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ical Girl Surrendered to Evil RAW novel - Chapter 467
EP.467
#2-41 위기, 위기, 위기, 위기, 위기! (10)
“박사님, 실례하겠습니다.”
“음?”
백의를 입은 괴인들 몇이 늙은 박사가 있던 개인 연구실 안으로 들어왔다.
관측실에서 상황을 모니터링하던 그들이 다음 오더를 구하려고 찾아온 것이다.
박사의 연구소이자 【메크라크】의 원정 거점 중 하나인 이곳에 침입해 온 두 명의 마법소녀.
지금까지 나름 몇 명 정도 되는 마법소녀를 포획해왔으니, 분명 이 두 사람도 그럴 거라 상정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뛰어난 분투에,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관측하고 있던 괴인들도 낭패를 느낀 것이다.
“바쁘신 데 죄송합니다. 침입해 온 마법소녀들 때문에 여쭤볼 게 있어서요.”
“말해보게.”
“네. 감사합니다. …지시하셨던 대로 오랜 시간을 들여서 배양 및 학습시켜 두었던 을 소정의 위치에 배치해두었고, 상당히 좋은 느낌으로 무력화시키는 것 같았습니다만….”
도마뱀 같은 머리, 다른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백의 차림의 괴인은 아쉬운 듯이 말 끝을 흐렸다.
“제대로 안 된 모양이지?”
“…그렇습니다. 설마하니 그 상황에 반격을 할 줄은.”
지금까지도 몇 명이나 되는 마법소녀들을 무력화 시켰으며.
이번에도 블루 사파이어와 에르, 두 사람을 거의 한계까지 몰아갔던 .
슬라임이라고 하는 것은 생물이라기보다는 사용방법이 무궁무진한 『도구』로, 미약이나 마비독을 그 성분에 섞거나 평범한 손으로는 닿지 않는 곳을 희롱하는 데에 용이하다.
다만 그 단조로운 기능성을 보완하고자 『학습』이라고 하는 기능을 추가해 만든 것이 바로 그 이었으며.
거의 박사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다곤 하지만, 옆에서 줄곧 관찰하며 거기까지 성장시켰던 이가 바로 지금 이 도마뱀 머리의 괴인이었다.
옆에서 그 성장을 지켜봐 왔던 만큼, 기대와 달리 이렇게 허망하게 끝장이 나버리고 만 상황에 적지 않은 아쉬움이 엿보였다.
그러나 박사는 자신의 작품이 무의미하게 소멸당했는데도 아쉬움은 없어보였다.
오히려 들뜬 것처럼 보인다.
“잠깐 다른 걸 신경 쓰느라 확인하지 못했구먼. 당시의 영상 자료는 남아 있겠지? 관찰 중 특이사항은 전부 기록했을 테고.”
“네. 확실하게 기록했습니다.”
“그러면 뭐가 문제인가. 성공했어도 기뻤겠지만, 실패했다니 더 기쁘지 않나.”
박사의 지론.
과학자는 완벽을 추구하는 생물이지만.
결코 완벽에 도달해서는 안 된다.
은 분명 강력한 데다 여자들뿐인 마법소녀들을 상대로 상성상 유리한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슬라임 하나로 모든 마법소녀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하면, 박사로서는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실망스러워 견딜 수 없는 일이었겠지.
“그, 그것보다 지금 상황입니다. 슬라임 늪을 빠져나간 마법소녀들을 중앙부에서 포위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포획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인은? 마법소녀의 상태는 어떻지? 슬라임을 상대하고도 팔팔한가?”
“마력이 거의 소진되어 빈사 상태였다고 판단했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저항하고 있습니다.”
저항할 뿐만이 아니라, 파견 보낸 실험체들이 데이터를 제대로 뽑아내기도 전에 차례차례 죽어버리고 있다.
설마하니 빈사 상태의 마법소녀에게 추가로 피해를 입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시간에 급격하게 늘어난 피해보고에 당황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다.
“호, 호, 호, 호오오오….”
박사도 허공에서 손을 휘적여 블루 사파이어와 에르, 두 마법소녀를 비추는 화면을 띄웠다.
몇 개나 되는 홀로그램 화면은 마법소녀들을 여러 각도에서 비추고 있다.
지금 막 금색과 흰색 코스튬의 마법소녀가 손에 든 빛무리 검으로 머리 셋달린 키메라를 절단하고 있었다.
양쪽 유두와 보지, 3개 포인트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야심찬 키메라였는데….
‘아아, 즐겁군!’
용도는 둘째치고라도.
다들 마법소녀라는 생물을 어떻게든 무력화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괴물들이, 괴수들이 지금 짚더미처럼 허무하게 쓰러지고 있다.
어중간한 마법소녀들이었다면 오래 전에 무력화되어 반대로 그쪽이 쓰러졌을 텐데.
역시 눈여겨 본 대로 최상급 품질의 마법소녀다.
이 전투 데이터도 분명 큰 도움이 되겠지.
‘하지만 지금대로면 제대로 된 데이터도 못 뽑겠군.’
마법소녀들을 확연히 지쳐보인다. 마력이 고갈된 게 눈에 보이지만, 밀려드는 실험체들을 신속하게 제압하는 손에는 거침이 없었다.
실험체들이야 얼마나 죽든 상관은 없지만, 효율이란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지금 이 상황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
바라기로, 좀 더 차분하게, 이런저런 조건을 덧붙이고 실험하며 데이터를 뽑아내고 싶다.
“모니터링은 계속하고 있겠지?”
“네. 남은 인원 ■명이 눈을 떼지 않고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실험체들을 뒤로 빼도록 할까.”
“마법소녀들은 놓아주는 겁니까?”
“설마.”
박사는 턱 끝으로 실험실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구석에 놓여있는 기계장치와 구속구는, 지금은 텅 빈 채 덩그라니 남아있었다.
“조금 전에 『조정』이 끝났거든. 벌써 갔어.”
잠깐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었지만, 금방 박사의 의도를 해아린 괴인들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촤악! 촤좌앗!
촤좌좌좌좌좌좌좌좌좌좍!
에르의 몸이 가볍게 날아오르고, 통로의 입구를 틀어막을 만한 거구의 실험체가 조각조각 나 떨어졌다.
전체가 여성의 음부를 본 따 만들어진 여성기 형태의 혐오스러운 실험체는, 본래 여자를 통째로 삼키고 안쪽에서 희롱하도록 설계되어 있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체액을 흩뿌리며 쓰러졌다.
‘진짜, 악취미야…!’
에르는 날아오른 기세를 타고, 그대로 공중에서 수차례 검을 더 휘둘렀다.
천근만근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팔에, 살덩어리를 베는 기분 나쁜 감촉이 전해져오고.
팔에 닿는 범위에 있던, 이번엔 발딱 선 발기한 남성기를 본뜬 기괴한 생물들이 쓰러졌다.
그 첨단부에서 농후한 수컷 냄새를 풍기는 쿠퍼액을 주륵주륵 흘리고 있었던 터라, 그 냄새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이 냄새는 여자를 발정시킨다.
쓰러뜨려 조각낸 지금도, 오히려 냄새가 한층 심해져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자궁이 팔딱팔딱 뛰어오르는 느낌….
그 외에도 다종다양한 괴물들 사이로, 아직도 비슷한 종류의 생물이 몇이나 끼어있었다.
다들 형태도 용도도 다르지만, 여성을 성적(性的)으로 공략하기 위한 괴물이라는 것은 명백했다.
――저질스런 것들.
속으로 상스러운 욕을 내뱉으며 혀를 찼다.
그래도 다행이, 지금 두 사람은 밀려드는 괴물들의 벽을 뚫고 통로 안쪽으로 들어왔다.
“하아, 후우… 블루, 블루! 아직이야?! 나 한계! 이 이상은 진짜 안 돼!”
“준비됐어…!”
에르의 외침에, 그 뒤를 바싹 따라가던 블루 사파이어가 대답했다.
블루 사파이어는 이따금 에르를 도와 자그마한 얼음 결정을 날리기만 하면서, 가능한 마력을 모으고 모았다.
‘이번 한 번으로 분명 다 써버릴 거야… 남더라도 찌꺼기 정도만….’
블루 사파이어의 마력양은 에르보다 뛰어나지만, 사용하는 마법의 스케일 하나하나가 에르에 비해 크다.
그러니 마법을 하나 쓸 때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적재적소. 올바른 곳에 쓸 수 있도록.
“【얼어붙은 빙벽. 얼음수정의 군집】.”
“【가로막아라】.”
“【윈트룸 프라가스타롬】.”
쩌――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적!
블루 사파이어가 만든 투명한 얼음기둥이, 얼기설기 솟아올라 통로의 입구를 틀어막았다.
운 나쁘게 그 위치에 서 있던 실험체 괴물들과 괴인들도 수정기둥의 날카로운 끝에 찔려 갈기갈기 썰려버렸다.
좁은 통로의 입구를 틀어막았으니, 이제 더 이상 저쪽에 있는 대군은 찾아오지 못한다.
‘몰려있으니 폭탄 같은 것도 못 쓰겠지…?’
마력정제수와 에서 산 마력회복약으로 간신히 회복한 마력.
그 마력으로 가능하던 최선의 수였다.
“하악, 하악… 하악….”
“좋아. 이대로…!”
에르는 에서 산 비싼 마력회복약을 들이키고, 마찬가지로 블루 사파이어에게도 던져주었다.
내던져진 회복약을 받아 들어 마시자, 어느 정도 피로가 가시고 마력이 되돌아왔다.
‘이거, 맛없어….’
진짜 토 나오게 맛 없다. 비싼 주제에.
어쨌든 간신히 어느 정도 회복한 마력으로, 통로에 남아있던 괴물과 괴인들을 마저 정리했다.
피로가 겹쳐 몇 번 위험한 강을 건너긴 했지만.
그래도 간신히, 모두 제압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저쪽 통로에서 누군가 오는 것 같지도 않다….
“…………….지, 지쳤어…!”
“나도……..”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체액의 냄새가 진동을 하는 통로 안에서, 두 사람은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정말 한계에 한계에 한계에 한계를 시험 당한 기분이다.
긍정과 낙천의 화신 같은 에르와, 근성론의 신자인 블루 사파이어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오래전에 체념하고 포기했었으리라.
“내일 근육통 같은 거 생길까…?”
“마법소녀니까 없을 것 같은데… 에르, 안마해줄까? 나 안마 잘해.”
“……여기서 빠져나가면.”
일단은 그게 먼저다.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도망가는 것도 아쉽지만, 지금 상황에 더 이상 나아가는 것은 위험할 것 같다.
적어도 클라라네가 했던 것처럼, 이 연구실을 나가든 뭘 하든 근처에 숨어서 회복할 곳을 찾아야한다.
“일단, 남아있던 마력을 몽땅 때려 박았으니까… 저 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어디로든 도망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급하게 회복시켰다곤 해도, 나름 상당한 마력을 부어넣었고 그만한 강도를 자랑할 얼음기둥으로 된 빙벽.
거기에 안심하고 터덜터덜 멀어지려던 두 사람의 등 뒤에서.
무시무시한 굉음, 그리고 열기와 함께 그 든든한 빙벽이 단숨에 터져나갔다.
이리저리 파편이 휘날린다. 차가움을 품은 냉기, 열기를 품은 열풍이 교차하듯 차례차례 날아들어 훑고 지나갔다.
“어……..?”
당황스럽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가 없다.
무참하게 무너지고 깨어져버린 빙벽.
그 사이로 보이는 광경이, 더더욱 믿기 어렵다. 더더욱 참기 어렵다.
――이게, 뭐야….
――무슨 일이야…?
“…블루.”
“……….”
“블루, 정신차려. …저 여자, 아는 사람이야?”
에르의 말에, 블루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턱이 떨린다. 입술이 떨린다. 시야가 흔들린다.
“유라, 언니…!”
무너진 빙벽, 그 가운데에서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묵직한 쇠몽둥이, 그리고 주변에 시퍼런 도깨비불을 화륵화륵 불태우고 있는 마법소녀.
그 도깨비 뿔은 틀림없다.
그 제비꽃 같은 짙은 자주색의 머리카락도, 여성스러운 굴곡과 굳세어보이는 눈매도 틀림없다…!
“유라 언니! 어째서!”
마법소녀 유라는, 적을 대하듯 적의가 가득한 눈빛으로 블루 사파이어와 에르를 노려보며.
무너진 빙벽을 넘어 통로 안 쪽으로 척척 걸어들어왔다.