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47
EP.447
#2-40 마법소녀와 아카데미 잠입 생활(4)
‘………….?’
‘나… 그러고 보니….’
‘왜… 여기에 왔더라…?’
…………
……………….
……………………………………
벌떡!
“………..!”
포근하게 나를 감싸는 이불을 밀어젖히고 몸을 일으켰다.
자위에 한창 몰두하는 도중에 피곤해서 그대로 꾸물꾸물 침대에 기어들어와 잠들었던 모양이다.
“아….”
사치스러울만큼 포근하고 기분 좋은 이불에 폭신한 침대. 침대도 과학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과연 메크라크의 기술력이 결집된 침대는 누워있기만해도 연 단위의 피로가 싸그리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기분 좋았다.
이대로 그냥 생각도 계획도 전부 잊어버리고 그냥 잠만 자고 싶어질 지경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란 것을 떠올렸다.
“아… 끄아아아아아아….”
‘나, 무슨 짓을 한 거람…!’
머리를 싸매쥐고 몸을 웅크렸다. 머릿속이 아직 어질어질 뒤죽박죽 섞여서 제대로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대강은 알 것 같았다.
뭔가 이상했다.
뭔가가 이상하다.
적어도 보지인증이라던가, 인사를 할 때는 보지 검사를 하는 게 룰이라던가… 그딴 게 정상일 리가 없단 말이다!
‘뭐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으… 뭔가 당한 게 분명해… 뭐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떠올려보려고 해도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생각이 명확하게 굳어지질 않았다. 아무리 머릿속을 뒤적여 봐야 도저히 원인을 떠올릴 수가 없다.
그보다 명백히 위화감이 넘쳐나는 현실이, ‘이것은 상식이다~’라면서 자꾸만 머릿속을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다른 두 사람은….”
나 혼자서는 아무리 머리 싸매쥐고 고민해봐야 답이 나오질 않는다.
생각이 미친 것은 야야 님과 단애.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이 위화감을 깨달았을까? 만약 그 둘까지 완전히 넘어가버렸으면 어떻게 하지…?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별안간,
똑똑―
하고,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야야 님? 단애? 나가요! 잠시만!”
서둘러 이불을 걷어내고 현관으로 달려갔다. 그 철저하다는 보안이 보장된 문을 열자, 문 앞에 익숙한 얼굴의 두 사람이 서있었다.
“둘 다… 무사했구나….”
그 얼굴을 본 것만으로 크게 안심이 되고 말았다. 맙소사. 단애의 얼굴을 보고 안도하는 날이 오다니.
다만, 두 사람 다 심각한 표정이라 잠깐 들었던 안도감도 금방 가라앉았지만.
“다행이다. 깨어 있었나 보네.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어디에 누가 듣고 있을지 모르니까.”
심각한 낌새를 보이며 야야 님이 말했다.
그 옆에 선 단애도 어딘지 상당히 언짢아 보였다.
대강 지금의 상황을 눈치채서 그런 걸까.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말씀하신 대로 안에서 얘기하죠.”
일단 야야 님의 말대로 누군가 보고 있을지도 모르므로, 서둘러 안으로 들여보낸 뒤 문의 잠금장치를 이중삼중으로 걸어버렸다.
* * *
“내 실책이야.”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야야 님이 스스로를 책망하듯 내뱉었다.
“머리가 이상하지는 않아? 뭔가 혼란스럽다거나, 제대로 현실이 인식되긴 해? 둘 다 어때?”
“…나는 아까 말한 대로.”
“응? 둘이 무슨 얘길 했었는데요?”
“그건 됐어. …케이, 그래서 케이는 좀 어때?”
야야 님에 이어 단애까지, 어딘지 침울한 눈치로 물었다.
안 그래도 마침 두 사람에게 말하려던 참이었다.
어딘지 뭔가 이상하다고. 이 도시는 분명 근본부터 잘못된 게 분명하다고.
머릿속에서 여러모로 뒤섞인 상식이 아까부터 계속해서 위화감을 호소 하고 있었다. 이곳은 정상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래… 애초에 인사랍시고 보지를 활짝 보여준다거나, 선생을 뽑는 면접에서 속궁합 같은 것을 본다거나….’
‘이것도 저것도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해.’
“…그 표정을 보니 이쪽도 뭐가 이상한지 깨닫기 시작한 모양이네… 아까도 말했지만, 내 실책이야. 정말이지.”
야야 님이 다시금 침울하게 말했다.
“네? 왜 이게 야야 님의….”
“프로가 되어서, 아마추어인 너희들까지 끌어들이고는, 조심성 없이 적의 술수에 당하고 말았어. 이게 실책이 아니고 뭐야. …그러니까 원망하려면 나를 원망하란 뜻이야.”
“흥, 그렇게 잘난 듯이 말하더니 이 꼴이 다 뭐야? 그 잘나신 프로 라면서.”
“큭…!”
옆에서 단애가 거들 듯이 비난하자, 야야 님이 고운 얼굴을 찡그리면서 신음을 흘렸다.
여러모로 하고 싶은 말이야 많았지만, 그런 것 보다.
“그러면… 그러면! 두 사람도 뭔가 이상하다는 건 알았단 거지? 나만 막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니지? 조금 전까지 내가 이상한 인간인가 싶어서 심장이 덜컥덜컥 흔들렸다니까?”
“그러니까, 네가 생각한 대로가 맞을 걸? 아마 세뇌 같은 거겠지. …애초에 【공장】이 어떤 곳인지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납치한 여자들을 세뇌해 고분고분하게 만든다는 정보가 있었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어서 보류해뒀던 정보지만….”
세뇌라니….
‘하지만 언제?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상한 순간들은 몇 번이나 있었다.
예를 들면 중등부의 우드 교장과의 면담 시에 기억이 끊기거나 어느샌가 잠들어버렸던 적이 있지는 않은가?
고등부 교장과의 면접 시에 중간에 기억의 공백이 생긴 부분이 있지는 않은가?
당시에는 왜인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버렸던 일들이 지금에 와서는 엄청난 위화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과연, 그렇구나.
그 때 뭔가를 당한 거구나…!
“당분이 부족해서 그래.”
“네?”
“당분이 부족했어… 이런 실책을… 그렇게나 잘난척을 해놓고서 면목이 없어…!”
“케이, 케이도 이 여자를 실컷 괴롭혀 줘. 나는 아까 내 방에서 충분히 괴롭혀 드렸거든. 이 무능한 똥자루한테 휘둘려서 이게 무슨 꼴이람.”
“큭…!”
야야 님은 먼저 단애에게 들렀다는 모양이다. 두 사람은 함께 이 기숙사에 도착했으니 어느 방에 머무는지 서로 알고 있었다.
마침 단애도 세뇌가 반쯤 풀리던 시점이었기에 이야기는 빨랐고, 이어서 단애가 가진 모종의 수단을 이용해 나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애초에 바로 옆 방이었지만.
“뭔야. 모종의 수단이란게 뭔데? 나는 프라이버시도 없는 거야?”
“안 가르쳐주우우우우우우우우우~~~~~지★”
“…아, 그래.”
와.
때리고 싶다.
“그래도 안심해 케이. 케이가 어디에 있든 나라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으니까. 우후후, 괴인들에게 지하 깊은 곳에서 감금당해 범해지는 일이 있어도 반드시 찾아내 줄게♪ 기쁘지? 기쁘지? 우린 평생 함께 하는 운명 공동체야!”
“떨어져! 달라붙지 마!”
아무튼.
다행스럽게도, 상대의 세뇌가 미숙했었던 건지 우리들은 위화감을 눈치챌 수 있었다.
정말이지 천만다행이라고, 하늘의 인도라고 밖에는 볼 수 없었다.
이대로 아무것도 모르고 모든 것이 정상이라고, 상식이라고 생각하면서 모르는 사이 상대의 손에 서서히 개발되어 가다니.
‘이미 오늘 하루만 떠올려도 끔찍한데…’
그러다가 종국엔 고분고분한 암컷이 되어서 편리하게 보지를 내미는 암캐 노예가 되어버리는 걸까.
편리하게 보지를 내미는…
암컷, 노예…?
지끈―
“……..으…?”
‘머리가….’
왜일까. …어째선지 머리가 좀 아파왔다.
아프다기 보다는 어지럽다고 할까, 지끈거리는 것도 같고.
조금 전에 위화감을 떠올렸을 때부터, 자꾸만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아서….
“케이? 괜찮아?”
“얼굴이 안 좋은데… 괜찮나? 머리에 뭔가를 당하기라도 한 거야?”
“안 돼, 케이! 이 이상 바보가 되면 큰일 나잖아!”
“뭐? 이 이상 바보가 된다고? 그거 정말 큰일이야! 이 이상 바보가 되어버리면 눈 뜨고 못 볼 정도가 될 텐데…!”
“둘 다 좀 닥쳐… 닥쳐봐요. 야야 님까지 뭐하는 짓이에요. 그냥 잠깐 머리가 좀 지끈거려서… 그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얘기나 좀 마저 하죠.”
지끈거리는 머리는 두개골 아래를 벌레가 기어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오싹오싹하고 견디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나는 무시하려 애쓰며 화제를 이어나갔다.
어쨌든.
우리가 믿고 있던 상대. 그리고 우리가 의심하던 상대.
양쪽 다 위험한 놈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깨달았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대로 계속해서 상대의 뜻대로 놀아날 수는 없으니….
“협력자라고 생각했던 우드 교장도, 의심하고 있던 고등부의 교장도 위험해요. 거기다 언제인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세뇌에 걸리고 만다던가, 당했는데도 깨닫지 못한다던가… 지금 상황이 여러모로 위험한 거잖아요?”
그냥 여기서 도망치는 게 나을까?
아니면 반대로 우리에게 이상한 짓을 하려는 순간을 포착해 역습을 가할까?
이것도 저것도 위험한 것은 변함이 없다.
이미 우드 교장은 우리들의 소재에 대해서 전부 알고 있으니 도망친다고 해도 어디까지 도망쳐야 할지 알 수도 없고.
그렇다고 틈을 봐서 반대로 역습하려 해도 머리에 무슨 장난질을 쳐놨을지 모르니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다.
상황이 너무 안 좋다. 이미 적의 품 한가운데에 들어와 버린 지금은 어느 선택지를 골라도 리스크가 반드시 존재하는 상황이다.
적어도 중등부와 고등부, 적어도 둘 중에 하나만이라도 아군이었다면 이 정도로 대책이 없지는 않을 텐데.
‘역시 이런 상황은, 아무리 프로라고 해도 답이 없는 게 아닐까?’
그래도 혹시 몰라, 야야 님을 쳐다봤다.
그리고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조금 전까지 진중하게 자신을 책망하던 야야 님은, 반짝이는 은발 아래의 앳된 얼굴로 나를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 듣겠다는 듯한 표정이다.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까부터 머리 아프다더니, 정말 머리에 뭔가 수작이라도 부려놓은 건가…?”
“………네?”
내가 말을 너무 빨리했나?
“지금 우리 머리에 뭔가 장난이 쳐진 거… 세뇌에 대한 얘기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그 우드 교장이랑, 고등부 교장이 우리한테 수작을 부린 게 분명――”
“아니아니, 지금 케이 네가 좀 혼란스러운 거 같은데.”
지끈, 지끈, 하고.
머리가 아파온다. 머리가 아프다. 아파온다.
“우리한테 뭔가 수작을 부린 건… 고등부 교장 뿐이야. 우드 교장은 상관이 없어. 왜 협력자인 우드 교장까지 싸잡아서 악당으로 만드는 거야? 그 사람은 신뢰할만한 사람이라니까?”
“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우드 교장도 우리에게 이상한 짓을 시키지 않았던가.
룰이라면서, 규정이라면서 인사할 때마다 『보지 검사』 같은 변태 같은 성희롱을 자연스럽게 하지 않았던가.
지끈, 지끈――
‘머리가….’
머리에 전해져 오는 두통은 심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경이 쓰였다. 자꾸만 초조한 기분이 커지게 만들었다.
“아니… 두 사람 다 잠시만! 잠시만요! 단애? 단애 너는 어떤데? 우드 교장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응…?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어, 케이. 우리가 수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고등부 교장 뿐인데….”
“도대체… 아읏! …머리 아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둘 다… 아니, 아닌가… 아직 두 사람도 세뇌가….”
단애가 식은땀이 흐르는 내 머리를 손으로 감싸주며 걱정스러운 듯 쳐다봤다.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는데… 케이는 우드 교장이 의심스럽다는 거지?”
“그래! 아직 두 사람은 세뇌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거야… 잠깐만 내 이야기를 들어줘… 아으… 머리… 후우…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야야 님――”
계속해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가누며 어떻게든 두 사람을 설득하려고 입을 연 순간.
텁!
“움…?!”
‘………….?’
갑자기 무언가 촉촉하고 부드러운 것이 입가를 덮었다.
그게 뭔가로 젖은 손수건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라…? 미안해, 케이. 손이 미끄러져서 약품에 적신 손수건을 갖다 누르고 말았네~?”
“우드 교장 선생님을 의심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단애…?!’
내 입가에 손수건을 가져다 댄 단애를 밀쳐내려고, 그 팔을 떨쳐내려고 했으나, 별안간 무언가에 내 사지가 묵직하게 붙들리는 바람에 그럴 수 조차 없었다.
“가만히 있어.”
시선을 흘끗 돌려보니, 야야 님이 내게 착 달라붙어 꼼짝 못 하게 붙들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눈이…!’
두 사람의 두 눈에는 빛이 상당히 흐려져 있었다. 뭐라고 해야할지, 영혼 없는 인형처럼 보였다.
도저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알지도 못하고 그저 당황하는 사이, 단애는 내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도망치지 못하게 한 채 손수건을 더더욱 꾸욱 눌렀다.
“우, 우우우우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변변한 저항조차 허락받지 못하고, 의식이 또 다시 어둠 속으로 굴러 떨어져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