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38
EP.438
#2-39 마법소녀 아카데미 잠입 계획(9)
“우…와….”
제3 고등부도, 우리가 봤던 제1 중등부와 다를 바 없이 훌륭한 건물이었다.
앞에는 훌륭한 정원, 새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현관 계단, 이곳저곳에 늘어서 있는 정교한 조각들과, 이따금 보이는 홀로그램 및 오버 테크놀로지의 산물로 이루어진 눈을 즐겁게 하는 장식품들.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치 세상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던 요정향(妖精鄕)이 이렇지 않을까 싶은 굉장히 생소한 장소였다.
여기가 학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더라면, 백악관이나 어느 왕족의 저택으로 착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라~? 학생인가~?”
훌륭해보이는 현관 앞에서 이대로 어쩌면 좋을까 싶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마침 정원을 손보고 있던 누군가가 이쪽을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수수해보이는 인상의 남자. 귀에는 귀걸이를 하고 있지만 가늘게 뜬 눈도 평범한 입매도 여러모로 그저 수수함을 그대로 의인화시켜서 만든 듯한 남자였다.
다만 바위처럼 울퉁불퉁 거대한 두 손을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우리를 확인하자 슈르륵 평범한 사람의 손 크기로 줄어들었다.
“학생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처음 보는 선생님들이시네요~?”
“면접을, 보러 왔는데요.”
“아~. 그러고 보니 이야기 들었던 것도 같네요. 학생 한 명, 교사 두 명이 오늘 면접보러 올 거라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잠깐 룰대로 『인사』를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학생들이 볼 수도 있는 야외인데다 특별히 지정된 인간이나 직속 상사가 아니면 굳이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일단 얌전히 고개를 까닥이는 정도로 마쳤다.
‘역시 익숙해지는 건 필요하겠어.’
아직은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인사를 해야하는지도 모른다.
환경에 익숙해지지 않은 신입사원 같은 기분이 되어버렸다. 경험이 쌓이면 이렇게 쭈뼛거리는 일도 적어지겠지.
생각해보면 지구에서 열심히 취업준비를 하면서 살았는데, 나름 꿈을 이룬거려나.
“그러면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이쪽으로.”
남자는 가벼운 말투로 말하더니, 우리를 현관 너머로 데려갔다.
뭐랄까, 은근 가벼우면서도 평범하다고 할까.
여기가 【메크라크】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것 같은 평범함이었다.
* * *
“어떻게 생각해, 케이?”
“응? 뭐가?”
교장실의 앞.
우리는 조금 전 그 수수한 남자가 준비해 준 의자에 앉은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편입생이라는 입장인 야야 님도, 임시 교사로 오게 된 우리 두 사람도 교장이 직접 면접을 본다는 것 같다.
이 정도 규모의 학교라면 면접관을 따로 준비해두지 않을까 싶은데, 또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현장을 직접 보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사장님 같은 느낌인 걸까?
“안 그래도 이것저것 이야기 듣고 왔잖아. …분명, 단 둘이 있을 때 뭔가 야한 짓을 하려는 게 분명해.”
“…아무리 그래도, 설마.”
면접하러 온 교사를 상대로 성희롱을 하려 한다고?
여기가 무슨 AV의 세계도 아니고… 심지어 야야 님은 실제 나이가 어떻든 지금은 학생으로 위장한 상태다.
그런데도 손을 대면 정말 큰 일이다.
…큰일이다, 여러모로. 단순한 윤리 이전에 이 작품의 존속이 위험해지고 만다. 그건 안 돼~.
‘야야 님의 신상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 쪽은 철저하게 신경써 뒀으니 안심하라고 우드 교장도 말했고.’
그렇게 호언장담 했으니 믿어도 좋을 것이다.
“설마라는 게 어딨어. 너는 이 별에서 아직도 상식이란 게 먹힌다고 생각해?”
“끄응….”
그렇다면 만약, 정말 만에 하나지만.
저 교장이 실제로 그런 짓을 벌인다고 한다면――
“그 때는 변신해서 때려죽이면 되는 거 아냐?”
심플하다. 폭력 이즈 심플. 심플 이즈 베스트. 그러므로 폭력 이즈 베스트. 기적의 삼단논법이다.
그러나 단애는 나를 책망하듯이 혀를 찼다.
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눈은 좀 그렇지.
뒤집어진 콩벌레를 보는 듯한 눈이잖아… 상처받아… 유리 같은 섬세한 내 마음….
“케이, 지금 우리 상황을 알긴 해?”
“여자들을 납치한다는 쓰레기 흑막을 잡으려고 잠입한 상황이지.”
“그건 부차적인 거고. 솔직히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어.”
상관 없는 거였나.
“우리는 마법소녀라고. 지구의 마법소녀. 이해 가?”
지구의 마법소녀는 【메크라크】인들에게 있어서 무시무시한 천적이면서도 최상급의 먹잇감이다.
아무리 이곳이 바깥과 단절된 교육의 성지라고는 해도, 그런 외부인이 숨어들었다는 사실을 들키면 절대로 곱게는 못 끝나겠지.
“…..그건 알고 있어. 굳이 말 안해도.”
“알겠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단 참아. 참아야 된다? 적어도 흑막을 알아낼 때 까지는.”
“흑막을 알아내면?”
애초에 우리들의 목적은 흑막을 조사하는 일을 도와 아데의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장 【물의 도시】와 연락이 되지 않으니, 이제 어떨는지.
“일단 생각은 있어. 혹시 아데와 끝까지 연락이 되지 않더라도, 그 흑막 족쳐서 배후를 알아내면… 분명 수도에까지 닿을 거야.”
이제는 철저한 정보 통제로 안 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수도의 상황.
그리고 그 수도에는, 우리의 목표인 이 있다.
결국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아서, 일단 이곳에서의 잠입 임무를 잘 끝마쳐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
그러기 위해, 혹 무슨 짓을 당하더라도… 참아야 한다는 뜻이다.
“…벌써부터 싫어지는데.”
“어쩔 수 없어. 지구에 돌아가기 위해서니까 잘 참아보자, 케이!”
생각해보면 이딴 별에 날아온 것도 전부 이 썩을 년 탓이긴 한데.
내가 약간의 원망이 담긴 눈으로 단애를 쳐다보는 사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던 첫 면접이 끝나고 야야 님이 교장실 밖으로 나왔다.
* * *
‘이제 슬슬 내 차례가 올 것 같긴 한데.’
야야 님의 다음으로는 단애가 들어갔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상태다.
애초에 학생과 교사가 함께 면접을 본다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야야 님은 면접 어땠어요?”
“………………..”
“야야 님?”
“….아, 응? …뭐라고 했어?”
“괜찮으세요? 아까부터 멍하신데.”
나는 약간 불편한 기분으로 옆에 앉은 야야 님에게 물었다.
당장 중요한 면접을 눈 앞에 두고 있으니 긴장되는 한편, 아까 전에 면접을 마치고 나온 야야 님이 줄곧 이상한 태도를 보이는 게 신경 쓰였다.
막 교장실에서 나왔던 야야 님은 얼굴은 발그스레하고, 옷도 어딘가 잔뜩 흐트러져 있어서 여러모로 신경 쓰였던 것이다.
이상한 일을 당한 걸까?
이상한 일을 당한 거야?
학생으로 위장한 야야 님이? 이 작품 이대로 괜찮은 거야?
여러모로 걱정과 불안이 샘솟음 쳤지만,
“…무슨 생각하는지 눈에 보이는데, 이상한 짓은 안 당했으니 안심해.”
야야 님이 외려 짜증 난다는 눈빛으로 째릿 노려보았다.
“진짜로요? 아까부터 상태 이상했는데요.”
“진짜 정상적인 면접이었어. 조금 번거로운 절차가 있긴 했지만, 질문도 그렇고 전부 다 상식적인 것 뿐이었어. …저 교장, 생긴 건 좀 그런 놈이긴 한데 상당히 용의주도한 모양이야.”
――아니면 정말로 문제 없는 일반인이거나.
야야 님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확실히, 의심이 간다는 건 중등부의 우드 교장 본인의 주장일 뿐이고 상대가 정말 우리가 찾는 흑막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학생이라서 손 안 댄 걸지도 모르니까, 너는 정신 바짝 차려. …너 못난 거 잘 아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 실패해도 커버쳐 줄 테니까.”
야야 님의 새침하지만 나름 배려가 느껴지는 말투에 감동해버렸다.
첫 인상은 그냥 최악이었는데, 은근히 잔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이렇게 어리고 귀여워 보이는데 나름 연상으로써 챙겨주려는 모습도 돋보이고.
“야야 님.”
“왜.”
“츤데레시네요….”
“……? 그게 뭐야?”
야야 님이 무슨 뜻이냐고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사이, 드디어 단애가 교장실에서 나왔다.
얼굴도 잔뜩 들뜬 것처럼 붉어져 있고, 야야 님처럼 의복도 살짝 흐트러져 있고, 숨도 약간 거친 것 같았지만,
“아… 어… 괜찮았어. 상식적이고… 응, 그랬던 것 같아… 케이도 괜찮을 거야….”
조금 전 야야 님과 마찬가지로 그저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 * *
똑똑―
『들어오세요.』
단애가 나왔으니, 이제는 내가 들어갈 차례였다.
문 앞에서 가볍게 노크를 했더니 문 너머 안쪽에서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지 허약한 느낌인 우드 교장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실례하겠습니다….”
긴장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쓰면서, 나는 문을 열고 교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제3 고등부의 교장실.
신선한 인테리어와 센스가 돋보이는 교장실의 안쪽에서 앉아 기다리던 사람은 더부룩하게 살찐 돼지 같은 인상의 남자였다.
뭐라고 할까, 인간과 돼지를 합성해서 만든 듯한 외모도 그렇고, 이 정도 거리에서도 알 수 있을 만큼 번들번들하게 기름진 피부라던가 그냥 앉아있을 뿐인데 후우, 후우, 숨을 내뱉고 있다던가…
여러모로 보기 괴로운, 불쾌한 인상의 괴인이었다.
‘이미지로 본 것보다 심한데.’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실제로 보는 게 더 괴로운 타입이었다.
“후우… 나이가 먹으니 체력이 떨어져서 탈이군… 어디어디, 케이… 케이 선생님?”
“…네, 케이라고 합니다. 면접을 보러 왔는데요.”
“그렇군… 네, 이쪽으로 오세요. 나이가 어리다고 했으니, 말은 편하게 하겠습니다. 괜찮겠지?”
“예, 괜찮습니다.”
“그래, 그래요… 아, 잠시만. 거기 잠깐 멈춰 서보겠어?”
오라는 대로 손님용 소파를 향해 척척 걸어가려니, 돼지 교장이 갑자기 손을 내밀어 저지했다.
딱 교장실의 중앙에 위치한 곳이었다.
“옳지, 옳지. 그래, 그렇게 가만히. 그 상태로 잠시 이쪽을 봐볼래?”
약간 낌새가 이상했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으니 순순히 그 말을 따랐다.
교장의 손가락은 내가 선 카펫 위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내가 밟은 카펫 아래에는, 나를 중심으로 뭔가 표식이라도 한 것처럼 묘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아니, 문양이라고 해야할까.
글자…? 그림…? 이게… 뭐지…?
‘어라… 어쩐지… 머리가… 멍해….’
“그대로 계속 지켜 봐. 위에서 아래로,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머리에 새기고, 새기고, 새기고, 새겨넣어서….”
후욱, 후욱, 하는 불쾌한 숨소리가 중간중간 섞인 채,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가 자꾸만 귓구멍을 통해 뇌리에 직접 박혀들어왔다.
거부할 수가 없다. 눈은 계속해서 발치의 문양을 쫓아간다.
‘아아… 어지러워… 뭐지… 졸려….’
눈꺼풀이 무겁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몸이 멋대로 비틀거린다.
어느샌가 근처에 다가온 돼지 교장이, 내 몸을 지탱해 쓰러지지 않게 받쳐주고 있었다.
‘고마워라….’
어서 일어나야… 하는데… 정신을… 차려야….
……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