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66
EP.466
#2-41 위기, 위기, 위기, 위기, 위기! (9)
투학!
투학! 투학!
투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
『….! …….!!!!』
검이 떨어져 내린다. 새로운 검이 생겨난다. 또 다시 떨어져 내린다.
일제히 떨어져내리는 빛의 포화사격.
비처럼 쏘아지는 빛줄기 하나하나가 마치 폭탄처럼 변하여, 바닥을 터뜨리고 깎아내는 무시무시한 충격파를 일으키며 떨어져 내렸다.
그런 빛의 격류에 휩싸인 슬라임늪이 멀쩡할 리 없었다.
그냥 물이라면 증발하며 사라질 정도의 열기와 충격은 점도 높은 슬라임 늪을 망신창이로 만들며 그 면적을 착실하게 깎아나갔다.
어떻게든 버텨보겠다고, 슬라임늪은 스스로의 성질을 바꿔가며 견디려했지만 그 역시도 무용(無用).
점도를 바위와 같이 높여도 확실하게 부서지고 터져나갈 뿐이며.
부드러운 유체가 되어 검을 흘려보내려 해도 무시무시한 충격파에 물보라가 튀어오르며 증발해 소실되었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더이상 마법소녀를 잡아놓을 수단이 없다. 몸이 착실히 깎여나갈 때마다, 마법소녀를 붙들 힘도 사라져만 간다!
방법을 갈구한다.
방법을 촉구한다.
이 슬라임은 박사가 특별히 개량해 만든, 학습할 줄 아는 슬라임.
과거의 경험, 본능에서부터 전해지는 직감으로 어떻게든 어떻게든 어떻게든 어떻게든…!
“블루우우우우우우!”
쉬이――――이이이이익!!!
“윽…! 카흑…!”
검의 탄막이 약간 잦아든 순간, 빛으로 이루어진 날개를 펼친 에르가 제비처럼 재빠르게 날아들었다.
너덜너덜한 슬라임늪의 수면이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가기 전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구속에서 푸른색의 마법소녀를 끌어안고 곧바로 수직으로 활공한다.
『――――!!!!!!!!』
슬라임은 분노했다.
이렇게나 자신의 몸뚱아리를 망신창이로 만든 것으로 모자라, 이 몸을 회복하는 데 사용할 먹이마저도 빼앗겨버리고 말았다!
슬슬 에르의 마력이 다하는 건지,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검의 탄막은 많이 잦아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상관없다.
몸체가 많이 증발되고 사라졌지만, 괜찮다.
――아직, 아직, 아직, 아직, 아직, 아직!
――놓치지 않는다! 놓치지 않아!!
꾸물…렁!!
쿠과아아아아아아아아!
분노한 슬라임늪이, 너덜너덜한몸을 최대한 그러모으고 그러모아, 한점에 집중하며 튀어올랐다.
천장으로 날아오르는 마법소녀를 붙잡기 위해, 그 발목을 붙잡고 추락시키기 위해 팔을 내뻗듯이 달려든다.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이다. 놓치지 않는다.
아무리 마법소녀가 재빠르게 날 수 있더라도 이곳은 폐쇄된 공간.
그렇다면 자신이 놓치는 일은 결코 있을 수가――
“【백장미 흐드러지게 핀 백악의 정원】.”
놓치는, 일은.
있을……. 수가……..
“【얼어붙은 대지. 영원의 빙하. 영겁의 감옥.】”
“【그대는 얼어붙을지어다.】
푸른색 마법소녀의 손에 부지불식 간에 들린 것은 언제 꺼냈는지 모를, 얼음으로 된 커다란 지팡이.
그 지팡이의 끝이 날아드는 슬라임 늪을 향하고 있었으며.
그 끝에 담긴 마력을 느끼며, 슬라임은 곧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닿으면 안 된다.
다가가선 안 된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날아드는 몸은, 더 이상 뒤로 물릴 수 없다.
그렇게 판단하고, 가지고 있는 모든 축적된 지식과 경험으로 가늠해보고.
그리고 포기한 슬라임의 끝이, 결국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마법소녀의 지팡이에 닿았다.
“――【뷔, 윈트룸 프로스테롬】”
동시에.
타이밍을 맞추듯, 마법소녀의 영창도 끝이 나고.
쩌…..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적!!!
그리고 이어진 것은 단 한 순간.
단 한순간에, 하늘을 날아오르는 마법소녀를 노리던 슬라임의 늪이, 마법소녀에게 닿았던 너덜너덜한 점액질의 유체가.
――단숨에, 얼어붙었다.
* * *
우…우우웅….
털썩, 털썩!
“하아… 하아… 하아….”
“허억… 허억… 후우….!”
슬라임에게 마력을 빼앗기고,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량의 마력을 사용하는 대마법마저 사용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어마어마한 피로와 탈력감이 밀려와, 블루 사파이어도 에르도 탈진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어두운 조명의 넓은 방의 한복판에는, 슬라임이 위로 손을 뻗듯이 솟아오른 모습 그대로 깨지지도 녹지도 않을 얼음으로 뒤덮여있었다.
거칠고 울퉁불퉁하게 얼어붙은 모습이, 어찌보면 하나의 커다란 장미처럼도 보이는 것 같았다.
“하아… 후으… 으… 괜찮아…? 블루…?”
“으… 후으… 후으….”
블루 사파이어도 에르도 숨이 거칠었다. 머리가 웅웅거려서 속이 전부 뒤집어질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유린당하던 뇌도, 갑자기 해방되고만 질도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
시간이 조금 필요한 거겠지.
“조, 조금만… 쉬고 싶어….”
콩….
블루 사파이어는 몸을 웅크려 말 듯이 엎드린 채 바닥에 머리를 비볐다.
슬라임에게 강간당한 머리가, 그리고 여전히 이물감이 느껴지는 난소의 생소한 감각이 온 정신을 헤집어 놓는 것만 같다….
‘…자궁에 조금… 남은 것 같아… 찌꺼기 같은게….’
남아있는 슬라임이 아직도 자아를 가지고 자궁 안에서 멋대로 펄떡일 것 같아서 곤란하다.
괜찮은 걸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미약으로 되어있는 슬라임이라면 아마 몸에 흡수도 될 것 같고… 마법소녀의 기능으로 이따금씩 이물질이 단번에 씻겨내려가기도 하니까… 괜찮겠지….
“블루, 블루.”
“왜애애애… 에르… 나 힘들어어….”
“멍청아, 일어나. 우리가 뭔짓 한 줄 알아?”
“으으으으~~~~~!”
블루 사파이어가 신음했다. 확실히, 에르의 말이 맞다.
――‘이 시설에는 마력을 감지하는 장비가 있어서….’
클라라가 남겨 준 기록. 기록에서는 분명히 마력을 감지하는 장비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에르는 유용한 스킬들 마저도 전부 로 해둔 채 오지 않았던가.
“빨리 움직여야해.”
“그렇지… 에르는 괜찮아?”
“머리는 빙글빙글 돌고 몸은 축축 늘어지고 마력은 쭉쭉 빨려서 텅텅 비어있는 느낌이야. 자꾸만 팔다리가 흐느적흐느적 해파리처럼 휘청거릴 것만 같고.”
그러니까, 즉.
“베스트 컨디션임. 진짜 최고야.”
“키키키키킥…!”
슬라임의 충격이 컸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지쳐서 그런 걸까. 이해하기도 어려운 시덥잖은 농담이 나오고, 시답잖은 웃음이 저도 모르게 새어나오고 만다.
하아….
““움직이자.””
두 사람은 호흡을 맞추며, 비틀거리며 일어서 방의 출구로 나갔다.
음침하고 축축한 방 안에는 얼어붙어 거대한 빙상 조각이 되어버린 슬라임만이 뒤에 남았다.
* * *
비틀, 비틀…
또각… 또각….
“와……..”
두 마법소녀는 서로 부축하며, 비틀거리면서도 방에서 나왔다.
안쪽은 기이한 느낌의 푸른 안개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고, 그 외에는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황량한 강철 벽과 복도로 이어져있었다.
참 센스가 없다.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쓸데없는 것들을 전부 치워버린, 일만 아는 결벽증 남자의 인테리어 같은 느낌이다.
…라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나아가자 여기저기 보이는 빛의 선이라던가, 가끔 보이는 따스한 광채를 발하는 뭐가 뭔지 모를 광석 같은 것이라던가.
통로 저편에서 보이는 위아래로 뻥 뚫린 거대한 원형 나선계단 같은 공간이라던가.
미로처럼 복잡하게 얼기고 설킨 파이프들이라던가.
순수하게 지구에서 살아왔고 지구의 문명에 익숙해져있던 두 사람에게는 별 세계 같은 상식을 뛰어넘는 광경에, 몇 번이고 감탄한다.
조금 더 나아가니 쿠르르르릉…! 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해서 조심스럽게 소리를 따라 나아가니, 아름다운 물줄기가 위의 통로에서 아래의 웅덩이 같은 공간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폭포야.”
“와아……..”
아래로 보이는 웅덩이 주위에는 여러 색을 발하는 광석들이 늘어서 있어서, 굉장히 신비로운 느낌을 안겨주었다.
어떻게 바다 위에 떠 있는 인공섬에 이런 경관을 만들 수 있었던 걸까?
아니면 이것도 어떠한 용도가 있어서 만든 걸까?
“…근데 또 슬라임은 아니겠지?”
“괜찮은 거 같은데? 그냥 한 번 켜볼까?”
“아니, 그것보다… 이 물, 조금 이상한데.”
블루가 의아하게 폭포를 노려보더니, 근처에 있던 나선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보아하니 승강기 같은 장치도 있는 것 같았지만, 어떻게 조작하는지도 알 수 없는데다 어쩐지 무서워져서 차마 쓸 수가 없었다.
중간에 걷기도 귀찮아져서 그냥 날아서 내려왔지만.
이제는 스킬을 하고 있는 의미도 없었다.
‘어차피 다 들켰을 거.’
두 사람이 아래쪽 통로, 웅덩이 근처에 내려섰다.
물줄기는 사실 폭포라고 하기보다는 계곡에 어울리는 정도의 작은 규모다.
하지만 어쩐지 반짝거리는 물은 무척이나 맑고 아름다워보여서 규모나 크기에 상관 없이 시선을 빼앗았다.
블루 사파이어는 웅덩이의 앞에 무릎을 꿇고, 두손으로 그 맑은 물을 살짝 퍼올렸다.
그리고 입에 담았다.
…..역시!
“에르… 이거, 마력이 담겨있어….”
“어, 그런 거야?”
“응. 이런 식으로 마력을 보존하고 있는 걸까…? 물도 맛있고 달콤한걸.”
“음… 꿀꺽… 후우… 진짜네. 마력이 회복 되는 게 느껴져… 마시는 것만은 못하지만 손만 담그고 있어도 회복되겠는데.”
RPG 게임으로 치면 같은 느낌.
주변에 박혀있는 광물들. 이것들도 자세히 보니 마력을 저장하는 마석들이었다.
마력이 거의 떨어진데다 지칠대로 지친 지금 상황에, 이것들은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저기, 에르. 생각하는 게 있긴한데 말해도 괜찮을까?”
“말해 봐.”
“마력은 【메크라크】 놈들의 최중요 요소지?”
“그렇지.”
“그리고 여기에는 마력이 정제된 물웅덩이가 있고.”
“그렇지.”
“그 말은, 여기가 엄청 중요한 곳이라는 뜻이겠네?”
“……….그렇게 되겠네.”
때마침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내려오고 서야 알았는데, 이 공간은 통로가 굉장히 많았다. 마치 개미굴처럼 여기저기로 뻗어있는 통로가 전부 이곳으로 향하는 듯한 느낌으로.
뚜벅, 뚜벅, 뚜벅, 뚜벅.
사삭, 사삭, 사삭, 사삭.
쭈르르륵… 주륵….
『그르르르르르…!』
『츄르르륵… 츄륵…!』
그리고 그 통로 하나하나에서, 각각 다른 발소리, 때로는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것도 울려퍼졌다.
블루 사파이어는 그 사실을 인지하고, 이제는 어이가 없어 실소마저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저기저기 에르. 여기, 요새의 중심부 같은 걸까?”
“뭐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X된 것 같지? 그런 거지?”
어이없다는 에르가 답한 말에 동의하듯.
통로 이곳저곳에서 박사에게 개조당한 개조 괴인들이, 그리고 다종다양한 키메라들과 괴수들이 각 통로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면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법소녀들을 찾아온 또 다른 위험.
순수하게 마법소녀들을 시험해보는 겸 만들어진 작품들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박사가 골라내어 보낸 전력이, 지금 두 마법소녀들을 사방팔방으로 에워싸고 있었다.
“개망했네… 진짜… 클났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던 블루 사파이어가, 지금만큼은 울 듯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