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60
EP.460
#2-41 위기, 위기, 위기, 위기, 위기! (3)
“음… 클라라는 도저히 연락이 안 되네?”
『에르~ 에르~!!』
슬렌더한 체형, 반짝이는 백발에 치렁거리는 코스튬을 입은 한 마법소녀가 아쉽다는 듯 반투명한 홀로그램 형식의 인터페이스를 닫았다.
마법소녀에게 어울리지는 않는 SF스러운 기능이지만, 스테이터스 확인부터 알고 지내는 마법소녀 간에 메신저 기능까지도 가능해 참으로 유용하다.
문제는 그 유용한 기능도, 상대방에게 답장이 없다면 쓸모가 없지만.
“클라라도 같이 있어주면 좋겠는데….”
『에르~ 에르으으으으으으으으으~! 이 망할 년아아아아~~~~!!!』
클라라는 본인의 전투력은 둘째 치더라도, 버프와 디버프와 관련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귀중한 인재다.
거기다 그런 특수한 마법에 더해, 이전 【단애의 성】에서 보여주었던 냉철한 사고능력과 판단력은 이번 작전에 분명 큰 도움이 되리라.
‘나도 블루 사파이어도 시야가 좁아서….’
두 사람 다 갓 성인이 된 어린 처녀들이다.
그 특출난 마력으로 무력면에서는 자신이 있지만, 막상 곤란한 일이 터지고 나면 머리가 새하얗게 되고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름 자신가인 에르지만, 적어도 【단애의 성】에서의 경험으로 그 정도 객관적인 판단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케이 언니도 언뜻 보기엔 별 생각 없어 보이지만, 앞서 나가는데 망설임이 없고.’
역경을 자주 겪은 탓인지, 근거 없는 자신감과는 뭔가 다른 굳건한 밑바닥 같은 것이 있었다.
가냘픈 여성의 몸이라지만, 그 등을 따라가면 어쨌든 뭐라도 될 것 같은… 그런 신뢰를 준다.
‘으~음. 그래도 이 이상 늦어지는 것도 좋지 않고. 역시 이대로 가볼 수 밖에 없나….’
“이쪽 좀 보라고!!!!!!”
퍼어억!
“커흑…?!”
갑작스레 날아들어온 드롭킥에 에르의 몸이 푹 꺾였다.
라피스라줄리를 엮은 듯한 치렁치렁한 푸른 머리카락.
슬렌더한 체형이지만 에르보다는 그래도 여성스런 굴곡이 보이는 푸른 의상의 마법소녀, 블루 사파이어가 원망스런 눈으로 지금 막 쓰러진 에르를 쳐다보고 있었다.
“진짜…! 몇 번을 불렀는데. 너 방송하는 걸 나한테 맡기고 가버리면 어쩌자는 건데?!”
“아, 아우… 허리가…! 자, 잠깐만 사운드 좀 채워주면 된다니까!”
“몰라. 몰라몰라몰라모른다구~~!!!! 그냥 툭 던져놓고 가버리면 어쩌자는 건데?! 난 뭘 해야할지도 몰라서 가만히 서 있는데, 갑자기 별풍선 같은 걸 쏴재끼지를 않나, 댓글창은 불타는 것처럼 폭주하고…!”
“가만히 서있기만 하면 된다니까.”
“그게 제일 힘들다고!”
블루 사파이어는 원망스럽다는 듯 에르를 퍽퍽 두드렸다.
뭔가 이상한 요구를 해오는 것도 곤란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갑자기 돈을 쏴재끼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했다.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거기다 한푼 두푼도 아니고, 상상을 초월한 금액이 빵빵 터지고 있으니, 돈을 쓴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도저히 잠깐 좀 에르를 찾으러 가겠다고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동물원의 동물들이 어떤 기분인지 어쩐지 알 것 같은 느낌…. 물론 그놈들은 이 정도로 섬세한 심정은 아니겠지만….
『아가씨들~ 좀 나와봐~!』
복도 저편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굉장히 들뜬 목소리다.
이어서 도착을 알리는 방송음이 나오긴 했지만, 그런 생각조차 깡그리 사라져 버릴 정도로 흥분을 주체 못한 거겠지.
…전부, 두 사람이 해낸 일 덕분이다.
“나오래는데? 이제 올라갈까?”
“아직 지금 얘기 안 끝났어.”
“히히, 준다면 받으면 되는 거지. 저쪽도 많은 걸 바라진 않을걸? 그냥 마법소녀가 신기해서 더 보고 싶은 것뿐이고.”
“끄응…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방송이라니.”
“다음 방송이 언제가 될지 모르잖아. 그리고 조금 전 그건 정말 방송감이었어.”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뭘 하러 온 건지 잊은 거야?”
“참을 수가 없었다고. 그리고 【메크라크】 놈들이 설마 우리 방송을 보겠어? 너무 빡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그건 그렇네.”
이래저래 얘기하며 복도를 나와 밖으로 나오자, 측면에서 불어오는 거친 바닷바람이 두 사람을 휘감았다.
바다.
흔들리는 배 주변은 어딜 봐도 시야 가득히 푸른 바다가 펼쳐져있다.
――두 사람이 지금 떠 있는 곳은 동해(東海) 분지 부근.
두 사람의 목적을 위해 지금 그녀들은 배를 타고 바다 위를 떠돌고 있었다.
* * *
“아가씨들! 무슨 얘기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일단 이거 방송부터 어떻게 해야겠는데?!”
“네~ 네~ 갈게요! 가요~!”
건장한 체구에 구릿빛 피부. 바닷사람이라고 하기에 어울리는 체구와는 달리 순박해보이는 인상의 아저씨가 지금 막 밖으로 나온 두 사람에게 외쳤다.
아저씨가 곤란하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에르가 준비한 방송용 기기와 노트북이, 그리고 그런 아저씨의 뒤에는 거대한 문어 같은 무언가가 축 늘어진 채 실려있다.
문어라기보다는, 촉수라고 해야할까.
괴수(怪獸)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 물체는, 배의 사정상 극히 일부 밖에는 실을 수 없었지만, 그것만 해도 저 정도다.
본체는 토막 나서 썰린 채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정말이지 징그럽다 못해 혐오스러운 외형이었다.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욱, 하고 올라올 정도로.
“간신히 쓰러뜨렸지… 위험했어.”
“그 대신 포인트는 잔뜩 벌었잖아. 블루 너도 만족스럽지?”
“으헤헤헤. 그건 좋지만.”
“…항상 생각하는데, 너 포인트 얘기만 나오면 이상한 얼굴이 되는 거 알아?”
“신경 꺼.”
익숙하지 않은 바다 위였다는 점, 그리고 도심에서는 만나보지 못한 상상 이상의 거구라는 점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었지만, 접전 끝에 간신히 쓰러뜨릴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저만한 괴물을 처치하기에 이르렀으니, 방송 채팅창에 불이 날만도 했다.
에르는 화면 앞에서 마지막으로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는 방송을 꺼버렸다.
거대 괴수보다도 더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던 방송이 꺼지자, 블루 사파이어는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제 겨우 본래의 목적에 집중할 수 있으려나.
“그래서, 일단 아저씨들이 부탁한 일은 끝냈는데… 그래서 여기가 어디쯤이래?”
“…잠시만.”
블루 사파이어가 허공에 그녀의 인터페이스 화면을 띄웠다.
그녀의 눈에만 보이는 홀로그램 화면을 조작하자, 평면 위에 점 같은 무언가가, 그리고 화살표와 숫자가 떠오르는 게 보였다.
“얼마 안 남은 거 같은데.”
“설마하니 배까지 타고 이동하게 될 줄은 몰랐어.”
“그러니까….”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블루 사파이어가 보는 것은, 언젠가 신세졌던 마법소녀 알파가 보내온 GPS 신호와 그 대략적인 지도였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마법소녀들이 사용하는 인터페이스의 기능으로, 언제부터인가 행방이 묘연해지고 만 알파를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GPS 신호가 지정한 곳이 바로 이 아무것도 없을 동해 바다 한복판이었다.
‘아까 그 괴물도 그렇고, 역시 여기인게 틀림 없어… 적의 본거지 같은 게 있는 거야.’
“아가씨들, 출발하기 전에 말한대로 이제 더 이상은 못 가.”
인터페이스와 대조해보며 사방을 둘러싼 바다를 둘러보던 두 사람에게, 건장한 남자가 한 명 가까이 다가왔다.
무척이나 곤란하다는 얼굴이다.
“더이상 가면 기계가 전부 먹통이 되거든. 저번에는 수동으로 펌프를 돌려서 어떻게든 빠져나오긴 했는데….”
그러나 도중에 저 괴물이 튀어나와 습격해오는 바람에, 그때는 정말 죽을 뻔 했었다는 모양이다.
그런 경험을 해놓고서도 두 사람을 태우고 여기까지 올 생각을 하다니. 칭찬해 줄만한 담력이었다.
“여기까지면 충분해요. 감사합니다.”
“아니, 이걸 어떻게 해준 것만으로 충분히 고맙지. 진짜 이 놈 때문에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했었거든.”
“곤란한 사람을 도우면 높은 포인트를 받거든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블루 사파이어가 넘치는 의욕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방송은 거북하지만, 포인트 벌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여전히 탠션이 확 높아진다.
아무튼.
이제 이 이상 앞으로 가면 더 이상 전자기기는 사용할 수 없다고 보면 되리라. 그 외에도 【메크라크】의 기술력이라면 다종다양한 전자적인 조치가 취해져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아는 분야를 훌쩍 넘어간 이야기이므로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시 왔던 바다를 되돌아가기 위한 범선 위에서, 블루 사파이어와 에르는 각자의 마법으로 날아올랐다.
목적지까지는 멀지 않다.
실제로 날아오르고 보니, 육안으로도 목적지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
“저희는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알아서 돌아가면 되니까!”
“여기까지 태워주셔서 고마워요!”
목적지를 찾으려면 몇날 며칠은 걸리지 않을까 싶어 타고 왔던 배였지만, 생각보다 쉽게 도달할 수 있었다.
타고 왔던 배에서 멀어져, 두 사람은 마치 두 요정처럼 반짝이는 마력광(光)을 흩뿌리며 목적지를 향해 날아갔다.
『잘 가~ 아가씨들~! 고마웠어~!』
『힘내라! 파이팅!!』
뒤에선 햇볕에 피부가 잔뜩 그을린 선원들이 각자 팔을 흔들며 그런 두 사람을 배웅해주었다.
* * *
치직… 치지직….
“아아, 들리십니까? 들리나요?”
블루 사파이어와 에르, 두 마법소녀가 떠나간 배 안쪽.
그곳에 몇 명 정도의 선원이 싸구려 무전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기계가 싸구려인 탓인지 상태는 좋지 못했지만, 조금 뒤 간신히 전파를 붙잡았는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싸구려 기기에서 들려온다고는 생각하기도 어려운 매끄러운 음질의 목소리가 저편에서 들려왔다.
저쪽의 장비가 급이 다른게 좋기 때문이려나. 그보다, 전혀 다른 종류의 기술을 사용하는데도 이렇게 통신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지만.
“지시하신대로 마법소녀를 저쪽으로 보냈습니다.”
[――…―――….]“네, 네. 그렇습니다. 두 명. 파란색에 금색 코스튬… 네, 맞아요.”
선원들은 도저히 즐거움을 감출 수 없다는 듯이 음흉하게 웃으면서 보고를 마쳤다.
[――――…――]“그러면 나중에 저희들에게도 맛은 보여주시는 겁니다? …네, 끊겠습니다 사장님. 흐히히.”
천박하게 웃는 선원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흘려보낸 무전기가 뚝, 하는 소리와 함께 금방 조용해졌다.
* * *
“우와… 이게 뭐야…?”
공중을 날아 목적지에 도착한 두 사람은, 아래에 보이는 풍경에 벙찐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지도상으로는 아무 것도 없어야 할 위치, 동해 바다 한복판에 거대한 섬이 떠있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섬과는 다르다고 생각한 것이, 그 섬의 표면이 바위와 흙으로 되어있는 것이 아닌 대부분이 기계로 되어있다는 점일까.
높은 건물은 없었지만, 일반적인 섬의 풍경을 재현하려 애쓴 것처럼 이곳저곳에 굴곡이 보였다.
넓이도 상당히 넓어서, 위에서 봐도 간신히 그 끝이 보일락말락할 지경이다.
아무리 봐도 그 놈들의 본거지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면 내려갈까?”
“그래.”
블루 사파이어의 제안에 에르가 동의하고, 두 사람은 강철, 혹은 수수께끼의 광물로 이루어진 섬 위에 살포시 내려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