를 내다니, 아무리 메디아라도 죽여버릴 뻔했거든. 그럼 진짜 간다.”
뷔에는 이를 뿌드득 갈면서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갔다.
‘…개 같은 년. 멍청한 광신도 같으니.’
이 【레지스탕스】의 멤버 대부분이 그렇다. 다들 【귀족】이란 이들에게 특별한 선망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나 그들의 리더인 아데에 대해서는 껌뻑 죽을 정도로 무거운 선망을 지고 있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 【레지스탕스】에 속한 뷔에로서는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운 감각이다.
아니, 오히려 아데에게 깊은 질투를 하고 있으니, 그들과 맨정신으로 대화를 시도하면 이렇게 불화가 생기는 것도 당연지사였다.
‘뭐, 그래도 상관 없지만.’
모두가 이토록이나 선망하고, 이토록이나 더럽히지 않으려 애쓰는 그 대상을, 지금부터 뷔에가 직접 더럽혀 줄 생각이니까.
――흥… 그때가 되어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볼만하겠어♪
상상한다. 상상해버리고 만다.
자신의 발치 아래에서 알몸으로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아데.
허벅지 사이로는 음탕한 즙을 흘리면서, 자신에게 눈물과 침을 흘리면서 천박하기까지 한 모습으로 애원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애원을 마지못해 들어주는 듯이 그녀에게 자신의 보지를 내밀고. 거기에 아데는 암캐처럼 달라붙어 뷔에의 보지를 쪽쪽 빨고 핥는다….
‘크…으….’
그렇지. 엉덩이도, 그 가운데의 국화꽃 같은 자신의 사랑스러운 항문 구멍도 빨게 시켜야겠지. 잔뜩 조교되고 조교당해, 이제는 남의 항문을 빨면서 절정해버리고 마는 아데의 얼굴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오줌을 뿌려주면. 그 귀하신 귀족님의 얼굴을 변기처럼 사용해준다면.
‘후, 후후후후…!’
아아, 상상만으로 즐겁다!
지금 받은 굴욕을 싸그리 잊어버릴 만큼 즐겁다!
영상으로 남겨서 메디아에게도, 아데를 존경하는 모두에게 그 모습을 돌려서 보여준다고 상상만해도… 오싹오싹 해져서 즐겁다.
랄라~♪
앞으로의 계획을 즐겁게 상상하며, 더불어 겸사겸사 언젠가 자신의 분신을 괴롭힌 그 금발 쓰레기 괴인 놈도 혼쭐을 내줘야겠다 생각하면서 뷔에는 차츰 가벼워지는 발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목장】.
아데의 약점을 잡고 굴복시키기 전에, 흥분을 조금 빼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이 참에 쌓인 분을 같은 귀족인 쿠알에게 풀어 줄 생각이다.
‘각오하렴, 이 꿀꿀 돼지 귀족 자식아. 오늘은 살살 안 해줄 테니까.’
조금 전 험악했던 얼굴이 온데간데 없이, 이미 즐거운 상상으로 뷔에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 * *
그리고, 뷔에가 떠나간 뒤에서.
메디아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근처의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좁은 독방에 숨어들어갔다.
아무도 근처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주머니에서 슬쩍 꺼낸 소형 무전기를 입에 댄 채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들리나, 들린다면 수신기의 호박을 두 번 두드리거나, 지정한 신음소리를 두 번 내도록.”
두드리는 소리는 나지 않았으나, 무전기 너머에서 신음소리가 희미하게 나마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채찍질 소리와 어떤 남자의 고함소리도.
무전기 너머의 상대는 두 손을 못 쓰는 상태인 모양인데다, 아마 절찬리 교육 중인 모양이다.
“잘하고 있다. 아데님과 뷔에가 지켜볼 때는 지금처럼 하면 돼. 두 사람의 컨트롤 아래 있다고 단단히 믿도록, 지금처럼 『어쩌다 붙잡히고 만 강직한 스파이』 역할을 잘 해내면 돼.”
무전기 너머에서 또 다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채찍 소리에 섞여 분간이 잘 가지 않았지만, 아마도 알고 있다고 성실히 답변하는 것 같았다.
웬만한 것들은 보내기 전에 충분히 주입시켜 놨으므로, 몇가지 사항만 빠르게 전달해 지시를 내리고, 메디아는 연락을 끊었다.
그리고는 무전기의 채널만 바꾸고, 다시 입을 열었다.
“하아…♡ 주인님… 말씀하신 대로 다 했습니다…♡”
[그래, 잘했다 암캐야. 나도 조금 전에 확인했어. 너는 건방지고 못된 암컷이다만, 이번만큼은 칭찬해주지.]“하앗… 감사합니다… 칭찬 받았어…♡
조금 전의 냉철하고 냉정한 모습에서는 상상도 못할, 잔뜩 풀어진 암컷의 얼굴로.
마치 칭찬에 기뻐하는 어린아이처럼, 메디아는 칠칠치 못한 얼굴로 행복하게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