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32
EP.432
#2-39 마법소녀 아카데미 잠입 계획(3)
혹성 【메크라크】는 지금 이 시간에도 시시각각 심각한 황폐화가 진행 중인 절망적인 별이다.
애초에 더 나은 발전, 더 편한 생활, 더 앞을 바라보는 연구를 위해 별의 에너지란 것을 억지로 끌어 쓴 결과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니, 따지고 보자면 모든 것은 자업자득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아포칼립스를 향해 나아가는 꿈도 희망도 없어 보이는 이런 별이라도 나름 제대로 된 학습 시설은 있다.
지구를 침략하러 왔던 쓰레기 괴인들도 아이들, 미성년자에게까지는 손을 대면 안 되는 기본적인 상식이 있는 것처럼, 이곳도 아이들은 지켜주고 배움을 받아야 할 존재인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런 교육 시설이 여기저기 다 있는 건 아니야. 아이가 한가롭게 시간을 들여 학습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겠지만, 그것도 여유가 있을 때나 가능한 거니까.”
【물의 도시】의 조사원 야야가 담담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가 타고 있는 것은 공중에 살짝 뜬 채 달려가는 기묘한 차량으로, 【메크라크】의 택시 같은 물건인 모양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약간 시간이 있어, 시간의 낭비를 최소화하고자 이렇게 상황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운전은 따로 사람이 없이 인공지능이 도맡아서 해주는 만큼 딱히 누군가의 귀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그래요…? 여러모로 사정이 있구나.”
“기본적으로 『교육도시』는 【귀족】이 다스리는 도시 안이나 근처에만 세워져. 도시 바깥의 외주구역은 어딜 가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태평하게 아이들이 학습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애초에 그런 곳에서 필요한 건 평화로운 부지 내에서 책을 읽으며 얻어내는 글자로 된 지식이 아닌, 목숨을 위협받는 치열한 현장에서 배우는 서바이벌 지식과 기술이겠지만.
“애초에 그런 것도 10일 이내로 모든 게 끝나는 학습장치를 이용하면 돼. 수컷들의 경우는 태어나고 약 ■일, 슬슬 몸에 저장된 마력이 다하고 의식 데이터를 소체로 옮길 즈음에 기계를 이용한 속성 학습을 시작하지.”
언어부터 시작해 필요최소한의 지식 같은 것들을 기계를 이용해 억지로 주입받는다.
그 뒤로는 한 명의 병사이자 별을 굴리는 톱니바퀴로 사용되거나 할 뿐.
‘기계로 학습을 할 수 있다니… 어렸을 때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은 했었는데.’
수고스럽게 공부하거나 일일이 시험을 치거나 하는 게 너무 싫었던 학창시절에는, 그냥 필요한 지식들을 억지로 쑤셔 박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째 부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설명을 하는 조사원님의 표정이 썩 좋지 않기도 했고. 그 정도 눈치는 있다.
그리고 공감한다는 듯, 옆에서 단애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뭐야… 그 나이에 그런 짓을 하면 인격이고 뭐고 하나도 없이 그냥 똑같이 찍어내는 것뿐이잖아. 너희들은 다 통조림이라도 돼? 왜 그렇게들 짐승처럼 교배 밖에 머리에 든 게 없는지 알 것 같네.”
“사람이 많아지면, 결국 가장 편한 방식을 추구해버리게 돼. 시시각각 망해가는 별을 끌어안고 그 이상의 타개책을 찾으라고 한들 가혹한 얘기야.”
“끄응….”
단애는 영 석연찮아 보였지만, 조사원님은 그래도, 라며 말을 이었다.
“소체로 옮겨탈 필요 없는 우리 여자들은 웬만해선 제대로 된 교육 시설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어. 그래도 나 같은 경우는 태평하게 학습 받을 시간은 없었으니, 열 하고 ■살 정도에는 전문 훈련 기관에 들어가 훈련을 받았지만.”
이 【메크라크】에서 유일하게 마력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여자들의 대우는 꽤 괜찮다고 들었는데, 그런 그들이라도 마냥 모든 게 풍족한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만, 어쨌든.
그런 여러 가지 불우한 이야기야 어떻게 되었든 이 【향락의 도시】 부속의 【교육도시】는 특히 중요한 모양이었다.
“여기는 풍족해. 위험한 일도 없지. 그래서 정말 귀하고 높으신 분들은 전부 이 도시로 오는 거야. 수컷들도 소체가 되는 게 아니라 마력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서 살아있는 육체를 유지시키고.”
그렇게 해서,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고등 교육을 받은 천연 엘리트 인재들이 육성되는 것이다.
그들은 이후 【메크라크】의 정치, 경제 등 별을 굴리는 중요한 요직에 앉는 높으신 분들이 된다. 혹은 천재성을 보이는 이들의 경우 그들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닥터』 같은 과학자도 만들어졌지. 혼자서 천 명분의 발명을 할 수 있는 무서운 인재야.”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 별을 유지시키고 종을 존속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귀족】과 【여왕】 또한 이들 중에서 선발 된다는 것이다.
“그 말은, 아데도….”
“아데 님이라고 불러라, 짜샤.”
“…아데 님도, 거기에 있었다는 거네요.”
“그래. 시설도 좋고 어마어마하게 비싸지. 지구 같은 덜떨어진 별에서는 본 적도 없었었을 멋진 시설의 모습에 경외해라.”
“자부심이 엄청나네.”
“자랑할 만하니까. …그래도 거기에 이번 일의 관계자가 있다고 생각하면 암울해지지만.”
――【향락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납치사건.
――더불어 여성들을 철저히 개조해 고기 노예 상품으로 만드는 【공장】.
단애가 독자적으로 조사한 내용을 이야기 해준 덕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윤곽은 잡힌 상태다.
그런데 그 흑막과 학교라니…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걸까.
“솔직히 그 교육도시는 맹점이었어. 왜 생각을 못하고 있었지….”
단애가 아쉬운 듯이 중얼거렸다. 스스로 생각해내지 못했던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마음에 안 드는 저 조사원님의 정보로 알게되었다는 게 뭇내 못 마땅한 모양이다.
‘그런데 학교와 흑막이라니.’
‘그 말은, 학생들한테도 손을 댄다는 건가? 아니면 학생들이니까 손을 대는 거려나?’
최악의 사태는, 학교가 학교 구실을 못하고 저항할 힘이 없는 어린아이들을 붙잡고 그딴 개 같은 짓거리를 하는 거라면.
그 때는 정말 앞 뒤 안가리고 전부 쳐죽여버릴 생각이다.
아무리 내가 날백수에 별 생각 없이 살아가는 놈이고 딱히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어린아이들은 지켜줘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
‘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일단 지금은 관광하는 기분으로 해볼까. 그렇게 대단한 학교라면.’
‘처음 쿠알이 다스리던 도시에 도착했을 때도 참 놀랐었지. 하늘을 떠다니는 고래 같은 비행선하며, 기하학적이게 우뚝 솟은 탑이라던가… 지금 이 거리도 충분히 보기 즐겁지만.’
솔직히 두근두근 기대가 되긴 한다.
【메크라크】의 기술력으로 지어진 학교, 거기다 최고등급이라고 하니.
분명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신선하고 충격적인 광경을 보게 되지 않을까?
‘거기선 어떤 걸 배우려나. 시설물도 최첨단이겠지.’
“응…? 그런데 그런 데에 어떻게 숨어들어요? 최첨단이라며.”
“숨어들어?”
“잠입한다면서요. 아무리 마법을 쓴다해도 그런 것도 간파할 만큼 최첨단 감시 기술 같은 게 있을 텐데.”
그리고 가장 큰 문제로 나는 은신술 같은 잠입 전용의 마법은 못 쓴다.
을 전력으로 해방시켜도 힘이 세지기만 할 뿐이니.
나는 쓸모없는 마법소녀야….
“흥. 무능한 너희들이랑 달라서 준비는 다 되어 있으니 안심해.”
“오… 어떤 준비가?”
“관계자 중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있거든. 약간 성가신 일을 떠맡게 되긴 하겠지만, 복잡한 것들은 전부 저쪽에서 처리해 줄 거야. 우리는 우리대로 흑막 찾는 데에 집중하면 돼.”
역시 이게 프로라는 걸까.
‘첫인상은 최악이었는데.’
‘외모도 어려보이고.’
그래도 역시 상대가 프로라고 생각하니까 그 오만한 태도도 용서가 되었다. 이쪽에서 물어보는 것도 귀찮아하지 않고 잘 대답해주고.
그냥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게 누군데? 정말 믿을만한 사람이긴 하고? 근거가 뭔데?”
단애가 옆에서 툭 던졌다.
단애는 여전히 언짢은지 반말을 하고 있지만, 조사원님은 상관없다는 듯 특별히 표정 변화는 없었다.
“보면 알아.”
“우리도 하도 여기저기서 데여 봤다고. 뭘 보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건지 납득이 가게 설명해.”
“………..”
“저기, 내 말 듣고 있어?”
“아, 미안. 잠깐 좀 떠올리느라.”
은발의 조사원 님은 약간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다시 조금 전처럼 빠릿한 눈빛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역시, 우리보다 연상이라는 게 여전히 믿기지가 않는 외모야.
“아데님이 소개해주신 상대거든. 교육자로서도 솔직히 훌륭한 사람이야. …수컷이라는 점은 좀 그렇지만, 그 정도 되는 사람은 수컷이라 해도 존중받을 사람이라고 생각해.”
칭찬 같은 건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평가가 후하다.
그만큼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건지, 단애도 생각하는 바가 있는 것처럼 입술을 매만졌다.
“……아데가… 흠….”
“아데 님이라니까.”
하긴, 아데의 소개라면 믿을 만 하겠지. 의심의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 * *
그렇게 여러모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우리가 타고 있던 인공지능 택시가 목적했던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가….
높은 담장. 기다란 담벼락.
기이한 형태의 창살로 이루어진 거대한 정문 너머로 광대한 부지가 엿보였다.
이 별에 와서 저렇게 녹음이 푸르게 진 곳은 거의 본 적이 없었는데.
쿠알의 저택 정원이나 물이 풍부한 【물의 도시】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황폐한 황야가 펼쳐져 있었으니까.
그건 그렇고.
‘저, 저 커다란 게….’
“저게 학교 건물이야?! …에요?!”
“오냐. 대단하지.”
은발의 조사원님이 별 감정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촌뜨기처럼 오오, 놀라며 감탄하고 말았지만, 옆에 있는 단애도 놀라긴 한 것처럼 턱을 쓰다듬으며 스리슬쩍 안쪽을 둘러보고 있다.
“여기도 저기도 비싸 보이는 게 잔뜩 있어… 이 정도면 건물 안에도….”
야야, 훔치면 안 된다.
“저 건물은 중등부 건물이야. 저기가 목적지니까 가장 가까운 이쪽 1번 정문에서 내렸지만, 좀만 더 안으로 들어가면 초등부랑 고등부, 대학부 건물도 있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시설이 잔뜩 있어. 이 자체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니까.”
“저게 중등부….”
대학부 쯤 되면 훨씬 크지 않을까?
아니, 큰 것은 둘째치고, 일단 외견부터가 웅장한 데다 앞에 보이는 호수라던가 그 너머로 보이는 빅벤 같은 시계탑까지 솔직히 멀리서 보는 데도 압도될 지경이다.
“어이, 빨리 따라와. 촌뜨기처럼 뭐 하는 거야. 잠입원이 수상하게 사람 이목을 끌면 어쩌자는 건데?”
“아, 네, 알았다고요….”
잔소리하기는. 꿍시렁꿍시렁….
우리가 서있는 정문 안쪽에는 경비원 같은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들어가는고 싶어 조사원님을 쳐다봤더니, 조사원님이 망설임 없이 철창으로 가로막힌 정문 앞으로 척척 나아갔다.
그렇게 기묘한 철창 앞에 서자.
삐삐삣!
[본 지역에 입장하시려면 허가된 ID카드를 제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등록된 교직원의 경우에는 지문인식 등의 생체 인증도 가능합니다.]“여기.”
[임시 출입증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육의 장, ■■■■ 교육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인증이 완료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비이이이잉― 하는 소리가 나더니, 정문을 가로막고 있던 철창이 녹아내리듯이 사라졌다.
“자, 들어가자. 늦으면 그 협력자분한테도 미안하니까.”
장엄한 분위기에 반쯤 압도된 채로, 나와 단애는 중등부 건물로 망설임 없이 향하는 조사원님의 뒤를 쫓았다.
* * *
교문을 지나, 중등부 건물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교장실로 안내받았다.
교장실까지 도착하는 데도 복도가 상당히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었지만 구경할 거리가 많아서 심심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간신히 커다랗고 위엄에 찬 문 앞에 도달하자, 조사원님이 가볍게 노크했다.
이게 교장실인 모양이다.
똑똑―
“실례합니다. 일전에 소개받은 야야입니다.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들어오세요~』
어딘지 맥이 빠지고, 사람 좋아 보이는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뭐, 특별하다기 보다는 평범한 목소리였다.
어쨌든 허가가 떨어졌으니 들어가면 된다. 조사원 야야님이 문을 여는 개폐 스위치를 향해 손을 뻗었다.
파앗!
“어……?”
그리고 내 손은.
어느 샌가 불쑥 튀어나가, 나도 모르게 그 가는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조사원 야야님께서 뭐 하냐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다.
“어, 아니….”
“뭐야, 갑자기?”
“그, 글쎄요…?”
“앙? 장난하냐?”
아아아아… 야야님이 짜증난다는 표정을 짓고 있어… 다 죽어가는 말미잘이라도 보는 듯한 눈이야….
‘그치만, 조금 느낌이….’
조금 전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그 목소리를 듣고 나자 문득 뒷목이 시큰거리듯 쑤셔왔다. 혹은 찌릿찌릿하다고 해야할까.
뭐랄까, 그거다.
감이 안 좋다.
왠지, 이 문을 열면 돌이킬 수 없게 될 것 같은. 저 너머의 인물을 만나서는 안 될 것 같은.
이 이상 앞으로 나아가면… 안 될 것 같은.
‘어… 뭘까. 어쩌면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